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종막 (1)
세기말의 하늘을 목탄화로 그린 듯하다.
우중충한 날씨 속에서, 아리스의 장례식은 충분한 예우를 갖춰 국장으로 치러졌다.
아리스의 생전 바람대로 그녀의 묘는 슈펜하우져의 동산에 안치되었다.
유언장과 기도의 낭독을 끝낸 사제는 조용히 눈을 감았고 텅 빈 아리스의 관은 묫자리에 들어갔다.
아리스를 아는 사람이 적어서인지 조문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휘진조차 조문객들의 얼굴을 전부 알 정도.
검은 드레스에 망사 면사가 씌워진 모자를 쓴 아슌푸틀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장례가 파하고 모두가 천천히 흩어질 때쯤 휘진은 우산을 들고 아슌푸틀에게 다가섰다.
“비오네.”
마찬가지로 눈이 새빨갛게 변한 휘진은 조심스럽게 우산을 펴 그녀에게 씌워주었다.
원망하는 마음도, 고뇌하는 마음도 있었던 휘진이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은 채 펑펑 울고 있는 아슌푸틀의 가련한 모습을 보니 감싸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생각이 든다.
“….”
멍하니 휘진을 올려다보던 아슌푸틀이 다시 한 번 눈물을 떨궜기 때문에 휘진은 말없이 한참 그녀의 옆에서 우산을 받쳐 주었다.
◈ ◈ ◈
“조금 진정 됐어?”
야트막한 동산 근처에 허름한 폐가.
아마도 산지기가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집의 처마 아래서 휘진과 아슌푸틀은 엉덩이를 걸치고 인부들이 흙을 덮기 시작한 아리스의 묘를 멀리서 내려 보았다.
“고맙네.”
가슴 속에 꿈틀거리는 죄악감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다.
휘진도 바보는 아니다.
일이 이정도로 진행되었으면 아슌푸틀의 개입이야 당연지사다. 그녀가 아리스의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한들, 간접적인 방관이 끝내 아리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 정도야 눈치 챘을 것이다.
아리스는 휘진에게도 친구였다.
“미안하네…”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가 과연 이해해 줄까?
너를 만난 것은 너의 육체를 이용하기 위함이었다라고, 자신의 손속에 의해 사실은 얼마든지 죽을 수 있는 상황에 그대가 놓여 졌었노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몸은 그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말 따위를.
그 가증스럽고 몰염치한 말을 그에게 전할 수 있을까.
“나야말로 미안해. 제일 힘들었을 건 아슌푸틀이었을 텐데.”
아리스를 왜 루블 왕국에 방치해두었는가?
이 궁극적인 질문을 휘진은 꾹 삼켰다.
그녀가 이것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해 올지는 몰랐지만, 그 대답이 어쩌면 그녀와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직관은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그녀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밉고 원망스러워도 일단은 사랑하기로 약속한 사이니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모르는 침묵 속에서 휘진은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아슌푸틀의 새처럼 가녀린 체구가 파르르 떨린다.
하지만 천천히 고개를 그에게 기대어갔다.
“아리스가 말했어. 너를 잘 부탁한데. 그래서 나도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꾸욱 목구멍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감각을 아슌푸틀은 간신히 삼켰다.
자신에게는 눈물을 흘릴 자격조차 없다.
만나면 어떤 말을 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휘진은 가슴 속에서 마구잡이로 뭉쳐가던 거뭇한 감정들이 헛도는 것을 느꼈다.
◈ ◈ ◈
함께 방에 들어선 아슌푸틀과 휘진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 마디의 말도 없이 열정적인 키스를 시작했다.
그녀의 면사를 벗기고 검은 드레스의 자락을 하나씩 찢어가며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입술을 탐한다.
하지만 옆에서 보면 그 행위는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것에 불과했다.
뜨거운 정열이라기엔 너무나도 차가운 분위기가 덧없이 감돈다.
아리스의 마지막 순간을 본 직후 이런 천박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아슌푸틀의 죄책감 역시.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는 고통스러운 흉터 이외에 몰두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하아…하아…”
거친 숨을 내뿜으며 키스하고, 서로를 밀치고, 당기고, 비척거리며 이동하는 두 사람에 의해 주변의 화병들, 찻장에 놓인 찻잔들이 깨져나간다.
