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화 〉혼자서도 잘해요! (10/84)



〈 10화 〉혼자서도 잘해요!

“으아, 머리 아파.”

잠에서 깨어나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어제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마신 건지. 너무 기분을 낸 거 같다.

서랍에 위에 올려져 있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니 조금 나았다.

“여기가….”

주변을 둘러보니,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마, 실프의 여관이겠지. 루시 때는 그래도 중간에 깼는데, 이번엔 진짜 제대로 취했는지, 깨지도 않았다.

침대에 다시 누워, 어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술을마셨고, 그러고 쓰러졌어.’

취한 탓인지, 병신 같은 소리를 한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인데.’

과연, 리오테르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을까?

‘그렇게, 도발을 했는데, 아무런 짓도  했을 리가 없는데.’

 세계에 온지 얼마 안 됐지만, 여자들의 특징에 대해선어느 정도 파악했다.

사람마다 다르긴 했으나, 대다수의 여자들이 성욕이 강하다는 것과 남자에 대한 욕구가 굉장하다는 거다.

“그런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딱히 정사의 흔적이 안 보였다. 방 안은 깔끔했고, 냄새도 전혀  났다.

창문이 열려 있긴 했으나, 그걸로 의심하기는 애매했다. 방 안도 완전히 새로 닦은 것처럼 깨끗했다.

“흐음, 정말로 아무 짓도 안 한 건가?”

그럴 수가 있나 싶지만, 몸에도 딱히 흔적이 없었다. 옷이 벗겨져 있긴 했는데, 나는 원래 잘 때, 팬티를 제외하면 전부 벗고 잤으니, 증거라고는 못했다.

“여신님.”

[여신 : 왜.]

“어제 저 쓰러지고나서도 계속 방송 보고 계셨죠.”

[여신 : 엉.]

“그럼, 어제  쓰러지고나서 무슨  있었는지 알려주실 수 있어요?”

[여신 : 어제?]

“네.”

[여신 :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면…]

“네.”

[여신 : 네~ 알려드렸습니다~]

“미친련….”

그래, 저년이 알려줄 리가 없었다, 나 놀리는  유일한 낙인 년인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딱히 섹스를 한 흔적은 없었다.

“허허.”

진짜로 아무 짓도 안 했다고? 고자, 아니 석녀인가?

‘기분이 묘하네.’

뭔가 되게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자존심이 상했다.

‘딱 봐도 나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착각은 아니었다. 반응 자체가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애가 술에 취해서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아무 짓도 안 한다?

‘이게 진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실화냐?’

일이 이렇게 되니, 오기가 생겼다. 내가 먼저 리오테르에게 고백을 한다거나, 섹스를 하자고 하면, 그녀는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남녀 관계에 있어서, 남자가 더 우위에 있는 세상인데, 내가 왜.’

그래, 내가 왜.

리오테르가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간에, 그녀가 먼저 안달나게 만들어야겠다.

‘나를 반드시 따먹게 만들어주마.’

이상한 다짐을 하게 된 민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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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걱찌걱-

“또 오세요오호♥”

여관 주인에게 서비스를 해주고는 밖으로 나왔다.

“저러다가 손님이 보면 어쩌려고 저러는지.”

[여신 : 성욕에 지배된 사람한테는 아무 것도 안 보이는 법이잖아.]

그렇긴 했다.

‘그것보다 리오테르는 어디 걸까.’

1층에서 식사라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예 안 보였다. 혹시, 집이 따로 있는 걸까?

‘여관에 없으면, 길드에 있으려나.’

대로를 타고 쭉 내려가, 길드를 방문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리오테르는 보이지 않았다.

“흠.”

어떻게 할까. 그녀가 오기를 기다릴까, 아니면 혼자서라도 의뢰를 해볼까.

[여신님이 미션을 등록하였습니다.]
[혼자서 의뢰 하나 완료하기.]
[제한 시간 : 2일]
[보상 : ‘특성 하나 획득’]
[수락/거절]

“오옹?”

미션 보상이 특성이라니? 나한테 특성은 ‘침착함’  하나뿐이었지만, 이게 효과가 대단했다.

‘침착함이랑 비슷한, 아니 조금 떨어지는 특성만 얻어도….’

개이득이었다.

“아, 당근 빳다죠 쉬바!”

