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몽고메리 피닉스(1)
리리엘로서는 지금 이 남자가 제정신인가 싶었다.
솔직히 자신의 성적 유희에 어울려주는 대가로 이것저것 괴롭혀 오는 것은 천 번 만 번 양보해서 이해한다고 쳐도.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앞에서 이런 장난질을 쳐오다니.
만에 하나라도 이 자리에서 들키면 도대체 뭐라고 말할 셈인 걸까.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최근 잔뜩 개발되어버린 리리엘의 몸은 아주 정식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찌릿찌릿할 정도의 진동이 성욕의 핵이라고도 불리는 클리에 집중되기 시작하면서 리리엘의 몸이 움찔 움찔 떨리기 시작한다.
발가락 끝을 움찔 움찔하고 숨을 최대한 작게 나눠 내쉬며 이상한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하는 리리엘.
벌써 몇 번이고 휘진을 째려봤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 일 인양 아리스의 설명에 열중한 척을 하고 있다.
“아헷…?!!!”
“무슨 일이죠?”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리리엘에 아리스가 물어왔다.
“아…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재채기입니다. 시…시…실례했습니다.”
‘진짜 미친 거 아닌가요????’
갑자기 확 올라가버린 진동의 세기.
아까까지의 느낌이 그저 간질간질한 정도였다면 이번에는 꾸욱 꾸욱 눌러주는 정도의 감각이다.
휘진이 목줄이라고 명명한 이 물건은 리리엘이 일반적으로 느껴왔던 쾌감과는 사뭇 다른 기분을 선사해주었다.
일반적으로 손이나 입을 통한 애무는 부드러운 깃털이불에 감싸여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쾌락이다.
그러나 이 목줄은 세밀한 쾌락의 칼날로 천천히 클리를 세밀한 진동이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후웁…♡”
뱃속 깊숙이 있는 자궁을 살살 긁어내는 듯한 쾌감.
쉽게 말하자면 신음을 삼키는 난이도가 비빌 수 없다는 것이다.
테이블 밑으로 꼰 리리엘의 다리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것을 휘진은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곱게 뻗은 다리를 비비적거리며 어떻게든 뱃속 깊숙이 파고드는 진동을 줄여보려 한다.
아무리 그래도 애초에 귀여운 리리엘의 새싹을 바짝 조이고 있는 링이 고작 그 정도로 호락호락할 리 없다.
만약 지금 리리엘의 스커트를 들추고 귀를 기울인다면 야한 세로줄을 비집고 나온 애액이 질척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공군함이 시선을 끌며 정박한 함선들을 폭격하기 앞서 그 3개의 대공포탑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죠.”
“이 점에 대해서는 좀처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군요.”
“엘프의 별동대를 운용한다는 것에는 반대입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전력을 포탑을 부수는 세 개 조와 수중 감옥에 진입하는 한 개 조, 게다가 공군함에서 운용하기 위한 인원까지 나눈다면 각개 격파당할 뿐입니다.”
원래 클리토리스의 가장 민감한 부분은 신경이 집결되어있는 뿌리 쪽인 법이다.
소매로 입가를 가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는 리리엘.
유독 성감이 민감한데다가 발정기까지 겹친 리리엘이 지금까지 참아온 것도 기적에 가까웠다.
‘여…여기서 더 소리를 내버리면…’
차라리 휘진이 반지를 기동하자마자 화장실 핑계라도 대며 빠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는 의자에서 일어나기는커녕, 양해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달콤한 신음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멋대로 발가락이 꿈틀거리며 온 몸을 한계까지 경직시킨 리리엘은 눈앞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위해 교성을 내뱉고 말았다.
“가…가버려어엇…♡♡♡”
한참 회의로 열정이 넘쳤던 방 안에 순간적인 정적이 흐른다.
방금까지 열변을 토하던 아리스와 아헤브암 역시 멍한 표정으로 리리엘을 보고 있었다.
절정의 여운으로 그런 상황을 살필 틈도 없었던 리리엘을 제치고 다급하게 휘진이 나섰다.
“리리엘의 말대로 그 부분은 내가 갈게.”
설마하니 이렇게 빠르게 그것도 거의 비명을 지르듯이 절정을 맞이할 줄 몰랐던 휘진이다.
고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이것저것 생각할 틈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무슨 소리죠?”
“대공포탑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면 나 혼자서도 충분해.”
“뭔가 기책이라도 있는 건가?”
휘진은 이세계에 오고서 여태 시간을 멈추는 능력은 가능한 숨기려 했다. 남들 눈에 띄어봤자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기껏 활용한다고 해도 못나지만 소소한 야한 장난질 정도.
