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화 사문회(6)
쫀득하게 얽히는 입술과 혀끝으로 느껴지는 고른 치아.
살짝 거칠어진 호흡이 코의 숨결을 통해 느껴진다.
이리저리 희롱하듯 구강 점막 구석구석을 맛보자 그녀는 강하게 휘진의 옷깃을 잡아왔다.
어떤 대화보다도 아슌푸틀이 가장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는 특효약이었다.
한참을 휘진에게 매달려있던 아슌푸틀은 휘진의 가슴팍에 고개를 묻고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다.
화려한 은발이 나부끼며 풍겨오는 은은한 그녀의 체취가 사랑스러웠다.
“휘진, 보고 싶었네.”
“나도 하루 종일 네 생각만 했어.”
어딘지 지쳐있고, 또 시무룩한 대공님의 목소리.
치정자는 언제나 염세와 피로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휘진이 여태껏 가장 많이 들어왔던 아슌푸틀 특유의 텐션이다
지금까지 실컷 아나스타샤와 섹스를 즐기던 휘진은 뜨끔했지만 천천히 아슌푸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남들 앞에선 냉엄하고 이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가 자신과 단둘이 있게 되자 안겨서는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어준다. 휘진이 해주는 거라곤 머리를 매만져준 게 전부인데 말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잔뜩 쌓여있고, 가슴의 쌓인 불만과 짜증을 그에게 풀어놓고도 싶었지만 둘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다.
아슌푸틀은 자신의 품에서 손수건에 쌓여있던 마정의 핵을 꺼내어 휘진에게 건넸다.
“알맞은 시간에 잘 찾아주었네. 이 물건을 간직하고 있다가, 그대가 날 재판장에서 마주했을 때 몰래 건네주게나. 속도라면 자신이 있는 것이겠지?”
“그야 어렵지 않은데… 무슨 소리야? 재판이라니.”
“걱정 말게나, 내 이걸로 연락하겠네.”
그리고 꾸깃꾸깃 접은 원격 편지 중 한 장을 휘진의 손에 쥐어준다.
필요한 대화를 최대한 빨리 끝낸 아슌푸틀은 다시 한 번 휘진에게 키스를 요구했다.
아무렇지 않은 척은 해도 꽤나 그녀가 정신적으로 몰려있다는 자각은 있다.
언뜻 보기에 별로 티가 나지 않은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잔뜩 금이 간 도자기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던 휘진은 낭패감을 느껴야만 했다.
키스를 끝내고 다시 안긴 아슌푸틀의 배 부근을 풀 발기한 휘진 주니어가 쿡쿡 찌르고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아슌푸틀이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었다.
“그대는 여전히 지독히도 밝히는구나.”
“내가 변태인 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남자는 아슌푸틀이랑 키스하면 이 꼴이 날걸?”
“시기와 상황이라는 것이 있지 않느냐?”
그의 어설픈 변명이 재미있다는 듯, 아슌푸틀은 휘진을 끌어안은 채 봉긋한 가슴 아랫부분을 휘진 주니어에 비벼왔다.
말캉말캉한 감촉이 옷 너머로 느껴진다.
너무 요망한 거 아니야?
얼마 전부터 느낀 건데 아슌푸틀은 자신이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면 이런 식으로 먼저 도발 아닌 도발을 해온다.
개구쟁이 같은 웃음을 멎고, 대공님은 슬쩍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휘진의 안색을 살폈다.
자신의 행동에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태도가 어지간히 귀여웠던 모양이다.
“괴로운가?”
“뭐가?”
“남성의 여기가 이렇게 되어버리면 괴롭냐는 말일세.”
“아니 그냥 참을 만하지.”
어쩐지 흐뭇한 미소를 짓는 대공님은 다시 한 번 주변을 두리번거린 뒤 휘진의 버클을 내렸다.
휘진은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아슌푸틀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몰랐던 것이다.
살짝 팬티를 벗긴 아슌푸틀은 휘진의 물건을 지퍼의 틈새로 살짝 꺼내었다.
서툰 손동작에 손톱이 살결에 스치는 따끔한 감각이 기분 좋다.
자신의 손 틈에서 무서울 정도로 껄떡거리는 휘진의 물건을 아슌푸틀은 살짝 놀란 듯이 바라보았다.
