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사문회(2)
아나스타샤는 일어나자마자 휘진에게 뒤치기를 당하고 있다.
어제 새벽달이 뜰 때까지 몇 차례나 뜨거운 아기씨를 뱃속에 받아 내야 했던 아나스타샤는 체력 고갈로 허덕이고 있었다.
물론 휘진은 그런 사정까지 봐주는 상냥한 남자가 아니었다.
태양의 위치를 보아 오후 10시경.
휘진은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인 아나스타샤에게 뜨거운 불 주사로 모닝각성을 선물해 주었다.
문득 슈슈가 보고 싶었다. 슈슈라면 산뜻한 밀크 티와 훌륭한 펠라치오로 아침의 상쾌한 시작을 도와주었을 텐데.
“굿 모닝? 아샤.”
“흐윽…흐윽…”
밤새 두들겨 맞고 쥐어짜져 새빨개진 엉덩이를 확실한 그랩으로 잡고 엎드린 상태의 아나스타샤를 대각선 아래로 꽂아 눌렀다.
풍만한 골짜기 사이로 점막과 점막이 눌러 붙는 소리가 추접하게 들려온다. 한 번 자지를 쑤셔줄 때마다 몇 차례나 질내 사정했던 정액들이 몽글몽글 피어올라 거품 졌다.
쉬어버린 목과 흐느적거리는 육신에 억지로 휘진을 받아 들여야 했던 아나스타샤는 거의 흐느끼는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고작 6시간 정도 밖에 못자고, 풀코스 마라톤에 버금가는 폭풍 섹스를 했으니 당연하다.
“조금…쉬자…하윽… 제발…”
“그럴 순 없지! 너는 내 뭐라고?”
“…정액받이 창녀…”
“그럼 잠자코 계셔.”
허리 움직임만큼이나 가차 없는 조롱에도 아나스타샤는 기어들어가듯이 답했다.
만약 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어제 잘 알 수 있었다.
절망보다 두터운 쾌락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고통스러울 정도의 절정을 강요당했으니까.
미카엘과 보냈던 나날들이 전부 거짓이라고 말하려는 것처럼 휘진은 집요하고 탐욕스럽게 자신의 몸을 탐했다.
아무리 애원하고, 아무리 부탁을 해보아도 독보다 진한 쾌락이 탁한 정액을 통해 뱃속에 퍼져나간다.
극도로 민감해진 탐스러운 육체는 이제는 아주 조그마한 자극으로도 말로 설명 못할 환희의 절정을 맞이한다.
“구우우우욱….♡♡♡”
침대에 정갈한 복부를 비벼대며 엉덩이를 위아래로 울렁이는 아나스타샤. 그에게 짓눌려 팔(八)자로 벌어진 다리가 허공에서 덧없이 허우적거린다.
평소 사용하지 않았던 복부 안쪽의 근육과, 허벅지 안쪽까지 근육이 단단히 뭉쳐있다.
“갈 때마다 말하라고 했지?”
“241번 갔습니다. 자지… 박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1000번 채울 때까지 힘내자. 할 수 있어.”
태엽인형처럼 자동으로 튀어가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음어(淫語).
처음엔 그저 분함과 수치심만을 불러 일으켰던 음란한 속삭임은 그녀에게서 또 다른 감정을 자아내게 되었다.
등골을 오싹하게 울리는 이율배반적인 쾌락.
고고한 한 송이 꽃으로 추양받기만 했던 자신이, 어쩔 도리 없는 힘에 굴복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기파멸적인 쾌락이다.
파멸을 향한 질주라는 것이 이토록 어울리는 상황이 있을까?
“앞으로 이틀 간 이 보지가 프리패스라니. 나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 거야.”
휘진은 휘진대로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초반엔 미카엘을 생각해서인지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아나스타샤가 어느덧 예전처럼 동조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아… 슬슬 한 발 빼고 싶은데 어디에 쌀까?”
“크읏… 마음대로 하면 되잖아…?!”
“아직도 예의범절이 부족하구먼. 이대로 자지 빼버린다?”
아나스타샤의 상태는 제대로 된 상황 분간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살아오며 쌓아왔던 고고한 프라이드와 타락해가는 자신을 보며 느끼는 카타르시스.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은 지금의 아나스타샤에게 현실도피적인 사고를 만들어내게 했다.
완전히 부서지고 싶지 않으니 발동된 마음의 방어기제였다.
