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리오테르 눈나!!! (23/84)



〈 23화 〉리오테르 눈나!!!

“온다! 공격에 주의해라!”

놈은 뒷다리로 땅바닥을 쥐어 뜯더니, 흙더미를 들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미친!”

저 날개로 날 수가 있다고? 원리가 대체 어떻게 되는 거지?

[여신 : 판타지잖아요.]

“아, 예. 그러세요?”

그것 참 편한 변명이었다.

꾸에에에에엑!

놈은 우릴 향해 오더니, 뒷발에 쥐고 있던  놓아버렸다.

후두둑!

하늘에서떨어지는 흙에 의해 시야가 가려졌다.

쿵!

앞에 무언가 착지하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심해라, 콰앙!”

꾸에에에엑!

콰앙-!

리오테르의 목소리와 함께, 뭔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흙먼지 밖으로 나오자, 그녀와 와이반이 대치하고 있는 게 보였다.

방패가 살짝 찌그러진 걸 보아, 공격을  번 막은 듯했다.  등에 매고 있던 쇠뇌를 꺼내, 손에 들었다.

콰앙-!

무기를 꺼내는 그 짧은 사이에 다시   공방이 붙었다.

닭처럼 생긴 것과는 달리, 와이반의 공격은 상당히 매서웠다.

“아까 얘기했던 대로 간다!”

“예압!”

리오테르가 놈을 지치게 만든 다음, 하늘로날아오르게한다. 그때, 내가 놈의 날개 부분을 맞춘다.

간단하지만, 가장 정석적인 공략 방법이었다.

‘문제는 난이도가 더럽게높다는 거지.’

정면을 향해 화살을쏘는 것과,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는 건, 그 느낌부터가 틀렸다.

게다가, 장애물이 있고 움직이기까지 한다면,  난이도는 아이언급 모험가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

‘하지만, 나한테는 비장의 무기가 있지.’

나는 가끔씩 위험 사격을 하며, 리오테르의 전투를 도왔다.

꾸에에에엑!

계속, 성가시게 하자, 놈이화가 났는지, 머리로 리오테르를 쾅하고 밀어버렸다.

“크윽!”

그대로  밀려났다.

“누나!”

“집중해라! 이제 날아오른다!”

그녀의 말대로, 와이반은 다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했다. 나는 날개 부분을 조준하고 때를 기다렸다.

후우웅-!

놈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잠시 멈추는 순간.

퉁-!

방아쇠를 당겼다. 쇠뇌에서 나간 화살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날개 부분에 정확하게 나아가나 싶더니.

후웅-!

놈이 날개짓을 하자, 방향이 살짝 꺾였다. 나는 그 순간, 정령의 힘을 빌렸다.

‘바람이여!’

등 뒤에서 불어 온 바람이 몰아쳐, 화살을 향해 나아갔다.

후우웅-!

바람의 힘에가속을 받은 화살이 다시 방향을 돌렸다.그리고 그대로.

푸욱-!

놈의 날갯죽지 부분에 정확히 꽂혔다.

‘와, 시발. 거의 원티드 수준이었다!’

내가  거지만, 내가 놀랐다.

꾸에에에엑!

피가 세차게 뿜어져 나와,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와이반의 날개짓도 조잡해지더니 곧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다.

콰앙-!

“마무리하겠다!”

리오테르는 흙먼지 사이로 망설임 없이 달려갔다.

촤악-!

곧, 무언가를 베는 소리와 함께 초원 바닥이 피로 물들었다.

“쉐엣-”

먼지가 걷히자, 리오테르가 당당히 와이반의머리를 베어 손에 들고 있었다.

‘멋잇지는 않네.’

그냥 좀 많이  닭대가리를 들고 있는  같아서, 별 느낌은  들었다.

“먼지 때문에 잘 보이시지도 않았을 텐데, 어떻게 잡으셨어요?”

“가만히 있는 것도 베지 못한다면, 모험가를 할 자격이 없지 않겠나.”

그건 그랬다.

“그것보다 방금 전의 사격 솜씨  봤다. 처음부터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훌륭히 해냈구나. 갑자기, 바람이 불어, 방향을 조정하던데. 혹시, 정령인 것이냐?”

“어, 바로 맞추시네요?”

“정령을 사용하는 궁수는 드물지만, 조금은 존재한다. 물론, 나도 말로만 들었지,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말이다. 그것보다 정령과 계약하는 조건은 무척이나 까다로울 텐데. 용케 해냈군.”

‘까다롭다고?’

그냥 리오테르 쫓아가다가 얼떨결에 계약했는데? 그게 어려운 건가? 모르겠다.

“이제 마차를 불러와야겠군.”

“와이반이랑 전투할 때마다 불러야 하는 거에요?”

“이걸 여기에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다고, 계속 끌고 다니기엔 번거롭지 않겠나?”

그것도 그랬다.

“퀘스트가 토벌이 아닌, 가죽 채집이었다면, 내가 직접 해제해서 가죽만 가지고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엔토벌이라서, 와이반의 시체가 온전히 존재해야 한다.”

