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금태양 (2)
“그래서 말이지~?”
예상 외로 파티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까칠해 보였던 도리스가 계속 썰을 풀며, 분위기를 띄워주었기 때문이었다.
“아, 진짜요?”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씩 반응하며 웃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마치, 저쪽 세계에서 군대 이야기를 들어주는 여자가 된 기분이랄까.
‘재밌네.’
물론,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전부 새롭고 재밌었다. 나는 리벨룸이외의 도시는 가본 적이없으니까
“흠흠.”
문제는 리오테르였다. 그녀는 걷는 내내, 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아마, 내가 다른 여자와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거겠지.
‘그렇다고, 자기가 여자친구도 아니니, 뭐라고 하지도 못하니까.’
아마,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이거 본의 아니게 질투하게 만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지평선 너머에 보이던 태양도 어느새 모습을 숨기고, 날이 어두워졌을 때쯤.
“여기 근처에서 야영하자.”
숲에 진입한 우리는 자리를 잡아, 일정 간격으로 텐트를 펼쳤다. 내가 제일 왼쪽, 도리스가 중간, 리오테르가 오른쪽이었다.
‘뭔가, 불순한 의도가 섞인 배치인 거 같은데.’
설마, 아무리 미친년이라고 해도, 밖에서, 그것도 바로 옆에 리오테르가 있는데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오….”
텐트를 모두 펼쳐 안으로 들어가 봤다. 비싼 텐트라서 그런지, 넓고 쾌적했다. 게다가, 자동으로 청소해주는 마법을 5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리오테르와 도리스의 텐트 역시, 좋은 것들이었다.
‘하긴, 나보다 등급도 높으니까.’
텐트를 모두 펼친 우리는, 중앙에 모닥불을 피웠다.
“근데, 이렇게 숲에서 불 피워도 돼요?”
“왜?”
“혹시, 적이나 마물이 불을 보고 공격하러 올 수도 있잖아요.”
“리벨룸 숲 근처에는 그다지 위협적인 녀석들이 없어. 산적이나 이교도도 더 깊숙이 들어가야지 볼 수 있을 걸?”
“음음.”
역시, 경험자였다. 나였다면 눈먼 화살에 죽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을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우린 각자 챙겨 온 음식을 꺼냈다. 나는 딱딱한 육포였고, 리오테르도 마찬가지였다. 근데.
“너희들 그런 걸 먹는 거야?”
도리스는 무슨 그릇에 담긴 뜨끈뜨끈한 소고기 스튜였다. 거기에 바게트 같은 빵까지.
“그건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거예요?”
아니, 애초부터 원리가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지구에서도 저런 건 불가능했다. 리오테르도 눈을 크게 뜬 채 그녀를 바라봤다.
“그건 마법사의 음식인가?”
“오, 알고 있네?”
“마법사의 음식이요?”
“마법사 중에는 괴짜들이 많다. 그중에는 마법과 요리를 접목시켜, 특이한 음식을 만드는년들도 있지. 저건 마법을 이용해, 음식 자체를 보존한 것이다.”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음식이라는 거죠?”
“그래. 가격대가 상당히 높은 거로 기억하는데, 교단에서 용케 지원해줬군.”
“나는 특별 취급이니까~”
그녀는 브이를 보여주며 활짝 웃었다.
호록-
도리스는 숟가락으로 스튜를 떠먹었다. 갈색빛의 소고기가어찌나 야들야들해 보이는지.
꿀꺽-
절로 침샘이 분비됐다.
‘저게 판타지지….’
나는 고개를 내려, 손에 쥐어진 딱딱한 육포를 바라봤다. 붉은빛에, 고기 비린내도 나고, 맛도 없었다. 정말로 살기 위해서 먹는 음식.
‘이건 판타지가 아니야….’
만약, 스튜를 보지 못했다면, 이것도 나름대로의 운치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미 모두 깨져버렸다.
“민슥, 먹고 싶으면 같이 먹을래?”
내 시선이 계속 스튜에 가 있자, 도리스가 웃으며 스튜 한 그릇을 더 꺼냈다.
“진짜요? 이거… 제가 먹어도 돼요? 비싸다고 했는데….”
“그럼, 물론이지. 이 정도야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면,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배웠으니. 사양 않고….”
그녀에게 스튜를 받았다.
“따뜻해요!”
