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북해로 (8)
리리엘은 가볍게 세수를 하고 돌아왔다.
아무리 섹스가 애액과 타액이 넘쳐흐르는 행위라 하더라도 얼굴에 정액 냄새는 좀처럼 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휘진이 함께 따라가 상냥하게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자 티는 안내도 굉장히 좋아했다.
침대에 나신을 눕힌 타타라와 리리엘.
타타라는 리리엘에게 끈적한 입맞춤을 하며 그녀의 가슴을 천천히 주물렀다.
타타라가 상대이기 때문에 티를 내지 못했지만 양성애자가 아닌 리리엘은 처음엔 그런 행위가 싫었다.
그러나 그의 체취를 한 가득 들이 마시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실은 스승님처럼 그런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런 복잡한 생각들도 지금은 할 필요 없다.
타타라와 휘진이 주는 달콤한 쾌락에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될 뿐이니까.
“어라? 벌써 젖어 있네?”
“아..앗…”
사랑스러운 제자의 둥근 엉덩이 너머로 손을 쑥 뻗어 그녀의 꽃잎을 어루만지려던 타타라는 그새를 못 참고 흘러내린 리리엘의 애액을 보곤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솔직하게 됐다니까.”
리리엘의 육립은 앞부분이 꽉 다물려 보두덩이가 툭 튀어나와있기 때문에 애액이 잘 티가 나지 않는 타입이다.
어쩌면 토인종의 특성이려나 싶긴 한데, 어쨌든 안에서 출렁거릴 정도로 애액이 분비되지 않는 이상은 겉에 아무런 표도 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이제는 말버릇 정도로 자리 잡은 특유의 새침한 말투로 답하는 리리엘.
다만 예전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앙칼진 목소리로 거부하던 때와는 다르게 숨길 수 없는 애교가 섞여 나온다는 점이다.
타타라라는 쿠션을 안은 채 옆으로 포개져있는 리리엘의 허벅지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민 맨들맨들한 보지에 정조준 일격을 가하는 휘진.
살짝 까슬거리는 점막을 헤치자 잘 구운 파운드케이크처럼 달콤한 그녀의 속살이 자지를 맞이한다.
“오? 너 발정기구나?”
이제는 넣어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생식주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흡족한 관계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참고로 발정기의 리리엘은 평소보다 자궁 경부가 바짝 아래로 내려온다. 마치 정자를 조르는 것처럼.
또 애액의 점도가 높아지고 투명한 백색에서 탁한 흰색으로 변하는데 아마 삽입 시 감각의 차이는 여기서 오는 게 아닐까 싶다.
“잠시 만요… 조금만 천천히…하앙..♡”느긋하게 스타트를 끊던 이전과는 다르게 거의 풀 피스톨에 가깝게 허리를 흔드는 휘진.
몸속에 침투한 이물에 적응할 틈도 없이 새하얗게 휘는 리리엘의 몸을 타타라가 부드럽게 품으로 품는다.
“남자랑 할 때 리리엘의 표정은 정말 귀엽구나.”
“하읏…아읏…!!!”
자신이 섹스로 느껴버리는 모습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보여준다. 아마 표정관리가 전혀 안 될 테지.
잔뜩 찡그린 눈가와 그럼에도 쾌락에 실실거리며 올라가는 입 꼬리가 고스란히 그녀에게 보여 질 것이다.
천부적인 M성향은 물론 노출증이라는 성벽까지 가지고 있는 리리엘에게 3P이상의 자극적인 섹스는 없을지도 모른다.
“자자,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렴.”
“그런…!! 부끄러워요… 하흑..♡”
자꾸만 가슴 속에 얼굴을 묻으며 시선을 피하려는 리리엘의 턱을 붙잡고 똑바로 시선을 맞추는 타타라.
이글거릴 정도로 흥분에 젖어있는 연두색의 녹안에 리리엘은 수치심이 배가되는 것을 느꼈다.
차라리 키스를 해서 그녀의 주위를 돌려보려고도 했지만 타타라는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밀어냈다.
그녀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더 보고 싶은 모양이다.
