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화 〉세계관 가장 병신 같은 대결 시작 (21/84)



〈 21화 〉세계관 가장 병신 같은 대결 시작


잠시 시간이 멈춘 듯, 우리는 가만히 서서 서로를 바라봤다.

딸랑딸랑-

하지만, 곧 리오테르의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황급히 문을 닫고는 뛰쳐나갔다.

‘와, 이걸여기서 도망친다고?’

예상치도 못한 반응이었으나, 일단 쫓아가야했다. 나는 급히 카운터를 벗어나 밖으로 달려갔다.

“누나!”

리오테르는 저 멀리 뛰어가고 있었다. 이름을 불러보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대체 왜?’

이유는 모른다. 그러니, 지금 잡아서 물어봐야겠다. 왠지, 지금 놓치면 정말로    같았기 때문이었다.

도망치는 리오테르를 쫓아 달렸다. 하지만, 신체적 차이 때문인지 거리는 좁히는  없이, 점점 벌어지기만 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놓칠 것이다.

‘미치겠네.’

힘 능력치 말고 민첩 능력치를 먼저 올렸어야 했나?

‘내가 조금만 더 빨리 달릴 수 있었으면!’

[주변에 있던 바람의 정령이 당신의 요청에 응합니다.]
[정령과 계약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후회하고 있을 때, 이상한 창이 떠올랐다. 이번엔 채팅이 아니었다.

‘바람의 정령이라고?’

뭔지는 몰라도, 빠르게 달리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계약! 계약할 게!”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과 함께 바람이 내 몸을 휘감았다.

‘근데,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

[여신 : 내가  도와드림.]

며칠째, 안 보이던 여신이 갑자기 채팅을 쳤다.

[여신님이 ‘기초 정령 지식’을 후원하였습니다!]

그 창과 함께 몇 가지 지식이 내 안에 들어왔다. 정말로 딱 기초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

바람을 발에 휘감는다고 생각하자, 몸이 가벼워진다. 속도가 빨라지자, 리오테르와 벌려졌던 거리도 조금씩 좁혀졌다.

“후우, 후우.”

정령도 마력을 사용하는 건지, 체력이 빠르게 떨어졌다. 그렇게 숨이 거의 턱밑까지 차올라, 다리에 힘이 풀릴 때쯤.

타악-!

나는 리오테르의 어깨를 잡아당길 수 있었다. 그녀의 몸이 나를 향했다. 그녀의 놀란 얼굴과 함께 우리 둘은 자세 그대로 넘어졌다.

쿵-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내렸다. 리오테르는 내 품 안에 살포시 안겨 있었다.

“이, 이거 놔라!”

그녀가 벗어나려고 하자, 나는 힘을 줘 꽉 안아버렸다. 여기서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시발, 토할  같아.’

지금 입을 열면, 리오테르의 얼굴에 그대로 토사물을 뿜을 것만 같았다. 그러면, 우리 관계는 그대로 끝이었다.

[여신님이 미션을 등록하였습니다.]
[리오테르 앞에서 토하기.]
[제한 시간 : 5분.]
[보상 : 민첩 능력치 ‘1’]

능력치 올려준다고 해도, 토할 생각은 아예 없었다. 나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적어도, 관심 있는 여자 앞에서 추한 꼴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여신 : ㄲㅂ]

내가 거친 숨을 내쉬며 가만히 안고 있자, 그녀의 팔이 조심스레  등을 안는  느껴졌다.

“등이 온통 땀으로 젖었구나. 나 때문에 미안하다.”

미안한  알면 됐다. 어느 정도 숨이 돌아오자, 나는 자세를 풀었다.

“아….”

리오테르는 아쉽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그녀의 손목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고는 묵묵히 여관을 향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미안하다는 건 진심이었는지, 뿌리칠 수 있음에도 그녀는 순순히 끌려왔다.

“화, 화난 것이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진짜 입 열면 토한다.’

오히려, 좀 진정 되니까. 구토감이 확 몰려왔다.

그걸 화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그녀가 이런저런 변명을 했다.

“네가 싫어서 도망친 건 아니었다. 단지, 너를 보면 내 자신에게 창피해져서. 그래서, 도망친 거였다.”

