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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83화 (83/154)

83화 애증의 리리엘(1)

애초에 상당한 체급차이가 나는 두 사람 중 휘진이 전력으로 허리를 튕기자 슈슈의 몸이 통째로 들릴 정도의 강한 피스톤이 가능했다.

엉덩이를 단단히 붙잡은 손은 그녀의 몸이 어느 정도 이상 떠오르는 것을 막으며 더더욱 강하게 그녀의 약점을 압박한다.

“하읏…하읏…하읏….그마아안…!! 그만해주세요으으우웃…!!!”

“성 처리 용 메이드의 명령을 듣는 주인님 따위 있겠어?!!!”

휘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도리도리 고갯짓을 하는 슈슈지만 휘진의 움직임에는 자비가 없었다.

절정으로 끝없이 잘게 진동하고 수축하는 슈슈의 수태기관에 고기의 창을 박아 넣는다.

거듭된 절정으로 슈슈의 몸은 그녀의 통제를 벗어났다.

가슴을 할퀴며 심지어 어깨를 깨물며 발버둥을 치는 슈슈의 저항에도 휘진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더더욱 속도를 올린 휘진의 움직임의 끊임없이 간드러지는 신음을 내지르던 슈슈의 숨이 멎는다.

“아…아…”

머릿속을 하얗게 물들인 섬광.

마치 천국의 문고리를 잡고 온 부유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질 내부에 뜨겁게 번지는 휘진의 정액과 움찔거리는 그의 물건이 아플 정도로 기분 좋게 슈슈를 녹여냈다.

갓 태어난 사슴인양 무력하고 연약하게 나신을 포개오는 슈슈를 보고 휘진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슈슈…나도 슈슈를 사…”

그 입을 슈슈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틀어막는다.

“안 돼요….흐으윽…!! 주인님, 그 말은…하아… 안돼요…”

무엇보다 듣고 싶던 말을 틀어막는 슈슈는 울고 있었지만, 그녀를 만난 모든 순간 중 가장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섹스가 끝난 뒤 슈슈는 여느 때처럼 가볍게 몸단장을 끝내고 휘진의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들었다.

슈슈의 고백을 거절하고, 광란의 섹스도 끝나자 소강상태가 되어버린 이 분위기.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슈슈가 이렇게까지나 열심히 하는데 어색한 티를 낼 수는 없다.

“지금까지 주인님과 한 섹스 중에 가장 기분 좋았어요. 배는 조금 아프지만요…”

쓴 웃음을 지으며 배를 감싸 안은 슈슈는 조심스럽게 조금 작아져버린 휘진의 물건을 가볍게 혀로 훑는다.

이미 2차례 사정을 끝낸 자지는 좀처럼 작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반 반기 상태 정도로 진정되었는데, 슈슈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자마자 다시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다.

“미안, 많이 아팠어?”

“네, 하지만 정말 정말 기분 좋았는걸요.”

처음에는 진짜 심심풀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역시 사람은 정이 들면 모질게 대하기 힘든 모양인가보다.

아무리 그래도 몇 주씩이나 방을 청소하면서 슬픔으로 하루를 보내고 줄곧 기다렸다는 말을 하는 메이드를 모질게 대할 순 없잖아.

그런 놈이 있으면 그게 사람 새끼냐.

“슈슈는 몇 번째여도 상관없어요.”

이런 기특한 말을 하는 메이드를 도대체 어떻게 성처리용 메이드니 뭐니, 사용할거니 뭐니 했을까.

과거의 자신을 마구마구 두들겨 패고 싶어지는 휘진이었다.

“슈슈는 나쁘고 이기적인 아이니까요. 역시 포기할 수 없어요. 제가 첫 번째가 아니어도 좋아요. 두 번 째조차 아니어도 좋아요. 문득 주인님이 주위를 둘러 봤을 때 거기에 있을 수 있다면 슈슈는 그걸로 행복한걸요.”

“슈슈 너 정말 좋은 녀석이구나.”

아픔을 곱게 씹어 넘긴 뒤, 애틋한 미소를 보여주는 슈슈의 갸륵함에 휘진의 마음도 덩달아 출렁였다.

덤으로 말을 하는 중간 중간 장난을 치듯이 입과 혀를 이용해 휘진의 물건을 자극하는 슈슈.

