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화 순진의 여기사(2)
벨트 안으로 들어가 있던 셔츠자락을 살짝 들어낸 휘진의 손이 미끄러지듯이 아리스의 허리를 휘감는다.
탄력 있는 복근과 두근거리는 맥박이 느껴진다.
그야 말로 운동선수와 같다 할 수 있는 이 촉감이야 말로 위험영역.
“하지만! 저기엔 리리엘 공녀(公女)가…”
“뭐 어때? 서로 알 건 전부 아는 사이잖아.”
엄밀히 말해서 친분도 뭣도 없는…. 서로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다. 허나 휘진의 손은 멈출 기미가 없다.
툭 튀어나온 골반 뼈를 어루만지듯 자극하며 천천히 아래로 넘어가려는 손길이 생생히 느껴진다.
잠시 망설이던 아리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 진 빚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은 자각이 있다.
아리스가 주도했던 저번 작전도 휘진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수많은 엘프들의 목숨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의 단독 행동을 허용했던 것 또한 스스로의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서였음을 아리스는 인정한다.
그라면 아무런 피해도 없이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는 망연한 기대감에 일을 맡겼던 것이니 말이다.
“잠시만요. 적어도 옷 정도는 스스로 벗겠습니다.”
“뭐 어때? 이대로가 좋은 거지.”
뒤에서 뱀처럼 칭칭 아리스를 끌어안은 휘진은 아리스의 몸을 멋대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매끈한 복근부터 자궁이 있는 아랫배 위를 스리슬쩍 스쳐지나가며 셔츠의 윗부분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손가락이 가슴의 윗부분을 천천히 더듬는다.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좋은 건 나눌수록 커진데.”
“….”
그 자세 그대로 침대로 천천히 걸어나간 아리스는 인사불성이 되어있는 리리엘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휘진은 리리엘이 문자 그대로 떡실신 해 있는 동안 아리스와 즐기기로 결정했다.
그럴 듯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예술가에게 인스피레이션의 펄스가 터지듯이 즉흥적인 상황과 선택.
“자 여기에 무릎 꿇고 앉아.”
“무릎을 말입니까…?”
“충성을 맹세하라거나 안 할 테니까 빨리 빨리.”
자존심과 긍지로 똘똘 뭉친 아리스인 만큼 아무리 휘진의 부탁이라 해도 맨 바닥에 무릎을 꿇으라는 것에는 거부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도 잠시. 채근하는 휘진의 말투에 주춤주춤 치마를 접고 앉았다.
휘진이 상당히 키가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완전히 꿇어앉은 자세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엉덩이는 발뒤꿈치에서 때고 반쯤 일어선 자세이다.
“웃…”
아리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남성경험은 단 한번.
그것도 휘진과 뒷구멍 섹스를 한 것이 전부이다.
따라서 이렇게 가까이서 완전 발기한 양물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모양 좋은 거북이의 머리.
기둥 전체에 새파랗게 돋은 울퉁불퉁한 정맥과, 끈적하게 늘어지는 시큼한 냄새의 애액.
이 애액의 주인공이 침대 위에서 홍알거리는 리리엘이라는 것은 아무리 경험이 없는 아리스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이렇게 두껍고 커다란 것이 자신의 안에 들어왔었단 말인가…
새삼 여성의 신비를 느낀 아리스.
“이제… 바라보고 있으면 되는 겁니까?”
그저 힐끔힐끔 시선을 준 것만으로도 위 아래로 껄떡이며 반갑게 인사하는 휘진의 양물에 살짝 기겁하며 아리스가 물었다.
그녀의 성지식으로는 도저히 휘진이 요구할 사항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설마 이렇게 계속 움직이다가 그때처럼 뜨겁게 사정하는 것인가?
남자는 시선만으로 절정에 맞이할 수 있는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시선으로 눈을 치켜뜬 아리스가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
평소의 쿨한 모습과의 갭이 휘진의 주니어를 몇 번이나 더 껄떡거리게 만들었다.
“아니 입으로 물어줄 수 있겠어? 아, 이빨이 닿지 않게 입술과 혀로 말이야.”
