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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152화 (152/154)

152화 종막 (2)

그녀가 아리스를 버리게 된 이유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그녀를 용서할 수 없게 된다.

타타라의 말처럼 범인에 불과한 자신이, 신격에 오른 존재의 사고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을 리 없다.

대신에 그녀의 몸에 고스란히 분노를 풀어낸다.

원망과 증오는 갈 곳을 잃고 브랜디에 담겨지는 주정처럼 갈색빛깔로 탁하게 흔들린다.

거듭, 거듭 그녀를 범했다.

죽어가는 새의 애처로운 날갯짓처럼 꿈틀거리는 아슌푸틀의 몸을 체중과 힘을 이용해 찍어 누르고, 떠올릴 수 있는 최고의 천박한 말로 그녀를 조롱하며.

이 정도의 화풀이를 하면, 돌이켜 생각해보았을 때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함부로 대한다면, 그 죄책감 때문이라도 더 이상 그녀를 책망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라는 희미한 소망을 담아서.

“하아….하아…”

숨을 몰아쉬며 늘어진 아슌푸틀의 두 구멍은 평상시의 배는 될 정도로 퉁퉁 불어있다.

아무리 충분한 윤활이 있었더라도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된 피부와 피부의 마찰에 의해 부어오른 것이다.

희끄무레한 분홍빛에서 새빨간 적색으로 충혈된 그녀의 두 구멍에서는 휘진의 정액이 흘러나왔다.

고운 속눈썹의 뿌리 끝까지 눈물로 젖어있고 쾌락과 죄악감 사이에서 떠돌던 눈동자는 빛을 잃은 채 허공을 맴돈다.

고아했던 그녀의 얼굴도 지금은 정액 투성이이다.

아슌푸틀은 순종적이었다.

그 어떤 변태적인 요구와 모욕에도 조그만 반발하나 없이 수긍했다.

“뭐해, 입으로 청소해.”

축 늘어진 아슌푸틀의 머리카락을 끌어당겨 그녀의 얼굴을 정액이 덕지덕지 달라 붙어있는 자지로 이끈다.

그녀는 힘겹게 혀를 내밀어 천천히 그의 물건을 청소해나갔다.

몇 차례고 맛보았던 비릿한 남성의 체액과 자신에게서 나온 애액의 짠맛이 기묘한 악취가 되어 코를 괴롭힌다.

타타라에게 리필 받은 정력제를 몇 번씩이나 먹으며 도합 10번이 넘는 사정을 한 휘진.

해질녘에 시작된 섹스는 2시가 넘은 지금까지도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기에 그의 몸은 땀범벅이었다.

입 안에 잔뜩 모은 정액 찌꺼기들을 꿀꺽 삼키고 아슌푸틀이 물었다.

“…더 하고 싶은 게 있는가?”

연인사이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횡포에도 오로지 이쪽의 의견만을 물어오는 아슌푸틀의 모습을 볼 때마다 휘진은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았다.

“여기 쭈그려 앉아.”

강아지가 앉는 것처럼 쭈그려 앉은 아슌푸틀의 비소 아래 휘진은 술이 반쯤 차있는 온 더 락 잔을 받쳐다.

“내가 안에 싸줬던 정액 다 여기에 빼내는 거야.”

“하앙…”

잠시 떨리는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던 아슌푸틀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보지에 힘을 주었다.

천천히 흘러내리는 점도 높은 정액들이 감색의 술 위에 떨어져 둥둥 떠다닌다.

마치 알을 낳는 것처럼 정액을 낳고 있는 그녀의 아랫배를 꾹꾹 누르는 휘진.

힘을 주느라 이를 앙다문 아슌푸틀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드는 것을 보며 휘진은 저열한 쾌감을 느꼈다.

어느새 잔의 나머지 절반을 거의 다 채워버린 정액은 휘진이 보기에도 이 정도로 쌌던가? 싶은 양이다.

그걸 아슌푸틀의 눈앞에서 흔들거리자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잘근거렸다

“마셔.”

“이걸… 말인가?”

“왜 못하겠어?”

“아니..아닐세.. 화내지 말게..”

휘진의 엄포에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아슌푸틀.

아무리 그가 좋다지만 정액 자체가 맛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도리어 맛 자체만 놓고 보자면 입에 머금고 있기도 역겨운 수준.