나무 그릇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이게 진짜로 가능하구나.
“먹어 봐. 맛도 좋을 걸?”
나는 숟가락으로 슬며시, 스튜를 떠먹었다.
호록-
살짝 짭조름하면서 달달했는데, 풍미가 엄청 났다. 거기에 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바로 부서졌다.
“와….”
“맛있어?”
“네! 진짜 맛있어요!”
솔직히, 여관에서 제공해주는 음식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그러면, 다행이네. 많이 먹어.”
나는 숟가락으로 스튜를 퍼먹었다.
[여신 : 야야, 옆에.]
“음?”
갑자기, 뜨는 채팅창에 나는 슬며시 옆을 쳐다봤다. 리오테르는 뭔가 착잡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누나도 먹을래요?”
“괜찮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딱 봐도 먹고 싶은 눈치였다.
“먹고 싶으면말해, 한 그릇 정도야, 너 같은 거한테도 줄 수 있는데?”
“필요 없다.”
도리스의 말에 리오테르가 싸늘하게 말했다.
“아이고….”
온화했던 분위기가, 다시 살벌해졌다. 둘이서 왜 이렇게 싸우는지, 도통 이해할수가 없었다.
리오테르는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멍하니 모닥불을 쳐다봤다. 뭔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잠시만. 화장실 좀.”
도리스가 스튜를 내려놓고 숲으로 걸어갔다.
“누나, 누나!”
“어어?”
나는 그 틈에 자리에서 일어나, 리오테르 옆으로 갔다.
“이거 빨리 먹어 봐요.”
나는 숟가락으로 큼지막한 고기를 떠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래도, 여자가 자존심이 있는 건인데….”
“이건 제가 주는 거잖아요. 네? 빨리요.”
“아, 알겠다.”
그녀가 손가락으로집어 먹으려고 하길래, 숟가락을 뒤로 뺐다.
“그냥. 아, 해요. 아!”
“아… 아?”
입을 애매하게 벌렸지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스튜를 먹여 준 다음, 그녀에게 물었다.
“어때요? 맛있죠?”
“마, 맛있구나….”
리오테르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뭐야, 얼굴이 왜 그래? 불이 너무 뜨거운가?”
곧 돌아 온 도리스가 리오테르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아, 아니다. 신경 쓸 거 없다.”
“흐음, 그래?”
식사가 끝나자, 각자의 방식으로 휴식을 취했다.
“저는 사격 연습 좀 하고 올게요.”
도리스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아직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혼자 연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멀리 가지는 마라, 콰앙.”
“알았어요. 누나.”
텐트에서 약간 떨어진, 탁 트인 공간으로 갔다.그곳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나무에 칼로 표적을 만들었다.
양궁장에서나 볼 법한 동그란 표적. 나는 50m 거리를 벌린다음, 쇠뇌를 들었다.
“후.”
저번 베테랑 와이반과의 싸움 이후로, 확실히 내가 약하다는 걸 느꼈다.
‘그냥 아예 와이반을 격추시킬 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정확도도 올라가면 좋겠고, 또 공격력이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지금도 충분히 강했지만, 뭐라고 할까. 필살기가 없다고 할까?
‘일단 사격 연습부터.’
나는 50m부터 시작해, 300m까지. 다양한 거리에서 사격 연습을 했다. 그 외에도 방향을 바꿔서 쏘거나, 움직이면서도 쏴봤다.
‘10발 중에 5발이라….’
가까울 때는 10발 중 9발을 전부 맞췄는데, 300m나 멀어지니, 5발 정도 맞췄다. 아마, 이렇게 먼 거리에서 쏜 적이 거의 없어, 그런 거 같았다.
이거야 그냥 많이 쏴보는 게 답이었다. 그러면, 그 다음으로 넘어 가, 이번엔 정령술.
“불어라.”
말을 뱉자,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만약에 이렇게 크게 부는 바람을, 압축시켜 화살의 위력에 더해줄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러면, 거의 발리스타급 성능으로 나오는 거 아니야?’
그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강해지지 않을까?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정면에 있는 나무를 조준했다.
“후, 불어라!”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바람을 일으켰다.
콱-!
나무로 다가가, 화살을 뽑았다.
“음.”
조금 더 박히긴 했는데, 그리 큰 차이는 아니었다.
‘바람을 어떻게 해야 압축시킬 수 있을까.’