왜냐면 그의 능력이 너무 강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타라의 충고대로 마음만 먹는다면 그 어떤 암살도 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암살 대상이 튼튼한 금고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러나 그가 시간을 멈출 수 있다고 해서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최강자가 된 것은 아니다.
자고 있을 때나, 밥을 먹을 때 암살당한다거나, 하다못해 공선을 타고 있을 때 습격당하게 된다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다. 지금 상황은 오히려 뭔가를 증명해야 할 때다.
따라서 공군함을 타지 않고 충분히 그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상전을 무대로,
거기에 시간 정지 능력을 다른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단독 작전을 요구했다.
자세한 설명은 않았지만, 필살기는‘영업비밀’이라는 말에 좌중은 어느 정도 납득을 한 모양이다.
물론 아리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음은 말 할 것도 없다.
◈ ◈ ◈
“하으으으, 이게 왜 제 잘못이에요…!!!”
“너 덕분에 엄청 귀찮아졌잖아. 그 정도도 못 참고 대학자라고 할 수 있어?”
휘진은 리리엘을 가차 없이 응징중이다.
숙소에 리리엘을 데려오자마자 뒤치기로 혼쭐을 내주고 있다.
두 발을 까치발 선 채 벽에 기대선 리리엘은 등골을 활처럼 펴며 굶주려있던 보지에 물건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애…애초에 당신이이… 괴…괴롭히니까…아흣…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나야 말로 네가 소리까지 질러대서 수습하느라 그 짧은 순간 얼마나 머리를 굴렸는지 알아? 솔직히 주마등까지 보였거든?”
사실 어찌되든 큰 상관은 없다.
그냥 안간힘을 쓰며 신음을 참아내던 리리엘을 더더욱 괴롭혀 주고 싶어졌을 뿐이다.
이후 총 3발을 뺄 때까지 리리엘은 후들후들 떨리는 두 다리로 선 채 휘진을 만족시켜야 했다고 한다.
◈ ◈ ◈
오호트란 대호의 공군기지 근방 상공.
2급 순양함 한 척이 떠있다.
그 외견은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철골로 만들어 철판을 덧댄 공군함들과는 다르게 목조함.
다만 특징이 있다면 배를 구성한 모든 나무들이 여러 그루의 생목으로 서로가 얽히고 얽혀 배 모양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뭉게구름에 모습을 감추고, 배 위에서 조를 짠 엘프 마법단이 공기를 굴절시켜 육안으로 이 배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조타실에 선 아리스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까마득히 아래로 펼쳐진 대공 포탑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본래대로였더라면 3개의 팀으로 나뉜 엘프 특무대들이 대 공포탑을 제압한 뒤 몽고메리 피닉스가 유폐되어있는 수중 감옥으로 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루 전 단독으로 진입한 휘진이 미리 대공포탑을 제거하고 신호를 주겠다는 말을 한 뒤 약속된 시간이 근처로 왔다.
“그 사람이 잘 해낼까요?”
“믿어야죠.”
만약 여기서 휘진이 잡입을 실패해버린다면 아리스는 그를 버릴 수밖에 없다.
단 한척밖에 없는 귀중한 공군함을 그를 구하는데 써버린다면 정말로 이후는 없게 된다.
“약속까지는 얼마나 남았죠?”
“1시간입니다.”
“아직까지는 고요하네요.”
“그게 좋은 거죠. 발각되지 않았다는 뜻일 테니.”
평상시 경계 작전을 펼치는 적 공군함 수는 3척.
지금 육안으로 확인 되는 것은 2000M 정도 앞에 서성거리고 있는 루블 왕국의 2급 순양함이다.
그가 신호를 보내오는 대로 즉시 습격을 가하기 위해 마포의 사정거리 내에서 대기 중이다.
“다시 한 번 작전의 검토를. 작전시간은 30분을 제한으로 합니다. 신호가 도착하는 대로 3척의 적함과 교전하며 시간을 벌고 수중 감옥으로 진입해 몽고메리를 구해오는 제 2조를 탑승시켜 구릉지를 타고 도주합니다.”
“리리엘 경, 현재 몸 상태는?”
[양…양호해요. 아니 합니다.]
마력 노심은 준비가 되었다지만 마력 활강포를 준비할 정도의 시간은 없었기 때문에 그 포대에는 리리엘이 올라섰다.
함직결마력로(艦直結魔力路)를 통해 지급 받은 마력으로 마법사가 직접 대규모 마법을 구사하는… 마포가 등장하기 전 아주 구식의 방법이다.
술자에게 극도의 부담과 정신적 마모를 강요하는지라 이제는 사장된 방법이지만, 일회성이라면 대학자의 칭호를 받은 리리엘이니만큼 버텨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