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순진의 여기사(3)
원래 자위를 한 번도 안한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마음이 흔들리는 꼴이다.
아무튼 아리스의 단정한 얼굴에 침으로 질척거리는 막대기를 휘둘러 천천히 칠을 해간다.
말랑말랑한 뺨부터, 아까까지 자지의 기둥을 훑어주던 고운 입술까지.
당장 리리엘만 해도 질색팔색할 변태적인 행동이지만 아리스는 조금 의아한 기색을 보일 뿐 얌전히 있다.
그녀에게 있어선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나, 그걸 얼굴에 비벼대나… 큰 차이점이 없는 것이다.
오똑한 콧날을 타고 미끄러진 육봉은 아리스의 눈두덩이로 향한다.
긴 속눈썹이 따끔따끔 민감한 부분을 자극한다.
아리스는 살짝 눈을 감고 입 앞으로 바짝 다가온 휘진의 구슬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핥았다.
딱히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휘진이 조금이라도 더 기뻐해주기를 바랬을 뿐이지만 그곳은 휘진의 약점이었다.
숨을 들이쉰 휘진은 아리스에게 조금 더 무리한 요구를 해보기로 했다.
“아리스, 지금 무척 기분 좋은데 나도 너처럼 뒷구멍이 기분 좋고 싶거든.”
바로 얼마 전에 맛 들린 똥까시.
서양에선 리밍(rimming)이라고 부르는 숭고한 의식이다.
“우리 고향에서는 서로의 ‘깨끗한’ 항문을 핥아주면서 친분을 도모하는 의식이 있거든?”
“…휘진경의 고향은 견인족으로 가득한 곳인가요?”
뭔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시작할 것은 아리스도 이미 알고 있었다.
휘진은 그런 부분을 얼렁뚱땅 넘기려는 성향이 있으니 말이다.
“진짜 완전 깨끗하거든? 그러니까 앞에만 살짝 핥아주면 안될까 해서.”
“이 자세 그대로 말입니까? 웁…”
휘진은 다리를 살짝 벌린 채로 앞으로 전진했다.
그 결과 아리스는 살짝 위를 바라본 채 미간에 휘진의 알주머니를 얹고 있는 자세가 됐다.
마땅찮음을 느끼는 아리스이지만 흥분한 그녀는 의외로 순종적으로 휘진의 지시를 따랐다.
혀를 길게 뻗어 휘진의 뒤를 공략하는 아리스.
말캉한 살 주름이 혀의 움직임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인다.
“츄릅…페헤에…후웁…”
아리스의 콧김이 불알을 흔드는 것을 느끼며 휘진은 열심히 용두질을 계속했다.
설마하니 아리스에게 이런 호화로운 애무를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하지 못했거늘…
금세 한계를 느낀 휘진은 아리스를 물러서게 하고 그 앞에서 용두질을 계속했다.
야동을 처음 보는 과거의 휘진처럼 흥미와 흥분으로 고묘하게 뒤섞인 아리스의 자태가 너무나도 요염하다.
“으윽… 쌀 것 같아 아리스…”
“엑…!! 흐엣!!”
-꿀렁 꿀렁 꿀렁!!!
아리스가 당황한 것은 당연하다.
무릎을 꿇은 채 휘진의 자위행위를 홀린 듯이 바라보던 아리스.
그녀의 찬란한 금발 위에 휘진이 새하얀 백탁을 끼얹은 것이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사정을 계속하는 휘진의 자지를 앞에 두고 아리스는 망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 위에 느껴지는 뜨뜻한 감촉을 확인했다.
물론 휘진이 보기엔 군데군데 새하얀 정액을 묻히고, 머리엔 차마 손을 얹을 생각도 못한 채 당황하는 아리스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뭐하는 겁니까!!!”
화려하게 작렬하는 등짝 스매쉬와 함께 휘진은 행복함에 미소 지었다.
◈ ◈ ◈
아리스가 머리카락에 튄 정액을 씻기 위해 샤워실에 들어갔을 때, 리리엘은 몸을 뒤척이더니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쾌락에 대한 저항도가 많이 낮아진 리리엘이 섹스 도중에 기절하는 것은 꽤나 잦은 일이었기에 대충 이불만 덮어 놓은 채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죠?”
“보이는 그대로지 뭐.”
아무래도 중간 정도부터는 자는 척을 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과장된 난색을 표한다.
아리스와 리리엘의 접점은 여태 거의 없었다. 리리엘이 아리스를 그의 연인으로 착각한 것 정도 밖에 없으니까.
쓰리썸 자체는 그녀의 스승인 타타라와 함께했던 적이 있다.
무엇보다 휘진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썩 마음에 들진 않았던 기억도 있다.
“저는 이제 나가보면 되는 건가요?”
살짝 삐진 듯이 코를 울리며 옷가지를 찾는 리리엘.
거칠어진 그 몸동작에는 불만스러운 기색이 느껴진다.
모처럼의 재회와 용기를 낸 고백 이후 다른 여자를 곧장 침소로 들이다니.
이 남자는 얼마나 배려심이 없는 걸까?
“그러지 말고 함께 뒹굴자.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행복은 나누면 2배가 된데.”
“싫어요. 부끄러우니까.”
오호, 부끄러우니까 라?
이제는 제법 솔직한 감정 표현도 보일 줄 알게 되었나보다.
그 전까지 리리엘이었더라면 죽어도 입에 담지 않을 표현일 텐데.
하지만 이대로 오랜만에 만나서 질내사정도 없이 쓸쓸히 보내기엔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휘진은 곧바로 리리엘의 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조근조근 속삭였다.
“지금까지는 내가 너 기분 좋게 해주려고 열심히 노력했잖아. 이제는 네 차례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에엡…!!”