검은 드레스에 감싸여있던 아슌푸틀은 그의 거친 손아귀에 의해 군데군데 속살을 드러낸 채 침대에 풀썩 던져진다.
슬픈 눈망울로 휘진을 올려보는 아슌푸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마치 억지로 당하는 사람의 표정 같다.
휘진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 강제로 다리를 벌려나갔다.
속절없이 벌어지는 다리 사이에 속옷을 그대로 쥐어뜯자 그녀의 고운 비소가 모습을 보인다.
아슌푸틀에 대한 원망은 섹스에 돌입하자 정체를 알 수 없는 폭력성이 되었다.
그녀를 마구잡이로 다루고 모욕하고 눈물 흘리게 하고 싶다.
그리고 아슌푸틀은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가 이런 식으로 숨겨진 분노를 들이 낸다면, 그것을 몸으로 받아 들여 조금이라도 풀어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자신의 죄책감도 어느 정도 덜 수 있으리라는 허무한 기대감이 머리를 감쌌다.
“더 벌려.”
상냥했던 그의 모습은 없었다.
언제나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던 부드러운 애무도 없었다.
술에 잔뜩 취한 취객이 창녀를 다루듯이 거침없는 태도로 그녀의 허벅지를 쥐어 벌린 휘진은 아랫도리를 내리고 억지로 그녀의 비소를 파고든다.
괴로운 듯 잔뜩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로 하체를 몰아 붙여오는 휘진의 얼굴을 아슌푸틀은 쓰다듬으려다 그만두었다.
그렇게나 키스를 퍼부었음에도 조금도 젖어있지 않은 아슌푸틀의 틈새는 물건을 넣는 것만으로 살결이 찢어질 것 같은 마찰감이 느껴졌다.
고통스러운지 본능적으로 버둥거리려는 그녀의 양팔을 눌러 고정한 휘진은 교접부의 틈새에 침을 뱉었다.
“아파?”
“아니, 무척이나… 기분 좋네…”
“그럼 다리 더 벌리고, 니 보지도 벌려봐.”
찡그린 얼굴로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아슌푸틀에게 휘진은 차갑게 명령했다.
가슴을 따끔거리게 하는 죄악감을 무시했다.
천천히 손을 뗀 아슌푸틀은 자신의 비소 양 옆을 활짝 벌려 그가 허리를 움직이기 쉽도록 해주었다.
“욱..!! 욱..!! 욱..!!!”
아무리 영체라 하더라도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민감한 점막, 그중에서도 예민하기 짝이 없는 질 내부를 번번한 윤활도 없는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은 큰 고통을 주었다.
고통어린 신음을 집어 삼키며 아슌푸틀은 눈을 질끈 감았다.
“기분 좋다면서, 얼굴 안 펴?”
“아…알겠네… 됐나…?”
그의 호통에 눈물이 찔끔 흐를 것 같은 심정이 된 아슌푸틀이었지만 당겨 만든 듯한 미소를 만들어보였다.
이것이 그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속죄이다.
저런 말을 하면서도 본인이 더 괴로워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다.
휘진 역시 괴로운 것이다.
“흐으윽…”
휘진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거칠어지기 시작하자 아슌푸틀의 여체도 천천히 반응하기 시작했다.
뻑뻑하게 자지의 기둥을 훑던 질내 점막에 도포되기 시작한 애액이 조금 더 삽입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거칠게 내부를 후벼 파는 그의 물건에 자신의 앞구멍을 벌리던 아슌푸틀의 손이 떨어졌다.
-찰싹!
“꺄아아…!!”
새된 소리와 함께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휘진의 손바닥이 클리토리스에 떨어진다.
여체의 가장 예민한 곳에 가해진 일격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게 된 아슌푸틀은 휘진을 다급히 올려보았다.
갑자기 강해진 그녀의 조임에 허리를 멈춘 휘진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다 말했다.
“누가 손 놓으래? 니가 박아달라고 다리 벌려서 박아주고 있는데 좀 도와줘야 할 것 아니야.”
“미…미안하네.. 지금 다시 벌리겠네.”
“앞으로 놓칠 때마다 벌이야.”
허둥지둥 자신의 비소를 활짝 벌린 아슌푸틀.
휘진은 그녀의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다시 움직임을 재개했다.
“엎드려.”
아무래도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자세에서는 함부로 대하는 게 쉽지 않다.
