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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105화 (105/154)

105화 때로는 아찔하게(3)

아슌푸틀은 대단한 다짐을 하듯 몇 번이고 쉼 호흡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큰맘을 먹고 입을 열려 해도 몇 번이나 목에 걸린 것 같다. 좀처럼 그가 알려준 대사가 나오지 않는다.

휘진이 단단한 손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살짝 짓누르자 아슌푸틀은 황급히 말을 시작했다.

“지…지금부터 아슌푸틀의 고귀…고귀한 로얄…보지로… 휘진경의 자지를 깨끗이 세척…하겠네…”

더듬더듬 당장이라도 부끄사 할 것 같은 표정으로 눈도 못 마주치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대공님.

깍지를 끼고 찬란한 은발 뒤로 넘긴 두 손과 가슴을 적나라하게 내미는 자태가 휘진의 정복욕을 가속한다.

“다음 대사 빼먹을 거야?”

“….”

이것만으로 모든 정신력을 소모해버린 아슌푸틀은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그대가 원할 땐… 언제나 이 몸을 대줄테니. 마음껏 사용해 주시게나.”

그 말을 끝낸 뒤 아슌푸틀은 휘진의 얼굴을 보는 것이 부끄러운지 곧바로 품에 안겨 천천히 젖꼭지를 혀로 핥기 시작했다.

소름이 쭈뼛 돋을 정도의 기분 좋은 감각.

아래에는 아슌푸틀의 로얄 보지가, 위로는 우유를 핥는 고양이처럼 정성껏 유두를 핥는 아슌푸틀의 혓바닥이 생생히 느껴진다.

쭈그려 앉은 것처럼 휘진의 하물에 걸터앉은 터라 그 삽입의 깊이는 아까처럼 깊지 않다.

아까는 말안장에 걸터앉듯 자궁 경부 끝 쪽까지 닿았다면 지금은 G스팟을 간질간질 스치는 정도이니까.

“아이구 귀여워라.”

새가 모이를 쪼듯 유두에 정성스럽게 키스하는 아슌푸틀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휘진은 순식간에 아슌푸틀의 발목을 끌어당겼다.

“히이이잇….♡♡♡♡”

그리고 갑작스러운 삽입.

철푸덕 주저앉듯이 갑자기 달라진 깊이에 아슌푸틀은 유두를 핥던 중 달콤한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황급하게 휘진을 올려본다.

그 눈빛에는 당혹감 그리고 작은 배신감이 서려있다.

양심이 좀 아프긴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대공도 이런 걸 원하고 있을 것을.

“갑자기 그렇게 조여 대면 바로 싸버리고 싶잖아.”

“핫…!! 거짓말쟁이…!! 분명 상냥하게…에에엣♡♡”

대공님이 뭔가를 말하기 전에 곧바로 피스톤을 재개하는 휘진.

족쇄처럼 발목을 옭아맨 손목과 무너진 무게 중심 때문에 아슌푸틀은 도저히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당황스럽게 외치던 목소리는 짙은 잉크를 푼 청정수처럼 아주 간단하게 타락의 검은 빛깔로 물들었다.

“나는 아슌푸틀의 약속을 지켰을 뿐이야. 언제든지 대준다며… 지금 바로 부탁할게.”

“지금은 아니네…!! 지금은!!!”

승무원을 기절시킨 휘진조차도 열차 맨 앞의 기장이 듣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내는 아슌푸틀.

방심과 순식간에 놓쳐버린 자기 절제가 그녀의 신체를 점점 제어 밖으로 몰아내고 있었다.

“아슌푸틀의 부탁대로 언제든지 고귀한 보지를 사용해 줄 테니까. 일 년 중 300일은 내 정액으로 뱃속을 빵빵하게 해줄게!”

“하아앙…!!!”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 되어 귀축모드를 전개하는 휘진.

그의 음어 하나하나가 아슌푸틀의 추락의 도화선에 불을 당긴다.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이 기쁨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면…!!

“내 씨를 받아라!”

“히이이이이익…♡♡♡♡♡”

그녀의 가녀린 발목을 잡고 끝까지 밀어 붙인 귀두의 첨단에서 퍼진 백탁이.

새 하얗게 그녀를 물들였다.

◈          ◈          ◈

“후우…”

타타라는 희뿌연 연기를 내뱉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틀 동안 밤낮으로 진행된 새로운 연금 촉매에 대한 시험이 끝났기 때문이다.

아신인 타타라는 완벽한 신체인 ‘영체’를 지니고 있기에 며칠 앉아 있었다 해서 근육이 결리거나 할 리는 없다.

