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화 피학 속에 피는 꽃(5)
“너는 남자한테 모욕당하고 수치를 느낄 때 가장 기뻐하는 암퇘지인 거지.”
반박을 해야 한다.
아니, 하다못해 지금 이 손동작이라도 멈추어야한다.
아나스타샤의 머리에 남아있는 최후의 경종이 아나스타샤의 의식을 붙잡는다.
그렇지 않으면 두 번 다시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미카엘이 걸레 같은 네 모습을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그게 진짜 궁금하네. 어때 너도 볼래?”
[하아아앙!!! 좋아!!! 좋아앗…♡♡♡]
휘진이 들이민 생경한 디스플레이 화면엔 육욕에 허덕이며 잔뜩 일그러진 자신의 목소리와, 음란하게 출렁이는 나신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쪼르르르륵…
휘진 주니어에서 시작된 황금빛 물결이, 백옥 같은 아나스타샤의 몸을 더럽힌다.
얼굴은 물론 머리카락,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까지.
무엇하나 다른 이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듯이 쏟아지는 미지근한 소변에 아나스타샤는 황홀의 비명을 질렀다.
“하아아앙…♡♡♡♡♡ ”
-뎅그랑!
화려한 엑스터시의 폭발과 함께 반쯤 분출된 향수의 공병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덧없이 뒹군다.
막힌 채로 질 내부를 방황하던 묽은 정액들이 봇물 터지듯이 흘러나왔다.
사지를 파들파들 떨던 아나스타샤는 의지와 상관없이 치솟은 허리를 로데오 하듯 꿈틀거렸고, 갑작스럽게 높아진 질 압에 결혼반지 역시 정액과 섞여 떨어져 내렸다.
“오 이게 나오네?”
신기하다는 듯이 정액에 잔뜩 절여진 결혼반지를 손끝으로 주워든 휘진은 그것을 아나스타샤의 입으로 옮겼다.
“자, 외간 남자의 정액으로 더럽혀진 소중한 결혼반지. 미카엘에게 미안하다면 조금이라도 깨끗이 빨아 넘겨.”
오랫동안 질 내부에서 숙성된 비릿한 정액 향기.
평소라면 당장 헛구역질을 했을 그 냄새에도 아나스타샤는 헌신적으로 결혼반지를 깨끗하게 빨아들였다.
입에서 맴도는 몽글거리는 밤꽃향이 뇌수까지 녹아드는 것 같다.
“대충 씻고 나와. 자자.”
이제는 관심이 꺼졌다는 듯이 홀가분하게 걸음을 옮기는 휘진.
그 뒷모습을 눈으로 쫓던 아나스타샤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정액 맛이 벌써 없어졌어.”
아나스타샤는 매끈한 다리를 V자로 크게 벌리더니 자신의 한쪽 허벅지를 당겨 붉은 꽃잎을 만개해 보였다.
그리고는 쑥 반지를 자신의 질 내부로 다시 넣는다.
“이 정도라면 당신의 시시한 자지 따위 금세 잊고 말걸?”
더럽혀졌다 해도 소름이 돋을 정도의 색기를 내뿜으며 아나스타샤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그러니까, 더 정액에 절여줘.”
◈ ◈ ◈
밤에 흐르는 공기는 한낮과는 다르다.
끈적끈적하게 살갗에 묻어나는 왜곡된 음욕(淫慾)역시 자신의 탓이 아닌, 그저 차게 기울은 달빛 때문이다.
스스로를 기만하는 얕은 변명과 함께 아나스타샤는 휘진의 앞에 알몸으로 넙죽 엎드려있었다.
“빨리 넣어 줘어♡”
마치 먹이를 조르는 강아지처럼 교태를 부리는 아나스타샤의 화사한 등짝.
둥글게 묶인 머리가 살랑살랑 꼬리처럼 흔들렸다.
침대 위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교태를 부리며 자지를 조르는 한심한 자태.