화살 근처에 범위를 지정해야 하나? 하지만, 날아가는 주변에 지정하는 게 쉬운 일인가?
“모르겠네….”
[여신 : 제발, 세상 어느 곳이든 간에 바람은 무조건 부는데, 왜 기본이 범위 지정이야, 병신아. 화살에다가 정령의 힘을 담아 봐.]
“아니, 그걸 제가 모를 거 같아요? 내가 그걸 모를 거 같냐고요.”
저번에 혼자서 연습할 때, 시도해봤는데 실패했었다.
“자, 여신님이 원하는 대로 해볼게요. 되는지 한 번 봐요? 깃들어라.”
그런데, 무슨 일인지 갑자기 현기증이 났다. 이건 마력을 너무 많이 소모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우리…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여신 : 개소리 하지 말고, 빨리 해라.]
쐐애액- 콱!
앞머리가 휘날리더니, 곧 나무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
“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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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에게 욕을 좀 먹긴 했지만, 어쨌든 전력 향상을 할 수 있었으니, 이득이었다. 다시 야영 장소로 돌아오자, 둘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어질어질하네.”
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러는 걸까? 나는 웃으며 둘에게 다가갔다.
“누나, 도리스 씨, 저 왔어요.”
“어, 왔어?”
“왔군.”
살벌했던 둘의 표정이 갑자기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 세상 여자들은 전부 저렇게 태세 전환이 빠른 걸까?
“아까 보니까, 두 분 표정이 안 좋으시던데, 혹시 싸우셨어요?”
“싸우긴, 누가 싸워. 이제 곧 이교도 잡으러 갈 건데, 파티원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되나~”
“맞는 말이다, 콰앙. 안 싸웠다.”
“흐음. 알겠어요.”
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것보다 어두워지니까, 많이 피곤하네요.”
“남자니까, 우리보다 더 힘들긴 하겠네. 그럼, 빨리 자야할 텐데, 불침번은 어떻게 할까?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고 해도, 만약을 대비해 경비는 세워놓아야 했다.
“제가 제일 먼저 해도 될까요?”
보통 이런 건, 처음이나 끝이 좋다고 들었다.
“어? 너 불침번 설 거야?”
“그럼, 당연히 저도 서야죠. 파티원인데.”
“크… 진짜 요즘 남자들 같지가 않다니까. 저번에 다른 애들이랑 했을 때는, 당연히 자기 안 시킬 줄 알고 바로 들어가서 자던데. 다르긴, 달라.”
당연히 이 세상 남자가 아니니까, 다르겠지.
“그럼, 너는 어떻게 할 건데?”
도리스가 리오테르를 보며 물었다.
“네 마음대로 해라. 어쨌든, 네가 이번 파티의 파티장이고 총 책임자니까.”
“그러면, 나는 끝에 할래!”
“그럼, 내가 중간을 하도록 하겠다.”
불침번이 모두 정해지자, 리오테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별 다른 일은 없었지만, 거슬리는 년 하나 때문에 피곤하니, 먼저 들어가보도록 하겠다. 위협이 있으면 바로 와서 깨워라.”
“뭐?”
도리스는 리오테르를 한 번 노려보더니 똑같이 일어났다.
“그러면, 나도 웬 미친 년 하나 때문에 피곤하니까, 들어가볼 게.”
리오테르는 신경도 안 쓴다는 듯,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도리스가 슬쩍 눈치를 보더니 내게 다가왔다. 그녀는 까치발을 해, 내 귀에 입을 갖다대더니 말했다.
“불침번 끝나고.”
몸이 부르르 떨렸다. 뭔가 굉장히 아찔하면서도 배덕적인 목소리였다.
“‘자지’ 말고 기다려? 알겠지?”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내 몸에 비비며, 무릎으로 가랑이를 건드리는데, 무척이나 아찔했다. 자지가 곧바로 반응했다.
“건강하네~?”
도리스는 손을 내려 내 자지를 비볐다.
“이렇게 반응했다는 건, 수락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할게♡”
“아….”
몸이 떨어지자, 아쉬운 소리가 나왔다. 그녀는 내게 손을 흔들고는 텐트로 들어갔다.
“와….”
[성신 : 이건 진짜 섹스 각이다. 섹스, 섹스, 섹스!!!]
[여신 : 채팅으로 좀 치지 마, 병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