설마 이 정도의 기세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언제나 그의 손에서 쩔쩔 매야했던 처지였던 아슌푸틀은 자신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휘진을 보며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봉사심이 마음에서 메아리친다.
“이렇게까지 안 해줘도 되는데.”
“걱정 말게나. 빠르게 끝내겠네.”
무릎을 꿇은 아슌푸틀은 휘진의 사타구니에 고개를 파묻고 탐스러운 입술을 벌려 물건을 삼켜나갔다.
그렇게 해서 뜬금없이 시작된 펠라치오.
그냥 면회 정도만 생각하고 왔는데 이 정도면 대박이지.
“후읍… 후읍…욱…”
좁은 방안에서 조용한 소리가 울린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소리를 최소한으로 줄이려 노력하며 아슌푸틀은 휘진의 물건을 입으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끈적거리는 소리, 휘진을 세워두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아슌푸틀은 기꺼이 그의 물건을 입안에서 혀로 굴려갔다.
한 손으로는 오금 부분을 붙잡아 상체를 고정시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퍼 사이에 삐죽 나온 휘진 주니어의 뿌리 부근을 쥐고 있다.
“가능하면 빨리 끝내주게.”
잠시 자지에서 입을 떼고 속삭이듯이 말하는 대공님. 분위기를 타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휘진에 의해 이상한 성벽에 눈을 뜨기라도 한 것일까? 살짝 고심하는 아슌푸틀이었지만 곧바로 행위에 열중한다.
성경험은 거의 없었지만 여러 가지 문헌이나 고전 작품들을 통해 성교라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지는 간접 경험한바 그중에서도 심심찮으면 나오는 장면이 바로 이 구강성교였다.
여성이 입으로 남자의 성기를 애무해주는 행위.
실제로 해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색다른 기분이 든다.
단순히 입에 머금는 것만으로 턱을 저리게 하는 이 커다란 것이 자신의 안에 들어오다니.
그 상태에서 이빨이 닿지 않게 신경 쓰며 움직이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지만 아슌푸틀은 기꺼이 이 비밀스런 일탈 행위에 동조했다.
곤란한 듯 자신을 내려다보는 휘진의 표정이 그 어느 때도 본적 없이 기분 좋게 녹아내리고 있다.
어딘가 뿌듯한 마음에 아슌푸틀은 더 열심히 머리를 흔들었다.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세심한 혀 놀림으로 귀두의 아랫부분부터 기둥까지 훑어주는 극상의 감촉에 휘진은 다리가 풀릴 것만 같았다.
여성의 상태를 신경 쓰며 허리를 움직여야하는 섹스와는 다르게 구강성교는 가만히 서서 여성의 입으로 나오는 쾌락을 음미하기만 하면 된다.
어찌 보면 ‘봉사’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펠라치오일지도 모른다.
밖에는 아직도 시녀와 경비병이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지퍼 틈을 통해 자지만 내민 휘진과, 옷을 차려입고 입으로 봉사하는 자신의 모습.
이런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어쩐지 아랫배가 저릿저릿하게 아려온다.
이전의 자신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이 남자가 자신을 이렇게 변화시켰다.
휘진에게 뭔가 선물을 주고 싶어 시작한 행위이지만 아슌푸틀은 짙은 아쉬움을 느꼈다.
조금 더 시간이 허락해 주었다면 그와 다시 한 번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반추해 보아도 파렴치하기 그지없는 상상의 나래에 아슌푸틀은 무심코 얼굴을 붉혔다.
“푸후우웁…”
“아슌푸틀…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
“선인들의 지혜는 모두 책에 기록되어있다네.”
휘진 역시 밖에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며 아슌푸틀에게 묻는다.
입에서 빼는 시간이 아까운 것인지 아슌푸틀은 여전히 자지를 입술사이로 깨문 채 어눌한 발음으로 답했다.
앙큼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에 휘진은 당장이라도 아슌푸틀의 머리를 잡고 허리를 흔들고 싶다는 충동을 집어 삼켰다.
벌써부터 슬슬 사정감이 올라오고 있다.
그녀가 특별한 테크닉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아슌푸틀이 먼저 나서서 이런 행위를 주도했다는 것에 의의가 컸다.
