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화 비밀회담(2)
아까까지 밀크티를 저어주던 은제 티스푼.
둥글고 얇은 스푼을 조심스럽게 슈슈의 좁디 좁은 틈으로 밀어 넣는다.
금속의 차가운 감촉에 움찔거리며 엉덩이를 떠는 슈슈.
여린 속살이 다치지 않도록 하는 정도의 배려는 했지만 그 이상의 존중과는 거리가 멀다.
밝은 아침에 부끄러운 비소가 전부 보이는 테이블 위에서 마치 장난감취급을 당하며 농락당한다.
타타라가 준 정력제를 계속 먹고 있었기에 정액의 양은 엄청났다.
안쪽에 깊숙이 사정해주었고, 어느 정도 흘러 내렸음에도 음순의 근처가 추잡할 정도로 정액으로 더럽혀져있다.
벽면부터 안쪽까지 도넛의 필처럼 가득 차 있는 정액을 긁어낸다.
“흐앙…♡ 주인님…!!조금만 천천히…”
“주인님한테 명령하는 거야? 나는 슈슈의 더럽혀진 곳을 청소해 주려는 것뿐이야.”
“그…그건 아니지만…”
몸부림치던 슈슈의 조그마한 틈새에서 신성한 정액을 잔뜩 위에 올린 티스푼이 빠져나왔다.
“자, 이렇게 잔뜩 나왔는데.”
“아우우우…”
“정액은 올바른 장소에 버려야 하거든?”
휘진은 슈슈의 양 볼을 한 손으로 벌리고 티스푼의 정액을 혀 위에 올려놓았다.
벌써 울상이 된 슈슈는 쓰디 쓴 정액을 입에 머금었다.
“어때?”
“마…마시떠요…”
입 안의 정액을 거품이 일 정도로 빙글 빙글 돌리자 슈슈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진다.
몇 번이나 입에 담아왔던 휘진의 체액이지만 씁쓸하고 미끈거리는 느낌은 쉽게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전부 삼켜.”
“욱…욱…히이이에…”
두 번에 걸쳐 정액을 전부 삼키고 도리질을 치던 슈슈는 그만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휘진과 눈이 마주쳤다.
기백마저 느껴지는 휘진의 성욕 가득한 빨간 눈.
오로지 쾌락을 탐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그 시선은 조금의 배려도 없이 그저 슈슈를 수치로 밀어 넣고 있었다.
“이제는 정액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발정이 나는 건가?”
“하앙♡”
천천히 걸어온 휘진이 두꺼운 손가락으로 슈슈의 푹 젖은 비소를 헤집었다.
마치 쾌락이란 독을 뒤집어 쓴 날카로운 단도와 같이.
휘진의 말대로 슈슈의 질내부는 그저 펠라치오와 정액을 입에 머금은 것만으로 누덕누덕하게 녹아있었다.
마치 종소리에 먹이를 기다리는 개처럼 그저 유사 성행위만으로 충분히 개발된 그 육체는 교미 준비에 만전을 기한다.
순수할 정도로 천박한 조건 반사.
한손에 쏙 들어오는 발목을 잡고 들어 올린 휘진은 마치 물건 취급하듯이 슈슈의 얼굴 앞에서 물건을 흔들었다.
“이게 필요한가 보지?”
“아…아니에요…”
한 쪽 발이 머리 위까지 들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슈슈.
그러면서도 필사적인 항변을 하려 한다.
하지만 지금은 멈춰야 할 때이다.
“아니라고 한다니 별 수 없네.”
“네?!”
“나도 연금술 수업으로 바쁘니까. 조금 쉬고 있어.”
멍한 얼굴로 휘진을 바라보는 슈슈.
요 며칠 새 그와의 불놀이는 휘진의 일방적인 사정으로 끝나왔다.
슈슈의 입장에서는 욕구 불만.
혼자 잔뜩 불만 지펴진 채 방치된 지 어언 일주일이다.
“우우우우… 알겠습니다. 주인님.”
뾰루퉁한 얼굴로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슈슈를 뒤로하고 휘진은 타타라의 연구동으로 향했다.
최근엔 리리엘과 함께 타타라로부터 연금술 수업을 받고 있다.
리리엘이 박사 논문 수준의 수업이라면, 휘진은 초등학생 수준이었지만.
아무리 시간정지 능력을 갖고 전능에 가까워졌다 한들 인간은 생산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법이다.
애초에 시간 정지 능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상한 능력.
갑자기 없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것 전혀 없다.
그때를 대비해서 뭔가 먹고 살만한 것을 알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이런 생각을 해낸 스스로가 대견하다.
기분 좋게 아침 성욕을 해결한 뒤 유유자적 본성에서 연구동까지의 길.
유리정원에 모르는 사람과 마주쳤다.
“꽃이라면 떨어질 때조차 아름다워야 하지. 그렇지 않나?”
“네?”
“장미라면 피어있을 때는 이렇게나 아름답지만 떨어지고 나면 추레하기 그지없지.”
장미를 꺾어 든 남자이다.
아리스보다도 밝은 금발과 핏빛의 눈동자는 저주받은 루비 같다.
잘생긴 남자를 증오하는 휘진조차 감화되어 버릴 정도로 화려하고 초현실적인 분위기였다.
