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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109화 (109/154)

109화 다시 만난 귀족영애(4)

석조 건물인 아나스타샤와 미카엘의 스윗홈이지만, 침실만큼은 향긋한 편백나무로 벽재와 바닥이 깔려 있었다.

동향으로 낸 창과 그 바로 아래 퀸 사이즈 침대.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잘 정돈된 벽장, 부부가 함께 쓰는 한 쌍의 소파는 휘진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화목한 신혼부부의 침실과 완전히 부합했다.

별로 넓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두 사람이 꼬옥 붙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나스타샤는 복잡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았다. 누구보다도 사랑받을 수 있던 이 방에서 그저 도살당하는 가축처럼 이 악한에게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섹스 파트너’관계였을 때는 이렇게까지 절망적이지 않았다.

그때는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도 했고 아나스타샤 역시 그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미 남편이 있고 그와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식의 재회가 이루어지다니. 그것만큼은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여기서 매일 미카엘이랑 떡치는 거야?”

그런 마음은 아랑곳도 않고 천박한 소리를 늘어놓는 남자. 거기에 한 마디 쏘아붙이려던 아나스타샤는 이내 그만두었다. 어차피 말로 해서 통할 상대였더라면 여기까지 들이지도 않았다.

“뭐해? 침대 잡고 엎드려.”

아무 말도-심지어 저항의 반응조차-않고 우두커니 서 있는 아나스타샤의 엉덩이를 톡 치며 휘진은 독촉했다.

“나 진짜 한마디는 해야겠어. 당신은 진짜 천하의 양아치 새끼야. 당신 같은 사람은 누구한테도 제대로 된 사랑 못 받아보겠지. 기껏해야 아녀자를 이렇게 겁박해서 좆 한번 쑤셔 보려고 하는 강간범을 누가 사랑해 주겠어?”

“이야 너는 입담 진국이다. 어디 한 번 더 해봐?”

능글능글하게 받아치는 휘진의 앞에 아나스타샤는 봇물 터진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내 몸은 비록 당신에게 더럽혀졌고, 또 더럽혀 질 테지만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미카엘뿐이야. 그이는 진심으로 날 아끼고 사랑해줘. 나는 당신에게 굴복하지 않아. 절대로!”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던 휘진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비겁하게 팩트로 승부하는 아나스타샤의 마지막 발악에 살짝 화가 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분노를 갈무리한다.

앞으로 고스란히 저 요망한 몸에 분노를 고스란히 풀어주면 될 일이다.

“잘 들었고. 엎드려 썅년아.”

어? 속으로 생각만 하려던 건데 입 밖으로 말이 조금 세게 나왔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그래도 한 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하게 몸을 섞었던 사이였는데.

하긴 지금은 유부녀를 범하려는 거니까 또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입술에 피가 터질 정도로 꽉 깨문 아나스타샤가 허리를 숙이고 살짝 기울어진 ‘ㄱ’자 자세로 침대를 짚는다.

앞치마는 기본적으로 후방을 전혀 방어해주지 않는 의류이다.

휘진에게 고스란히 탱글거리는 엉덩이를 내밀어 보이는 자세가 된 아나스타샤는 굴욕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다.

“룰은 계약 했을 때와 같아. 만약 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말을 해. 네 괴로움을 거기서 끝내줄 테니까.”

살벌한 목소리로 겁을 주는 휘진.

저번처럼 굳이 삼계에 진입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성가신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의외로 정신력이 엄청 소모되기도 하고 그런 수단을 취해버려서야 진심으로 굴복시킬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까의 질문 다시 할게. 여기서 매일 남편이랑 떡 치냐고.”

-파아앙!!!

“흐읍…!!”

휘진이 반쯤 전력으로 내리친 쫙 핀 손바닥이 아나스타샤의 왼쪽 볼기짝을 내리쳤다.

그림자로 사전 동작을 예측한 것인지 간신히 비명을 삼킨 아나스타샤. 엉덩이가 불타오르는 통증에 몸서리친다.

“대답하지 않으려면 안 해도 돼.”

“….”

여전히 묵묵부답인 아나스타샤의 엉덩이를 휘진은 연거푸 몇 차례나 내리쳤다.

새하얗던 살결이 빈틈없이 벌겋게 부어오를 때까지 휘진은 가차 없이 스팽킹을 계속해갔다.

