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북해로 (9)
알몸으로 산책플레이.
무수히 많은 소설, 야동, 19금 만화 등에서 다뤄지는 변태적인 플레이.
파트너의 알몸이 고스란히 타인의 시야에 들어올 지도 모른다는 점과, 그런 부분을 두려워하면서도 흥분하는 히로인의 반응이 즐겁기 때문에 즐겨 찾던 태그 중 하나이다.
“후우…후우…”
지금 걷고 있는 곳은 연구동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정원.
슈펜하우져에서도 특히나 인적이 드문 곳이다. 때문에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보여 질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흥분감과 긴장감을 리리엘에게 주입하기 딱 적절한 곳이었다.
아까부터 귀를 쫑긋거리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리리엘은 조심스럽게 가슴과 국부를 손으로 가린 채 비틀비틀 걷고 있다.
토끼풀주는 꽤나 도수가 높은 모양인지 원래부터 알콜 쓰레기인 리리엘은 겨우 세 모금 정도로 고주망태가 되었다.
“…거기에 있는 거 맞죠?”
다리 사이를 가로지르는 목줄이 확실히 존재함에도 리리엘은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의 머릿속에서 어떤 취급과 조롱을 당할까?
평상시라면 곱게 의복으로 감싸 감춰야할 피부들을 늦여름의 산들바람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리리엘은 괜스레 몸을 바르르 떨었다.
“어, 걱정 말고 걸어.”
무심한 그의 목소리가 굉장히 멀게 느껴진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에게 찰싹 달라붙어 온기를 느끼고 싶을 정도로 불안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흥분하고 있다.
허벅지 사이를 적시다 못해 종아리까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애액.
그동안 사회적 관념 속에서 애써 억눌러야 했던 성벽이 눈을 뜨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모습 들키고 싶지 않다.’
‘근데 또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율배반적인 마음속의 두 울림이 끝없이 리리엘의 심장박동을 두들겼다.
“아무도 없네. 재미없게.”
오늘은 우선 여기까지로 해두자 싶었던 휘진은 리리엘에게 다가가 안대를 풀어주었다.
다음에는 연구동은 물론 성내를 활보하게 할 생각이지만 리리엘의 보지를 질척질척하게 풀어주는 산책은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았다.
“후우…후우…♡”
리리엘은 안대를 풀자마자 풀썩 휘진의 품에 안겨왔다.
그의 몸이 이토록 안정된다는 사실을 이전까지는 결코 알지 못했다.
리리엘은 토인족의 본능에 의해 정신없이 휘진에게 턱을 비벼왔다.
토끼 나름의 친애의 표시. 당신은 내꺼다 라는 의미이지만 휘진이 그 이유를 알 턱이 있나.
다만 눈물을 글썽거리며 안도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몇 번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을 뿐.
그리고 아직 그녀를 위해 준비된 플레이는 끝이 아니었다.
“알몸으로 산책을 하다니 리리엘 너도 갈 데까지 갔구나. 아무리 음란한 애완동물이지만 너무한 거 아니야? 이렇게 가랑이나 적시고 말이지.”
평소라면 당신이 시켜서 그런 거잖아요! 라며 역정을 내었을 리리엘이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발정기에 음약의 효과까지 섞여 진심으로 발동된 리리엘의 마조본능은 그의 매도에도 음욕으로 눈동자를 번들거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 거니까. 영역표시 해야지 저기 나무 옆에 쭈그려 앉아.”
“네…네에..♡”
리리엘은 마치 진짜 토끼라도 된 것처럼 엉금엉금 기어 나무 앞에 가랑이를 벌리고 앉았다.
중간 중간 팽팽하게 당겨졌다 늘어지는 목줄로부터 형용할 수 없는 진동이 클리로 전해져온다.
“자자, 리리엘 어린이 여기에 쏘시면 됩니다.”
허락을 구하는 강아지처럼 위를 올려다보는 리리엘.
휘진이 웃으며 말하자 리리엘의 다리 사이에서 투명한 액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거… 너무… 비참해요…♡”
귀족가의 여식이자 차기 당주인 자신이.
알몸으로 산책을 하고 종국에는 야생동물처럼 나무에 소변을 볼 것을 명령 당한다.
이제는 당연하다시피 찾아오는 쾌락과 해방감이 리리엘의 전신을 휘감는다.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시원하게 나무뿌리에 뿌려지는 리리엘의 소변.
