소설리스트

〈 31화 〉이교도 (1) (31/84)



〈 31화 〉이교도 (1)

“와, 죽겠다….”

도리스는 기어코 자신의 불침번 시간 전까지, 나와 섹스를 했다. 그렇게 오래 하면 질릴 만도 한데, 테크닉이시시각각 변해서 그런지,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정력가 때문인지, 진짜 오래도 했네.’

물론, 나중에 가서는 벅차긴 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훨씬 오래할 수 있었다. 혹시, 체력 스탯과 연계되는 특성인 걸까?

‘그럼, 나중에 체력이 더 많아지면, 하루에 100번도 쌀  있는 건가? 그 정도면 거의 정액 탱크이지 않나?’

그건 좀 끔찍할지도 모르겠다.

“어젯 밤, 많이 아파하긴 하던데, 역시 잠을 제대로 못 잤나 보군.”

내가 피곤해 보이자, 리오테르가 곁에 다가와 말했다.

“네….”

솔직히, 무조건 들킬  알았는데, 설마 이걸 눈치 못 챌 줄은 몰랐다.

신음도 그렇게 냈고, 밤꽃 냄새도 아주 진동했었다. 텐트 바닥이 정액으로 물들 정도였으니까. 만약, 청소 기능이 없었다면, 텐트는 버렸어야 했을 것이다.

‘이건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들켜서, 파티가 망하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뭐, 잠자리가 바뀌면, 제대로 못 자는 모험가도 더러 있으니까. 그래도,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모험가 등급이 올라가다 보면, 오히려 야영하는 일이  많아지거든.”

‘당신 때문이잖아!’

뻔뻔하게 말하는 도리스의 모습에 헛웃음이 나왔다.

[‘성신’님이 체력을 ‘1’ 후원하였습니다.]
[‘성신’님이 ‘개방형 가늠자’를 후원하였습니다.]
[체력 : 8]

길을 걷고 있을 때, 갑자기 후원이 빵빵 터졌다.

“뭐야?”

[여신 :  이 미친 년아!]
[성신 : 좋은 섹스를 봤으면, 보답을 해야하는 게 인지상정.]

‘섹스했다고 후원을 해준다고?  앞에 붙어 있는 ‘성’이라는 접두사가 그런 뜻이었어?‘

왜 이렇게 섹스를 울부짖나 했더니, 정말로 섹스가 보고 싶은 거였다.

나는 석궁을 꺼내 봤다.

“우와.”

“왜, 무슨 일 있나 콰앙?”

“아니에요.”

정말로 밋밋하던 석궁에 작지만 조준기가 하나 달려 있었다. 권총에 달려 있을 법한, 그런 조준기였다.

‘이것만 해도 감지덕지지.’

이때까지 대충 감으로만 계속 쐈는데, 이러면 명중률이 올라갈 것이다.

‘앞으로 섹스 열심히 해야지….’

성신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는 다시 길을 따라갔다.

“진짜 이쪽으로 가는  맞아요?”

“맞아. 나침반이 이렇게 가리키고 있잖아.”

우린 산맥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지형이 어찌나 험하고, 또 추운지. 이곳에는 사람이 살  없을 거 같았다.

꾸에에에엑!

저 멀리, 와이반이 울부짖으며 날아가는 게 보였다.

‘원래라면, 힘들어 죽었을 텐데.’

체력 스탯이 많이 올라서 그런지, 이 정도는 거뜬했다. 산길을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잠시만 멈춰 봐.”

갑자기, 도리스가 손을 뻗어우리를 제지했다.

“암흑 신의 힘 아래, 우리는 세상을 증오하는 마음으로 이곳에 모였다.”

귀를 기울여보니, 작지만 무언가를 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앞에, 이교도들이 있는 것이다.

나는 슬쩍 앞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10명 정도 돼 보이는 사람들이 넓은 장소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과 손에는 붉은 액체가 잔뜩 발려져 있었다.

‘피 냄새….’

바람이 많이 부는 산의 중턱인데도,  비린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로브를 입은 사람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피를 뿌려주었다. 무척이나 역한 장면이었다.

“어떻게 하실 거에요?”

“당연히 바로 덮쳐서 죽여야지.”

“3명이서 10명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제 저격으로 사람을 좀 줄이다가, 덮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사람 수를보니, 10명이나 됐다. 무려, 3배나 되는 수적 차이.

“내 실력 못 믿어? 그리고, 네 덕분에 지금 힘이 훨씬 강해진 상태란 말이야.”

‘뭐?’

섹스하면, 아니면 정액이라도 먹으면, 강해지는 능력인 걸까?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강해진 건가?”

불안한 표정의 리오테르가 다가 와, 말했다.

“어, 그냥 잠시 훈련을 도와드렸거든요.”

“훈련?”