발끈해 소리 지르려는 리리엘의 입 안에 휘진의 굵은 엄지손가락이 파고든다.
만질만질한 볼의 옆면을 좋을 대로 더듬으며 휘진은 리리엘의 꼬들거리는 귓가를 만지작거렸다.
입 안에 질척거리는 타액과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칠칠치 못한 표정이 되어버린 리리엘.
날카롭게 올라갔던 눈가가 어느새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암컷의 표정으로 누그러든다.
봤지? 이게 발정기의 힘이라는 거다.
엄밀히 말하면 ‘발정기+리리엘의 마조력+그간의 조교’ 덕택이겠지만.
“게다가 너도 아직 부족하잖아?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 굵은 자지로 여기까지 쿡쿡 찔러줄 텐데.”
리리엘의 매끈한 복근 아래의 자궁 근처를 자지로 쿡쿡 찌르자, 벌려진 리리엘의 입에서 ‘휘유우우’하는 안타까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금까지는 너도 취향 밖이었을 거 아니야?”
“므…므슌 쇼리를…”
“이제 와서 아닌 척해도 소용없어. 이미 고상한척 하는 리리엘 양이 물건 취급당하는 걸로 질질 싸는 씹 마조년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오랜만에 해보는 천박한 소리에 리리엘의 허벅지가 단단하게 뭉친다.
손에 잡혀 있던 보드라운 귀도 관심이 생긴 것인지 쫑긋거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가씨를 용케도 여기까지 타락시켰구나 하는 감회가 새롭다.
“네가 아무리 싫다고 발버둥치고 저항해도, 절대로 놔주지 않고 자궁구에 바짝 붙여서 사정을…”
“퉤에… 알았어요… 알았다구요…하아…하아…”
점점 얼굴이 붉어지던 리리엘은 침대에 몸을 뉘였다.
때마침 샤워를 끝낸 아리스가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탈탈 털며 걸어 나왔다.
뚝뚝 카펫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녀를 마치 호수의 요정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건…”
“아, 인사해 이쪽은 오늘의 도우미 리리엘 양이야.”
“아…안녕하세요오….”
휘진의 소개에 얼떨결에 인사를 하고만 리리엘의 말끝이 말려들어간다.
새삼 부끄러움을 느꼈다.
“휴우… 휘진 경의 변태성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리리엘 양은 괜찮으신 겁니까?”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는지 리리엘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푹 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엘, 아리스 기사님을 진심 절정으로 보내버리면… 뭐든 네가 원하는 한 가지를 들어줄게.”
휘진은 리리엘의 귓가를 들추고 살짝 속삭인다.
이제 쇼타임이다.
◈ ◈ ◈
아리스는 오늘 그 어떤 휘진의 요구에도 응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알몸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는데 리리엘이 기어 올라올 때는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리리엘 영애가 아름답다 한들 ‘여자와 여자’라니.
레즈에 대한 그 어떤 상식도 없는 아리스는 기괴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츄우우…츄우우….”
“힉…!! 히읍…!!”
리리엘의 애무가 시작되었을 때 아리스는 손목으로 입가를 틀어막은 채 침대의 시트를 쥐어짜야했다.
다리를 V자로 벌린 채 반쯤 뒤로 하반신을 넘긴 민망한 자세.
소위 말하는 굴곡위에서 여성이 하는 자세이다.
둥글게 굽은 허리의 밑에는 베개가 받침으로 들어가 있다.
어째서인지 가득한 의욕의 리리엘 영애는 휘진에게 다리를 붙잡아 줄 것을 요구하고 곧바로 아리스의 뒷구멍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
휘진으로부터 아리스의 최대 약점이 뒷구멍과 클리토리스라는 사실을 들은 것이다.
게다가 리리엘의 혀 놀림은 예사롭지가 않다.
항문이라는 민감한 신체 기관에서 성감대만을 콕콕 꼽아 그 주변만 둥글게 애무한다.
뾰족한 혀끝이 닿는 곳은 여지없이 아리스의 허리를 튕기게 할 만큼 기분 좋은 곳이되 절대로 절정에 달할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타타라와의 레즈 섹스로 이미 달인의 영역에 달해버린 리리엘의 여성 애무 실력은 어쩌면 이미 휘진을 능가했을 수도 있다.
본인도 여성의 신체를 갖고 있는 이상 어디가 기분 좋은지를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문제였으니까.
“하으으읍…!!!”
가을철 잘 익은 보리밭이 바람에 일렁이는 것처럼 아리스의 탐스러운 금발이 침대 위를 수놓는다.
이 관경은 사랑스럽다.
아리스의 비소에 고개를 처박고 온갖 혀 놀림으로 그녀를 농락하는 리리엘이나,
그런 리리엘의 적극적인 공세에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 순순히 당해주는 아리스나.
“자…잠시만요…”
살짝 버둥거리며 힘을 주려는 아리스이지만 허리가 빠져버린 것처럼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느덧 회음부를 지나쳐 거리낌 없이 애액이 흘러넘치는 틈새 안에 혀를 길게 집어넣는 리리엘.
혀끝을 아릿할 정도로 자극하는 애액의 맛에는 저항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타타라와의 섹스에서 내성이 생긴듯하다.
기껏해야 손가락 정도 밖에 침입을 허용한 적이 없던 아리스의 순결한 틈에서 활개를 치는 리리엘의 혓바닥.
위에서 보면 변기의 커버처럼 다리를 올리고 있는 아리스는 겨우 등의 절반 정도만 침대와 닿아있다.
게다가 허벅지의 아랫부분을 리리엘이 확실히 붙잡고 있는 형태.
이 상황에서 아무리 움직인다한들 엉덩이를 빼는 것은 불가능하다.
“흐으응응…”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