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7화 〉새로운 신 (27/84)



〈 27화 〉새로운 신

“길드로부터 편지가 왔다, 콰앙.”

엘프의 여관, 1층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리오테르가  맞은 편에 앉았다.

“편지요?”

“그래. 아, 여기 아침 식사 하나 부탁한다.”

“네~ 여기 엘프의 아침 하나 추가요!”

레이나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무척이나 기뻐보였다.

‘어제, 자위로 10번은 넘게 보내줬으니까.’

섹스를 하고 싶어했지만, 그건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루시와의 섹스 때문에, 내가 힘들었다.

‘설마, 3번 넘게 할 줄은 몰랐지.’

진짜 서큐버스인  알았다. 루시도 그렇고, 레이나도 그렇고. 이 세상 여자들은 다 저렇게 성욕이나 체력이 강한 걸까?

“한 번 읽어보면 알 거다.”

리오테르가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나는사양 않고 내용을 읽었다.

“음.”

내용은 간단했다. 이교도 소탕이 있을 예정이니, 참가  의향이 있다면, 오전 12시에 길드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접수원 분이 말했던 대로, 정말로 이교도 소탕이 시작되네요.”

“그래. 오늘 아침에 마력 철도가 들어오는 연기가 보였는데. 아마, 그때 교단의 기사들이 들어온 거 같다.”

“교단의 기사라….”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정말로 앞뒤가 꽉 막힌 그런 사람들인 걸까? 조금 궁금했다.

“그래서 그런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뭐, 당연히 참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보상도 두둑할 거고 공적치도 많이 줄  같은데. 그리고 무엇보다, 마부를 위해 복수해줘야죠.”

그날, 만약 우리가 마부와 함께 있어주었다면, 어쩌면 그녀는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죄책감까진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리오테르가 활짝 웃더니 말했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군. 나 역시 그녀를위해서라도, 이 일은 참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기 주문하신 엘프의 아침 나왔습니다.”

“고맙다.”

그녀는 소세지를 입에 넣어 먹었다.

꿀꺽-

이상하게  장면이 색정적으로 보였다.

‘변태들이랑 지내다보니까, 나도 변태처럼 변했나?’

나는 물을 벌컥 들이 마셨다. 차가운  들어가니, 조금은 나았다.

“근데, 이교도 소탕은 많이 위험할까요?”

“음. 글쎄다. 이교도들의 규모에 따라 다를 것이다. 만약, 규모가 작다면, 교단의 기사들이 모두 처리해줄 것이고, 규모가 크다면, 우리도 최전선에 나서 싸워야만 한다.”

“이교도들은 어떤 무기를 사용하나요?”

“딱히, 이렇다 할 건 없다. 별에 별 무기를 다 사용하는 놈들이니까. 다만, 이계의 마물을 소환해 싸우는, 마물사가 있을 수도있으니, 그건 주의하는 게 좋다.”

“마물사요?”

좀 판타지 같은 이름의 직업이었다.

“뭐,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징그럽게 생긴 괴물들이다. 살을 엉겨 붙여 만든 거 같달까. 조잡하게 생긴 거에 비해, 힘은 엄청나서, 기사들조차 애를 먹는 상대지.”

생각보다 엄청 대단한 직업인가 보다.

“그 외에도 흑마법사나 이교도 전사가 있지만. 뭐, 그건 직접봐야지 알 수 있으니, 더 말하는 것도 입만 아픈 일이다.”

“음음.”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그럼, 약속 시간 전까지 밖이나 돌아다닐까요?”

시간도 남을  같으니, 데이트라도 하면 어떨까 싶다. 저번에 무기와 갑옷을 맞추러 간다고 하지도 못했으니까.

“무엇을 위해서 말이냐?”

“그냥 잠시 쉬고 즐기기 위해서?”

“흠. 이틀 동안 많이 쉬었기 때문에, 이 이상의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교도와의 전투도 앞두고 있으니, 더욱더 단련에 힘을 써야하는 시기이지 않나?”

“허허.”

진짜 앞뒤로 꽉 막힌 여자였다. 웃긴 건, 전부 맞는 말이라서 반박도 못하겠다는 거다.

‘뭐, 그래서 매력적인 거 같기도 한데.’

일단, 여기서는 내가 물러서야겠다. 그녀의 말대로, 이교도 소탕에 앞서서, 실력을 조금이라도 점검할 필요가 있으니까.

“알겠어요. 그러면, 나중에 길드 앞에서 만나요. 저도 일이 있어서, 흥.”

쾅-

나는 소리가 나게 컵을 내려놓고는 여관을 떠났다.

“서운하네….”

[여신 : 나도 서운하네…]

###


“와, 진짜 눈치 실화냐?”