“네.”

“어제 혼자서 훈련을 하러 가지 않았나? 그 이후에도 딱히, 둘이서 무언가를 하는 건  봤다만.”

‘텐트에서 왕창 섹스했으니까, 못 봤지!’

내가 곤란한 듯 있자, 도리스가 끼어들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아니라, 빨리 덮쳐야 해. 기도가 끝나고 나면, 놈들은 여기서  강해질 거야.”

“이교도가 그런  가능해요?”

“생명의 힘을 강제로 빼앗아, 자신들의 힘으로 삼을  있거든. 저렇게 사람이 많으면, 미약하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그럼, 빨리 기도가 끝나기 전에 덮쳐요.”

“그래, 오면서 말했지? 내가 무리 사이로 파고들어, 시선을 이끌 거야. 그 사이에 네가 사격 지원을 하고 리오테르가 민슥을 지켜, 알겠지?”

“알겠다.”

“근데, 정말로 괜찮으시겠어요?”

 말에 도리스는 씩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나만 믿어.”

변태같은 년이었지만,지금 이 순간만큼은 믿음직 해보였다.

“그럼, 간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워낙 몸집이 작아서인지, 소리가  안 났다.

“누구냐!”

로브를 쓰고 있던 남자가 가장 먼저 그녀를 발견했지만, 너무 늦었다.

도리스는  허리춤에 착용하고 있던 쌍검을 뽑으며 웃었다. 이교도들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사라라락-

그녀의 몸이 무리의 정중앙으로 파고들더니, 양손의 검이 춤을 추듯 움직였다. 피가 뿜어져 나와, 꽃잎처럼 휘날렸다.

촤악-!

검이 멈춰서자, 이교도들의 머리가 일제히 바닥에 떨어졌다.

“미친.”

진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4명의 목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로브를  남자가 품에서 의식용 검을 꺼내, 달려들었다.

채앵-!

이교도를 향하던 그녀의 검이 멈춰 서, 남자의 검을 막아냈다.

“빨리 도와라!”

무릎 꿇고 앉아 있던 이교도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단검을 꺼내 들었다. 움직임이 절제된 게, 이런 경험이 많나 보다.

‘도와야 해!’

지켜볼 때가 아니었다. 나는 석궁을 꺼내, 도리스를 향해 달려드는 이교도를 저격했다.

콰악-!

“꺄아아악!”

가슴에 화살을 맞은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른 적이 있다!”

그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돌아갔다.

“남자다! 강간하자!”

“강간해서, 제물로 바치자!”

“남자를 제물로 바치면, 암흑 신님께서 기뻐하실 거야!”

“와, 시발!”

도리스를향해 덤비던 이교도들이 모조리 나한테 달려오기 시작했다. 약한 사람부터 처리할 생각인 듯했다.

“오지 마, 이 새끼들아!”

 앞에 달려오는 놈을 석궁으로 조준했다.

투웅-!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놈이 몸을 아래로 바짝 숙였다. 소규모 인원으로 어떻게 도시에 침투했나 했더니, 기본적인 전투력은 있나 보다.

“불어라!”

하지만, 이쪽도 다 방법이 있었다. 바람이 몰아쳐 화살을아래로 이끌었다. 몸을 숙였던 여자의 머리에 정확하게 박혔다.

“누구야! 오만하게  화살피하려다가, 되려 머리에 맞고 죽는 멍청한 년, 누구야!!”

“정령사다! 빨리 처리해야 한다!”

“정령사면 암흑 신님이 더 기뻐하실 거야!”

‘머리에 암흑 신밖에 없나?’

어느새, 코앞까지 다다른 이교도들이 검을 휘둘렀다.

채앵-!

내 앞에 있던 리오테르가 놈의 공격을 튕겨냈다. 이어서 날아오는  역시, 방패로 가뿐히 막아냈다.

“너흰  지나간다!”

리오테르가 소리를 지르며, 그들을 도발했다.

“시발 년이! 비켜, 이 년아!”

그녀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들을 여유롭게 모두 튕겨냈다. 신체 능력이 압도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대단한 기술이었다.

“너희가 잡아두고 있어!”

두 명이 집요하게 리오테르에게 검을 휘두르며, 시선을 돌렸다. 그 사이, 전투에서 빠져나온 두 명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콰앙!”

“괜찮아요!”

난 곧 바로 쇠뇌를 발사해, 오른쪽에 있는 년을 처리했다.

“죽어, 이 시발 새끼야!”

지척까지 다가 온 이교도가 내게 검을 찔러왔다.

“몰아쳐라!”

검이 복부에 닿기 직전, 바람이 불어 와, 그녀의 몸을밀어냈다. 자세를 잡았던 여자가 뒤로 밀려나더니, 곧 바닥에 뒹굴었다.