그런 것들을 잔뜩 술에 섞어 놓고 마시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술 위와 중간에 덩어리져 둥둥 떠다니는 그로테스크한 관경에 아슌푸틀은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한 번에 마시지 많고 입에 머금고 천천히 맛을 음미해. 앞으로 네 구멍은 모두 내 정액받이니까 미리 길들여 놔야지. 그렇지?”

“응… 그렇다네.”

입을 복어처럼 부풀며 첫 모금을 머금은 아슌푸틀의 미간이 찡그려진다.

원체 술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그 사이로 정액의 향이 묻어나오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쓴 것이다.

마치 천상의 미주를 마시듯이 그의 요구대로 천천히 입에서 그것을 굴리던 아슌푸틀은 목울대를 울리며 그것을 삼켰다.

“맛있어?”

“정말… 맛있네..”

역한 향을 간신히 억누르며 대답하는 아슌푸틀에게도 휘진은 용서가 없었다.

“그럼 웃어야지. 표정이 왜 그래?”

그의 손가락이 거칠게 아슌푸틀의 입으로 파고들어 한 쪽을 강제로 올렸다.

억지로 미소 띤 얼굴을 하게 된 아슌푸틀.

“저..저말…마싯네…”

“자기 보지에 들어갔던 정액을 잘도 먹네.”

상처를 받기라도 한 것일까?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신히 미소를 띠우며 말하던 그녀는 두 번째, 세 번째 연거푸 술을 머금었다.

술기운과 암컷의 본능을 자극하는 독한 향기에 머리가 어질어질하게 되어버린 그녀에게 휘진이 재촉했다.

“잘 먹었으면 감사 인사해야지.”

“그대의 정액을… 술과 함께 마실 수 있게 해서…고맙네.”

“엎드려.”

두 사람의 체액으로 눅눅해진 침대 시트 위에 아슌푸틀은 다리를 쭉 편 채 엎드려 누웠다.

휘진은 마치 교미하는 원숭이처럼 그 위에 올라탔다.

충혈 되어 체감 두 배는 좁게 느껴지는 그녀의 비소를 강제로 갈라놓으며 삽입한다.

채 빼내지 못해 차있던 정액이 밀려나오는 뭉글뭉글한 감촉, 잔뜩 휘핑을 해 놓았기 때문에 방울이진 누리끼리한 정액들이 꿀렁거리며 거품 소리를 내었다.

“하읏…”

그녀의 신체는 여태껏 없을 정도로 달아 올라있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발정이 온전히 그의 사랑과 분위기에 의한 것이었더라면 지금은 오로지 육체적인 자극 하나로지만 말이다.

허리짓을 함과 동시에 어항 속에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리는 아슌푸틀의 애널에서도 새하얀 정액이 조금씩 밀려나온다.

아직까지도 안에서 섞여 있는 짙은 알코올의 내음.

그는 그녀의 둥그스름한 엉덩이를 잡고 자궁 끝까지 뚫어버릴 기세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햑…!!!”

야생마처럼 거친 움직임은, 민감해진 내부로 받아내기에는 자극이 너무 컸다.

신음을 삼키려 앙 다문 이 사이로 해괴한 소리가 새어나온다.

“앞으로 평생 너는 내 좆물 받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벗으라면 벗고, 벌리라면 벌린 채로 나한테 박혀 알겠지?”

“알겠네… 이 몸은.. 오롯이 그대의 것.. 하앙…♡”

그의 다른 어떤 모욕적인 말보다.

‘평생’이라는 한 단어만이 기쁘게 마음속에 울린다.

이렇게 미워하고 애달파 하면서도 끝내는 자신의 옆에 남아주겠다는 약조 같았기 때문에.

-찰싹

“좆물받이가 주인님이 박아주시면 계속 감사를 표해야지. 뭐해.”

“히익…!!!”

탱글거리는 그녀의 엉덩이를 내리치자 아슌푸틀의 몸이 바짝 굳는다.

첫눈처럼 새하얀 살결 위로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손자국이 유독 선정적이다.

“아슌푸틀의… 헐렁거리는 보지.. 뚫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휘진의 손이 작렬한다.

“쓸모없는 후장도 뚫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그의 온정과 애정을 사기 위해 스스로를 매도하는 말을 하며 아슌푸틀은 머리가 둥실둥실 떠오르는 착각에 빠졌다.