휘진은 그녀의 몸을 젖혀놓고 테이블 위에 술병을 찾아왔다.
자신의 보지를 스스로의 손으로 활짝 벌린 채 엎드린 개처럼 교미를 대기하고 있는 아슌푸틀.
파들파들 떠는 신체에도, 지금은 딱한 심정보다는 더 괴롭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다.
그 모습은 휘진의 가슴 속에 음습한 흑심을 채찍질한다.
“그..그건 뭔가?”
아무 말 없이 베개에 고개를 뉘인 채 그의 동작을 눈으로 쫓던 아슌푸틀은 그의 손에 들린 술병에 의아함을 표했다.
독하디 독한 양주를 절반 넘게 원샷 하는 휘진.
이것은 스스로에게 메여있는 족쇄를 술김으로 풀기 위함이었다.
그녀에게 갖게 될 최소한의 동정심조차 지금은 아까웠다.
“네 구멍이 워낙 안조여서 말이지. 이거라도 뒷구멍을 채워주면 좀 더 쓸 만한 보지가 될 것 같아서 말이야.”
스스로가 역겨울 정도로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휘진은 천천히 아슌푸틀에게 다가섰다.
하지만 술병을 손에 들고만 있을 뿐 한참이나 망설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아슌푸틀은 더듬더듬 말을 꺼냈다.
“너…넣어주게.”
“안 그래도 그럴 셈이었어.”
최후의 망설임이 없어지도록 돕는 아슌푸틀의 요구대로 술병의 좁은 입구 부분을 자세 탓에 뻐끔 벌어진 후장에 그대로 꽂아 넣었다.
곱게 선홍빛으로 펼쳐져있던 애널의 주름들이 술병을 따라 안으로 말려들어가는 장관이 투명한 병목 옆으로 엿보인다.
“쿠우우욱…!!!”
실온에 놓여있다지만 10도 정도 밖에 안 되는 차가운 술이 장내에 고스란히 퍼지는 감각.
어지간한 술에도 취하지 않는 아신의 신체조차 단숨에 따끈따끈하게 달아오른다.
“아슌푸틀은 술을 그렇게 좋아하다니 이제는 후장으로도 마시는구나?”
병의 절반을 채우고 있던 술이 꿀렁꿀렁 그녀의 뱃속으로 넘어가는 것을 보며 휘진은 다시 그녀의 보지에 자지를 처박았다.
“꺅….!!!”
“배에서 출렁거리는 게 느껴져서 좀 더 좋은데?”
병을 꽂은 상태로 자지를 밀어 넣자 아까보다 솔직한 몸이 된 아슌푸틀.
술김이 몸에 돌고 있는 것이리라.
움찔거리기 시작한 애널 탓에 꽂혀있던 술병이 꼬리처럼 위아래로 흔들린다.
투병한 술병을 통해 그녀의 음란하게 벌어진 구멍이 고스란히 보였다.
“더 조여 봐.”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뒷 머리채를 잡아 강제로 상체를 일으켰다.
앞 구멍을 벌리고 있어 손이 없는 아슌푸틀을 탐스러운 은발을 쥐어뜯는 손아귀 힘 하나 만으로 버텨야만했다.
“더..더 조이겠네… 머리는.. 흐익…♡”
그녀가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후장에 꽂힌 술병을 깊숙하게 눌러 넣는 휘진의 손.
차갑고 매끈거리는 병이 체온에 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두 구멍을 쑤셔주자마자 이렇게 좋아하다니. 남자한테 언제나 대주겠다고 약속하는 걸레년 답네.”
언젠가 그와 사랑을 나누며 했던 음란한 음어들이, 지금은 차가운 비난이 되어 마음에 박힌다.
그러나 아슌푸틀은 개의치 않았다.
이런 게 그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얼마든지 동조해줄 수 있다.
“그렇네… 나는 두 구멍을 동시에 쑤셔지면서 기뻐하는.. 앗…♡”
움찔거리는 휘진의 허리와 함께 아슌푸틀의 질 내에 하얀 정액이 퍼져나간다.
애액으로 푹 절여진 자궁구에 정액 줄기를 받아 내는 감각.
아슌푸틀은 자신의 처지도 잊은 채 한 차례의 절정을 맞이했다.
애널에 꽂아 두었던 술병이 우월한 조임에 의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군다.
휘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더니 그녀를 던지듯이 내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