“싫엇… 안에… 자궁 끝까지 눌러서 싸줘…”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철퍽이는 정액과 애액 소리가 귓가를 자극한다.
비록 연이은 섹스로 힘이 많이 풀려서 질압이 조금은 감소했지만 오나홀 안을 러브 젤로 가득 채운 채로 삽입하는 느낌이라 굉장히 새로운 감각이다.
오히려 또 다른 여자를 안는 것 같아 나름대로 색다른 맛이 있기도 하고.
아나스타샤는 엉덩이를 들어 적극적으로 그의 물건이 파고들 수 있도록 동조한다.
더불어 새하얀 두 손으로 스스로의 엉덩이를 쥐어 벌리자 자지에 말려 들어가 출납을 반복하던 연분홍의 속살이 뻐끔 날개를 펼친다.
이걸 거부할 휘진이 아니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기 위해 바싹 붙인 휘진의 자지에서 이제는 조금 허여멀겋게 변한 정액이 꿀렁거리며 튀어나왔다.
“하으우우으우…♡♡♡”
사정 시 4~5초간 움찔거리는 남성기의 격렬한 움직임과 배 안으로 쏟아지는 씨앗의 온도에 아나스타샤는 허덕였다.
6번이나 이 남자의 정액을 몸속에 받아들였다.
아나스타샤를 배려해 아직까지도 질내 사정을 하지 않는 미카엘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무책임한 태도였다.
뱃속이 꿈틀거리며 요도에 남아 있는 마지막 정액 한 줄기까지 전부 빨아간다.
태도와 다르게 요부 같은 신체이다.
이 정도로 물리지 않고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아나스타샤가 유일할 지도 모르겠다.
“감사 인사.”
“하으…하으… ”
죽어가는 곤충처럼 팔다리를 꿈틀거리던 아나스타샤는 엉덩이를 두들기는 휘진의 손길에 뒤늦게 웅얼거렸다.
“…건방진 보지… 정자로 굴복시켜주셔서…크윽… 감사합니다…”
“음… 어디보자. 준비된 10개 대사 중에서 7개나 했네.”
이 미친 남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이 확실했다.
사정 시 감사 인사라 칭하며 무려 10개나 되는 대사를 그녀가 외울 때까지 읊어댔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는 ‘그이의 싸구려 자지보다 먼저 임신 시켜주세요’ 같은 미카엘을 모욕하는 말도 섞여있었다.
물론 아직까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이 3개니, 멀지 않았다.
휘진은 말랑말랑해진 자지를 갈라진 틈에서 빼내었다.
아무래도 연거푸 섹스를 하고 나니 타타라의 정력제 효과로도 슬슬 버거운 모양이다.
보글보글 거품이 이는 아나스타샤의 아담한 백 보지는 이제 와서는 중고보지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강제로 드러난 적갈색의 내부가 새삼 먹음직스럽다.
갈라진 틈에서 주르륵 탁한 정액 휘핑크림이 새어나온다.
“이런 아까운데?”
휘진은 휘파람을 불며 아나스타샤의 화장대에서 적당한 물건을 발견했다.
아마 탈출할 때 챙겨온 듯한 향수였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고가의 사치품을 사들일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는 향수를 바닥에 모조리 부은 휘진은 공병을 들고 뚜벅뚜벅 아나스타샤에게 걸어갔다.
“잠깐 실례 좀.”
침대에서 상처 입은 짐승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아나스타샤의 왼손을 빌린다.
“뭐…뭐하는 거야!!”
아나스타샤가 어찌 반항하기도 전에 휘진은 아나스타샤의 약지에 끼워진 결혼반지를 빼앗았다.
방금 전에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돌려줘!! 돌려줘!!!”
“시끄러워. 이렇게까지 하고나서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건 뺏어가지 말아줘…”
“걱정하지 마 너한테 줄 테니까.”
발악하듯이 반지를 되찾기 위해 달려드는 아나스타샤를 휘진은 다시 침대에 밀치고 허벅지를 발로 밟아 벌렸다.
향수의 공병은 조롱박 같이 생겨 플러그 역할을 알맞게 수행할 수 있을 듯했다.
이 정도 두께의 유리라면 쉽게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병과 반지를 손에 들고 미소 짓는 휘진과 그의 모습을 불안한 듯이 바라보는 아나스타샤.
그에게 덤벼들 엄두는 나지 않는다.