다만 인간이었을 적, 십 수 년간의 습관이 아직까지도 몸에 배여 있을 뿐.

실험이후 피곤함을 떨쳐내는 하품과 기지개.

그 일련의 동작은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나도 풍화되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타타라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인간을 초월한 정신과 육체를 지녔음에도 마음 한 구석 어딘가 에서는 인간이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그런 시시한 생각이 들었다.

“가만, 마지막으로 잠들었던 게 3년전 인가?”

아신의 영체는 수면, 식사, 배설 등의 생리행위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오로지 마력과 아신이 되기 위해 쌓아올린 ‘업’에 의해 지탱되는 불로의 몸이니 말이다.

다만 타타라가 음주와 미식을 즐기는 것처럼 수면 역시도 기호 행동중의 하나였다.

타타라는 잠을 좋아하지 않았다.

잠은 꿈을 꾸게 한다. 그리고 꿈은 그녀에게 과거를 보여주었다.

그다지 즐거운 일만 가득했던 인생은 아니다. 따라서 꿈 역시 불쾌한 기억을 반추하는 경우가 많았다.

타타라가 잠에 들고 싶어 하는 것은 단순한 변덕이다.

어쩐지 정신적 피로감이 짙어 아주 잠시라도 아무런 생각 없이 털어내고 싶었으니까.

“응? 뭐지?”

몸을 섞는 용도 외에는 찾지 않던 침대로 걸어가던 타타라의 촉각(觸角)에 이질적인 존재가 감지되었다.

곧바로 석상에 배치해 둔 천리안을 통해 성내의 상황을 살피던 타타라는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하얀 여우가면을 쓴 무리와 은폐기동을 하며 천천히 다가오는 공선함.

“인간들이 하는 짓은 어떻게 이리 똑같을까?”

여우가면을 쓴 것은 동부 제도의 유명한 암살 집단인 ‘낙월’의 트레이드마크.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 다가오는 공선함은 깃발을 달지 않았지만 정황상 루블 왕국의 특수부대일 확률이 높았다.

위폐 사건을 일으켜 북해의 경제에 타격을 주고, 중앙을 선동해 지도자 부재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이어진 암살.

뻔해 빠진 패턴이지만 그동안의 역사가 그 효용을 증명해 온 것이나 다름없다.

벌써 성 내 곳곳에 퍼져있는 암살자들은 잠에 들어있는 재무경의 목을 베어갔다.

소리도 군더더기도 없는 확실한 솜씨였다.

타타라는 지체하지 않고 경보용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남은 적월의 암살자들도 나서서 처리하고 싶지만 유감스럽게도 상황이 좋지 않다.

무국적선이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내려오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타타라의 연구동이었으니까.

타타라는 대충 가운을 벗어둔 채 구두굽 소리를 내며 침입자를 맞이하러 나섰다.

◈          ◈          ◈

“강하한다.”

공선에서 연구동의 마당으로 뛰어 내리는 100명의 기사들.

제법 높은 고도에서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뛰어내리는 무식한 짓임에도 그들은 모두 깃털처럼 사뿐하게 착지에 성공했다.

베아트레아 대공이 북해를 장악한 이후 약 3년간 극한의 훈련을 받아온 1000명 중 고르고 걸러진 최정예.

어지간한 기사단에서 지휘관으로 활약이 가능한 한 명 한 명이 일당백인 영웅들.

만약 전력(戰力)을 밀도로 계산한다면 그들은 수은만큼이나 무겁고 촘촘하다.

인력낭비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이 기사단은 오로지 한 가지를 상정해 만들어졌다.

바로 베아트레아 대공의 최측근 ‘타타타 타타라’의 살해.

마공학 기술과 마법이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아신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이 아신 뿐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흉흉한 살기를 내뱉으며 연구동으로 한 걸음씩 걸어가던 그들의 앞에 대문이 활짝 열린다.

거기엔 즐겁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한 명의 아신이 보였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 분명함에도 오래된 친우를 맞이하는 것 같은 환한 표정.

“이게 얼마만이야! 싸움을 걸어오는 건 아신이나 공선함대 밖에 없었는데.”

오랫동안 독방에 갇혀있던 죄수가 잡지라도 발견한 얼굴이다.

기사단 맨 앞 열에 거대한 방패와 검을 들고 서 있는 대장이 큰 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오늘! 하나의 역사를 끝내고! 또한 하나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갈 것이다!”

“호우! 호우!”

