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때로는 아찔하게(1)
“힛…!!!”
“빨리~”
간신히 온몸에 오슬오슬 퍼져오는 잔물결이 진정될 무렵 휘진은 또 다시 가볍게 허리를 털었다.
아슌푸틀의 단단하게 뭉친 엉덩이를 쥐고 마치 물건을 다루듯이 위아래로 가볍게 휘저은 것이 전부였다.
고작 그것만으로 아슌푸틀은 해괴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들어가 봐도 되겠습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자 딱딱하게 굳은 승무원의 목소리.
어쩌면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모셔야할 고객인 베아트레아 대공이 사건에 휘말린 것이 아닌지 염려하는 것이다.
조그맣게 입모양으로 ‘그만! 그만!’을 외치는 아슌푸틀이지만 휘진은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연거푸 아슌푸틀의 가장 깊은 곳을 천천히 쓸어갔다.
등골을 오싹하게 할퀴며 기어오르는 기묘한 기대감.
아슌푸틀은 울상이 되어 입술을 꽉 깨문 채 가까스로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네. 나…큼큼…나쁜 꿈을 꾸었군.”
“물러나겠습니다.”
승무원의 발소리가 멀어져간다.
바로 앞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휘진조차 경탄하게 만든 완벽하게 정돈된 목소리.
비록 말을 한 번 쉬었다 하는 과정에서 작게 삑사리가 나긴했지만 언제나 들어왔던 위엄 가득한 대공님의 목소리였다.
“잘하는데? 이런 위세 넘치는 대공님이 이렇게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헐떡거린다는 건 아무도 상상 못 할 거야.”
“자네, 제 정신인가?”
원망스러운 듯이 목에 팔을 걸고 입술을 삐죽거리는 아슌푸틀의 시선엔 진심어린 원망이 서려있다.
하지만 휘진의 허리질 한 번에 덧없을 만큼 쉽게 허물어져버린다.
어쩔 수 없다.
남녀 간의 쾌락에 대한 반응도는 여성 쪽이 훨씬 민감하고 휘진의 능숙함에 비해 아슌푸틀은 너무 서툴렀으니까.
“하읏…힉…힛…”
“대공님 겨우 두 번째인데 엄청 변태였네. 들킬 뻔하자마자 이렇게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하아…그런 일 없네…”
“정말이지?”
사실 이 코스는 무려 리리엘, 슈슈, 아나스타샤 세 사람이 거쳐 간 코스이다.
바로 ‘들키면 인생 좆 되는 몰래 섹스’.
슈슈의 경우 자고 있는 남동생의 앞에서, 리리엘은 숙소에서 문을 활짝 열어 놓고 & 지휘실 한 가운데에서 애무, 아나스타샤의 경우엔 잠든 소꿉친구의 앞에서.
하지만 그 대상이 아슌푸틀이라는 것만으로 감회가 남다르다.
휘진은 아슌푸틀을 들어 올린 상태 그대로 주춤주춤 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이 쎈 편은 아니지만 아슌푸틀이 워낙 가볍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지 않다.
“뭐하는 겐가…?”
화들짝 놀라며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하는 아슌푸틀.
여기라면 살이 부딪히며 나는 소위 ‘떡치는’소리가 고스란히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에 가까워질수록 아슌푸틀의 남근을 꽉 물고 있는 질벽의 압박감이 뻑뻑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걸음 거리에 의한 진동이 아슌푸틀의 약해진 내부를 사정없이 긁어댄다. 아슌푸틀은 그것만으로 저항할 기력을 잃어버린 채 휘진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터져 나오려는 소리를 참느라 입술을 꽉 다문 채지만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제발 저 가까이에는 가지 말아 달라는 무언의 어필이었다.
괘념치 않고 아슌푸틀의 등을 벽에 기댄 휘진은 아직도 들려있는 아슌푸틀을 벽 쪽에 적당히 밀쳐 공간을 만들어냈다.
“하암…”
문 너머로는 숨죽여 하품을 하는 승무원의 소리가 들린다.
덜컹거리는 소리 이외에는 워낙 조용했기 때문이다.
아슌푸틀은 그 소리를 듣고 놀란 초식동물처럼 겁에 질렸다.
얄궂게도 그와 동시에 자신의 내부를 꽉 채운 휘진의 물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낀다.
아니 이건 그의 물건이 더 커진 것이 아니다.
자신의 신경과 의식이, 몰아 붙여진 욕구에 의해 샅샅이 그가 주는 달콤한 환락에 집중하는 것뿐이다.