“오늘은 마음껏 봉사해 드릴 거에요. 지금까지 못해 왔던 만큼 전부다. 하지만 지금은 안이 너무 아파서 이걸로 만족해 주세요.”

이제 더는 못할 것 같지만 저렇게 말하는 슈슈를 거절 할 순 없다.

평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입장이 입장이란 말이지…

고백을 거절한 여자에게 모질게 못 대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는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연습한 것인지 일취월장한 슈슈의 펠라치오를 받으며 휘진은 밤새 정액을 짜이고 또 짜였다.

◈          ◈          ◈

더 이상 거시기가 서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슈슈의 봉사를 받은 다음날.

아침이라기엔 너무 늦은 시간에 눈이 떠졌다.

“코오오오…”

어쩐지 잠자리가 좀 불편하다 했더니 가슴팍엔 슈슈가 여름철 고목에 붙은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어 작게 코를 고는 중이다.

원래는 인형처럼 잠버릇이 좋은 슈슈이건만 밤새 굉장히 피곤했으려나.

지금껏 하지 못했던 일을 전부 해버리겠다는 기세로 달려드는 슈슈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어서 상대해주는 이쪽도 기진맥진이다.

아침인데도 텐트가 쳐지지 않았다는 게 그 행복한 고난의 행군을 증명하고 있었다.

“우우웅…”

휘진의 인기척에 슈슈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밤새 질렀던 신음소리에 살짝 쉬어있는 목과 눈물 탓에 퉁퉁 불은 눈가.

휘진은 조용히 슈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죄송해요. 슈슈가 먼저 일어나서 아침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나도 방금 일어난 참이야. 좀 더 잘래?”

“…쿠울…”

눈을 끔뻑 끔뻑 거리던 슈슈는 다시금 눈을 감고 졸기 시작했다.

비몽사몽이라는 단어가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모습.

이 와중에 먼저 일어나 시중을 들지 못했던 점을 염려하다니, 역시 감동이다.

“엇!”

오후 햇살에 졸던 고양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던 슈슈는 그 겨를에 잠이 깨어나 버렸는지 눈을 번쩍 떴다.

“꿈이 아니었네요… 헤헤, 주인님.”

“좀 더 쉬어도 돼. 어차피 본성에 가야 하니까.”

“우웅… 싫어요오…”

허리춤을 꽉 끌어안고 놔주지 않는 슈슈.

곤란하다.

이런 애교와 어리광을 별로 보이지 않는 슈슈인 만큼 귀중한 장면이지만 이쪽도 할 일이 있다.

보들보들 거리는 뺨에 뽀뽀를 해주는 대가로 해롱거리는 슈슈를 다시 눕혀 놓고 본성으로 향했다.

피닉스는 뭐…그냥 두자.

어차피 계속 잘 것 같기도 하고 리리엘, 타타라, 아리스를 만나자마자 섹스를 할 예정인데 있어봐야 태클만 할 거니까.

◈          ◈          ◈

오랜만에 경비병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즉시 타타라의 연구동으로 향했다.

마음 같아선 대공님께 바로 가고 싶지만 그러면 뭔가 이 이쪽이 만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것 같잖아?

이게 바로 밀당이다, 밀당.

남자가 너무 싸게 굴면 여자 마음이 쉽게 식는단 말이지.

오랜만에 들이마시는 북해의 공기가 가슴을 뿌듯하게 채운다.

역시 마음의 고향.

지구 따위보다 판타지가 최고다.

어떻게 하면 두근두근 깜짝 놀라게 하는 멋진 연출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슈슈야 부지불식간에 만났다고 해도 엄청난 애정보너스가 붙어서 그럭저럭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했지만,

리리엘이나 타타라에게선 어중간한 등장으로는 좋은 리액션을 받기 힘들 거란 말이지.

일단 첫 번째 타겟은 리리엘.

그 토끼녀라면 일단 휘진이 없어진 것만으로도 희희낙락하면서 매일매일 행복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렇게 미워하는 악당이 없어졌다면 즐거울 법도 하지.

마술 수업이 끝나고 콧노래를 부르며 거처로 돌아갈 때 깜짝 등장해 가슴을 만지면 어떨까?

바로 벌레 보는 듯한 표정의 포상을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리리엘과 아리스의 경멸어린 표정은 이 마음에 충족감을 전해주니까 말이다.

“하압…!!! 히압!!!!”

코너를 돌자 연구동 앞 공터에서 엄청난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서양 AV배우의 신음소리처럼 열정이 넘치고 위압감이 느껴진다.