극상의 미주, 화려한 꽃, 향수, 예쁜 옷가지, 보석 이 모든 것들을 커다란 통에 넣고 그 즙을 짜낸다 하더라도 그에게 몸을 받치는 이 행복에 비견될 수 있을까?
그의 물건이 자신의 구멍에 들어와 뱃속을 자지로 두드릴 때마다 저도 몰랐던 몸짓과 목소리로 절절이 울부짖게 된다.
휘진과의 오붓한 해후를 보낼 생각이었지만 이런 것도 전혀 나쁘지 않다.
나중에 느긋하게 말을 해도 좋을 테니까.
일단은 이 쾌감에 집중해야겠지.
“후웁… 츄우우…”
리리엘과 휘진을 보며 몸이 다시 달아오른 타타라는 비척비척 자리를 이동하더니 자신의 다리 사이에 리리엘의 얼굴을 파묻고 다리로 꾹 끌어당겼다.
리리엘은 젖을 빠는 새끼 토끼처럼 타타라의 가랑이에 혀를 뻗어 애무한다.
일전 휘진이 실종된 뒤로부터 종종 레즈 섹스를 해왔던 리리엘인 만큼 휘진보다 훨씬 능숙하게 타타라의 공알을 혀로 굴렸다.
머리를 멍하게 만들어버리는 음란한 향기.
자신에게서도 이런 향기가 난다면 휘진이 이렇게 섹스에 사족을 못 쓰는 이유도 알 거 같았다.
이런 냄새를 맡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폰을 내가 왜두고 왔지.”
자지를 받아들이며 앙앙거리는 제자가 그 와중에 스승님께 정성스러운 커널링구스를 한다.
만약 사진으로 남기면 퓰리처 상 정도는 10번은 받을 수 있을 텐데.
아직 쑤시기 시작한지 3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리리엘의 내부가 벌써 파들거리며 진동을 거듭한다.
여체란 의외로 삽입 절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길지만 발정기의 리리엘에게는 해당사항이 아니었다.
조금만 상냥하게 안을 휘저어줘도 이렇게나 쉽게 함락되어버린다.
이렇게 제철 대게의 내장처럼 녹진한 애액을 질퍽이며 말이다.
“하앗…♡ 역시 내 제자는 뭘 가르쳐도 잘하는 구나…”
“응웁…♡”
허벅지를 다물고 옆으로 누운 체위는 절정 시 상상하기 힘든 조임을 남성에게 전해준다.
콘돔을 끼고 있었더라면 고스란히 벗겨졌을 것 같은 죄임에 휘진은 잠시 숨을 돌리며 허리를 멈췄다.
“하우우우우….♡♡♡”
이제껏 연금술을 열심히 단련하고, 귀족의 여식으로서 갈고닦았던 몸뚱아리는 그의 자지 앞에선 오로지 남성에게 쾌감을 주기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린다.
이게 발정기라는 걸까?
제철의 랜드스케이프가 잔뜩 핀 꽃밭이 머릿속에 나타난 것만 같았다.
“기분 좋아?”
“네에…♡ 헤에에… 더… 기분 좋은 거 해주세요… 더 굴복시켜 주세요…♡”
평소라면 중간에 부끄러워했을 이런 말조차도 술술 입에서 흘러나온다.
심지어 존경하는 스승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이런 리리엘은 대략 뭘 시켜도 다 따라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휘진은 슬쩍 타타라에게 시선을 던졌다.
휘진과 눈을 마주친 타타라의 눈.
두 사람은 말하지도 않고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변태는 변태를 이해하는 법이다.
“타타라 좀 도와줄래?”
◈ ◈ ◈
리리엘은 산책을 좋아했다.
가끔 복잡한 연금 수식을 계산하다가 지끈거리는 편두통이 엄습할 때쯤이면 언제나 가벼운 옷차림으로 성 주변을 거닐고는 했다.
모든 발상의 전환이란 예로부터 활짝 열린 공간에서 오니 말이다.
어느새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는 슈펜하우져 성에는 나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면 지금 휘진을 비롯한 세 사람이 산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데없는 산책 발언에 당황한 리리엘이었지만 잔뜩 음심으로 부풀어 있는 그녀의 마음은 아무런 생각 없이 휘진을 따라 나왔다.