휘진은 아슌푸틀을 천천히 내려놓고 벽으로 돌려놓았다.
엉덩이를 쑥 뺀 채 교미를 기다리는 자세가 된 아슌푸틀.
그의 커다란 자지가 빠져나갔다는 안도와 허전함이 동시에 아슌푸틀의 오감을 뒤 흔든다.
그때 휘진이 등에 쓱쓱 무엇인가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살짝 간질거리는 촉감이 소름을 돋게 만든다.
그것은 일정한 규칙성을 갖고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문자다.
‘아슌푸틀, 잘 참아줘.’
그 의미를 천천히 더듬은 아슌푸틀이 황급하게 휘진을 만류하려 할 때. 휘진은 이미 아슌푸틀의 내부에 파고든 뒤였다.
깜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는 아슌푸틀.
갑작스러운 충격에 늘어진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뻗어있던 상체가 벽까지 단숨에 붙는다.
마치 그의 물건이 억지로 배까지 뚫어버리려는 듯하다.
아까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아슌푸틀의 애액이 좁디 좁은 틈을 비집고 주륵 허벅지까지 흐른다.
‘말도 안 돼!’
완만한 움직임에도 평소보다 훨씬 느끼고 있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애액 줄기와 순식간에 절정을 향해 치달아가는 감각이 아슌푸틀을 경악케 했다.
이래서야 그의 말대로 자신이 들키기를 기대하는 것 같지 않는가.
남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질 수 있는 스릴에, 도리어 흥분하는 변태가 된 것 같지 않은가?
“밖에 있어?”
“흐읍!!!”
조용히 있어도 모자랄 판국에 휘진은 목소리를 키워 방 밖에 승무원을 불렀다.
위기감과 동시에 고조된 쾌감을 느낀 아슌푸틀이 황급하게 숨을 죽이는 소리가 휘진의 목소리에 묻혔다.
단숨에 후들후들 떨리며 절정을 맞이하는 아슌푸틀.
휘진에게 따질 경황도 여유도 남아있지 않다.
“찾으셨습니까?”
“잠깐 들어올래?”
문을 여는 소리에 전에 없을 정도로 긴장한 아슌푸틀의 등이 보인다.
아플 정도로 물건을 조여 대며 아슌푸틀은 당장이라도 무릎이 꺾일 것처럼 휘청거리고 있었다.
문이 열린다.
눈부신 광량이 문 밖에서 흘러들어온다.
아슌푸틀과 연결부에서 손으로 쥐어짜는 압박감과 떨림이 느껴졌다.
살짝 앞을 보자 얼굴을 한껏 숙인 아슌푸틀이 어깨를 바들바들 떨고 있다.
이미 들켰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휘진은 유희 이상의 트러블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만약 이대로 들켜버린다면 소문은 소문대로 나고 아슌푸틀의 분노 역시 감당하기 힘들겠지.
승무원이 완전히 방안으로 들어서기 직전 휘진의 발이 방문을 막아섰다.
“미안. 대공께서 곤히 주무셔서 말이야.”
그렇지만 이 각도 역시 위험하기 그지없다. 밝은 밖에 비해 깜깜한 방 안의 광량에 의해 아슌푸틀의 모습은 그림자에 완전히 가렸지만 휘진이 상체를 비켜서는 것만으로 아슌푸틀의 맨들 맨들한 맨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날 테니 말이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니, 지금 당장 뭔가 필요한 건 아니고. 많이 피곤하지?”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며 휘진은 은근슬쩍 허리를 움직였다.
아슌푸틀이 헛숨을 뱉어내는 소리가 아주 작게 들린다.
별안간 단단하게 수축하기 시작한 모양 좋은 애플 힙, 그의 마수에서 벗어나려는 듯 내려가기 시작하는 허리를 휘진은 다리로 단단히 버텨 세웠다.
휘진은 감탄했다.
자신이 문 근처로 다가서는 순간부터 문이 열리는 순간까지 아슌푸틀의 몸은 전에 없던 민감함으로 그의 작은 움직임에 반응하고 있었으니까.
부끄러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두려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새처럼 자신의 앞에서 떨고 있는 아슌푸틀을 바라보고 있으면 원초적인 가학심이 마음을 두드린다.
“아닙니다. 전부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웃음기하나 없이 정중하게 고개 숙이는 승무원.
휘진은 자신이 벌인 일임에도 심장이 덜컹했다.
차츰차츰 구부러져 거의 무릎이 바닥에 닿은 아슌푸틀의 다리가 복도로부터 이어진 빛에 비춰졌으니 말이다.
