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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92화 (92/154)

92화 대공님과 첫날밤(4)

부끄러워하면서도 휘진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아슌푸틀의 얼굴은 어스름한 조명 아래에서도 알아볼 정도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서툴게 리본을 하나씩 풀어감에 따라 복잡한 베이비 돌의 옷자락이 스르륵 흩어졌다.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열어보는 아이가 된 기분이다.

사실 시간을 멈추고 그녀의 가슴을 몰래 몰래 본 경험은 몇 번 있다. 하지만 아슌푸틀의 의식이 있을 때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눈이 빨갛구나.”

“응?”

“상냥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마지막 매듭을 풀기 전인 휘진의 머리를 아슌푸틀은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여유롭게 진정 시키려는 손동작이지만 그녀의 손 역시 미미하게 떨리고 있다.

산전수전 궂은 일을 겪어온 아슌푸틀이지만 남녀의 관계에 대해서는 백지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겨우 옷자락에 불과하지만 무협지의 절진 같은 느낌을 주던 베이비 돌의 앞섶이 드디어 벌어졌다.

검은 색 능라와 화려한 대비를 이루는 아슌푸틀의 속살.

휘진은 그녀의 가슴 깨로 손을 뻗었다.

브래지어는 없다.

잠옷이니 당연하지만 휘진은 커튼을 젖히듯이 아슌푸틀의 어깨끈을 팔을 따라 미끄러뜨렸다.

“아….”

대공님의 엷은 탄식.

대답할 정신도 없는 아슌푸틀에게서 조심스럽게 완전히 브래지어를 벗겼다.

완곡한 곡선을 그리며 솟아오른 작은 가슴과 희미하게 번진 유륜, 그 위에 앙증맞게 매달린 분홍색의 유실까지.

그 끝을 가볍게 깨문 휘진은 혀로 핥듯이 그녀의 가슴을 훑었다.

“아…흥…!!!”

어설픈 신음은 아직은 흥분에 의한 것과 다른, 간지러움과 미지의 감각에 대한 순결한 처녀지의 호소였다.

찌릿하고 전기가 흐른 것처럼 대공의 몸이 작게 경련한다.

입안이란 살과 맞닿았을 때 몹시 축축하고 따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잠깐…! 좀 만 기다…리게.”

미리 예견하고 있던 행위임에도 선뜻 솟아오른 거부감에 아슌푸틀이 뒤척인다.

흥분에 빠진 그를 제지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했지만 그 움직임은 미약하다.

술기운 탓에 힘이 빠져 있는 상태인지라 휘진을 떨쳐낼 힘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반항 아닌 반항을 하는 아슌푸틀의 가슴에 손을 얹어 애무하며 동시에 반대 가슴엔 키스를 계속한다.

이거야 말로 광기의 키스가 되겠지.

처음엔 그저 느슨하게 뭉친 살덩이 같던 유두가 뾰족하게 융기해가는 것이 느껴진다.

살짝 시선을 올리자 아랫입술이 창백해지도록 꽉 물고 신음을 참는 아슌푸틀의 모습이 보인다.

당황한 것 같기도, 기대하는 것 같기도, 난감한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찡그린 아미에 장식처럼 흘러내린 은발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하아….”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는 아슌푸틀.

손안에 잡힌 작은 가슴에서 약동을 느꼈다.

부드럽게 전체를 덮은 손바닥을 통해 휘진과 비슷할 정도의 속도로 뛰고 있는 그녀의 심장을 느꼈다.

생경한 감촉 속에서 아슌푸틀의 몸은 이리저리 움찔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지… 적극적으로 이쪽을 받아 들이려다가도 밀어내기를 반복하고 있다.

그 순결한 몸부림이야말로 가슴에 불을 붙이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그렇게도 좋은 겐가? 타타라에 비하면 만질 보람은 없을 진데…”

마치 아기처럼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빨고 있는 휘진을 보던 아슌푸틀이 작게 미소 지었다.

가슴으로부터 번지기 시작한 간질간질한 느낌이 심장을 거쳐 뱃속에도 장난을 치는 것만 같다.

이런 게 모성애일까 싶은 만족감과 흐뭇함이 적당한 쾌락과 버무려져 마음을 채운다.

하지만 생각보다는 참을 만하다.

이성을 잃을 것 같지도 않고 지금 이 상태 그대로라면 여유와 품위를 유지하는데도 그렇게 큰 노력이 들지 않을 성 싶었다.

“핫…!!”