다시 질문을 할 것 같지도 않은 무차별한 폭행에 아나스타샤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해…한다고!”

“처음부터 대답하면 좀 좋아?”

화끈거리는 손바닥을 쥐며 휘진은 궁시렁거렸다. 아나스타샤는 몹시 억울하고도 분한 표정으로 달아오른 엉덩이를 문질렀다.

아름답게 휘어진 허리 뒤로 훌륭한 볼륨을 자랑하는 둥근 모양. 이렇게 엉덩이를 쭉 빼고 있는 자세에서는 아래로 떨어지며 가로지르는 슬릿과 아름다운 국화꽃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프잖아…”

“미카엘이랑은 어느 정도 빈도로 관계해?”

“왜 내가 그것까지 말해줘야 하는데?”

아나스타샤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는지 건방진 질문을 한다.

당연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휘진의 정복감 충족을 위한 것이었다.

더불어 아나스타샤의 수치심과 죄악감을 부추기기 위함이기도 했다.

인간이란 무릇 금단의 과실에서 더욱 큰 흥미를 느끼는 존재이다.

부부의 침실에서 아내를 범하고, 그 입으로 남편과의 성적인 관계를 폭로 시키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않을쏘냐.

휘진은 손가락에 침을 듬뿍 묻혀서 후배위 자세를 취한 아나스타샤의 젖은 틈을 벌려나갔다.

하지만 침을 묻힐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몇 개월 동안 그에 의해 조교 당했던 육체는 그간 그리웠다는 듯이 휘진의 검지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으니까.

방긋 마중을 나오는 핑크색의 엷은 점막이 미치도록 유혹적이다.

“뭐야 벌써 젖어있네?”

아나스타샤는 리리엘처럼 정신적으로 매도당하기를 좋아하는 M도, 대공처럼 스릴을 즐기는 노출증 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쾌락 섹스를 좋아하는 아주 평범한 27세 여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짓말…”

“위 입은 구라쟁이인데 아래 입은 솔직하네.”

살짝 뒤를 돌아본 아나스타샤는 끈적하게 늘어지는 애액이 듬뿍 묻은 손가락을 보며 되레 경악했다.

기분이 좋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가 증오스럽고 밉게만 생각되었다. 일련의 플레이 중에 아나스타샤의 성벽에 불을 붙일 행위는 그 어느 것도 없었을 터인데.

아나스타샤는 뒤늦게 다리를 움츠렸다.

터무니없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우며, 민망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짓거리를 당하며 오히려 음부를 적셔대다니 자신이야 말로 휘진 못지않은 음탕한 여자가 아닌가?

“미카엘이 밤일을 영 부실하게 하나봐? 장어라도 사다줄까?”

“우…우욱…”

정직하기 그지없는 아나스타샤의 몸을, 뒤늦게 정신이 쫓아가기 시작한다.

가볍게 질내부를 휘젓는 배려 없는 휘진의 움직임을 허리가 쫓아가려는 듯이 울렁거린다.

뭐라 말할 면목이 없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이 그보다 앞섰다.

휘진은 아나스타샤가 더 이상 무엇인가 떠올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생각이 많아져서야 능욕극에 지장이 생길 뿐이다.

이성이 본능을 따라잡기 전에 더 큰 쾌락으로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휘진이 가진 테크닉 중 하나였다.

“하읍…!!!”

자괴감에 얼빠져있던 아나스타샤는 한심한 신음과 함께 숨을 토해냈다. 무방비 상태로 활짝 열려있던 다리 사이에 뜨거운 불기둥이 거칠게 파고든다.

일격에 자궁 경부까지 강타한 휘진 주니어의 충각 전술은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났다.

아름다운 범선의 용골(龍骨)을 연상케 하는 아나스타샤의 허리가 부러지듯 휘었다.

바다에 가라앉듯 허우적거리는 그녀가 도달할 곳은 결국 쾌락의 심해.

“하앙…!! 하아앗…!”

“벌써부터 이렇게 앙앙 거리면 어째? 마음만은 굴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신음부터 잘 참아야지.”

“그건…하앗… 당신이…”

“설마 미카엘이랑 뒹굴었던 방에서 궁디 팡팡 당한 것만으로 젖어버렸으면서 딴말 하는 건 아니지?”

그 누구의 것보다 익숙한 그의 물건과, 그의 빈정거림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고고한 자존심을 찢어발긴다.