그런 자신의 필사적인 애원에도 눈 하나 깜빡 안한 채 기묘한 기기로 촬영을 거듭해가는 휘진.
기름 같은 모멸감이 정맥을 타고 흐른다.
그 기름은 아나스타샤의 자궁 근처에서 타오르는 격렬한 욕정의 불길에 의해 곧장 활활 타오르는 흥분의 도화선이 되었다.
“아나스타샤, 이런 거 다 찍혀버리면 앞으로도 나한테 거부 못할 텐데 괜찮아? 지금 녹화중인데.”
“상관없어, 빨리… 왜 이렇게 애태우는 거야…!”
“남편에게 미안하지도 않아?”
“….”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꿋꿋하게 반말을 계속해가는 아나스타샤.
여성을 복종 시키는 것이 즐거운 휘진이었지만 굳이 그녀의 말투에 수정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렇게 남은 말투가 한때 매몰차게 저항하기만 했던 그녀를 떠올릴 수 있어 꼴림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심리적 저항인지 미카엘의 얘기에 잠시 몸을 굳히는 아나스타샤.
하지만 그녀의 신경은 온통 자신의 꽃잎을 아슬아슬하게 문지르고 있는 휘진의 물건에 가 있었다.
경직되었던 그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순식간에 표변해 달콤하게 일그러져간다.
“응, 내 몸의 주인은 당신이야. 미카엘 따위 이런 기쁨 주지 못해.”
휘진은 잠깐 감격에 잠겼다.
6개월 동안 따먹히면서도 굴하지 않았던, 그 누구보다 최후까지 발악하던 아나스타샤의 함락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휘진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애액에 절어 반짝거리는 그녀의 틈새의 물건을 돌진시켰다.
질 내부에 그녀가 넣어두었던 반지는 아나스타샤를 씻기면서 빼 버렸다.
이게 상당히 배덕적인 플레이인 것은 맞지만 괜히 쇳조각을 연약한 질 내부에 넣고 피스톤 했다가 상처라도 입혔다가는 곤란해진다.
“하악…!!!”
고개를 조아리고 있던 아나스타샤의 등이 반사적으로 펴지며 치켜 오른다.
이미 안까지 애액으로 잔뜩 절여진 그녀의 내부는 속수무책으로 휘진의 자지에 휘저어졌다.
흥분 속에서 변변한 애무도 없이 오랫동안 방치된 통에 입술처럼 부풀어 오른 음순이 부드럽게 휘진 주니어의 기둥을 삼켜주었다.
“캬읏.,…!! 두꺼웟,,,!!!”
계속해서 뱃속을 두드려 맞는 감각.
자궁구까지 억지로 밀어 붙이는 휘진의 거센 피스톤의 아나스타샤의 몸이 고꾸라질 듯 요동친다.
그 대가로 주어지는 것은 고통이 아닌 포근하게 몸을 감싸오는 쾌락이었다.
“진짜 개 야하네.”
“응!! 응!! 나 당신 앞에서…하윽…!! 창녀같이 엉덩이 흔들고 있어!!!”
이전까지의 섹스에서 단순히 사용되는 물건처럼 가만히 있던 아나스타샤지만 지금은 달랐다.
자지를 갈구하듯이 움직임이 편치 않은 자세에서도 기꺼이 엉덩이를 앞뒤로 흔든다.
그간 숱하게 속살을 비벼왔던 완벽한 궁합 탓에 그 박자 역시 완벽했다.
한 번의 피스톤에 한 번의 가벼운 절정.
말도 안 되는 효율로 보지를 조여 오는 아나스타샤의 적극적인 자세에 휘진도 크게 만족했다.
잠깐 호흡 조절을 위해서 움직임을 멈추었는데도 여전히 그녀는 휘진의 물건을 집어 삼킨 채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하으응… 당신에게 뒤에서 박히는 것… 기분 좋아♡”
탐스러운 엉덩이 골 사이에서 절정과 동시에 움찔거리는 애널, 자존심을 내팽개치고 성노예로 전락해버린 아나스타샤의 아양이 훌륭한 딸감이 되어준다.