하지만 그녀의 섣부른 기대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휘진의 공세에 속절없이 허물어졌다.

빙글빙글 젖꼭지를 돌리기만 하던 그의 입놀림이 격렬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위를 천천히 더듬던 것이 측면부와 희미한 유륜을 훑어감과 동시에 적당한 압력으로 빨아들인다.

그가 마치 빨대를 빨 듯이 유두를 빨아드릴 때마다 아슌푸틀은 저도 모르게 허벅지의 안쪽이 오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아슬아슬하게 쾌락 신경을 자극하는 감각.

신체가 자신의 컨트롤을 벗어난 듯이 자꾸만 몸서리치려는 기분에 아슌푸틀은 크게 당황했다.

“우선은 가슴부터 진하게 마크를 남겨줄게.”

“아아…”

타액 덕에 미끈미끈해진 가슴에서 휘진이 입을 떼어냈다.

진득하게 늘어나는 타액이 갑자기 공기와 맞닿자 차가움이 느껴진다.

허나 겉 피부는 바깥바람에 냉각되었을지 몰라도 아슌푸틀은 아직까지도 가슴에서 생생한 뜨거움을 느꼈다.

사정없이 의식을 쪼개가는 말초적인 쾌락.

아슌푸틀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벚꽃이 내려앉은 듯 빨갛게 부어오른 피부.

안 그래도 백설(白雪)같이 하얀 그녀의 피부 위로 선명하게 기어오른 희열의 흔적.

남에게 결코 보여줄 수 없는 곳에 그의 흔적이 아로새겨지고 있다.

“자…잠깐 바로 하는 겐가? 흡…”

무언가 말을 하려 하던 아슌푸틀은 황급하게 입을 닫았다.

휘진의 입술이 이번에는 가슴의 밑 부분을 세차게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체에서 혀는 가장 연하면서도 자극적인 신체 부위.

침이라는 천연 윤활제가 자동으로 분비되는 최고의 애무기구이다.

거기에 가슴의 바로 밑 퉁은 살이 얇아 유두만큼이나 자극이 쉬운 성감대이다.

흡입감과 피부가 당겨지는 느낌.

그리고 거침없이 피부를 기어 다니는 혓바닥은 과거 인간을 타락시켰던 뱀처럼 아슌푸틀의 의식을 뿌옇게 흐렸다.

아까처럼 잔뜩 움츠러드는 허벅지를 이번엔 휘진이 단단히 손을 뻗어 제압한다.

여성의 것과는 골격부터 다른 손아귀.

여린 피부와 마주 닿은 거친 피부가 그에게 제어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하으으응…”

어째서 신음을 참는 것일까라고 하면,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마음을 터놓기로 한 사이라지만 첫 번째의 관계.

처음부터 절조 없는 목소리로 울어대며 천해보이는 몰골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애무의 쾌감이란 예상보다 훨씬 야만적이고 거칠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목울대를 긁어대듯이 저도 모르게 힘껏 신음소리가 뻗어대려 한다.

휘진은 그 뒤에도 몇 번씩이나 위치를 바꿔가며 아슌푸틀의 가슴을 한껏 만끽했다.

“하아…하아… 이걸로 조금은 만족 했나?”

초 밀착거리까지 가까워졌던 휘진이 떨어지고 한 숨 돌리게 된 아슌푸틀은 간신히 참아왔던 대화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휘진은 대답도 없이 멍하니 아슌푸틀의 가슴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까지 첫눈처럼 새 하얗던 아슌푸틀의 가슴이 만개한 화원처럼 수많은 키스마크가 얼룩덜룩하다.

그게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뭔가 현실감이 없어질 정도이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과분하다고 생각했던 상대였으니 말이다.

“아슌푸틀.”

“무엇이든 부탁하게나. 그… 오늘은 나도 오로지 그대를 위하기로 결심했으니까.”

아직 요구를 하지도 않았건만 특유의 빠른 눈치로 제대로 된 대답을 해주는 대공님.

아무리 절제를 하고 적당히 제어를 한다고는 하지만 이 타이밍에 마냥 순애 플레이는 어울리지 않다.

지금이라면 아슌푸틀도 넘어가 줄지도 모르니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그…저기…팬티 좀 보여줄 수 있어?”

“그런 부탁을 그리 어렵게 하나? 이미 가슴까지 보인 사이인데 말이야.”

“그럼, 침대 위에 올라선 채로 베이비 돌 스커트만 들춰서 팬티의 슬릿을 자세히 보게 해 줄 수 있어?”

