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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77화 (77/154)

77화 몰락한 후작 영애(3)

물 안에 있는 만큼 상체의 움직임에 따라 아나스타샤의 엉덩이도 별수 없이 움직인다.

치욕스러운 점을 콕 찝어 지적하는 것이 이 남자의 기분 나쁜 점이다.

“우웃…!!!”

“물 안이라서 젖어있는지 잘 모르겠네.”

갑자기 다리를 안쪽으로 뻗은 휘진.

그와 더불어 두툼한 엄지발가락이 아나스타샤의 여린 비소를 비집고 들어온다.

깜짝 놀라 몸을 비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시키는 휘진.

“내 호의는 거절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만 기분 좋으면 조금 불공평하잖아? 자자~ 유두 빔~”

가슴 첨단의 말랑말랑한 유두조차 쭈욱 쭈욱 잡아당기며 희롱하는 휘진.

이 남자는 소중히 간직해온 자신의 정조를 유린하는 것도 모자라 노리개처럼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환멸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겨우 이 정도의 자극에 곧바로 자극하는 자신의 신체다.

누군가 뱃속 깊은 곳을 간질이는 것처럼 움찔거리기며 움직이기 시작한 태내기관.

자궁이 징징 떨리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쾌감의 전조가 길게 몸을 늘어뜨린다.

그건 아나스타샤로선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시간을 정지하고 섹스한다.

이 단순한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쾌감의 총량은 치사량의 마약과 동일하다.

처녀지였던 아나스타샤의 심지에는 이미 낙인과도 같은 쾌락의 기억이 박혀있는 것이다.

아신 조차 거부할 수 없었던 쾌감을 한낱 인간에 불과한 그녀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호흡이 거칠어지는데 무슨 일이야?”

의뭉을 떠는 휘진.

“당신 발가락이 내 안을 파고드는 게 느껴져서… 기분 좋아…”

평소라면 매몰차게 욕이라도 해주었을 텐데 ‘진실게임’이 계속되는 와중엔 그런 것도 불가능하다.

언어의 힘이라는 것일까?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뿐인데, 부끄러움에 몸서리쳐야 할 것이 당연한데도 자신의 목소리는 애틋한 안타까움이 서려있었다.

저런 짤막한 발가락이 아니라.

지금 이 가슴 안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불기둥이 깊숙하게 찔러준다면…

“지금 뭐하는 거야?”

수증기 뿐 아니라 욕망의 열기로 가열 차지던 욕조에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울렸다.

◈          ◈          ◈

“피닉스가 탈출했다고?”

인간 왕 토프키센은 토렌스의 보고를 받고 손에 든 물 잔을 내려놓았다.

“기습 공격에 의한 함락이라…”

그 어감조차 낯설다는 듯이, 혹은 당돌하다는 듯이 몇 번이고 입에서 발음을 굴려본 토프키센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도리어 얼굴이 굳는 것은 그의 앞에 있는 ‘비젠(肥前) 본도(本島)’의 대사(大使)였다.

“흐으윽…”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온다.

“공군함 한 척을 대동한 엘프 병력에 대공 포탑이 무력화되고 피닉스까지 탈취 당했다니…제법이네. 베아트레아 대공도.”

“그녀의 개입이 있었다고 확신하십니까?”

“확신이라기에는 뭐하네. 그녀 외에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이 있을까?”

이런 대담한 수작이 가능한 세력 따위 애초에 쓸어버린 뒤이다.

“그건 그렇고 공군함의 지급이라니. 어지간히 큰 수를 뒀네.”

“바렌 중장의 처우는 어떻게 할까요?”

“당분간 근신하게 해. 어쩌겠어? 저쪽에서 작정하고 달려든 걸. 상대는 대공이잖아?”

적절한 조취를 내린 뒤 토프키센은 다시 일어서서 테이블을 손으로 짚었다.

“불미스러운 일은 실례. 하던 얘기나 계속 할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편하게 말해요. 어차피 대사니 왕이니 뭐니 하는 것도 전부다 허례허식 아닙니까? 우리는 이제부터 공동운명체이니까요.”