“저렇게까지 변하게 하다니 당신도 대단하네.”
약 15분 정도 산책에 도움을 주었던 타타라는 얼굴을 붉히며 그녀의 음란한 모습을 바라보았다.
리리엘이 방뇨를 끝내자 타타라는 마법을 사용해 그녀의 몸을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잘했어. 너는 내 성처리 용 애완동물이니까. 싸라고 하면 싸고 새끼를 배라면 배는 거야 오케이?”
“네…흐잇♡”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리리엘의 퉁퉁 불어있는 앞구멍에 손가락을 지분거려주었다.
거의 폭포 흐르듯이 줄줄 흘러나오는 애액이 그녀의 몸이 얼마나 음란한 가에 대한 증거가 된다.
“타타라 너도 이제 와.”
“여기서 그대로 하는 거야?”
아무렇지 않게 옷을 벗어던지는 타타라.
몸을 가리는 마법을 넓게 확장시킨 것인지 그 동작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사실 슬슬 한 번 더 사정을 하고 싶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쾌감에 못 이겨 알몸 산책에 순종하던 리리엘을 보며 물건이 아플 정도로 부풀어 올라있었으니까.
명령에 따라 옆에 있던 벤치에 손을 얹고 상체를 숙인 리리엘의 동그란 엉덩이가 색정적이다.
“리리엘, 니 스승이랑 떡치는 동안 너는 거기서 자위라도 하고 있어.”
“네..!”
나이스 바디를 바짝 붙여오며 휘진의 물건을 주물럭거리던 타타라에게 휘진은 곧장 삽입을 개시했다.
타타라도 변태인지라 아무것도 하지 않은지 30분이 넘게 흘렀음에도 아직까지 안이 젖어있다.
겉은 약간 식어 있었지만 속을 휘저어줌과 동시에 뜨거운 탄식과 함께 기꺼이 그의 물건을 받아들인다.
“하앙…”
벤치에 한 손을 기댄 채 스승과 휘진의 열띤 성교를 바라보며 자위를 시작하는 리리엘.
뭐가 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흥분상태와 남들이 볼지 모르는 밖에서 자위를 하고 있다는 실감은 손쉽게 리리엘의 육체를 절정에 도달하도록 만들었다.
두 여성의 교성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마음껏 감상하며 휘진은 멋진 시간들을 보냈다.
◈ ◈ ◈
사흘이 지났다.
평소처럼 방탕한 생활을 보내는 휘진은 먹고 자고 섹스하기 만을 거듭하며 행복한 이세계의 생활을 향유했다.
리리엘, 타타라, 슈슈.
예전의 자신이었더라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을 아름다운 여성들과의 성생활은 이젠 당연하다시피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후우…”
방의 테라스에 앉아 와인과 담배를 피고 있는 휘진.
지금 방안의 침실에는 슈슈가 잠들어있다.
밤 시중을 끝내고 동생에게 돌아가는 것도 잊어버린 채 지쳐서 잠이 든 것이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평화롭다고 생각할 만한 이 일상 속에 텅비어버린 무엇인가를 휘진은 느끼고 있었다.
일상의 그림자, 그 가장자리에 뻥 뚫린 공동은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삼켜져버릴 것 같아서 평상시엔 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아리스의 부재와 아슌푸틀과의 관계.
사람의 공백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눈에 띠지 않았다.
한 사람이 사라진 것 정도로 세상은 변하지 않았고, 그의 평온한 일상 또한 큰 소음을 내지 않고 천천히 굴러간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이따금 무심코 아리스는 뭐하고 있으려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쯤엔 등골을 저미는 한기를 느끼며 짙은 구토감을 느끼고는 했다.
그녀는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으니까.
눈앞에서 그녀를 잃고 말았으니까.
슈펜하우져로 복귀한 이후 아슌푸틀은 단 한 번도 휘진을 방으로 들이지 않았다.
업무가 바빠서라기에는 본능적으로 그녀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그녀에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어떤 심정으로, 어떤 얼굴을 한 채 서로를 마주해야 할지 아직까지 모르는 것일 테지.
아슌푸틀이 아리스를 죽게 만든 것이다.
이런 생각이 갑자기 솟구칠 때는 휘진은 간신히 그 생각을 억누르고 다른 색으로 덮었다.