“…”

손쉽게 무엇이든 허락해줄 것 같던 아슌푸틀의 움직임이 멈칫 굳었다.

생각보다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요구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스스로를 노출하는 플레이에는 조금 저항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껏 휘진이 리드해 왔으니 분위기에 맞춰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지만 스스로 서서 팬티를 들춰 보이는 행위는 아무래도 수치스러울 테니까.

“…굉장히 내키지 않는다만…”

“부탁할게.”

“후우…이번만이네.”

조금 뜸을 들이면 휘진 쪽에서 철회할 줄 알았지만 그 간절한 눈빛을 본 이상 대공은 순순히 그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휘진은 침대에 양반다리를 한 자세로,

아슌푸틀은 그런 그의 앞에 흘러내린 베이비 돌의 어깨끈을 다시 매고는 스커트를 조심스럽게 들춘다.

휘진의 앉은키는 정확하게 아슌푸틀의 흰 레이스 팬티를 완벽한 로우 앵글로 관람할 수 있는 높이이다.

사실 이대로도 아주 잘 보이기는 하는데.

대공님이 그를 위해 팬티를 보여주는 그 상황자체에 꼴림 요소가 있는 거다.

“이걸로 만족했나?”

가랑 사이를 살며시 파고든 팬티, 아슌푸틀의 틈새가 애액에 젖은 천에 달라붙어 고스란히 노출된다.

“완전 푹 젖었네.”

“…!!! 이래서 싫다고 했던 것인데. 그대가 고집을 부리지 않았는가!”

상상이상으로 젖어있다.

어느 정도냐면 팬티의 하부를 적시다 못해 삐져나온 애액이 허벅지의 테두리를 축축하게 하고 있을 정도이니까.

아무리 레이스이고 면의 면적이 적다지만 이 정도라면 완전, 완전 흥분 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엄청 야해 보여.”

“섬세함을 기르는 것도 여성에게 사랑 받는 좋은 방법이라네.”

“혹시 자위도 엄청 오래전에 한 거 아니야?”

거듭된 휘진의 무례함에 기분이 상한 건지 아슌푸틀은 그대로 스커트 자락을 놓았다.

대신 응징의 꿀밤이 정수리에 박혀든다.

“난 그런 것 해 본 적 없네.”

“태어나서 한번도?”

“맹세코!”

그렇다면 이 홍수도 납득이 갈만하다.

단 한 번의 자극도 없이 방치되어있던 성욕을 이렇게나 긁어댔으니 멀쩡할 리가 있나.

“아 진짜 왤케 귀여워.”

휘진은 그 상태 그대로 아슌푸틀의 가느다란 허벅지를 끌어안았다.

팔뚝에서 포동포동한 그녀의 엉밑살이 느껴진다.

갑작스러운 허그에 당황한 것인지 주춤하는 아슌푸틀의 스커트 아래에 고개를 밀어 넣는다.

“기다리게! 거긴…!!”

“여기가 뭐?”

움찔움찔하던 아슌푸틀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는 것이 눈에 선하다.

황급히 휘진을 말리던 목소리가 조그맣게 기어 들어간다.

“더…더러우니… 나와 주게나. 그런 데에 들어가서 무엇을 할 셈인가.”

“내가 말했지? 나는 너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설마…”

아슌푸틀의 푹 젖은 팬티 위를 한껏 벌린 휘진의 입이 그대로 덮어갔다.

팬티.

여성의 삼각지를 가리는 가장 위대한 발명품.

이게 없었더라면 스커트 밑으로는 한 점의 가드도 없는 신천지가 펼쳐졌을 터.

때문에 팬티란 모든 남성들의 적이자, 그 은밀한 장소와 맞닿는다는 사실로 판타지를 자극한다는 이상향이기도하다.

그곳에 코를 처박고 레이스 위를 샅샅이 빨아들이는 휘진.

혀끝으로 느껴지는 짭짤하고도 향긋한 애액의 풍미.

모든 적년기의 여성에게는 당연히도 존재하는 것이지만, 이게 대공님의 것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뭔가 아연해진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엄청나게 청순한 컨셉의 아이돌이 섹스를 하는 장면이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 그런 거.

물론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확실하게 이미지 탓인지 확실하게 머리에 그려지지 않는 그런 장면.

첫 대면의 대공님이 이렇게 침대 위에 올라서서 애무하기 쉽게 스커트 자락을 들춰주고 있는 장면은 지금 이 순간도 쉽게 실감이 나지 않으니까.

“뭐뭐뭐하는 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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