“그러니까. 미친 년이네 완전. 아니면, 고도의 밀당인가?”

민석이 떠난 여관, 여자들이 리오테르를 보며 수군거렸다.

“흠, 누군가 잘못이라도 했나 보군.”

자기 얘기하는지도 모르고, 리오테르는 그냥 묵묵히 식사를 이어서 했다.

“저기 리오테르님, 안 쫓아가셔도 되겠어요?”

결국, 답답함을  참은 레이나가 먼저 다가 와, 그녀에게 말했다.

“누구를 말이냐?”

“주인… 아니, 콰앙님이요.”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간 건데, 내가 왜 쫓아간단 말이냐?”

“아니, 그게 화가 나신 거 같아서요. 그거 풀어주셔야 하지 않아요?”

“내가 왜? 아니, 그것보다 화가 났다니? 그냥  마시고 나간 거이지 않나?”

“물컵 내려놓으실 때, 소리 나게 했잖아요.”

“호쾌하게 마시고 간 거다. 나도 가끔 그랬으니까.”

레이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알겠습니다.식사하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괜찮다. 그럼.”

그러고는, 그녀는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진짜 눈치라고는 하나도 없는 여자구나… 저런 사람이있다는 것조차 신기하네.’

카운터로 돌아 온 레이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나야 주인님을 독점할 수 있으니 좋지만.’


###


“제가 잘못했다니까요. 네? 그러니까, 화 좀 풀어요. 네?”

[여신 : 흥.]

여신은 계속 저 채팅 하나만 치고 있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해야 해.’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새로운 신이 입장하였습니다!]
[시청신 : 2명]

“어?”

갑자기, 저런 창과 함께  다른 채팅이 올라왔다.

[성신 : ㅎㅇ?]

“어어, 아, 안녕하세요? 그 여신님이세요?”

[성신 : ㅇㅇ]
[여신 :  뭐야. 여기 어떻게 알고 찾아 왔어?]

또 다른 신이 입장하자, ‘흥’만 치던 여신이 당황했는지 다른 채팅을 쳤다.

[성신 : ㅅㅌㅂㅅㅋㄹ ㅂㄱ.]
[여신 : 신튜브, 신클립 보고 왔다고? 아니, 누가 거기다가… 아, 내가 올렸지.]

“뭘 올려요?”

[여신 : 그런 게 있어, 이 자식아.]

말은 그렇게 해도 뭔가 도움을 주고 있었나 보다.

둘이서 이런 채팅을 치며 대화하는데, 방금 들어 온 신은 계속 초성만 치고 있었다. 근데도 대화가 된다는 게 신기했다.

“그래서, 저는 뭐 어떡해요?”

[성신 : ㅁㅁㅂㅈ]

“뭐라고 하는 거에요?”

[여신 : 맛만 보자는데.]

“아, 그냥  보다가 마음에 들면 계속 보고, 아니면 나간다? 그런 뜻이죠.”

[성신 : ㅇㅇ ㅁㅇㅇ ㄷㄴ]
[여신 : 마음에 든단다.]

“감사합니다.”

[‘성신’님이 특성 ‘정력가’를 후원하였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는데, 갑자기 후원이 들어왔다.

“저, 정력가?”

[여신 : 야 이 미친년아, 오자마자 바로 특성을 후원하면 어떡해!]
[성신 :  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채팅을 쳤다.

[힘 : 7]
[민첩 : 5]
[체력 : 7]
[특성 : 침착함, 엘프의 친화력, 매력적, 정력가.]

정말로 새로운 특성이 생겨 있었다.

“오.”

딱 봐도 무슨 효과인지 알 수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력가 특성 때문인지 체력에도 +1 보정이 붙었다.

[성신 : 굿.]
[여신 : 아, 진짜.]

[‘여신’님이 민첩 능력치 ‘1’을 후원하였습니다.]
[민첩 : 6]

‘이,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삐져 있던 여신도 후원을 했다. 아마, 새로 들어 온 신을 의식한 듯했다.

“어이구,  분 다 이렇게 큰 후원을… 감사합니다. 더 재밌는 방송 할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는 걸음을 옮겨, 실바나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저 왔어요.”

문을 열었는데, 무슨 일인지 망치 소리가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자, 실바나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어, 실바나? 실바나?”

나는 급히 달려가, 그녀의 몸을 부축했다. 몸을 보아 하니, 딱히 상처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일인 걸까?

[성신 : ㅅㅅ ㄱ?]
[여신 : 섹스 각이냐는데?]

지금 사람이 쓰러졌는데, 섹스는 무슨 놈의 섹스?

“실바나, 일어나 봐요! 실바나!”

짝짝-

양쪽 뺨을 쳤다. 약하게 쳐서 그런지 반응이 없었다.