저번에 문 앞에서 눈을 가리고 했던 섹스처럼 그런 부류의 플레이려니 하며 말이다.
그러나 휘진의 변태력은 리리엘이 아직 그 끝의 감도 잡지 못한 상태였다.
목줄을 쥐고 있는 것은 휘진.
알몸으로 성내를 산책하는 애완동물은 리리엘.
그녀의 비소에 예전에 그와 사용한 적 있던 클리토리스 전용 반지가 끼워져 있다.
다만 사용하지 않았던 그 사이 타타라에 의한 에디션이 추가 된 것인지 선정적인 붉은 색 줄을 매달아 휘진이 쥔 손잡이와 연결한 것이다.
“서…설마 정말 이 꼴로 나가야 하나요…?”
“그럼~ 누가 본다고 해도 리리엘이라는 것은 절대로 모를 거야. 인식 저해 마법을 타타라가 걸어준다고 했으니까.”
인식 저해 마법.
리리엘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투명화 마법 같은 것이 아니다.
대상을 바라보아도 누구인지 제대로 알 수 없게만 만드는, 유명한 마법사들이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을 때 사용하는 불완전한 마법이다.
즉, 누군가에게 모습이 보여 진다면 자신이 리리엘이라는 것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본 사람은 그저 알몸의 여자가 산책을 하고 있다라는 사실 정도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두 눈을 가린 채 목줄에 이끌려 가는 리리엘은 지금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지만 자꾸만 은은하게 진동하며 공알을 자극하는 반지와 알몸으로 밖에 놓여있다는 정체모를 해방감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
쾌락에 절여진 여자는 무력해진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건.. 꺄아…”
리리엘은 갑자기 자신의 둔부를 만지작거리는 손길에 당황했다.
큰 소리를 내려다 주변의 이목이 몰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간신히 집어 삼키는 리리엘.
혼란스러운 탓에 그의 기척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누가 니 의견 물어봤어? 타타라한테 내가 널 얼마나 잘 조교 시켜줬는지 보여주려는데 이렇게 초칠래?”
“아..니요…”
휘진의 협박하는 듯한 연기톤.
예전에는 진심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어디까지나 연기의 일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거칠어진 그의 목소리에 아랫도리가 갑자기 뜨겁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 더욱 복종하고 싶다, 라는 본능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더욱이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남에게 알몸을 보일지 모르는 상황에 흥분하는 변태라는 것을.
“아니면 너도 타타라처럼 보지 장갑으로 써줄까?”
그런 짓을 당했다가는 부서져 버린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자 이거라도 마셔.”
이어지려는 사고의 흐름을 타타라의 목소리가 끊어내었다.
입가에 바짝 붙여진 잔에서 강한 알코올 향기가 올라온다.
리리엘은 꼴깍 꼴깍 술을 받아 마셨다.
두려움 이상으로 기대감이 제멋대로 가슴에서 부푸는 것을 리리엘은 느끼고 있었다.
“흐이익…♡”
술을 받아마시자 마자 리리엘의 다리가 파들거리며 오므라든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본 휘진이 타타라에게 다가가 물었다.
“야 뭐 먹였냐?”
“백년토끼풀로 만든 술. 토인종에게는 강력한 미약 작용을 한다고 하던데 정말인 모양이네.”
물론 타타라는 노출증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이라기보다는 그녀 자체가 노출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것이기에 정복차림으로 나란히 휘진과 걷는 중이다.
이 알몸 산책 역시 그녀의 적극적인 서포트가 있어야 할 테니 말이다.
리리엘에게는 인식저해 마법이라고 했지만 실은 훨씬 고위 등급의 마술이 걸려있어 실제로는 리리엘이 알몸으로 저잣거리에서 버스킹을 해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주위 사람이 보기에 타타라와 휘진은 오붓하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 정도로 보일 것이다.
“자, 자, 따라와.”
“흐이익..!!”
갑자기 팽팽하게 잡아당겨진 목줄(이라는 표현이 맞긴 한 걸까)에 리리엘의 클리토리스가 삐쭉 늘어났다.
그것만으로 거의 오줌을 싸버릴 정도의 쾌감을 느낀 리리엘은 허벅지를 비척거리며 발밑을 조심해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