조용히 허리춤의 칼로 손을 옮기는 아리스의 반응에 휘진은 갑작스레 엄살을 부렸다.
“으악!!! 무려 3000명의 병사에 둘러싸여 고군분투하며 탈출하다가 접질린 왼쪽 발목이!!!”
“….”
“크윽…!! 오늘은 비도 안 오는데 강철 메이스로 뚜드려 맞은 오른쪽 허리가 아파오네? 아이고… 왤까, 아리스 왤까?”
처음엔 그의 변태적인 요구에 진지하게 정색했던 아리스지만, 휘진의 익살에 아리스는 푸흡하고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생판 남인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해주었던 휘진이다.
이 정도의 봉사로 마음의 빚을 퉁칠 수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다!
그렇다고 수지타산 끝에 나왔다기보다는 순전히 감사한 마음에 아리스는 조심스럽게 혀를 뻗어 휘진의 갈라진 틈을 핥았다.
“짜군요…”
얄쌍한 혀가 요도를 훑고 지나가는 느낌에 휘진의 물건이 한 번 더 껄떡이며 아리스의 코끝을 치고 지나갔다.
“한 번 닦아도 되겠습니까? 아무래도 조금은 거부감이 들어서요.”
얼굴을 쓱 소매로 닦은 아리스가 요구해 왔다.
역시 아직까지는 무리인가 싶어서 휘진은 물수건으로 대충 양물을 닦아내었다.
그 아리스가 펠라치오를 손수 해주겠다는데 이 정도는 양보해줄 수 있다.
원래는 남의 애액으로 흠뻑 젖은 양물을 입으로 빨면서, ‘이 맛과 향기는 너무 음란해서 몸이 멋대로 발정이 나버려욧!’ 같은 19금 라노벨 전개를 기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역시 거기까지는 무리한 기대였나 보다.
덤으로 아리스가 무릎이 아프지 않게끔 쿠션을 가져와 그녀의 무릎 아래 깔아주었다.
조그마한 배려에 묵례를 하는 아리스.
이런 상황에서도 예의범절을 잃지 않는 것이 그녀의 매력 포인트이다.
물론 자지가 박힌 상태에서도 예의 바를지는 모르겠지만 크큭.
“하압…”
“크윽….!!!”
우물쭈물 조금 망설이던 아리스는 큰 결심을 한 듯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양물을 한껏 입에 머금었다.
매끄러운 입술 사이로 아리스의 뜨거운 구강 점막이 느껴진다.
본디 남성의 생식기란 신체에서 상당히 차가운 부분이고, 반대로 구강은 굉장히 뜨거운 부분이다.
그 온도차에서 나오는 황홀한 감각이 역시 펠라만의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휘진은 생각한다.
입을 한껏 벌린 채 최대한 이빨이 닿지 않도록 휘진을 배려한 아리스이지만 이것만으로도 버겁다.
최근 들어 타타라의 정력제를 복용하며 몇 센치는 더 커지고 굵어졌으니 당연한 수순이다.
“우우우우음…?”
자지를 문 체 아리스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위를 올려다본다.
아무래도 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치켜뜬 그 눈과, 배설기관이나 다름없는 생식기관을 입에 물리고 있다는 상황이 주는 정복감이 휘진을 고양시켰다.
좀처럼 예뻐야지 말이야.
당장에 톱 급 배우라고해도 믿을 수 있는 청순가련한 아가씨에게 펠라치오를 하나하나 가르쳐가다니.
인생 살고 볼 일이다.
“자 이제 머리를 천천히 앞뒤로 움직여. 손은 무릎에 둔 채로.”
“네헤…”
자지를 물고 대답하기에 살짝 샌 발음.
아리스는 천천히 포니테일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역시라고 해야 할지… 사실 전혀 기분 좋지 않다.
지금껏 하드코어 한 섹스에 길들여져 있는 휘진에게 아무런 기교도 요령도 없는 아리스의 펠라가 기분 좋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아리스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푹 빠져있는 게 아닌 이상에야 말이다.