‘창피해?’

어째서? 뭐가?

‘아.’

생각해보니까, 이유를 알겠다.

그녀가 엘프의 여관을 찾은 이유는 잘생긴 남자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정작 방문하니까, 자신과 썸 타던 남자가 카운터에 있다? 그러면, 당연히 창피할 것이다.

‘심지어, 그게 대놓고 따먹어달라고 해도, 지켜주는 척하면서 섹스도 거절하던 남자라면, 더욱 그렇겠지.’

아마, 한국으로 치면 사창가 카운터에서 썸 타던 여자를 만난 기분이지 않을까?

‘그거랑은  다른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 그러니, 부디 나를 용서해줄 수 있겠나?”

혼자서 생각하느라, 앞에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다. 다시 묻기엔 토할  같으니,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고, 고맙다! 진짜 다시는 너에게 손대지 않겠다.”

“예?”

그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꾹 닫고 있던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치 그게 포문이 열린 것처럼.

“구웨에에에엑!”

[여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거리에서 대놓고 토를 쏟아버렸다.

“어어, 콰앙! 괜찮나!?”

[‘리오테르 앞에서 토하기.’ 미션을 성공하였습니다!]
[민첩 : 6]

‘아, 씨발.’

그녀가 내게 다가오더니, 내 등을 두드려줬다. 그에 감응하듯, 나는 정말로 오늘 먹었던  전부 쏟아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근황보다, 오늘 먹은 거 자랑부터 하네, 시발.’

진짜 되는 일이 없다. 여신이 웃는 소리가 내 귓가에서 맴도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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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죄송해요….”

진짜 쪽팔려서 얼굴을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괘, 괜찮다! 모험가 일을 하다 보면 토하는 건 자주 보게 되니까!”

“진짜요?”

“그래! 물론, 남자가 토하는 건 처음 보는 거지만 말이다.”

“진짜 그럴 줄 알았어요!”

진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그래서, 갑자기 이 여관에서일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모험가는 그만둔 것이냐?”

나를 배려하는 건지, 그녀가 자연스레 대화 주제를 넘겨주었다. 이미, 내게 들킨 시점에서 자연스럽진 않았지만.

“아, 그런 게 아니라. 여기는 제 지인이 하는 가게인데. 최근에 장사가 잘  된다고 해서, 도와주고 있었어요.”

“모험가 일은 언제 다시  생각이냐?”

“음, 원래는 일주일 정도 일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했는데.”

오늘만 해도 방이 절반 이상 찼다. 심지어, 대부분 장기 투숙.  정도 속도라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거 같다.

“아마, 하루나 이틀 정도만 더 일하고, 다시 시작할 거 같아요.”

“그래? 그러면, 그, 그때도… 나와 함께 파티를 맺어줄  있겠나?”

“당연하죠!”

그래도, 내가 싫어진 건 아니었는지, 먼저파티 제안을 했다.

“정말 고맙다. 이런 짓을 한 나를 용서해주다니… 진짜 다시는 너의 몸에 손을 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앞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저딴 결론이 나왔다는 거다.

‘못 들었다고 다시 묻기엔 이미 먼 길을 와버렸고…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

저쪽에서 손을 안 대겠다는 거지, 내가 손을 대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하지만, 누누이 말했다시피, 그건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왜!’

기껏 여자들이 매달리는 세상에 왔는데, 내가  매달려야 한단 말인가?

저번에 했던 각오를 더더욱 다져야 할 때다.

앞으로 함께 모험가 활동을 하다 보면, 리오테르와는 많은 일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일 중에는 분명히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런 일도 있을 것이다.

‘그때 전력으로 유혹한다.’

그리고, 나를 따먹지 않고는  배기게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이미 각오한 바다.

‘반드시 날 따먹게 해주마.’

세상의 그 어떤 방패도 찌를 생각이 없는 창, 그리고 세상의  어떤 창도 막을 생각이 없는 방패.

아무런 이득도, 뜻도, 의미도 전혀 없는, 은밀한 대결이 둘 사이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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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의 여관의 인기는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오픈  날에는 방이 절반 이상 찼으며, 두 번째 날에는 그 나머지도 모두 꽉 차버렸다.