덤으로 뭔가 펑펑 터지며 날아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뭐야 무서운데.

굉장한 섹스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농담이고.

당연하지만 신음소리는 아니었다.

대신 크롭티 같은 옷에 짧은 반바지를 입은 리리엘이 매섭게 마술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그 대상은 땅에서 솟아난 검을 든 갑옷들.

주홍색 불꽃이 흩어질 때마다 갑옷들이 여기저기로 날아다니며 건물 외벽을 박살내고 있다.

“크흑…!!!”

열심히 수련을 하던 리리엘이 휘청하더니 땅에 풀썩 쓰러졌다.

지나친 마력을 사용한 탓에 생겨난 부정맥.

눈에 보일 정도로 파랗게 솟은 정맥이 위험할 정도로 두근거린다.

마력의 칼날을 방출하던 오른손에서는 힘을 이겨내지 못한 엷은 피부가 찢어져 송골송골 피가 맺혀있다.

뭐지.

휘진이 도착했다는 소리를 들은 건가?

원수를 두 내어 사생결단하겠다는 기백이 느껴지는 무리한 수련이다.

이대로 섣불리 나갔다간 두 쪽이 나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각오가 느껴진다.

“스승님?”

이런 상황이라면 일단은 자리를 피해도 좋겠지…라고 생각하던 와중에 리리엘과 눈이 마주쳤다.

이 날씨에 저 차림인데도 이마에 땀이 맺혀있다.

여전히 두 갈래로 묶은 주홍색의 머리카락.

위로 쫑긋 솟은 토끼 귀.

처음 만났던 그대로의 당찬 기색이 느껴지는 눈동자까지.

변한 것 없이 그대로다.

뭐 변한 게 있다하면 두 사람의 관계 정도겠지.

어엿한 애완동물과 주인이니 말이다.

“죽은 줄 알았지? 짜잔! 살아있었습니다. 꺄하하하!!!”

“…참(斬)!”

최고급의 주단처럼 찰랑거리는 리리엘의 머리카락이 일제히 하늘로 치솟았다.

번뜩이는 마력 반사광이 용광로의 불똥처럼 눈가에서 터져 나왔다.

야밤에 도깨비라도 만난 것처럼 섬뜩한 관경이 아닐 수 없다.

허공으로 내지른 리리엘의 손끝에서 마력이 뻗어 나와 연구동의 바닥과 동조했다.

꿈틀거리며 제 멋대로 움직이던 대지가 상어지느러미처럼 튀어나와 휘진에게 돌진한다.

시간을 멈추고 피해주었다.

“야야! 왜이래?!”

대답도 없이 지휘자처럼 손을 휘젓는 리리엘.

그 끝에 맺힌 섬세한 마력의 가닥이 일대의 바닥을 제 멋대로 움직였다.

대답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휘진에게 묵묵히 공격을 가하는 리리엘.

물론 휘진에게 있어서 그렇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그냥 시간을 멈추고 피하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흙바닥에 눕혀서 미안한데. 이번에도 니가 먼저 했다?

시간을 멈추고 리리엘을 밀쳐 눕힌 뒤 배에 올라타 두 손목을 제압한다.

엎치락뒤치락 했지만 성인 남성인 휘진의 힘을 리리엘이 이길 리 없다.

한참 버둥거리던 리리엘이 잠잠해졌다.

“기껏 살아 돌아 왔더니 다짜고짜 죽이려하네. 내가 너한테 그렇게 잘못해줬냐?”

말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했는데 잘못해 준 거 맞다.

양심의 호소를 가뿐히 무시한 휘진은 리리엘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 보았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

울음을 참고 있는 걸로 보인다.

아무리 막나가기를 잘하는 휘진이라지만 이 정도 정이 들었는데 우는 얼굴을 보여 버리면 행동하기 곤란해진다.

“살아 있었네요…바퀴벌레마냥.”

“그래 불만이냐?”

“…손목 놔주세요. 저항은 안 할 테니까.”

리리엘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툭툭 옷에 묻은 흙을 털었다.

그리고는 손목으로 쓱 눈물을 닦는다.

울 정도로 싫었던 건가.

조금 쇼크이다.

그간 떡정도 많이 생겼고, 이거 애초에 떡타지인데 섹스 좀 하면 사랑에 빠지는 거 아니었냐.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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