바로, 미션을 수락했다.

‘그러면, 어떤 의뢰를 받아야 하나.’

아이언 게시판으로 가, 의뢰를 이리저리 봤다. 퀘스트에서 봤던 것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고블린 소굴 소탕.]

하나하나 보던 중,  봐도 아이언급이 아닌 의뢰가 보였다.

“뭐지.”

일단, 흥미로워 보이니, 의뢰서를 떼서 접수원에게 갔다.

“아, 콰앙민슥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젠 이름이 완전히 정해졌나 보다.

“의뢰를 받으려고.”

“의뢰서 보여주시겠어요?”

내밀자, 접수원이 얼굴을 찌푸렸다.

“민슥 님. 이걸 받으실 생각이십니까?”

“네. 왜요? 무슨 문제 있나요?”

“그게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이언급 의뢰가 아닙니다. 고블린 소굴은 일반적으로 브론즈급 의뢰거든요. 규모에 따라서는 안전을 위해 실버급 모험가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러면  받는 건가요?”

“길드는 모험가 분들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다만, 브론즈급 의뢰가 아이언 게시판에 있다는 건, 브론즈 수준의 보상을 주지 못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뢰도 길드가 검수를 해서 게시판에 붙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등급 높은 의뢰니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겁니다. 일이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고요.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아이언급 보상이니….”

“이리저리 손해밖에 없다. 그거군요.”

“그렇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확 하기가 싫어졌다.

‘뭔가 사연이 있으니, 아이언급에 있는 거겠지만.’

모험가가 그런 거까지 고려해 줄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신님이 연계 미션을등록하였습니다.]
[고블린 소탕 의뢰 받기.]
[제한 시간 : 30초.]
[보상 : 체력 능력치 +1 ]
[수락/거절]

거절하려는데, 여신이 또다시 미션을 등록했다.

‘뭐지?’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말해주길 바라며 채팅이 뜨길 기다렸으나 여신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받아야겠다.

[체력 : 6]

체력이 올라가자, 몸이 조금은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의뢰서를 가져가려는 걸 막았다.

“이거 그냥 받을게요.”

“네?”

“뭔가 사연이 있는 거겠죠. 어쩌면, 우리는 생각조차 못한 깊은 사연이요. 저는 그걸 차마 못 본  할 수가 없네요.”

[여신 : 는, 그냥 특성 하나 얻으려고 이러는 거죠?]

채팅도 안 치던 년이 갑자기 시비를 걸었다.

“그런 게 없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경우에는 사연보다는그냥 돈을 아끼려고, 날로 먹으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래도,  사람이 이걸로 조금이라도 걱정을   있다면, 그걸로 오케이입니다.”

“오케이…요?”

“그걸로 괜찮다는 뜻입니다.”

“특이한 말을 쓰시네요. 민석님이 그러시다면… 알겠습니다.”

“이야, 멋있다!”

“완잔 여자다잉?”

“미친 반할 거 같아. 완전 백마 탄 왕자님이네.”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니 낯간지러웠다.

“하지만, 의뢰가 의뢰인 만큼, 조심히 해주십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의 안위부터 생각하시고요.”

“예압.”

“아, 가시기 전에 이거라도 가져가 주세요.”

근육질 남자가 화살 서른 발을 내밀었다.

“이것도 부족하실 수 있지만, 제가 드리는 작은 도움입니다.”

“감사합니다.”

가는 길에 화살을 더 사야 했는데, 이거라면 대충 해결은 됐다.

“그러면,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넵.”

“어이, 힘내라고!”

“무사히 돌아오면, 술이라도 한  살 테니까!”

여자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밖으로 나왔다.

[여신 : 죄책감은  드니?]

“제가 죄책감이 들 이유가 뭐가 있어요.”

[여신 : 철저히 자기 이득을 위해서 한 행동인데, 선행으로 여겨지고 있잖아.]

“위선은 선이 아닙니까? 순수한 선의로 했든,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했든, 일만 해결되면 모두가 행복한 거잖아요.”

[여신 : 그건 그렇지.]

“그걸 보고 어찌 위선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도움을 준 행위 그것만으로 이미 ‘선’이지.”

[여신 : 재밌는 관점이네. 확실히, 이 대륙 사람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생각이야.]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뭐,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내가 뭐, 철학가도 아니고. 그냥 개인으로서의 생각이었다.