“기분이 어떻게 좋은데?”
“하앗…난소까지… 찌르르 떨려 와서… 그이의 형편없는 물건보다 늠름해서어…♡♡”
어느 샌가 적극적으로 미카엘을 비방하기까지 하며 아나스타샤는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당신의 아이… 갖고 싶어… 이대로 안에 싸줘…!!”
“이번에는 피임약도 안줄 건데 괜찮겠어?”
남편을 두고 바람핀 상대의 아이를 임신한다.
평소였더라면 그녀에게 절망밖에 되지 않았을 휘진의 공갈은 도리어 아찔할 정도의 배덕감을 만들어내었다.
절정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 몸을 채찍질해가며 아나스타샤는 기꺼이 착정을 이어간다.
무릎 꿇고 앉아 있기만 해도 주어지는 최상의 쾌감에 휘진의 물건이 부르르 진동했다.
“크으윽…!! 배가 부풀어도 따먹어줄게!”
“좋앗♡ 좋앗♡ 당신이라면…♡ 하아아으으으응…♡♡♡”
배란일로부터 4일.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최적의 날짜에 아나스타샤의 몸속 깊은 곳까지 휘진의 정자가 헤엄치기 시작했다.
◈ ◈ ◈
“이동하시죠.”
침대에서 잠을 자던 아슌푸틀은 흔들어 깨운 것은 등불을 쥔 시녀였다.
그 목적은 여지없이 사문회.
아직 4시간도 채 자지 못한 아슌푸틀로서는 피로가 극심했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방법 따윈 없었다.
좀처럼 허점을 드러내지 않는 자신을 위해서 불과 삼일 만에 작전을 변경한 모양이다.
사문회를 조금 더 철저한 지구전으로 몰고 가서 정신적, 신체적 피로 누적을 꾀할 요량이겠지.
설마 과로사라도 노리는 것일까?
웃을 수 없는 심정으로 가볍게 농담을 뇌까린 아슌푸틀은 준비를 하는 둥 마는 둥, 졸린 눈을 비비며 옷매무새를 가다고 반쯤은 꿈을 걷는 기분으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몰트케의 뒤를 따랐다.
“그대도 고생이 많군.”
“주어진 일이니까요.”
이 시간부터 완전무장 차림으로 그녀를 이끌고 있는 몰트케.
반쯤은 빈말인 아슌푸틀의 말에 몰트케는 잠시 멈칫하고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회랑을 따라 걷고 있던 도중. 처음으로 몰트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마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인적이 없어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말을 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공께선 지금 어떤 심정이십니까?”
“새벽에 깨어나서 무뚝뚝한 사내와 산책을 해야 하는 심정 말인가?”
쓴 웃음을 머금으며 농담을 던지는 아슌푸틀의 여유에도 몰트케는 전혀 웃지 않았다.
다만 갑자기 우뚝 걸음을 멈춘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을 듣고 싶은 겁니다.”
언제나 진중한 사내에게 그 이상은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진정어린 말투였다.
아슌푸틀은 입가에 미소를 거두고 몰트케를 올려보았다.
2M가 가까이 되는 몰트케의 덩치에 비하면 아슌푸틀은 그 그림자에 푹 묻힐 정도로 작아 보인다.
그럼에도 어떠한 위축도 없이 도리어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는 몰트케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아슌푸틀은 잠깐 한숨을 쉬고 말을 고르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두렵다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그 답변에 몰트케는 심장의 파문이 한 겹 더 번지는 것을 느꼈다.
위험할 정도의 아름다움이다.
출세욕이 강하고 감정을 숨기는 것이 능한 몰트케조차도 그녀의 아름다움에는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고는 했으니까.
언제나 찬연히 빛나는 그녀에게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나약한 모습.
각인 되어있는 수컷의 보호본능을 절로 일으킬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과연 수많은 귀족들과 왕족들이 눈이 돌아가 앞 다투어 청혼 했을 법하다.
