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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75화 (75/154)

75화 몰락한 후작 영애(1)

이 ‘정지’능력을 얻은지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언제나 전능감이다.

모두가 멈춘 상태에서, 무저항인 모습 그대로 있는 그대로를 내보여준다.

제 아무리 정조관념이 훌륭한 여자도 이 상태에선 손가락하나 까딱 못하는 더치와이프다.

가문이 몰락하기 전까지 매일 같이 목욕과 에스테틱으로 관리 받던 고귀한 육신.

돌돌 말린 채 올려 묶은 장발은 풀어 놓으면 샴푸모델을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길이와 결을 자랑한다.

코를 가까이대면 올라오는 풋풋한 수선화 향기.

“이 냄새는 흥분한 암컷의 냄새로구나.”

물론 거짓말이다.

그런 냄새가 무엇인지는 알지도 모른다.

늘씬한 각선미.

발목부터 종아리 허벅지까지 천천히 시선으로 훑는다.

살결만 놓고 보자면 이제까지 만져본 것 중에서도 일품이었다.

흰 눈이 내린 것처럼 새하얀 등이 오픈 백 드레스에서 드러나고 날개 뼈 부근의 점이 어쩐지 섹시했다.

“인간은 누구나 결핍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더라고. 이미 완전한 것에 대해서는 그다지 끌리지가 않는데. 왤까?”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하며 휘진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둔덕을 훑었다.

“완전히 벗고 있는 나신보다 이렇게 반쯤 헐벗은 모습이 더욱 꼴리는 걸보면 내 이론은 이미 증명된 셈이지.”

피아노를 치듯이 손가락을 튕기며 다른 부분과는 전혀 다른 피부의 촉감을 만끽했다.

추가로 묘사하자면 굉장히 쫀득하고 잘 늘어났다.

휘진은 꼬옥 닫혀있는 꽃잎을 두 엄지로 벌려보였다.

빠끔 입을 벌리는 분홍빛 살결의 향연.

표피에 덮여있는 클리토리스와 비대하지도 너무 볼륨 없지도 않는 소음순, 강제로 벌려져 메마른 틈의 깊숙이 처녀의 증표가 보였다.

“반응보고 설마설마 했는데 이 나이까지 처녀였어? 한 성깔 했었구먼…”

가녀린 허리를 부여잡고 물건에 침을 잔뜩 뱉은 휘진은 천천히 허리를 밀어 넣었다.

입구부터 뻑뻑한 느낌.

아무런 자극도, 별다른 애무도 없이 진행된 탓에 삽입에 저항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지를 깊숙이 밀어 넣자 언제나 분비되는 애액이 느껴졌다.

부드럽다기보다는 거친 압박감이 느껴진다.

엷은 박막이 덧없이 뜯겨져나가는 느낌.

휘진은 처녀를 뺏는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정복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굳이 사람이 아니라 딜도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할 행위는 휘진 자신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위이다.

“흠~ 조임은 7점, 자극은 9점, 그립감은 10점 정도인가?”

한손에 들어올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와는 정 반대로 고급 도자기 같은 골반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충족시킨다.

이제 서서히 젖어들기 시작한 질 내부.

적절하게 끈적거리는 애액 탓에 귀족 처녀 아가씨의 질점막이 생생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봉긋하게 솟아있는 G스팟이 귀두 위쪽을 긁어준다.

지금까지 시간 정지 상태에서의 성행위는 최대한 절제해왔다.

시간 정지에 의한 피드백을 남겨둔 상태로 풀 섹스를 뛰었을 때 뒷일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냥한 배려라고는 생각했지만 이제 와서는 성가실 정도의 자기 억압이었다.

이 여자의 목숨이 어떻게 되던 최상의 쾌감을 안겨주기만 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시간 정지이지만 아나스타샤는 휘진과 여러 가지 의미로‘관계’를 갖고 있기에 조금씩 육체적인 반응이 나타난다.

-찔꺽 찔꺽…

고기의 창이 육벽 내부를 사정없이 긁어옴에 따라 건조했던 살 부비는 소리가 점차 점액질 띈 소리로 변해간다.