수 시간째 강행된 섹스에 의해 몰아붙여지던 쾌감이 일제히 만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도.. 평생.. 두 구멍으로 봉사할게요…♡”

자극적인 그녀의 말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한 휘진은 껴안는 것만으로도 사그라질 것 같은 아슌푸틀의 몸을 힘차게 끌어안았다.

사랑도 무엇도 없었던 거친 섹스가 끝나고 아슌푸틀과 휘진은 서로를 껴안은 채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그간 축적한 정신적 피로는 제아무리 튼튼한 영체라 하더라도 감당하기 버거웠던 모양이다.

게다가 아직 인간 시절의 습관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아슌푸틀은 머리를 누이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새근새근 잠에 빠졌다.

잠에서 깬 휘진은 엉망이 된 방을 한번보고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악몽이라도 꾸는지 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걷어차는 아슌푸틀의 이마를 어루만져주고 다시 제대로 이불을 덮어준다.

간만에 휴식이 분명할 아슌푸틀을 굳이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휘진은 집무책상에 앉았다.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서류들과 책상에 묻어있는 잉크자국들.

그녀는 언제나 여기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쌓아놓았던 분노를 어느 정도 내려놓은 휘진은 측은한 마음에 슬쩍 그녀를 돌아보았다.

“응?”

책상의 가장 첫 단의 서랍이 열려있음을 발견한 휘진은 허리를 숙여 그것을 닫으려 했다.

덜컹거리며 닫히지 않는 서랍.

아무래도 무엇인가 안에서 걸려버린 모양이다.

휘진은 의자에서 내려와 쪼그려 앉아 서랍을 열었다.

펜촉과 꽉 찬 잉크 병, 도장, 중요한 서류 등등이 안에 빼곡하게 잘 정돈된 채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시선을 잡아끄는 검은 책표지의 책에 휘진은 손을 뻗었다.

책에 손이 맞닿는 순간 불길한 기운이 휘진에게 속삭인다.

이것은 확인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직시하는 즉시 파멸을 불러오는 것이다.

근거도 무엇도 없이 속삭이는 목소리에도 휘진은 책을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맨 첫 장을 펼쳤다.

[제국력 182년, 2월 11일]

[북해의 치안감 암살, 그는 도적무리와 유착해 뒷돈을 받으며 작은 마을이 약탈당하는 것을 묵과하고 있었다. 바티스텡에게 명령해 독살했다. 욕망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는 그것을 치러야 했다]

그것은 일기였다.

다만 그녀가 저질렀던 죄악만을 기록한 일기였다.

[제국력 185년, 5월 10일]

[3000여명에 다라는 미 교환 포로들을 죽였다. 타타라가 그들의 영혼과 마력을 하나로 응축했다. 필요한 일이다]

암살, 파괴공작, 뇌물, 인체실험, 학살.

온갖 더러운 일들이 거뭇한 잉크 안에서 새빨갛게 맴돌고 있다.

[제국력 186년, 8월 22일]

[아리스의 신체에 남아있던 잔존마력을 나의 마력으로 치환하는 것에 성공했다. 이로서 그녀는 그 누구보다 확실한 나의 좌표가 될 것이다]

아리스에 관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제국력 187년, 11월 12일]

[휘진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마력불능체(魔力不能體). 온전히 나의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아리스를 이겼다는 강함 역시 갖추고 있어 차후 대의를 위해 장기 말로 유용하다. 그의 마음을 사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휘진의 이야기도 있었다.

[제국력 187년, 12월 2일]

[펠릭스를 죽이고 그 신체를 바티스텡으로 하여금 빼앗게 했다. 그는 북해와 중앙의 균형을 맞추기엔 너무 무능한 인물이다. 새로워진 펠릭스는 본가인 트리니다드로 돌아가 내 수족으로서 충실할 것이다]

아슌푸틀은 정의의 용사 따위가 아니었다.

담담한 어조로 써내려간 그녀의 일기가 그것을 증명한다.

구역질을 삼키며 나머지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휘진은 모든 사건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리스가 포로로 잡혀가 죽을 경우를 대비해 휘진을 안전장치로 삼았다. 그의 몸은 성교를 통해 나의 마력과 ‘연’을 이어받았다. 이로서 두 개의 좌표가 준비되었다. 이 희생이 부디 값진 것이 되길]

쉬펜 아리스는 베아트레아 아슌푸틀이 죽였다.

확고한 의지와 계획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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