그녀가 황궁 내에 기거할 때 받은 러브레터만 모아두어도 1년 내내 황궁 땔감 걱정이 없다는 고약한 농담이 나돌던 것이 이해가 갈 지경이었다.
“…가시죠.”
위험하다.
이 이상의 접촉이 있었다간 몰트케는 흔들리는 마음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기사로서 심신을 단련한 자신조차 쉽사리 파고들 정도로, 아슌푸틀의 미색(美色)은 악마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앗!”
졸음 탓이었을까? 아슌푸틀은 계단에 발목을 접질리며 몸이 공중에 떴다.
드레스 자락을 나풀거리며 나비처럼 날아오른 그녀를 받아 든 것은 그녀를 앞서가던 몰트케였다.
아슌푸틀은 성인 여성 중에서도 체구가 자그마한 편이고 몰트케는 기사 중에서도 거구이다.
게다가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몰트케 입장에서 그녀를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나도 쉬웠다.
그의 갑주에 달라붙듯이 아슌푸틀이 푹 안기게 되었다.
“으음… 부끄러운 모습 보여 미안하네.”
겸연쩍은 듯이 의미 없는 한숨을 내쉰 아슌푸틀은 그의 팔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발견하고는 황급하게 손을 떼었다.
“조심하시죠. 대공의 몸에 조그마한 흠이라도 나게 되면 저 역시 문책을 받습니다.”
지근거리에서 아슌푸틀을 끌어 안아야했던 몰트케는 정신적인 충격을 간신히 몰아내고 최대한 퉁명스레 답했다.
압도당할 정도의 극미, 소복한 속눈썹이 공포에 질려 파르르 떨던 모습이 심장을 쿵 떨어뜨리는 듯 했다.
“그대는 이 몸이 다치는 것보다 문책이 두려운가?”
“그런 건 아닙니다만.”
특유의 톡 쏘는 말투로 자신을 비난하는 아슌푸틀, 어쩔 줄 모를 심정이 되어 초조해하는 몰트케.
그런 그의 팔, 갑주로 덥히지 않은 팔뚝 부분을 아슌푸틀의 섬세한 손길이 슥 파고든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몰트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신의 팔을 내려 보았다.
거기에는 마치 애인에게 매달리듯이 간신히-키 차이로 인해- 팔짱을 낀 베아트레아 대공이 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잠시만 이대로 있을 순 없나? 놀랐는지 다리가 움직이질 않네.”
“그럼 이건 놓으시죠.”
“그대도 첫 만남 때 이 몸을 제멋대로 더듬지 않았는가? 복수일세.”
북부를 호령했던 대공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애교와 장난 어린태도.
그녀를 오래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단연코 이번이 처음이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숨긴 채로 몰트케는 무덤덤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그럼에도 옷가지 하나를 사이로 맞닿은 팔뚝 부분이 화끈거릴 정도로 의식된다.
“조금만 이대로 있고 싶네.”
기대듯이, 이제는 아예 그의 팔에 머리까지 누인 아슌푸틀의 은발에서 머리를 아찔하게 하는 장미 향기가 풍겨져온다.
그녀를 거부하려던 몰트케는 이내 아슌푸틀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음을 눈치 챘다.
그녀가 말했던 대로 두려운 것일까?
몰트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을 느꼈다.
여자 한 명을 궁지로 몰아넣고자 시커먼 남자들끼리 수군수군 머리를 맞대다니 이게 어디 할 짓이란 말인가?
“좋아, 이제 조금 진정이 되는 군. 고맙네.”
“….”
설렘인지, 무엇인지 형용할 수 없는 심정만을 남기게 된 가슴을 부여잡고 몰트케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찬찬히 밟아 따라가는 아슌푸틀의 두 눈엔 아까와 같은 연약함이라곤 조금도 남아있지 않았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하늘색 눈동자가 오싹하리만치 투명한 시선으로 그의 등을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