양 팔을 들어 환대를 표하는 토프키센.

지난 몇 백년간 중립국이었던 본도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일단 이 얼간이 대사를 몇 차례나 접대했는지 모른다.

처음엔 옹고집 이 왕족 늙은이 대사도 지금은 약과 여색에 빠져 토프키센이 주는 꿀물을 받아 마시는 충성스러운 개였다.

“지난 번 부탁해주신 문제에 대해서는 총통(總統)께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그보다는…”

양 옆으로 비열하게 찢어진 눈동자가 토프키센의 ‘의자였던 것’을 훑는다.

그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바닥에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엘프 여성이었다.

이렌데아 슈렐리아.

과거 이렌데아의 왕의 처이자 슈미의 모친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딸을 살리기 위해 토프키센의 장난감 취급을 당하는 노예 신세다.

“아~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일어나라.”

본도 대사가 극한의 엘프 페티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전 입수한 바이다.

지금껏 수많은 엘프 노예들을 그의 품에 안겨주었으니 말이다.

비척비척 일어선 전 왕비 슈렐리아.

햇볕에 빛나는 하야디 하얀 피부는 전설 그대로 요정의 살결처럼 반짝거린다.

그녀의 모습을 다른 엘프들이 본다면 모두 입에 거품을 물고 졸도할 것이다.

수려한 웨이브의 플래티넘 블론드.

한 아이의 모친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몸매.

늘씬한 키와 슬라브 계열처럼 하얀 피부는 엘프 종족의 특성답게 노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갓 개화한 처녀라고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의 몸 전반에는 토프키센의 악랄한 가학성이 곳곳에서 묻어나오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숲의 전사의 상징이었던 귀에는, 마치 돼지에게 다는 인식표처럼 ‘가장 고귀한 창녀’라는 금속 뱃지가 달려있다.

온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게 된 나신 위로 천박한 글귀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유두와 클리토리스에 관통되어 찰랑거리는 보석과 허리에 두르고 있는 벨리 체인만이 그녀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의복이다.

“이레 뵈도 전 엘프 왕비랍니다. 자, 루블 왕국의 문자가 서툰 대사를 위해 모두 읽어주게.”

“아흣…!!!”

찰지게 엉덩이를 때리자 쭈뼛쭈뼛 앞으로 나서는 슈렐리아.

“마…말 전용 좆집… 남편의…자지…로 만족 못하는…음란한 엘프…왕녀… 후장도…뚫어주셔서…감사합니다…”

눈물을 머금은 채 자신의 몸에 새겨진 문신 글귀를 읽어나가는 슈렐리아의 모습에 대사의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다.

이 남자는 비단 엘프 뿐만이 아니라 이런 가학적인 시츄에이션에도 페티쉬를 갖고 있는 것이다.

‘헐렁거리면 목 졸라 주세요’라는 문신은 목가에.

‘딸보다도 자지가 더 중요해요’라는 문신은 왼쪽 가슴에.

‘암컷 엘프는 인간 남자의 정액을 받기 위해 태어났습니다’라는 문신이 왼쪽 복근에.

‘정액은 꼭 보지 안에 싸주세요’라는 문신이 하복부에.

…그 외에도 수 많은 음란한 문자들이 온몸을 장식하고 있다.

토프키센이 심심풀이로 하나씩 써 놓은 것들이었다.

딸을 구하려는 그녀의 약점을 이용하여.

하얀 등 위에는 몇 개나 되는 말발굽 모양의 멍 자국들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슈미를 살리기 위해 이렌데아 왕과 파혼한 슈렐리아가 아직까지도 발정기마다 토프키센의 애마의 정액을 받아내면서 생기는 자국들.

거기에 더 이상 고귀한 품격이나, 우아한 자태 따위는 없었다.

토프키센의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덜덜 떨리는 손발과 흔들리는 눈동자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목소리가 너무 작은데? 네 딸도 네 남편 니드호그랑 교미시켜줄까?”

“아…안돼요!!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7

겨우 그 정도 협박에 벌벌 떨며 곧바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슈렐리아.