아리스는 내가 지키지 못한 것이다.
아슌푸틀이 너무나도 소중했기 때문에 그녀를 미워할 이유마저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떠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않아.’
‘남겨진 사람은 그들을 기리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거야.’
타타라의 충고를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인다면 책임에서 눈 돌리는 비겁자가 되어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비겁자이다.
그녀를 깊게 생각하는 것이 두려워 섹스와 술에 몰두하고 피곤해 곯아떨어지는 나날들을 보내왔다.
돌연 뒤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슈슈가 걸어 나왔다.
“주인님, 뭐하고 계신가요?”
잠에서 막 깨어난 슈슈는 파자마 차림으로 안락의자에 앉은 휘진의 한 팔에 매달렸다.
“울고 계세요?”
“아니야.”
글썽이는 눈물을 닦은 휘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슈슈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었다.
◈ ◈ ◈
“우욱…우웩…!!!”
그 시간 아슌푸틀은 욕조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몸은 아신의 영체, 따라서 완벽한 신체.
몸 안의 침투한 불순물을 순식간에 마력으로 변환시키는 작용을 하기에 무언가를 섭취하더라도 토하게 되는 경우는 절대 없다.
그럼에도 그녀가 위정자로서 받아들여야하는 세상의 탁한 오탁들은 아슌푸틀에게는 극심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괜찮아? 약이라도 지어줄까?”
“괜찮네…”
그녀의 옆에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타타라가 등을 두드려주며 있었다.
아무리 속세에 무관심한 타타라라도, 아슌푸틀에게는 지켜봐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위태로움이 있다.
“조금 쉬는 게 어때? 열흘 넘게 30분도 펜을 손에서 안 땠잖아.”
“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네.”
루블 왕국의 귀족들과의 이권다툼, 아직도 저항중인 군벌들과의 알력, 엘프들의 자립 보조 등등.
간단하게 나열만 해도 종이 한 장을 빼곡하게 채울 문제를 아슌푸틀은 전부 손수 처리했다.
그녀가 그리는 이상적인 세상을 위해서 적어도 첫 단추 정도는 스스로 끼워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자격? 설마 행복해질 자격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
침묵으로 시인하며 다시 테이블에 걸어가 깃펜을 쥐는 아슌푸틀.
타타라는 드물게 화난 표정으로 그녀의 펜을 빼앗았다.
“아직 드레아 곡창지대에 대한 토양침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네. 돌려주게.”
일하는 기계처럼 텅 비어버린 아슌푸틀의 두 눈.
타타라는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하는 그녀의 행동이 도피행각의 일종임을 알아차렸다.
“아리스가 희생하지 않았더라면 적어도 지금의 수십 배는 되는 군병들이 죽어 나갔을 거야. 그 뿐이겠어? 엘프들의 인구가 지금의 절반은 줄었겠지. 너와 아리스의 결단이 수많은 사람들을 살린 거라고.”
“소중한 사람을 죽이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구했네. 참으로 위대한 업적이지.”
빈정거리는 아슌푸틀을 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타타라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래서야 화낼 기분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
저렇게 풀이 죽어 있는 사람에게 화를 내봐야 무엇이 해결되겠는가.
“휘진은 안 만날 거야?”
“무슨 면목으로 그를 다시 봐야 할지 모르겠네.”
아슌푸틀이 한 것은 러시안 룰렛이었다.
아리스나 휘진 둘 중한사람은 반드시 죽었을 위험한 도박.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뒤로는 그의 목숨을 담보로 한 작전을 펼쳤다. 대체 어떻게 그의 얼굴을 볼 수 있겠는가?
“그럼 내가 가져도 돼?”
미적지근한 아슌푸틀의 반응에 도발적인 시선을 던진 타타라.
아슌푸틀의 고개가 훽 돌아갔다.
갑갑하게 닫혀있던 마음이 질투심이라는 촉매에 불똥을 튀긴다.
“농담이야. 그렇게 잃고 싶지 않다면 제대로 대화해줘. 휘진도 마음고생이 심하니까 말이야.”
“알겠네.”
아슌푸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타타라는 방을 걸어 나왔다.
진실을 말하는가, 말하지 않는가는 그녀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타타라는 거기까지 간섭할 생각은 없었다.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그녀 스스로 감당해야 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