연약한 소음순이 왕복운동에 따라 안으로 말려들어갔다 밖으로 딸려 나오는 모습을 안구에 새긴다.

체모가 굉장히 얇은 탓인지 털이 얽히는 불쾌감은 없다.

오히려 청초한 듯 요염함을 뽐내는 그 자태가 흥분을 가속할 뿐이다.

“그나저나 저 늙은이 방해되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섹스 도중이라도 시야에 걸린 추잡한 남성 때문에 있던 흥도 깨질 판이다.

행위가 길어짐에 따라 휘진도 시시해져갔다.

역시 이런 건 별로 재미가 없다.

무엇보다 꿈틀거리는 살덩이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으니 그야말로 싸구려 러브돌과 섹스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지금이야 말로 적기. 시간 정지 해제.”

멈춰있던 모든 것이 움직이다.

최소한으로 억제되었던 수선화 애액 향기의 콜라보가 임계점을 넘은 듯이 단숨에 몰아친다.

“힉…!!!”

시간정지 도중 애무를 당한 여성들의 첫 번째 반응은 방금과 같은 짧은 당혹이다.

몸의 심지를 무너뜨려버리는 무차별적인 쾌락.

폭력의 영역에 들어선 노도와 같은 말초적인 감각이 의식을 꿰뚫고 범람한다.

“아우웃…하앗…으으읏…♡♡♡”

정조관, 수치심, 절개, 체면치레, 저항, 의지, 기품, 억압.

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아나스타샤의 다리는 땅을 딛고 서있지 않았다.

갓 태어난 사슴처럼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는 이미 이족보행의 기능을 상실해 있다.

그녀의 몸을 버티고 있는 것은 휘진의 물건과 그의 억센 팔뿐.

치켜뜬 두 눈에서 황홀한 섬광이 터져 나오며 신체의 말단부터 중심까지 통제를 잃어간다.

“하으에에…히이이익…♡♡♡♡♡”

“다리에 힘 제대로 주고 좀 더 잘 느껴. 아깝잖아?”

상처 입은 짐승처럼 단말마를 내뱉는 아나스타샤의 모습에 이미 전과 같은 가련함은 없다.

육욕에 절여져 저속할 대로 저속해진 모습과 전동 오나홀처럼 구불거리는 구멍 내의 쾌락의 이중주.

마치 정액을 쥐어짜려는 듯이 음탕하게 움직이는 엉덩이가 시각적으로도 완벽하다.

화사한 등이 활처럼 휘며 금방이라도 주저앉아버릴 것 같다.

필사적으로 저항하려던 시도 자체가 정면에서 박살이 나버린 모습이다.

“일단 한 발 정도…!!!”

휘진은 사정 직전의 페니스를 빼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허리를 지탱하던 두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에 아나스타샤는 소파를 끌어안은 채 주저앉게 되었다.

-푸슈슈슛…!!!

타타라의 정력제 덕에 믿을 수 없을 정도 양의 정액이 고스란히 등의 맨살에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청초한 뒤태에 고혹스러운 드레스마저 정액으로 군데군데 더러워져 배덕감을 더한다.

육봉을 빼낸 상태에도 마치 전기 자극에 반응하는 개구리다리처럼 아나스타샤의 전신은 오돌오돌 떨려왔다.

“아나스타샤아앗…!!!”

“거참 아까부터 분위기도 모르고 끼어드네, 쯧.”

비틀린 형태였을지는 몰라도 나름 ‘사랑’이란 걸 하고 있던 것 같은 모양이다.

정신없이 두들겨 맞아 퉁퉁 부은 카를의 얼굴에 절망감이 떠올랐다.

“미소녀의 괴로운 표정은 그나마 봐줄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댁은 미소녀가 아니거든?”

“그녀에게 더 이상 손대지 말아주게…”

“아, 너는 아직 못 먹어 봤다고 했나? 오늘이 첫날밤 예정일이었다며?”

“돈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주겠네. 3대가 흥청망청 써도 마르지 않을 만큼…”

애절한 카를 남작의 제안에도 휘진은 눈 하나 깜짝 안했다.

어차피 돈이란, 인간 간의 상호합의가 깃든 금속 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돈은 필요 없어. 대신에…”

조그맣게 속삭이는 휘진의 말에 귀 기울이는 카를.

