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으음.”
눈을 뜨자, 아침이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
[여신 : 데자뷰, 느껴본 적 있어?]
“흐엠….”
옆에서따뜻한 온기와 함께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졌다. 이불을 들추자, 델리카가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
같은 장면이라고 느꼈는데,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어제 섹스하고 잤었지….’
어제는 너무 흥분한 탓에 세 번 넘게 해버렸다. 나는 내 정력이 그렇게 강한지 처음 알았다.
침대에서 일어나, 컵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들이 마셨다.
“어우,피곤하네.”
온 몸이 뻐근했다. 오늘, 마차를 타고 리벨룸으로 돌아가야하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오늘 하루는 그냥 통째로 쉬어야겠네.’
아마, 도시에 도착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것이다.
바닥에 던져 둔 옷을 하나하나 입고는 밖으로 나왔다. 어제 있었던 잔치의여파인지, 마을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어, 벌써 깼네?”
그래도, 델리카의 언니. 마부는 일찍 일어나서 말을 돌보고 있었다.
“네. 저야 어제 술을 별로 안 마셨거든요.”
“술은별로 안 마셨지만. 다른 건 잔뜩 했잖아?”
그러면서, 그녀는 음흉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거 성추행 아니야?’
세세한 건 따지지 말자. 길드에선 더 한 것도 당했는데.
“들렸어요?”
“신음이 그렇게 크게 들리는데, 어떻게 못 듣겠어? 그것보다 기술이 엄청난가 봐? 난 그렇게 격렬한 신음은 처음 들어봤어.”
그녀는 대단했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하….”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얼굴은 순진한데, 이거 완전 인큐버스네, 인큐버스.”
서큐버스 대신 쓰는 건가 보다.
“피곤할 텐데, 델리카 깨워서 밥이나 먹자. 우리 동생, 처녀 깨준 보답으로 아침 식사 차려줄 게.”
“감사합니다.”
“나는 아침 준비하고 있을 테니까, 일단 가서 델리카 좀 깨워올래?”
“예압.”
안에 계속 누워 있을 때는 몰랐는데, 냄새가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어우.”
게다가, 방 내부가 아주 개판이었다.
‘그때 루시 때보다 심하네.’
바닥 곳곳에 애액과 정액이 떨어져 있었고, 침대 다리는 거의 부서져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 침대보에는 피가 살짝 묻어 있었다.
‘역시, 처녀였구나.’
섹스는 처음이 아니었으나, 처녀와 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뿌듯하네.’
나는 창문을 활짝 연 다음에, 이불을 걷었다. 델리카는 여전히 행복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
‘많이 피곤한가 보네.’
그래도, 깨워야했다.
“델리카 씨. 델리카 씨!”
“왜에….”
다행히, 바로 일어나긴 했는데, 피곤한지 눈을 뜨질 못했다.
‘여동생 보는 거 같네.’
나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키스해주었다.
“응… 쪽, 쪼옥, 쪼옥, 쪼옥… 하아…♥”
입술과 입술이 맞닿고, 혀가 섞였다. 그녀는 눈을 떠, 몽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제 봤던, 그 눈빛이었다.
“델리카, 일어나야지?”
“네헤….”
이때까지 봐온 여자들과는 다르게, 진짜 약한 여자였다.
“소, 손 좀 잡아주세요… 몸에 힘이 안 들어가서….”
나는 손을 잡아, 그녀를 일으켜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델리카가 엉덩이를 보인 채 허리를 숙여, 속옷을 주웠다. 그 커다란 엉덩이와 핑크빛 보지를 보고 있으니, 다시 발기할 것만 같았다.
“흠흠.”
마음 같아선 다시 박고 싶었지만, 밥을 먹어야 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
“잠시만, 일로 와봐.”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그녀가 내게 다가왔다. 나는 델리카를 안은 다음, 양 손으로 엉덩이를 꽉 쥐었다.