하지만 그 서툰 모습이야 말로 색욕을 자극한다. 바로 이 점이 휘진의 신사력을 높이 평가해 주어야 할 이유일 것이다.
펠라치오도 운동신경과 관련이 있는 건가, 싶었지만 어쨌건 몸을 컨트롤하는 작업 중 하나이다.
처음에는 이빨로 표면을 긁는 등 꽤나 아픈 꼴을 보게 해주었던 아리스였지만 슬슬 이쪽의 눈치를 보더니 겨우 몇 분 만에 제법 능숙해졌다.
말랑 말랑한 혓바닥이 끈적거리는 타액을 윤활제 삼아 거북이 머리의 아랫부분을 적절하게 훑어준다.
살짝 까슬거리는 겉 표면이 껍질 아래의 민감한 부분을 훑어줄 때마다 불끈불끈 사정감이 치솟았다.
“츄웁…추웁…부욱…”
그 무엇보다 자극적인 것은 아리스의 얼굴이다.
아무래도 지근거리에서 양물을 보는 것엔 거부감이 드는 것인지 지그시 감은 두 눈.
최대한 입 안의 움직임에 집중해 살짝 찡그린 미간이 아름답다.
타액이 얽히는 피부에 달라붙는 소리와 가끔씩 들리는 바람이 빠지는 소리.
제대로 쭉쭉 빨아주면서도 너무 아프지 않을 정도의 흡입을 계속하는 덕에 사정감을 재촉한다.
휘진은 이마에 흘러내린 아리스의 머리를 살짝 넘겨주었다.
그 겨를에 살짝 실눈을 뜬 아리스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의아한 기색으로 훑어본다.
아아, 천사나 다름없는 자태이다.
오늘 자정이후 족히 8번 정도 사정을 끝낸 휘진 주니어에 또 다시 박차를 가할 미모의 극치다.
“푸하…잘하고 있나요? 이런 건 처음이라… 어색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냥 너무 예뻐서 정리해주고 싶었어.”
“이런 말을 하면서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었던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생각해보면 AV에서나 흔하지 한국에서마저 펠라에 저항을 갖고 있는 여성도 많다.
분명 그 이상의 보수성을 띄고 있는 북해의 기사 아가씨가 순순히 부탁에 응하다니. 아리스는 휘진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그를 신뢰하는 것이 분명하다.
문득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곧장 사정해버릴 것 같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청초한 자태로 얼굴을 붉히면서도 껄떡이는 존슨을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리는 아리스.
그녀의 얼굴에 새하얀 단백질 팩을 발라주고 싶은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그치?
곧장 아리스의 뺨에 존슨을 부딪쳤다.
“이건 또 무슨…”
“잠시만 가만히 있어줄래?”
아리스의 입장에서도 남성기를 입으로 빨아주는 행위 직후이다. 이어질 휘진의 변태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대체로 열린 마음으로 부응할 마음이 든 상태였다.
휘진이 아리스에게 박아 넣었던 쇄기는 생각보다도 거대했다.
그 어떤 성적인 자극에도 백지나 다름없던 아리스를 진흙탕까지 끌어내리고 뇌가 녹을 정도로 녹진한 쾌감을 선사했던 휘진.
태어나 처음 느낀 여성으로의 기쁨은 아리스의 몸 안에 깊게 뿌리를 내린 것이다.
신체 부위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굳건했던 그의 물건이 애널을 깊숙이 잠겼던 감각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그가 실종되기 전까진 부끄럽지만 틈틈이 뒷구멍을 이용한 자위를 하곤 했었다.
물론 어색함이 극에 달해 그의 면전에선 일부러 거리를 두었지만 말이다.
방금 전까지 그에게 봉사하면서도 아리스의 몸은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손으로 만지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감각을 지닌 혀와 입으로 그의 물건의 단단함과 모양을 확인하면서 아리스는 자신의 애널이 욱신욱신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숨이 가빠지고, 두 뺨엔 사과처럼 싱그러운 홍조가 일어난다, 심장이 막 수련을 맞췄을 때처럼 두근거리고, 체온은 살짝 높아졌다.
자신의 몸 역시 그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