게다가, 뭔가 소문이 났는지 굳이 투숙을 안 하더라도, 식사를 하고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렇게, 단 이틀 만에 실프의 여관 시절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호가하게 되자, 나는.

“그만둘게.”

일을 때려치기로 마음먹었다.

“대체 왜요!”

“그야, 내가 일하는 조건은 이 여관의 인기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리는 거였잖아. 근데, 지금 봐.”

방은 가득 찼고 시장에서   식재료가 전부 거덜 나, 손님들을 돌려보내야만 했다.

“이 정도면  수준까지 올랐다고 말할  있지 않겠어?”

“그건 그렇긴 한데… 대체 왜요. 지금 이렇게 계속 살다 보면, 1년 안에 몇백 골드는 우습게   있을 텐데….”

그건 그렇긴 했다.

“근데,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는 아니라서 말이야.”

내게 돈은 목표가 아닌 수단이었다. 많으면 편하지만, 없다고 해서 나쁠 건 없었다. 다만, 불편할 뿐.

‘물론,  불편함을 감수하기 싫어서, 이렇게 여관 운영에 도움을 주는 거지만.’

애초부터, 돈을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사는 게 목표였다면, 몸을 팔면 되는 일이었다.

그게 아니면, 루시에게 빌붙어 기둥서방으로 살 거나. 하지만, 내 목표는 돈이 아니었다.

“나는 모험가로서 대성하는 게 목표거든.”

정확히 말하면,  더 강해지고,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기껏 온 판타지 세계이니, 즐기지 않으면 손해이지 않은가?

“하지만, 주인님이 없으면 여관이….”

“걱정하지 마. 이미, 루시한테 부탁해서 직원이랑 요리사도 모두 구해놓았거든. 내일 출근하기로 했어.”

“그래도, 주인님이 빠지면 인기가 줄어들 거에요….”

그거야 당연했다. 어쨌든, 이 사람들은 나를 보려고 오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이미 장기 투숙을 한 이상,당분간은 수익에  차이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 장기투숙자들은 이후에도 계속 우리 여관에 머물 가능성이 높았다. 인간은 새로운 장소보다, 익숙한 장소를 선호하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음식을 제외하면, 우리 여관은 다른 여관들보다 모든 면에 있어서 우위에 있었다.

방도 넓고 서비스도 좋고, 가격도 저렴했다. 게다가, 리모델링 과정에서 대부분의 것들을 새롭게 바꿨기에, 신축과 다름이 없었다.

‘음식도 내일요리사가 오니, 해결 되겠지.’

모든  일사천리였다.

“그래도….”

나는 몸을 숙여, 레이나와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이나, 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겠어?”

“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렇게 자세히 보니, 역시그래도 귀여운 얼굴이었다.

레이나는 능력 있는 여자였다. 애초부터, 내가 이곳에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실프의 여관은 인기가 많은 여관이었으니까.

‘어찌 보면,  때문에 인생 잡친 거지, 뭐.’

그렇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긴 했다. 물론, 이제 와서 놓아 줄 생각은 없었지만.

“지,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세요?”

“그럼, 진심이지?”

그녀는 잠시 입을  다물더니 말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이때까지 잘해왔으면서, 뭘 그래.”

“주인님….”

“뭐, 카운터에서 자위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한데.”

“주인님!”

그녀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래, 우리 사이엔 훈훈한 분위기보다는 이런 분위기가 어울렸다.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어쨌든, 믿고 맡기는 거니까 잘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 여기에 머물면서 감시할 거니까. 일 소홀하게  생각하지 마. 알겠냐?”

“당연하죠! 저 레이나, 주인님을 위해서 이 여관을 꼭 부흥시켜보도록 하겠어요!”

“그래, 그래. 아주 믿음직스럽구나.”

“그, 그러니까….”

그녀가고개를 푹 숙이더니 말했다.

“나, 나중에 다시 섹스해주실 거죠?”

“허허.”

믿음직스럽다고 한  취소다. 이 섹스에 미친년.

‘진짜로 여관에서 몰래 자위를 하진 않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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