스릉-!

나는 석궁을 바닥에 던지고는, 허리춤에 착용하고 있던 단검을 들어, 내리찍었다.

“으그극!”

가슴에 칼날이 살짝 파고들었으나,  들어가기 전에, 여자의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시발, 존나 빠르네!’

이렇게 빨리 대처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잡았다, 이 새끼야!”

“어쩌라고, 병신 년아!”

나는 반대쪽 손으로 손잡이를 잡은 다음 그대로 찍어버렸다.

“고작 남자인 새끼가, 힘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같애? 지금 당장 두 다리를 잘라서 딜도로 만들어주….”

“지랄 좀 하지 마!”

나는 아래로 찍어내리던 단검에 순간적으로 힘을 뺐다. 그녀의 손이 위로 솟구치더니, 순간적으로 허공을 헤맸다. 나는 반대쪽 손을 허리로 뻗어, 남은 단검 하나를 뽑았다.

“안 돼!”

“돼, 미친 년아!”

촤아아악-!

그녀의 손보다  단검이  빨랐다. 칼날이 복부를 세로로 베어냈다. 안에서 내장과 함께 피가 미친 듯이 나왔다.

“끼아아아아아악!”

“내장 쏟아진다, 이 년아!”

고통에 정신 팔린 사이, 다시 단검을 내리 찍었다.

콱-!

그대로 심장에 박아버리자, 그녀가 펄떡거리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우, 섹스할 때말고도 여자 위에 올라 갈 일이 있을 줄은 몰랐네.”

내 양손과 단검에는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금당장 바닥에 누워서 쉬고 싶었지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었다. 바닥에 던진 석궁을 주워, 리오테르와 싸우고 있는 여자를 조준했다.

쐐애액- 콱!

“꺄악!”

복부에 맞아 한 방에 죽이진 못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균형이 무너지자, 리오테르는 방패를 앞세워 화살을 맞은 이교도의 머리를 후려쳤다.

콰앙-!

얼굴이 으깨질 듯 들어가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이 년이!”

또 다른 이교도가 검을 휘둘렀지만,  거기까지였다.

채앵-!

리오테르의 검이 공격을 가볍게 튕겨내더니, 바로 목을 꿰뚫었다.

“커헉!”

촤악-!

검을 빼내자, 바닥에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바람이 불어와, 붉은 피와 함께 머리칼이 휘날렸다.

‘멋있긴, 진짜 멋있다.’

모함가들에겐 볼 수 없는, 절도 있는 검술이었다. 그녀의 분위기와 맞아서 그런지 더 멋있어 보였다.

“콰앙, 괜찮나? 다친 데는 없는 건가?”

그녀가 바로 내게 달려왔다.

“네, 괜찮아요. 그것보다 빨리 도리스를 도와줘야죠.”

“그래, 빨리 가자.”

티잉-! 티잉-!

둘은 아직도 싸우고 있었다.

“이것보다 빨리는  움직이니? 이러면 너무 시시한데?”

근데, 딱 봐도 도리스가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 창녀신을 모시는 걸레 년! 네 년에겐 자존심도 없는 것이냐!”

“암흑 신 같은 개 병신 같은  믿는 년이 뭐라는 거야! 이제 좀 그만 말하고, 좀 항복 해!”

쌍검이 똑같은 궤적으로 움직이더니, 이교도의 검을 오른쪽으로 후려쳤다.

타앙-!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의식용 검이  멀리 날아갔다.

“큭….”

이교도 사제가 도리스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뭐, 노려보면 어쩔 건데?”

사제가품을 뒤지더니,단검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해골 모양이 그려진, 굉장히 불길하게 생긴 단검이었다.

“야 이 씹! 멈춰!”

도리스가 급히 달려가 쌍검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사제가 더 빨랐다.

이교도 사제가 단검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더니, 자신의 복부에 찔러넣었다.

“암흑 신이 함께 하시길….”

푸욱-!

촤악-!

이어서, 쌍검이 그녀의 목을 베어냈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바닥에 떨어진 사제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아, 진짜….”

도리스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녀의 근처로 다가가 물었다.

“설명하기엔 시간이 없어. 어차피, 지금보게 될 테니까.”

“뭘 보게….”

바닥에 흐르던 피들이 강물처럼 흘러, 하나의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주변에 있던 이교도들의 시체 역시 모두 으깨지더니, 사제의 시체와 합쳐졌다.

그것들은 피의 웅덩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곧 모두 뭉쳐 하나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물러 서.”

모양을 모두 갖추자, 커다랗고 붉은 고깃덩어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쿠아아아아악-!

놈의 길고 커다란 주둥이가 울부짖었다. 마치, 사람들의 비명이 합쳐진 것만 같은 울부짖음이었다.

“저게 대체 뭐에요?”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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