“보자보자, 어디보자.”

의뢰서를 보니, 여기서 3시간 정도는 마차를 타고 가야지, 의뢰 장소가 있다고 했다.

‘아마, 하루, 이틀 정도는 묶고와야 할 거 같은데.’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럴싸한 갑옷이 진짜 무조건 있어야 할 거 같다.

“여신님, 갑옷 상점 추천 좀요.”

[여신 : ‘내가 왜.’]

“따지고 보면 여신님 때문에 받은거잖아요. 이때까지 무한으로 즐겨놓고, 이제 와서 내빼기에요?”

[여신 : 흠, 듣고 보니 맞는 말이네.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어.]

“그러면 추천 좀요.”

[여신 : ‘내가 왜.’]

“이거 완전 얼빠진 년 아니야!”

[여신 :농담이고, 추천해줄 게.]

채팅과 함께, 앞에  안내가 떠올랐다.

“진작  알려주지.”

투덜거리며 길을 따라갔다. 갑옷 가게는 상업 지구에 있었는데, 길거리에 있는 게 아니라, 뒷골목에 자리 해 있었다.

“진짜로 여길 추천한다고요?”

[여신 : 지금 여신이 추천하는 가게를 무시하는 거야?]

“예.”

외견만 보면 거의 다 망해서 무너져가는 가게였다.

‘그래도, 여신인데 엿 먹이려고 그런 건 아니겠지.’

무너질까 봐,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까앙-! 까앙-!

귀를 찢을 듯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몸을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귀가 긴 여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망치를 내리치고 있었다.

“저기요?”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저기요!!!”

크게 말하자, 그제야 여자가 뒤를 돌아봤다.

날카로운 눈매에 푸른빛의 눈동자. 새하얀 피부가 땀에 의해 번들거렸다. 볼에 재가 묻어 있었는데도 외모가 빛났다.

내부가 더워서그런지, 여자의 옷이 땀에 푹 젖어 있어, 가슴이 거의 다 비춰 보였다. 하의도 무슨 어찌나 짧은지, 보는 내가 다 부끄러워질 정도.

“뭐야?”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방해한 게 짜증이 난다는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목소리도 약간 차가운 게, 뭔가 굉장히 고양이 같은 느낌이었다.

‘리오테르랑은 또 다른 느낌이네.’

이런 사람이 대장장이를 하고 있다니.

“갑옷 사려고 왔는데요.”

“갑옷?”

“예.”

그녀가 급히 망치를 내려놓더니 가ᄁᆞ이 다가왔다.

“지, 진짜?”

“예.”

“거짓말 아니지?”

“예.”

“우와아, 손님이라니. 내 공방에도 드디어 손님이 찾아오다니! 이럴 수가! 이래서,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세계수님 고마워요!”

아까 전의 까칠한 여인은 어디 가고, 방방뛰는 미친년 하나만 남아 있었다.

‘이쪽도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거 같은데.’

리오테르를 제외하면 딱히 정상적인 여자가 없는  같다.

[여신 : 걔도 정상은 아닐 텐데…]

“예?”

[여신 :네~]

“갑옷을 사러 왔다고?”

물으려고 할 때,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네.”

“그런 거라면 아주 잘 찾아 왔어. 내가 진짜 갑옷 하나는 진짜 기가 막히게 만들거든.”

“예예.”

“못 믿겠으면 일로 와서 봐봐. 이건  자신작인데, 무려 미스릴을….”

“미스릴이요?”

전설의 광석, 미스릴?

“생각하면서 만든 갑옷이야.”

“그러면, 그냥 일반 갑옷 아니에요?”

“아니지. 미스릴식 제련법 몰라?”

“미스릴식 제련법이요?”

“정말 극히 일부만 아는 제련법인데,일반적인 철도 미스릴을 다루듯이 제련하면, 그게 미스릴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된데.”

“그래서, 실제로 미스릴처럼 단단해요?”

“아니. 그럴리가 없잖아.  병신이니?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시발, 그러면. 대체 저한테 그 말을 한 이유가 뭐예요.”

“그냥 한 번 해본 말이지. 난 이렇게 인간들 놀릴 때가 제일 재밌더라.”

‘미친 년.’

아무래도, 공방을 잘못 찾아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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