원래 남자는 시각에 여자는 청각에 성적인 흥분을 느낀다고는 하지만, 휘진의 생각엔 성별에 관계없이 정황이 가장 큰 흥분을 일으키는 법이다.
낮게 신음을 흘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아슌푸틀이 퐁 입에서 자지를 빼더니 말했다.
“사정하고 싶다면 반드시 입안에 하게나.”
대공님한테 저런 대사를 들을 줄이야. 그것도 휘진이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뱉는 대사이다.
물론 아슌푸틀의 입장에선 언제 몰트케가 들어올지 모르기에 불안감에 한 말이었으리라.
“쿡…쿠웁…쿠웁…”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던 휘진의 요도에서 뜨거운 정액이 아슌푸틀의 입안으로 발사되었다.
목젖까지 임신시키려는 듯이 세차게 발사된 정액이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비릿한 냄새를 자아낸다.
쓴맛에 미끌거리는 식감, 농담이라도 맛있다고 말 할 수 없는 정액이었지만 진하게 피어오르는 남성의 페르몬은 아슌푸틀의 코와 정신을 마비시키려 들었다.
“들어가겠습니다.”
갑자기 들려온 몰트케의 목소리에 휘진은 화들짝 놀라며 지퍼를 올렸다.
“크윽…!!!”
간신히 비명을 삼킨다. 급하게 휘진 주니어를 바지 안에 수납하고 지퍼를 닫는다는 것이 끝자락의 살이 끼어버린 것이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통을 인내한 휘진이 구부정한 자세로 표정관리를 하는 와중.
“꿀꺽…!”
아슌푸틀은 시어머니 몰래 떡을 먹다 걸린 며느리처럼 큼큼하게 입안을 메우던 정액을 꿀꺽 삼켜버렸다.
정액 특유의 염기성 탓에 목이 따끔거린다. 물론 맛과 목 넘김은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이다.
재빨리 탁상 위에 놓인 물을 마신 아슌푸틀은 잔뜩 일그러지려는 얼굴을 간신히 펴고 있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심히 수상하게 굳어있는 두 사람.
몰트케는 눈동자를 굴려가며 차례로 그 둘을 훑어보았다.
눈치 빠른 사람이 보았더라면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었겠지만 몰트케는 남녀 관계에는 둔감한 남자였다.
바싹 긴장한 둘이 아무 말도 않고 있자 마지못해 몰트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더 이상은 저도 사정을 봐 드릴 수 없습니다.”
“알겠네. 하나 더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무엇입니까?”
“술을 조금 구해다주게.”
몰트케가 무언가를 눈치 채기 전에 아슌푸틀이 먼저 운을 띠운다.
몰트케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부탁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귀족이란 작자들은 하나를 들어주면 계속해서 다른 것을 요구하는 법이니까.
물론 그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 아슌푸틀의 의도는 이루어졌다.
“그럼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던 휘진은 아슌푸틀에게 짧은 작별인사를 고하고 황궁 밖으로 나섰다.
◈ ◈ ◈
루블 왕국의 최상층엔 천장이 없다.
원래는 샹들리에로 가득하던 댄스홀이었던 것을 토프키센은 천장을 뜯어내고 유리벽으로 교체해 마치 현대의 펜트하우스처럼 개조해 두었다.
루블 왕국의 시조 이례로 단 한 번도 대대적인 개축을 하지 않았던 왕성을 통째로 바꿔버리는 대 공사였다. 이에 몇몇 꼰대 충신들은 목숨을 걸고 토프키센을 막으려 했다.
허나 다 지나간 일이다.
이따금 유리창을 통해 별빛을 볼 때마다 구제역에 걸린 돼지처럼 생매장당한 그들의 단말마가 감미롭게 들려오긴 했지만.
“쉬펜 아리스를 저렇게 두어도 좋은 겁니까.”
여느 때처럼 무뚝뚝한 목소리로 토렌스는 토프키센에게 물었다. 토프키센은 치사량의 직전까지 주입한 약에 의해 취해 있었다.
그 아래는 수 시간 전까지만 해도 처녀를 지켜오던 암컷 엘프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토프키센의 물건을 받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