갑주를 팡팡 두드리며 사기를 고양시키는 행위.

그 뒤로 도열한 기사들은 제각기 병장기를 쿵쿵 울리며 그에 호응한다.

삼계를 가로지르는 푸른 강의 마녀.

그녀를 토벌하려던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횟수만 총 10 번.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치자면 그 배는 되는 숫자의 권력자들이 그녀를 죽이기 위해 시도해왔다.

하지만 타타라는 아직까지 살아남았으며 자신의 암살을 시도한 모든 이들에게 응분의 대가를 안겨주었다.

“썩은 진흙을 삼키는 자들이여, 구원받지 못했던 패전(敗戰)의 영령이여,…”

타타라는 자신의 품에 있던 주머니를 끌러 땅에 뿌렸다.

그와 동시에 뼈로 만들어진 갑옷 기사들이 땅에서 일어난다.

드래곤이 자신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내던 ‘용아병(龍牙兵)’.

“삶에 허덕이는 가련한 자들에게 마지막 자비를.”

한도 끝도 없이 불어나는 그 숫자는 이미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다.

타타라가 혼자서 군단을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용아병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하나가 일류 기사에 필적할 만큼 높은 수준의 알고리즘을 갖고 있는데다가 무한에 가까운 타타라의 마력에 감응해 끝없이 생산된다.

“지금이다! 부토액(腐土液)을 퍼뜨려라!”

대장의 호령과 함께 공선의 격납부가 열리며 마치 비가 내리듯 초록색 진득한 액체들이 퍼졌다.

연구동 전체를 뒤엎을 정도로 많은 양의 액체는 순식간에 곳곳을 잠식해 갔다.

“쿠오오오!!!”

기세등등하게 일어났던 용아병 무리는 부토액에 닿자마자 허물어졌다.

마치 염산이라도 맞은 양 흐물흐물하게 변한 신체는 역한 냄새를 뿜으며 흙으로 되돌아간다.

“우리가 아무런 준비 없이 여기 왔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오. 타타라 공.”

타타라의 주력 전투 마술인 용아병 소환은 특수하게 가공된 인간의 이빨조각을 연금촉매로 사용하여 대지로부터 골렘을 창조하는 연금술이다.

이에 대처해 대장이 준비한 것은 공선을 가득채운 부토액.

오염된 마력으로 땅을 오염시켜 그 어떤 마력작용도 불가능하게 만드는 즉 타타라의 연금술만을 봉인하기 위한 비책이었다.

“이 부토액으로 그대의 연금술은 모두 봉쇄되었소. 순순히 목을 내놓는다면 명예롭고 깔끔한 죽음을 약속하오.”

그 악명 자자한 용아병들이 모두 스러지는 것을 본 대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비단 용아병 뿐 아니라 모든 연금술이 봉인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비전투계의 아신인 타타라가 100명의 중무장한 기사를 맨몸으로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제법인데? 당신 이름이 뭐야?”

“유감스럽게도 그걸 밝힐 수는 없소.”

철컥하고 칼자루를 다잡는 대장.

그와 마주하던 타타라의 눈에서 보랏빛의 안광이 서슬 퍼렇게 흐른다.

폭주하는 마력의 기파가 일대의 대기마저 일렁인다.

“유감이네. 날 즐겁게 해준 대가로 표본에 이름 정도는 남겨주려고 했는데.”

등골이 오싹하게 울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대장은 큰 소리로 외쳤다.

“공격!”

◈          ◈          ◈

“우웅…”

슈슈는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귀를 따갑게 울리는 신호탄의 소리가 성 곳곳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조명탄과 함께 사방을 밝히는 탐조등,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울린다.

“누나, 무슨 일이야?”

“별 일 아니야. 누나가 확인하고 올게.”

대공의 은총에 이제는 성내에서 함께 기거하게 된 아루.

대공은 무려 남작 이상의 귀족을 대접하는 객실을 남매에게 내어주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와 비교해도 호화로운 공간에서 생활 중이었다.

병약한 자신의 남동생이 놀라지 않도록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은 슈슈는 황급히 겉옷을 걸쳤다.

만약 슈슈가 전쟁을 겪은 세대였더라면 이런 경솔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하늘을 밝히는 주홍빛 불똥은 적의 기습을 의미했으니까.

아무런 능력이 없는 그녀로서는 객실에 틀어박혀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리라.

“절대로 밖으로 나오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해. 알겠니?”

“응, 누나.”

조심스럽게 문고리를 비틀어 여는 슈슈.

그리고 슈슈는 그 선택을 곧바로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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