한참이나 지난 농락 끝에 이미 마음은 부서진 뒤이다.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것을 지켜보던 토렌스가 나가자 대사는 더욱 적극적으로 슈렐리아에게 달라붙었다.

“이거 정말 문신인겁니까?”

“네, 그녀에겐 평생 지워지지 않을 선물이겠지만요.”

“히끄윽…흐윽…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호오… 그 고귀하다던 엘프, 그것도 왕비가 이렇게 처참한 모습이라니…”

“이런 것도 가능한걸요.”

토프키센은 슈렐리아의 머리채를 박고 테이블에 처박은 뒤 꽉 움켜쥔 주먹을 그녀의 음부사이에 쑤셔 넣었다.

처음엔 저항감이 있던 보지지만, 점막이 늘어지는 소리와 함께 어렵지 않게 그의 주먹을 모두 삼켜낸다.

피스팅이라는 매니악한 행위.

왕족이었던 슈렐리아에게는 더 없을 가혹행위 일 텐데도 앙앙 거리는 소리를 내며 애액을 짜내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린 채 굴복한, 더 없이 가식적인 신음소리였지만 이에 반하여 정직하게 반응하는 육체.

그 갭이 마음을 즐겁게 부풀린다.

“그렇다면 조금 더 깊이 대화를 나눠보도록 할까요? 대사.”

쑤욱하고 빼낸 주먹을 혀끝으로 핥은 토프키센의 매혹적인 눈이 가볍게 반달을 그렸다.

◈          ◈          ◈

“지금 뭐해? 목소리 안 들려?”

모처럼 해피 타임에 찾아온 피닉스의 목소리.

조금은 더 자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샌가 일어나 버린 모양이다.

시간이나 멈출까 생각했지만 이미 완전 늦었다.

휘진의 몸으로는 아나스타샤가 전부 가려지지 않고 이미 완벽한 사이드 포지션에서 목격 당해버렸다.

낭패구먼.

“흐읍….”

아나스타샤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 속 깊이 잠수했다.

따뜻한 물속에서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온다.

곱디 고운 집안에서 잘한 아가씨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이런 장면을 들키면 잠수 정도는 당연한가?

뚜방뚜방 걸어온 피닉스가 헐벗은 휘진과 아나스타샤를 난감한 표정으로 번갈아본다.

“마실 걸 가져다준다는 게 우유를 짜준다는 거였어?”

“어디부터 봤던 거야?”

“당신 발가락이 내 안을 파고드는 게 느껴져서… 기분 좋아…부터.”

-보글보글보글…!!!

갑자기 올라오던 거품의 세기가 거세졌다.

안에서 쪽팔림의 비명을 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두면 그대로 코 박고 죽으려고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건져 올렸다.

“푸하하…!!”

“우유를 짜려던 건 아니고…”

“그럼 저 얘는 왜 자기 가슴으로 네 거기를 쥐어 싸고 있는 건데?”

“본인에게 물어보는 거 어때?”

총총 빛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루패스다.

아무리 휘진이라고 해도 역시 이런 종류의 부끄러움은 면역 능력 밖이다.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건데.

“그럼 처음 보는 친구야. 무슨 상황인지 설명 좀 해줄래?”

거기서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지금까지는 분명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노련한 아신이 남세스러운 짓을 하는 두 인간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고도의 수작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거 혹시… 이 녀석 지금 이 상황이 뭔지 모르는 건가 싶은 거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찬스이다.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죽고 싶어 하는 표정을 짓는 아나스타샤.

그녀의 계약에는 둘 사이의 일을 그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다는 제약이 걸려있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부끄러움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휘진은 그 대답을 가로챈다.

“아아, 이건 우리 고향에서 있는 목욕의식이야. 그녀는 이 집의 주인인 아나스타샤라고 하는데 우리 고향에 관심을 가져서 목욕 법을…”

“아기 만들기잖아.”

“…”

“아기 만들기 전에 하는 거 아니야?”

아,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구나.

거짓말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뭔지.

얼굴을 엄하게 찡그린 채로 피닉스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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