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화 사문회(5)
강철로 되어있는 수갑을 아리스의 손목과 발목에 채운 슈렐리아는 아리스를 철판 위에 엎드리게 했다.
다리를 벌려 무릎을 꿇은 자세로 엉덩이를 지켜 든 자세. 바닥과 맞닿은 양 무릎 사이로 단단히 묶인 양손을 빼어 아래쪽 평상에 사슬을 건다.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려다가 그대로 엎어진 자세가 된 아리스는 고운 얼굴을 형틀에 바닥에 처박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리 동성이라 할지라도 소중한 여성기는 물론, 부끄러운 뒷구멍까지 하늘로 치켜든 자세가 되자 아리스는 얼굴을 붉혔다.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몰골이 암컷의 등에 올라타 교미를 준비하는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게 자비를 기대하지는 마세요.”
싸늘할 정도로 냉철하게 변해버린 슈렐리아의 목소리는 약해져 가려는 스스로를 다잡으려는 듯하다.
아리스는 뒤를 돌려 슈렐리아를 바라보려 해도, 손목이 완전히 무릎 사이로 빠져나간 터라 양팔과 상체는 형틀의 바닥 부분에 단단히 묶여있다.
이래서야 다리 사이로 음란한 문신이 새겨진 슈렐리아의 배만 보일 뿐이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히익!!!”
슈렐리아와만 남아있게 되어 방심을 한 탓일까.
간신히 신음을 참아오던 아리스의 입가에서 손쉽게 비명이 터져 나온다. 슈렐리아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볼 수 없는 탓에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응하지 못했다.
슈렐리아의 손엔 검은 고무로 된 모조 남근, 즉 딜도가 들려 있었다.
하늘을 향한 탓에 이미 살짝 입을 벌리고 있는 아리스의 새빨간 점막에 가차 없이 역수로 쥔 딜도가 내리 꽂힌다.
기계처럼 일정한 세기와 일정한 속도이다.
“하윽…!!!”
무표정으로 거친 손동작을 반복하는 슈렐리아에겐 이미 조금의 자비도 남아있지 않았다.
상황과 사고를 무시하고 무자비하게 강제되는 쾌락.
아리스는 이미 그 황홀하고 간질간질한 감각을 알고 있다. 다름 아닌 휘진이 자신에게 알려주었던 것이었으니까.
이에 대한 저항은 어느 정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두 가지.
첫째로는 그녀의 속을 안팎으로 드나드는 기구의 크기였다.
어린 아이 손목 두께는 족히 되는 모조 남근은 절구 공이가 절구를 찢듯이 가차 없이 아리스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엉덩이가 하늘로 들린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하반신에 들어가는 힘이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이완제까지 맞아 전신이 물처럼 녹아내린 아리스의 보지는 딜도의 공격 앞에 무장 해제 상태나 마찬가지이다.
여성의 가장 여린 급소를 고스란히 뻐끔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는 그녀가 맞은 근육 이완제였다.
토프키센은 그것을 단순히 ‘근육 이완제 겸 자백제’라고 설명했지만, 그것은 지극히 토프키센의 자의적인 해석이다.
그 약물은 그저 타인의 자백을 쉽게 받아내기 위해 사용되는 항정신성 약물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여성의 성욕을 증폭시키는 약물.
토프키센의 정의에 따르면 ‘고고한 몸가짐으로 에둘러 감춘 본능을 자백시키는’ 약물이었다.
단전의 피하주사 된 약물은 투약 5분 만에 자궁과 난소를 자극시켜 아리스를 발정상태로 만들어 버렸다.
“하윽…히이익…!!”
꼼짝도 못하게 고정된 아리스의 엉덩이가 상하로 씰룩거린다.
자신의 손길에 자지러지는 아리스를 바라보면서도 슈렐리아는 조금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같은 여성의 신체를 갖고 있으며, 지독히도 극심한 성적 능욕을 받아내야 했던 슈렐리아는 여성의 어느 곳을 어떤 타이밍에 자극해야 절정을 받아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극점으로 향해 상승곡선을 그리는 쾌감에 의해 아리스의 후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무심한 눈으로 지켜보며 슈렐리아는 쿵쿵 딜도를 내리찍었다.
“잠시만…기다려어 주십…크흑…히야아아앙…♡♡”
의지에 거부해 볼품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절정에 닿아버린 아리스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슈렐리아는 즉시 삽입했던 딜도를 빼내었다.
절묘한 각도로 G스팟과 동시에 자극된 탓에 요도에서 조수가 뿜어져 나온다.