“흐읏!”
쫀득쫀득하면서 탱글탱글한 게, 온종일 만져도 질리지 않을 거 같았다.
“그, 그만… 하응….”
만진 지 얼마나 됐다고, 애액이 흘러나왔다. 검지로 묻혀,눈앞에 보여주자,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빠, 빨리 가요….”
장난은 거기까지 치고, 옷 입는 걸 도와주었다. 밖으로 나와, 델리카의 언니 집으로 근처로 가니, 맛있는 냄새가 났다.
“어, 왔어? 둘 다 빨리 와서 앉아, 밥 거의 다 했어.”
나는 식탁에 앉았다.
“의외로 요리를 하실 줄 아시네요.”
생각해보면, 여긴 남녀가 바뀐 세상이었다. 저쪽 세계로 치면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하지. 요즘, 남자들한테 인기 얻으려면 요리는 필수라고. 요섹녀 몰라? 요섹녀?”
“요섹녀?”
“요리할 때, 섹스하고 싶은 여자.”
“언니!”
델리카가 빼액 소리를 질렀다.
“농담이야, 농담. 뭐, 마을 사는 여자들 중에 요리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드물어. 마을 남자들 중에는 요리조차 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거든.”
“여자들은 그걸 다 들어줘요?”
“뭐, 어쩌겠어. 여자는 많고, 남자는 적은데.”
그녀는 곧 완성 된 음식을 그릇에 담아, 내 앞에 내려놓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델리카는 완전 계탄 거지.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만나서 했으니까.”
델리카는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자, 먹자.”
메뉴는 빵과 스프밖에 없었다. 이 시대에는 이게 당연한 거겠지.
‘아니지, 나 자취할 때 생각해보면, 이 정도면 진수성찬이지.’
그땐 쉰 김치에 차가운 밥만 먹었는데. 지금은 따뜻한 빵과 스프였다.
스프는 맛있었다. 따뜻한 게, 속에 스며는 듯한 느낌. 빵은 약간 딱딱했는데, 스프에 찍어 먹으면 물러져 먹을 만했다.
“오늘 돌아가지?”
그녀의 말에 델리카가 멈칫 먹던 걸 중단하고 나를 바라봤다.
“네. 그렇죠. 고블린 소굴도 소탕했고. 문제도 전부 해결했으니까, 도시로 돌아가서 보고해야겠죠.”
“그렇겠지.”
“마을에는 안 남으시는 거죠…?”
델리카는 내가 마을에 남아주길 바라는거 같았다. 하긴, 나같아도 정을 나눈 여자가 도시로 떠난다고 하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응. 난 모험가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난 아직 이 세상을 더 돌아다니며,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섹스나 여자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녀는 스프를 숟가락으로 휘저었다. 어떤 마음인지, 그 동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어색한 식사가 이어졌고, 델리카는 다 먹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이거 괜히 불러놓고 불편하게 만든 게 아닌가 걱정되네.”
델리카의 언니 되려 내게 사과했다.
“아니에요. 제가 잘못한 거죠.”
“네가 잘못한 거긴. 쟤가 이 마을 안에서만 살아서,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몰라서 그래. 남자에게 여자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모험가로서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내 동생은 아직 잘 몰라.”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걸 나 때문에 알게 돼 버렸구나.
[여신 : 쓰레기 쉑,,]
“저는 자연인이라서 이 세상 남자들이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몰라요.”
“정말?”
“네. 확실한 건, 델리카는 제게 그저 스쳐가는 연인이 아닌,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거에요.”
죄책감을 덜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정말이었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처음으로 먼저 다가간 여인이었고, 처음으로 주도한 여자였다.
그것에 의미가 없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델리카 씨한테는 정말 고마웠고, 미안하다고 전해주시겠어요?”
내 말에 뭔가 낌새를 눈치 챘는지, 그녀가 말했다.
“떠나게?”