역설적으로 그와 더불어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몸이 이 추잡한 교미에 화답하는 것을 발견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카엘은 이런 쾌락을 그녀에게 줄 수 없었다.

자신은 역시 휘진의 말따마다 그의 전용인 것일까? 하는 천박한 상상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팡!

“꺄악!”

“이렇게 때려주면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즉에 해주는 건데 말이야.”

“하윽….하윽…하으으윽…”

한 음절을 말할 때마다 더욱 깊숙하게 허리를 쳐 넣으며 휘진은 아나스타샤의 볼기를 북 두드리듯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손바닥이 얼얼해 질 때마다 급격하게 발생하는 조임살이 팽팽하게 정액을 졸라온다.

급소 공격 한 방 한 방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휘청이던 아나스타샤의 상체는 거의 침대에 누운 모양이 되었다.

다만 허리와 골반 뼈를 단단히 붙잡혀 있기 때문에 선도 A++급의 애플 힙만큼은 여전히 휘진의 허리춤에서 마음껏 농락당하는 중이다.

그간의 신혼 생활 동안. 순박한 청년 미카엘의 섹스는 아나스타샤를 절정에 오르게 할 수 없었다.

물건의 크기가 비슷하다 한들 첫 경험을 비롯해 꽤나 긴 기간 동안 휘진의 거친 성교에만 익숙해져있는 아나스타샤 육체는 따스한 섹스로부터 산들바람 같은 가벼운 절정밖에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에 불만을 품은 적은 맹세코 한 번도 없었다.

그의 사랑, 지고지순한 애정이야 말로 여자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듯이 덤벼드는 이 남자는 다르다.

그가 주는 것은 여인의 행복이 아닌, 암컷의 행복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는 푸근함이 아닌, 본능을 억지로 비틀어 짜는 듯한 난폭한 쾌감이다.

“궁댕이 두드려 맞으면서 군침이나 뚝뚝 떨궈대는 이 모습이 너의 본 모습이야. 어디서 진정한 사랑을 논해? 창녀 같은 게.”

“아니야… .나는 하하아악…!! 아니라고…”

주위 분간이 되지 않는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폭탄과 같은 쾌감이 뇌신경을 과부하 시키는 것만 같다…

그의 모욕적인 언행에서 제대로 된 반박을 할 수도 없을 만큼 아나스타샤는 허우적거렸다.

연이어 치닫는 휘진의 맹공에 절망 속에서 아나스타샤는 억지로 피워지는 분홍빛의 꽃 몽우리를 느끼며 본능적으로 절규했다.

“나… 갈…갈 것 같아앗…!!”

휘진은 그대로 허리를 꽉 눌러 정액을 싸지르려는 충동을 가까스로 멈춰 세웠다.

쾌락을 참는 일은 익숙하다. 지금은 겨우 한 개뿐인 마시멜로우가 조금만 절제하면 두 개, 백 개가 되는 것을 휘진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엇…!!!”

갑자기 침대로 떠밀린 아나스타샤.

갑작스레 빠져나간 배 안쪽이 허전하게 징징 거리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가면 충분했을 터인데…

“솔직하지 못한 암컷에게 절정을 맛보여줄 수는 없잖아?”

“우우욱…”

절정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가 배반되자 저도 모르게 실망해버렸다.

아나스타샤는 거기서 아득한 자기혐오를 느꼈다.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서는 다행이라고 생각해버렸다.

만약 이대로 엑스터시에 도달했더라면 다짐과 결심은 순식간에 허물어졌으리란 예감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벌려.”

“뭐…?”

“내가 박을 수 있게 잘 벌리라고.”

친근했던 태도가 간데없이 냉혹하고 나직한 어조의 명령.

아나스타샤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며 엉덩이의 양쪽을 벌려보였다.

이것이 단순히 협박에 의한 강제인지, 그저 절정과 그의 물건을 원하는 자신의 무의식인지 이제는 분간할 도리가 없다.

곱고 가는 아나스타샤의 손가락이 풍만한 엉덩이를 벌려 쥔다. 아직까지 꿈적대는 담홍색의 꽃잎이 만개했다.

“네가 주제를 깨닫고 천박한 암캐로 돌아갈 때까지 절정은 없어. 네 소중한 사랑을 위해서 잘 버텨봐?”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휘진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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