이러다간 승무원의 시야에 걸릴지도 모른다.
휘진은 잠깐 시간을 멈추고 아슌푸틀과 연결된 채 비척비척 움직였다.
허물어진 그녀의 자세를 바로세우고 살짝 어둠 한켠에 밀어 넣은 정도.
“그래도, 늦은 밤중에 고생이 많지? 대공께서 섭섭지 않게 챙겨주신다고 말씀하셨으니 걱정 안 해도 돼. 윽!”
시간 정지를 해제한 채로 자연스럽게 대답을 했다.
약간 어거지로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있지도 않은 거짓말을 해버렸다.
휘진이 말을 끝낸 즉시 아슌푸틀의 허리가 위아래도 흔들리며 휘진 주니어를 집요하게 깨물어갔다.
시간 정지에 의한 피드백과 극도로 민감해진 대공의 성감대의 콜라보가 일어나 버린 것이다.
본래는 귀가 아플 정도로 질러댔어야 할 답답한 신음과 함께 아슌푸틀은 제멋대로 튕기기 시작한 자신의 신체를 억누르려했다.
예전에 위령제에서 보았던 매혹적인 춤을 연상시키는 아슌푸틀의 절정 댄스.
생각해보니 춤도 엄청 잘 췄으니까 허리 움직임도 일품인 것은 당연하다.
상체까지 덜거덕거릴 정도로 폭발해버린 절정의 파도.
아슌푸틀은 자꾸만 목소리를 해방하려는 신체의 사보타주를 간신히 무시한 채 벽 옆에 있던 생화를 꽉 움켜쥐었다.
어찌된 일인지 영문을 알 수 없다.
왜 자신이 이렇게까지 흥분하고 발정해버린 것인지.
안 그래도 위폐 사건과 반역의 용의로 신용이 낮아진 상태다. 자신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기사과 뜨거운 밤을 보냈다는 찌라시가 돌기라도 한다면 그녀의 정치적 생명은 끝장이 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온갖 유열로 흘러넘치는 뇌의 용량은 그 이상의 자세한 생각을 막아버렸다.
이 쾌락과 스릴을 더욱 느끼고 싶다.
한 걸음만 잘못 디디면 곧장 낭떠러지인 독 사과같은 상황이 주는 쾌감.
처음엔 야속하게만 느껴졌던 휘진의 행동보다, 지금 몸 한 가운데를 불태우는 충동에 아슌푸틀은 몸을 맡겼다.
“더워 보이십니다. 얼음물을 대령할까요?”
“어…어… 그래 부탁해.”
휘진이 땀을 삐질 거리며 서 있자 묻는 승무원. 휘진은 손을 저어 급하게 그를 다른 칸으로 보냈다.
왜냐하면 아슌푸틀이 그의 물건을 뒤로 받아낸 채,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며 그의 자지를 집어삼키기 시작했으니까.
유연함과 박자감까지 일품인 아슌푸틀은 얼마 전까지 처녀의 몸이었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하게 휘진의 앞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하앙…♡♡♡”
반쯤은 이성을 잃은 녹아내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아슌푸틀이 간신히 참았던 신음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유려한 곡선의 엉덩이가 미끄럽게 너울 친다.
그의 물건을 안쪽 한가득 채우는 것이 지상과제인 것처럼, 도착마저 느껴질 정도로 집요하게 아슌푸틀은 팡팡 허리를 돌렸다.
“요거 요거, 그새를 못 참네.”
요오오망한 대공님의 모습에 휘진 역시 전에 없이 흥분했다.
절정으로 제 몸을 가누기도 힘든 상황에서 노출광 같은 모습을 보이는 그녀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아슬아슬한 상황 패티쉬인 휘진의 핀 포인트에 저격 성공이다.
게다가 자신으로 인해 암컷으로서의 쾌감을 알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싫을 리 없다.
“하아…다 자네가… 이렇게 만든 거 아닌가…?”
“들킬 뻔 했다고 이렇게까지 흥분하는 아슌푸틀이 나쁜 거지.”
“몰라…하읏… 난 아무런 잘못 없네.”
-덜컥!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휘진은 재빨리 아슌푸틀의 입을 가로막고 물건을 뺐다.
“고마워. 미안하지만 피곤해서 난 먼저 잘게.”
“편히 쉬십시오.”
얼음 잔을 받아든 휘진은 문을 닫고 조명 하나를 켰다. 방 한 구석을 간신히 밝히는 조명이라지만 섹스 중 무드 등으로서 딱 적당한 광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