“네.”
“벌써? 아직 아침인데? 장로님 제외하면 아직 사람들 깨 있지도 않아.”
“장로님 깨 있으면 완료 보고서 받을 수 있고, 누님 깨 있으면 마차 타고 갈 수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죠, 뭐.”
“네 생각이 그렇다면, 뭐. 알겠어. 안 그래도, 이틀 연속으로 잔치를 벌려서, 음식이랑 술이 부족했거든. 너 보고하고 오는 동안, 내가 마차 준비해 놓을 게.”
“옙.”
어제 방문 했던 장로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미리 준비해두었다는 듯, 보고서를 내밀었다.
“수고했네. 그리고, 무리한 일을 시킨 것에 대해 정말 미안하네.”
그녀는 내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닙니다. 저도 좋은 경험이었으니까요.”
“자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마을은 고블린에 의해서 사라졌겠지. 설마, 고블린 킹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건 맞았다.
고블린 킹은 고블린들을 이끌며 인간을 공격하는 놈이니까. 여신이 알려 준 정보였다.
그녀는 품을 뒤지더니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약소하지만, 마을사람들끼리 돈을 모은 것일세. 아마, 길드에 보고 했던 의뢰금보다 더 많을 거야.”
“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아니. 자네가 한일은 그만큼큰 일이야. 우리 마을 전체를 구했으니까. 그러니,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네.”
나는 어쩔 수 없이 주머니를 받았다.
“처음엔 믿지 못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자네가 온 건 우리 마을에게 무척이나 큰 행운이었어. 정말 고맙네.”
그 말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야말로 이 말에 온 건 행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이었다. 이리저리 깨달은 게 많은 여행이었으니까.
장로의 집을 나와, 다시 마굿간으로 갔다. 마부는 이미 마차와 함께 말을 준비해놓은 상태였다. 델리카는 보이지 않았다.
“인사하고 왔어?”
나는 보고서와주머니를 흔들어 보여줬다.
“오. 주머니에 돈 있는 거지?”
“네.”
“나한테 감사해. 내가 거기에 돈 많이 넣었거든.”
“감사합니다~”
“그래그래. 그러면, 빨리 타. 도시로 가려면 한참 걸리니까.”
“아.”
또 지옥 같은 마차 여행의 시작이었다.
‘진짜 이 짓은 다시는 하기 싫었는데….’
나는 한숨을 쉬며 마차 안에 올라탔다.
“그럼, 간다. 이랴!”
그녀가 줄을 흔들자,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작 며칠이었지만, 벌써 정이 들어버린 마을. 마차는 천천히 그곳을 빠져 나갔다.
‘이런 감상에 젖을 줄은 몰랐네.’
그렇게, 마차 뒷좌석에 앉아, 멀어져가는 마을을 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한 인영이 마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음?”
마차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려고 할 때였는데, 그 인영은 멀어지기는커녕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델리카?”
그녀는 마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미친.’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마차를 따라잡을 정도일 줄은 몰랐다.
“콰앙 님!”
그녀는 마차 뒤편까지 다가왔다. 델리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저, 지금은 못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숨이 찼는지, 그녀는 계속 헐떡이며 말했다.
“제 자신이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을 때! 그때, 제가 리벨룸으로 갈게요! 그러니까!”
델리카는 숨을 후 내쉬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다시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결의에 가득 찬 푸른빛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전과 같은 망설임이 없었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와?”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걸 끝으로 델리카는 천천히 속도를 늦췄다. 그녀의 모습이 점점 작아져 간다.
당분간 델리카를 못 본다는 게 아쉬웠다. 하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믿으니, 슬프진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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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근데 생각해보니까. 진짜 너무하시네요.”
“왜?”
마부는 뻔뻔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자기 동생이 저렇게 달려와서 말하는데, 마차 속도 좀 늦춰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왜.”
역시, 이 여자도 정상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