“머리는요?”

“머리는 상관없다. 팔리지도 않는 쓸데없는 부위이니.”

하긴, 닭대가리에서 얻을 있는 게 뭐가 있겠는가. 그것도 털 다 빠진 닭대가리를.

우리는 마차를 불러와, 와이반을 실었다.

“이야, 와이반 사체를 운반한 지  오래됐는데. 이렇게 빠르게 잡는  처음 보네요.”

마부가 시체 상태를 확인하더니 다시 감탄했다.

“가죽 상태도 깔끔하고, 상처도 거의 없고.이 정도면 30실버가 아니라, 35실버 이상도 받을  있을 거 같습니다.”

“진짜요?”

“예. 아마, 정도 상태면공방 놈들이 사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 겁니다. 브론즈급에 아이언급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나 말고 여기 콰앙의 실력이다.”

“잘 생기신 분이 실력도 좋으시네요.”

마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마차에는 최대 다섯 마리까지 실을  있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많이 옮기면 떨어지는 게 많으니까요.”

‘이때까지 왜 이렇게 빨아주나 했더니.’

역시, 다 이유가 있었다. 세상에 대가 없이 빨아주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우린 다시 마차에서 멀어져, 와이반을 토벌했다. 처음에 긴장한 것과 달리, 아주 수월했다. 토벌보다는 마치, 사냥을 온 듯한 기분.

촤악-!

와이반의 목을  리오테르가 말했다.

“이것까지 하면 네 마리인가?”

“그렇죠.”

“흠, 이쯤이면 돌아가도 되겠군.”

날도 꽤 저물었고, 네 마리면 무려 1골드가 넘는다. 오늘 하루, 아주 대박을  거다.

‘역시, 목숨을 담보로 하다 보니까, 수익이 엄청나네.’

“그럼, 지쳤을 테니 잠시 쉬고 있어라. 내가 마차를 불러오겠다.”

“힘들긴 누나가 더 힘들었죠.”

나야 가만히 서서 화살만 쐈는데.

“나는 힘이 넘치니 괜찮다. 그러니, 편하게 쉬어도 괜찮다.”

“넵.”

 그렇게 말하면, 굳이 거절 할 이유는 없었다.

“아, 편하네.”

나는 와이반의 시체에 등을 기댄  눈을 감았다. 확실히, 브론즈급 퀘스트라 그런지, 빡세긴 했는데, 엄청 재밌었다.

‘내일은 방에서  쉬어야지.’

그렇게 와이반 근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이있을 때였다.

꾸아아아악!

“음?”

이때까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울음 소리가 귀를 뚫고 들려왔다.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거대한 형체가 날아오고 있었다.

“저거 뭐야?”

자리에서 급히 일어났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와이반이었다. 특이한 건, 덩치가 1.5배는 크고, 몸에는 깃털이 달려 있었다는 거다.

‘저렇게 되니까, 진짜 닭 같네.’

평소라면 신기해했을 거다. 내가 지금 혼자 남겨지지 않았다면 말이다.

꾸에에엑!

놈은 대놓고 나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누가 봐도 나를 공격하러 오는 거였다.

‘이거 조조된 거 같은데?’

나는 옆에 내려놓았던 쇠뇌를 들어 놈을 향해 발사했다. 정령의힘으로 바람까지 일으켰는데.

후웅-!

놈이 크게 날개짓을 하자, 화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까와 같은 우연이 아니었다.

‘의도한 거야!’

누가 봐도,의도했다는 걸 알 수 있는 움직임. 심상치않은 놈이었다.

꾸에엑!

놈은 뒷다리에 커다란 바위를 든 채 내 위로 날아왔다. 그리고는 힘을 놓아버렸다.

후우웅-!

“시발!”

나는 곧장 몸을 날렸다. 와이반만큼이나 커다란 바위가 내가 있던 장소에 떨어졌다.

콰직!

와이반의 시체에 우그러졌다. 저래서는 가죽이고 뭐고,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는 지금 내가 뒤지게 생겼는데!’

거대한 와이반이 날개를 펄럭이며 하강했다. 날카로운발톱이 나를 향했다.

“우와아아아악!”

잡히면 뒤진다는 생각에, 나는 언덕 아래로 몸을 날렸다. 가파른 언덕을 타고, 밑으로 쭉 미끄러졌다.

거대 와이반이몸을기울더니 나를 그대로 따라왔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어느샌가 바로  위를 날고 있었다.

“꺼져, 이 새끼야!”

놈이 발톱으로 나를 잡기 직전, 날갯죽지 근처에다가 화살을 쐈다.

푸욱-!

천운이었는지, 정확하게 박혔다.

꾸에엑!

놈은 울음 소리를 내며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다른 와이반들은 저기  방 맞으면 바로 추락하던데!’

저 놈은 어찌  건지, 치명적이지 않아 보였다. 덩치에 걸맞은, 뭔가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그렇게 걱정과는 달리, 별일 없이 언덕 아래로내려왔다.

‘도망친 건가?’