속된 말로 분수라고도 불리는 물줄기를 묵묵히 받아내면서 슈렐리아는 움찔거리는 아리스의 분홍 속살을 응시했다.
“하악…하으윽… 흐으윽…!!”
뱃속의 쾌감이 강제로 끌려져 나오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아리스는 몽롱함에 빠졌다.
절그럭거리는 금속의 부딪힘 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자 슈렐리아는 손에는 섬뜩한 형상의 물건이 들려있었다.
문서 정리 이외에는 사용해 본적이 없는 클립. 그 끝에는 기다란 줄과 함께 황금빛 방울이 매달려있다.
“그거 알고 있나요?”
자조하는 말투로 조소를 지은 슈렐리아는 이빨이 뾰족하게 나있는 클립의 입을 벌려 아리스의 클리토리스를 표피 째 물었다.
“꺄아아아악!!!”
고통이라고 밖에 형용할 수 없다.
아랫배 아래로 감각이 일순 사라지는 느낌과 함께 아리스는 다시 한 번 고래처럼 조수를 뿜었다.
클리에서 연결되어 아래로 매달린 방울이 정신없이 딸랑거리기 시작한다.
금빛 방울은 자체적으로 진동했다. 그리고 그 장신구 같은 가느다란 사슬을 통해 고스란히 아리스의 클리토리스의 집중 되었다.
“히이이이우우욱…!!!”
짐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를 들으며 슈렐리아는 끝내지 못한 말을 아리스에게 전했다.
“여성의 신체는 절정을 거듭하는 것만으로 미칠 듯이 괴로워진다는 것을?”
그 말은 무척이나 차갑고, 또 서글펐다.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아리스는 슈렐리아의 말을 이해했다.
여성의 절정이란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의 과 사용, 강제로 튀어나가는 목소리, 착즙에 가까울 정도로 쥐어짜지는 전신의 수분.
쾌락의 폭발에 어질해지는 사고를 다잡기 위한 정신력까지.
슈렐리아의 능숙한 고문은 갓 만개한 아리스의 여체를 집요하고 철저하게 탈진으로 몰아갔다.
제철의 수국처럼 청아한 아리스의 온 몸이 역병에 걸린 병자처럼 푸르르 떨리고 있다.
클리토리스는 물론 양 젖가슴에 유두를 물어뜯는 날카로운 클립, 거기서 늘어진 금빛의 방울이 촛대의 빛을 반사해 번뜩일 때마다 아리스의 피부에 맺힌 식은땀이 점점 짙어져 갔다.
목이 갈 때까지 흐느끼며 야릇한 교성을 내뱉기를 어연 30분. 전신이 땀에 절어 축축해질 정도로 절정을 반복한 끝에 아리스는 반쯤 혼절해 있었다.
짤랑거리는 요란한 방울 소리와 퍽퍽 보지를 쑤시는 딜도의 삽입음만이 방안을 가득 매웠다.
“하흣…!! 아앙…히앙…!!!”
그리고 또 다시 파렴치한 몰골로 절정을 강요당한 아리스는 저도 모르게 달콤한 비명을 질렀다.
안간힘을 다해 교태어린 목소리를 참으려던 것도 초반까지였다.
남에게 들려주기 부끄러운 신음을 헐떡이는 숨과 뱉어낸 아리스의 몸이 추욱 늘어졌다.
처음엔 5분 간격으로 절정을 맞이하던 아리스의 신체는 이젠 30초 간격에 한 번씩 음란한 구멍을 벌름거리며 절규한다.
제 아무리 애처롭게 사정해도 일말의 손속이 없던 슈렐리아는 그 모습을 보고 아리스의 유두와 클리토리스에 달라 붙어있던 클립을 제거했다.
오랜 시간동안 차라리 고통에 가까운 쾌감을 주던 클립은 클리토리스는 물론 유두에 마저 깊은 자국을 남긴 뒤였다.
상쾌한 해방감에 겨우 정신을 되찾은 아리스는 초점이 흔들리는 눈으로 간신히 고개를 들어 거울을 보았다.
슈렐리아는 검은 가방에서 또 다시 무엇인가를 꺼내고 있었다.
소독용 알코올과 바늘, 그리고 아까까지 줄을 통해 클립에서 짤랑거리던 조그마한 금빛의 방울.
성적인 것에는 아는 바가 적은 아리스이지만 이번엔 금세 예측할 수 있었다.
저 바늘은 자신의 신체를 관통하기 위한 것이다.