휘진은 지나친 성교로 퉁퉁 부어오른 아나스타샤의 음순을 젖히고 손가락으로 깊숙하게 결혼반지를 밀어 넣었다.
조금의 틈도 없이 정액으로 출렁거리는 감촉이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자, 이제 이걸로 막으면 좆물 보온통 완성~”
반지를 밀어 넣은 즉시 앞 구멍을 공병으로 막아버렸다. 차가운 병이 섬세한 내벽을 훑는 느낌에 아나스타샤는 몸서리친다.
“미안해서 어쩌나? 네 소중한 결혼반지가 다른 남자의 정액에 절여져 버려서.”
“너…너무해…”
이건 아나스타샤가 틱틱 거렸던 만큼의 대가다.
“그대로 반지에 비릿한 정액 냄새가 밸 때까지 잘 숙성 시킬 거야. 그걸 보며 내 정액을 받던 때를 기억하라고.”
물론 휘진은 이과 출신이라, 금속인 금에 냄새 분자가 침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불필요한 행동을 한 것은 절정을 가면서도, 타락해가면서도 자꾸 힐끔힐끔 왼손 약지의 반지를 보던 아나스타샤가 괘씸해서였다.
“아아…”
미카엘과의 소중한 약속의 증표가 정액에 절여져 질 내에 떠돈 다는 상상에 아나스타샤는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하나는 휘진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가득한 상황에서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비참함.
다른 하나는 절망이 보랏빛 향기를 내뿜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음습하게 피어오르는 피학에 대한 욕구였다.
보다 철저하고 참혹하게, 누가 보아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참하게 타락하고 싶다는 자기파괴에 대한 욕구가 스멀스멀 아가리를 벌린다.
“자, 이제 씻고 밥 먹자. 정액 비린내 나니까 깨끗이 씻어.”
망연자실하게 아랫배를 쓰다듬는 아나스타샤를 보며 휘진은 코웃음을 치며 먼저 욕실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아나스타샤는 천천히 눈으로 쫓았다.
어딘가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 ◈ ◈
아리스는 피닉스를 무사히 엘프들의 은둔지에 귀환시킨 뒤 공선을 타고 북해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원래는 조금 머물며 공선함대 편성에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슈펜하우져에서의 대 혼돈을 전달받고 속히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순풍 덕에 일정보다 3일은 빠르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지금 그녀가 탄 밀항선이 위치한 곳은 루블 왕국과 슈펜하우져 공작령 사이의 공해(公海).
이제 슬슬 그들이 등장할 때가 되었다.
“기사님!!!”
예상대로 선장은 문을 부슬 듯이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이제껏 보여 왔던 예의도 차리지 못할 만큼 급박한 상황인 모양이다.
빽빽하게 나있는 수염이 죄다 꼿꼿이 섰고, 두 눈동자는 미미하게 진동하고 있다.
“전방 1500M에 적함 출현입니다. 뱃기로 보아 루블 왕국의 1급함 비센인 것 같습니다.”
“뱃머리를 돌려 도주하세요.”
“불가능합니다! 상선으로는 도저히 공군함의 출력을…”
“그러니까, 시선을 끌 테니 도주하세요.”
지나치게 침착한 아리스의 태도에 도리어 당황한 것은 선장이었다.
이윽고 선장은 깨달았다.
언제나 평상복을 고수하던 아리스가 완전무장한 상태로 검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옛!”
하지만 한 명의 기사가 공군함대를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의문을 떠올릴 틈도 없이 아리스는 현두에서 곧장 바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촤아아악!!!
마력을 중력의 역방향으로 분출해 낙하의 충격을 줄인 아리스가 멋들어지게 물 위에 착지했다.
마력을 고루 분출해 미세한 표면장력을 이용해 수면을 걷는 기술이었다.
폭풍 같은 마력반사광이 푸르게 아리스의 눈가에 맴돈다.
그녀의 마력은 아슌푸틀과 완전히 같은 종류이다.
원래는 마력을 사용할 수 없는 미완성 아신의 복각체인 아리스에게 대공이 꾸준히 마력을 주입해주었으니 말이다.
실패작으로 폐기되어야 했던 자신의 삶을 거두어주고, 인형에 불과한 자신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 것은 베아트레아 아슌푸틀, 그녀의 사랑스러운 주군이다.
아리스는 체내의 마력 노심이 과부하 될 정도로 팽팽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흩어지는 물보라가 보석처럼 그녀를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