짝! 짝! 짝! 짝!

“실바나!”

“그, 그만해….”

몇 대를 더 후려치자, 그제야 그녀가 살며시 눈을 떴다. 양쪽 뺨이 뻘개져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가 고파서….”

“뭐라고요?”

“배가 고파서 쓰러진 거라고,  자식아….”

이제 보니, 시덥잖은 이유였다.

“아. 그때 준 돈은 대체 어디 썼어요? 4실버 정도 드렸잖아요. 뭐, 며칠이나 지났다고.”

“다 썼지….”

“어디다가요?”

“저거 사느라….”

탁자 위를 보니, 무슨 가루가 주머니에담겨 있었다. 약간 철 가루 느낌.

“이게 뭔데요.”

“미스릴 가루….”

“미스릴 가루요?”

잘은 몰라도, 엄청난 물건이지 않나?

“정확히 말하면, 제작할 때 넣으면 미스릴처럼 단단해지게 만들어 준다는 가루야….”

“효과 있었어요?”

“있었으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사기꾼 새끼… 잡으러 가니까, 사라져 있더라….”

애초부터, 그걸 믿은 시점에서부터 이미 병신인  아닐까?

“나  좀 주라….”

“없는데요.”

“왜에!”

“그게 이교도 놈들한테 전부 털렸거든요.”

“이교도?”

“와이반 두 마리랑에 베테랑 와이반도 한 마리 잡아서 실었는데, 그 마차가 다 털려버렸어요.”

“베테랑 와이반!?”

“네.”

“와, 그거 소재가 진짜 비싼데. 특히, 깃털 달린 가죽이 엄청 비싸!”

“얼마나요?”

“가공해서 팔면, 북쪽 지방에서 3골드는 넘게 받을  있어!”

“오… 그러면 뭐해요. 지금 빈털터리가  버렸는데.”

“그건 그렇네… 어떡하지. 나, 진짜 배고파 죽을 거 같아.”

“이거라도 쓰실래요.”

난 50쿠퍼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게  전재산이에요.”

“너도 그것밖에 없는데,  받기가 그런데….”

“그러면, 가슴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돼요?”

“가, 가슴을?”

“네.”

“사, 상관이야 없는데. 진짜 그걸로 괜찮아?”

당연히 괜찮았다.

‘아, 여기. 정조역전 세계였지….’

그러니까, 저쪽으로 따지면, 여자 애가 돈  주고 남자 가슴을 만지게 해주는 건가?

‘좀 꼴리는데?’

[성신 : 가능. 씹가능.]

저 사람은 이때까지 초성으로만 치다가, 갑자기 야한 게 나오니까, 제대로 채팅을 친다.

‘뭐하는 사람, 아니 신이지?’

“그, 그럼. 만져….”

실바는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가슴을 내밀었다. 땀에 젖은 티셔츠가 가슴에 착 달라 붙어 있었는데, 유두가 비쳐 보였다.

“속옷 안 입었어요?”

“어!? 어… 아니. 작업할 때는 거추장스러워서 잘 안 입어. 무엇보다, 숲에서는 그런 거 안 입고 다녔거든….”

모든 여자가 속옷을 안 입고 다니는 숲이라니. 너무 좋은데?

“만질게요?”

“으, 응….”

손을 조심스레 갖다대, 가슴을 만졌다.

물컹-

이 얼마나 부드러우면서 푹신푹신한지. 세상의 어떤 베개도 이것만큼이나 좋진 않을 것이다.

“조금 세게 잡아봐도 돼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아귀에 힘을 줘, 가슴을 꽉 쥐었다. 그러자, 손틈 사이로 가슴이 살짝 삐져나왔다.

“흣….”

“우와.”

진짜 엄청났다. 그대로 손을 놓자,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갔다. 젖어서 반투명해진  너머로 붉게 자국이  있었다.

‘와, 시발….’

마치, 첫 눈이 내려 쌓인 날, 아침에 나가, 처음으로 그곳에  발자국을 남기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솟아오르려는 아랫도리를 애국가를 불러 겨우 잠재웠다.

“후… 됐어요.”

“어? 어어? 진짜로 이거면 돼?”

그렇게 말하는 실바나는, 어딘가 아쉬워 보였다.

“네. 괜찮아요.”

진짜 여기서 더 만지면, 내가 못 참을 거 같았다.

“알겠어. 그러면, 잘 가….”

아까까지만 해도 활기찼던 우리 둘 사이가 약간은 서먹해졌다. 그게 어째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 안녕히계세요….”

시간을 보니, 벌써 11시 30분이었다. 아마, 길드로 가면, 시간이 아슬아슬하게 맞을 것이다.

[성신 : 이걸 섹스를 안 해?]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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