슈렐리아에게 달린 세 개의 보석 피어스처럼 자신에게는 저 방울이 달리게 될 것이다.
깨끗이 소독한 바늘을 퉁퉁 충혈 된 클리토리스에 가져다 댄 슈렐리아는 조그맣게 사과했다.
입술이 열렸다 닫히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말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의 조그마한 말이었다.
이미 표피를 젖히고 빼꼼 고개를 내밀은 상대적으로 커다란 클리토리스. 아리스가 늘 콤플렉스로 삼아오던 그녀의 약점이었다.
표피를 몽땅 까뒤집고 클리토리스를 노출시킨 슈렐리아.
반짝거리던 바늘이 순식간에 그 중앙을 관통한다.
“----!!!”
상상 이상으로 극심한 통증에 아리스는 눈을 위로 치켜뜨고 간신히 비명을 삼켜내었다. 재빨리 방울을 체결한 슈렐리아는 연금약재를 통해 상처를 아물게 만들었다.
아무리 상처가 곧바로 나았다 한들 고통의 후폭풍이 쉽게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과 호흡 증상처럼 제멋대로 들쑥날쑥 거리는 숨을 간신히 고른 아리스.
지하 감옥은 죄수에게 충분히 불쾌할 정도의 습도와 추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리한 절정과 근 이완제의 작용에 금발까지 흠뻑 적셨던 식은땀이 식어가며 체온을 앗아가자 아리스는 오돌오돌 몸을 떨었다.
그 겨를에 함께 떨리는 청아한 방울소리가 이제는 두려울 지경이다.
이윽고 덮쳐오는 지독한 피로감에 아리스는 털썩 고개를 떨궜다.
◈ ◈ ◈
아나스타샤와 개운한 모닝섹스를 끝낸 휘진은 황궁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이유는 당연 아슌푸틀의 면회를 위해서이다.
이런 경우 면회라는 표현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얼굴을 보는 것 정도라면 허락해주지 않을까?
아나스타샤는 집에서 간밤에 들지 못한 숙면을 취하는 중이었다.
물론 결혼반지는 아직도 그녀의 뱃속에서 정액과 함께 떠돌고 있는 채이다.
면회는 생각보다 쉽게 허가가 났고 휘진은 잠시 뒤 오전의 사문회를 끝낸 아슌푸틀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그대가 염려할 정도의 일은 없었네.”
바로 옆에서 감시꾼인 몰트케가 태산처럼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휘진과 아슌푸틀의 대화는 지극히 형식적인 군신 관계의 것이었다.
휘진의 경우에는 아리스의 말투를 흉내 내었고 아슌푸틀은 어색한 그의 말투에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꾹 참았다.
“잠시만 자리를 비워줄 수 있겠나?”
아슌푸틀은 몰트케에게 퇴실을 요구했다.
하지만 솜즈 후작의 직달 명령으로 그 둘을 감시하는 몰트케가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모든 면회는 저 몰트케의 입회하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5분이면 충분하네. 자네가 자존심 때문에 쓸데없이 적을 만드는 바보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네.”
언뜻 칭찬처럼 들리는 말에는 아슌푸틀의 경고가 어려 있었다. 이 정도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정도로 요구를 묵살한다면 향후 겪게 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각오를 하라는 말이다.
몰트케도 그 의미를 알아들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자리를 비킬 수는 없어 눈썹을 긁적였다.
황태자의 명령으로 대공을 구류하고, 사문회를 열고는 있지만 과연 슐레스비 제국 역사에 길이 남을 승진가도를 그린 대공을 고스란히 적으로 돌려도 되는 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로 권력자들의 싸움에 낀 충신들은 허리가 터져 바스러진다.
아슌푸틀과의 혼인을 노리고 있는 황태자가, 그녀의 남편이 되어서도 자신의 뒷배가 되어 주리란 보장은 없었다.
아닌 말로 황태자와 결혼한 아슌푸틀이 침소의 배게 맡에서 콧소리를 내며 자신의 목을 요구한다면 그의 목숨은 풍전등화가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럼 10분 간 성내를 순찰하도록 하겠습니다. 담소들 나누시길.”
기왕 양보할거면 그녀의 요구보다 조금 크게 양보해 고마움을 남기는 것이 이득이다.
온갖 암투와 흉계가 날아다니는 황궁에서 중앙심문회 수석기사라는 호칭은 그저 칼질만으로 따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몰트케가 방을 나서자마자 아슌푸틀은 휘진의 품에 안겨왔다.
까치발을 든 대공은 휘진의 목을 끌어안으며 키스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