“나에게 더 큰 쾌락을 줘.”

그리고 실낱같던 기대는 비웃음 섞인 그의 단언에 헝클어졌다.

그는 행위를 멈추는 대신 허물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나스타샤의 발목을 번쩍 들어 올려 갈라진 틈에 카를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순진한 처녀의 입술처럼 꾹 다물려있던 구멍은 무자비한 피스톤과 절정의 피드백에 의해 잔뜩 벌어진 채로 벌름거린다.

미약하게 묻어있는 처녀혈과는 별개로 암컷의 냄새를 풀풀 풍기며 탐스러운 선홍빛 과육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미안, 모처럼 신품이었는데.”

휘진은 품에서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도덕, 윤리적인 굴레.

여지껏 자신을 둘러싸고 있었던 자질구레한 울타리들이 지금은 한 없이 낮아보였다.

이게 ‘구도자’가 된 특혜라는 걸까?

“그래도 가는 길 선물로 이 정도 퀄리티의 4D야동이면 충분하지?”

“제발…제발 죽이지 말아주게.”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아? 어느 쪽이야, 살려달라는 거야? 아니면 이 여인을 건드리지 말라는 거야?”

“그…그…살려주게… 그녀는 얼마든 마음대로 해도 좋으니.”

온몸의 근육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얻어맞자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하는 카를.

휘진은 그의 가슴에 걸터앉았다.

“미안. 조금만 나랑 일찍 만나지 그랬어.”

“커허어억…”

정확히 목의 정중앙을 파고든 나이프는 너무 익은 스테이크를 써는 것처럼 뻑뻑하게 두터운 살 더미에 잠겨갔다.

눈이 천천히 까뒤집어지고 경련하던 신체는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거품과 함께 천천히 잦아들었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제껏 숱하게 해왔던 일들의 추체험(追體驗)인 것처럼.

자신의 몸은 아무런 위화감도 없이 묵묵히 살인을 실행한다.

“그럼 일단 정리 좀 해야겠네.”

피닉스가 일어나서 이 꼴을 본다면 어떨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정의를 입에 운운하는 녀석이니만큼 곧바로 적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정액이 묻지 않게끔 조심조심 아나스타샤를 들고 욕실에 박아두었다.

이대로 2차를 가도 좋겠지만 시체의 정리가 우선이니.

카를 남작의 육중한 몸을 카페트로 돌돌 말고 있던 그때, 문이 열리며 또 다시 불청객이 들어왔다.

“뭐…뭐야…!!”

그의 심복이자 아나스타샤를 짝사랑하는 평민 청년.

미하엘이었다.

미하엘의 주인이었던 카를 남작.

그는 기본적으로는 탐욕스러운 남자지만 그가 부리는 사람들에게만큼은 이상적인 상사였다. 기꺼이 손에 든 것을 나눴으며 애초에 평민 출신이었던 만큼 신분이 낮은 자를 멸시하는 일도 적었다.

지금의 미하엘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아마 그의 덕일 것이다.

미하엘은 언제나 그에게 깊은 감사를 느꼈다.

그가 자신의 영원한 사랑인 아나스타샤를 넘보기 전까지는.

결국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를 막기 위해 저택에 뛰어든 그는 상상도 못할 장면을 보아야 했다.

도축당한 고기처럼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남작과, 그의 시신을 낑낑거리며 카펫에 말고 있는 남자.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했던 사람이 불과 몇 분 만에 시체로 발견되다니.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머리를 거대한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하다.

쭈그려 앉은 자세 그대로 이쪽을 바라보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너도 아나스타샤 찾아?”

“그…그렇다! 그녀는 어디 있지?”

신기하게도 남자를 향한 증오는 느껴지지 않았다.

도리어 정적이라면 정적이던 카를을 죽인 자가 이 사람이라면 작게나마 감사를 표하고 싶을 정도이다.

인간의 마음이 이정도로 간악하다니.

미하엘은 자조 섞인 비소를 지었다.

그런 미하엘의 모습을 보고 휘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분명 똘마니라고 생각했는데 복수는커녕 이상한 표정으로 웃다니.

“네 보스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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