꾸에에엑!

“아, 시발. 그럼 그렇지.”

놈은 다시 발톱에 거대한 바위를 들고 나타났다. 와이반의 날카로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여신님.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여신 : 어떡하긴, 어떡해.]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신 : 존나 째야지.]

“그쵸?”

신형이 앞으로 쏠리더니 넓은 평야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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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 의해 천천히 물들어가는 하늘. 그리고 불그스름하게 점칠 된 붉은빛 초원. 그리고 그곳에서 마음껏 달리는 나.

진짜로 판타지다운 풍경이었지만, 상황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콰앙-!

“와아아아아악!”

바위가 바로 옆에 떨어졌다. 흙 먼지가 입안으로 들어왔지만, 지금 그걸신경  때가아니었다.

‘대체, 어디까지 가야 나오는 거야!’

달린 지 한참 됐는데, 마차는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내가 방향을 잘못 잡은 건가?’

나무도 바위도 거의 없는 이 넓은 들판에서, 방향 감각을잃기란 너무나도 쉬운 일이었다.

‘그러면, 진짜 조조되는 건데?’

체력도 바닥을 보이고 있고, 마력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꾸에엑!

그에 비해 저 닭대가리는 계속 바위를 갖고 떨어뜨리고 있으니. 아주 환장할 노릇이었다.

‘딱 봐도 갖고 놀고 있는 거야!’

처음에 분노한 모습과는 다르게, 놈은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전력으로 부딪히는 것보단 차라리 낫긴 했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였다.

“리오테르 눈나!!!”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이름을 외쳤다. 부디 닿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쯤 되면 확실하다.

‘방향을 잘못 잡았어.’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나는 달리던 몸을 멈춰 섰다. 그리고는 등에 매고 있던 쇠뇌를 꺼내, 놈을 조준했다.

꾸에엑!

거대 와이반은 약간 웃는표정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내가 포기했다고 생각한 듯했다.

“후.”

숨을 내쉬고, 쇠뇌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놈이 가까이 오는 순간.“

퉁-!

방아쇠를 당겼다. 쇠뇌에서 발사된 화살이 수직으로 쭉 올라갔다. 거대한 와이반은 우습다는 듯, 몸을 살짝 틀어 피해냈다.

놈은 나를 놀리듯 발톱을 슬쩍슬쩍 놓았다. 마치, 이걸 떨어뜨릴까? 말까? 하면서 놀리는 듯한 모양새.

후우우웅-!

놈이 그러고 있든 말든, 나는 하늘로 날려 보낸화살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화아악-!

또 다른 바람이 화살 근처에 일렁인다. 수직으로 올라가던 화살의 방향이 아래로 꺾이더니, 추락했다.

올라간 건 떨어지기 마련.

그 화살은 바람의 힘을 받아, 아주 조금씩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더니, 곧.

푸욱-!

꾸에에에에에엑—!

거대 와이반의 오른쪽 눈에 정확하게 적중했다. 갑작스러운 고통에 놈의 날개가 비틀거리더니, 곧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성공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올라간  떨어지기 마련. 놈의 거대한 신형은 괜찮았다. 나와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근데, 문제는.

후우우웅-!

놈이 쥐고 있던 바위였다. 공격받은 순간, 그대로 놓아버렸는지, 정확하게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아, 시발.”

이걸 생각 못 했다. 다리를 움직여 피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공격에 집중하느라 모든 기력을 사용해버린 것이다.

고개를 들어 올렸다. 떨어지는 거대한 바위를 보고 있자니, 시간이 느려진 듯한 기분이었다.

“여신님 좀 도와줘요!”

지금 믿을 건 여신뿐이었다.

[여신 : 내가 왜.]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도 차가웠다. 도와줄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쁜 년!

이렇게 된 이상, 이때까지 꾹 참아왔던 말들을 해야겠다. 그래야지,  억울할 테니까.

“씨, 씨발년!  좆같은 년! 쓰레기 같은 년아아아! 번만 도와달라고!”

 말에도 불구하고, 채팅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아니, 진짜 이렇게 간다고? 진짜로? 리오테르랑 섹스도 못했는데?’

기적은 없었다.

‘진짜 운수더럽게 없는 날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는데.

“콰앙!!!”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가, 내 의식을 뚫고 들려왔다.

“어?”

고개를 내리자, 붉은 머리칼이 내 코끝을 간질였다. 매혹적인 향기. 갑옷 하나 입지 않은 말랑한 몸이 나를 안더니, 곧 나와 함께 저 멀리까지 날아갔다.

쿠웅-!

방금 전까지 서 있었던 자리에 바위가 떨어진다. 믿기지 않는 상황에 나는 내 몸을 움직려고 해보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꽈악-

그녀가  몸을 으스러질 듯 꽉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후우우―”

그녀는 잠시 숨을 몰아쉬더니, 곧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녀의 올곧은, 붉은 눈이 나를 내려다봤다.

“이건 너를 구하기 위함이었으니, 손을 대도 괜찮은 거겠지?”

리오테르는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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