“재미없는 선문답은 싫어하나? 그럼 실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선뜻 소탈한 웃음을 지어보인 청년은 손에서 빙글빙글 돌리고 있던 장미를 건넸다.
근데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이다.
성내에 있는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라 이 정도로 특색 있는 사람이라면 잊어버릴 리가 없는데.
만약 손님이라고 한다면 그 용모와 복장에서 상당히 높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굳이 존대를 하진 않았다.
어차피 상대가 먼저 반말을 하기도 했고 굳이 남자한테 잘 보여서 어쩔 건데.
“미안한데 누구야?”
“베아트레아 대공을 만나러온 손님이려나? 안내해 줄래?”
“무턱대고 찾아가는 것은 반대였습니다.”
어디에 있던 것인지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남자가 나타났다.
태산과 같은 덩치.
키가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남자는 한 눈에 직업을 알 수 있었다.
기사다.
아리스처럼 잉? 기사라고? 싶은 첫인상이 아니라 기사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 싶을 정도로 어울린다.
“그런 건 극적이지 않아. 따분하잖아. 외교적인 절차를 밟으려면 한 달은 걸려. 기간을 알려주는 서프라이즈는 떨어진 장미보다도 추한 거 몰라?”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는 기사에게 투정을 부리는 청년.
고지식한 기사와 자유분방한 젊은 주인인가.
왈츠 같은 스텝을 밟던 청년은 배우처럼 조용히 인사했다.
“농담은 이쯤하고 인사하지.”
붉디붉은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한 채 눈웃음을 짓는 청년의 모습이,
“내 이름은 루블 토프키센.”
너무나도 악마 같다고 생각해 버렸다.
“루블 왕국의 왕이야.”
제국의 북방에 해당하는 북해.
거기서 바다를 건너면 루블 왕국이 있다.
원래는 여러 개의 군벌과 엘프 왕국들에 의해 내전 중이었던 루블 왕국은 최근 혜성과 같이 등장한 젊은 왕에 의해 통합되었다.
그리고 시시탐탐 슐레스비 제국 정벌을 위해 북해를 노리고 있다.
즉, 적국의 왕이 북해에 와 있다는 것이다.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었다.
시간을 멈추고 사로잡을까?
지금 죽여도 아무런 문제없는 것 맞지?
“진정해, 천박해 보이니까.”
허둥지둥 거리는 모습이 어지간히 꼴사나웠던 모양이다.
머리를 굴리며 득실을 계산하는 모습을 보며 비릿하게 웃던 토프키센의 모습에 휘진은 결정했다.
죽여야겠다.
솔직히 죽인다는 건 허세이지만 적어도 험한 꼴은 보게 해야겠다.
“멈춰!!!”
그때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 둘을 갈랐다.
시선을 돌리자 급한 표정으로 달려오는 타타라.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더니 휘진과 토프키센 사이에 끼어들었다.
보랏빛 머리카락이 허공에 휘날리고, 눈에서 흘러내리는 불꽃이 살벌하다.
용접기를 옆에서 보는 듯한 광량.
마력에 대해 별다른 감지 능력이 없는 휘진조차 피부가 저릿저릿할 정도의 압박감을 느꼈다.
“놀랍네. 적국의 한 가운데에 태평스럽게 얼굴을 보일 줄이야.”
“적국이라니. 엄연히 휴전중이잖아?”
“어머? 용감하기까지? 당신 옆에 충실한 강아지가 없어도 그럴 수 있을까?”
평범한 인간 정도야 손 하나 까딱해서 죽인다는 아신이 임전 태세로 적의를 보임에도 토프키센의 여유는 변하지 않았다.
“그 쪽이 ‘삼계를 가로지르는 푸른 강의 마녀’타타타 타타라지? 이름 참 기네.”
“좀 찌그러져 있어줄래? 무슨 꿍꿍이인진 몰라도 기본적으로 타국을 방문할 땐 미리 고지하는 게 예의이지 않나?”
“아까도 말했지만 재미없는 연극은 사양이여서 말이야.”
“그럼 조금 살벌한 연극으로 만들어줄까?”
태연자약하게 말장난을 치는 토프키센에게 무서운 미소로 대응하는 타타라.
베아트레아와 어울리며 조금 순해진 경향이 있는 타타라이지만 옛날엔 재앙의 마녀라는 무서운 별명을 갖고 있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 성격도 결코 고분고분 하지 않고.
“오래간만이군, 타타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200년 만인가?”
“그 얼빵한 얼굴 다시 보고 싶진 않았는데. 당신도 징글징글하게 오래 사네.”
“어차피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물러서주겠나? 오늘은 대화를 하고 싶다.”
타타라도 실제로는 마법을 행사할 생각이 없었다.
아신과 아신의 싸움은 실제로 양쪽 모두에게 큰 부담이다.
게다가 이런 곳에서 싸운다면 본성이 날아가 버릴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하는 성인만큼 섣부르게 해서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다.
“좋아, 따라오도록 해.”
◈ ◈ ◈
북해 측의 타타라와 휘진과 아리스, 베아트레아 대공.
루블 왕국 측의 토렌스와 인간왕 토프키센.
오랜 동안 숙적이었던 두 세력의 정상 회담은 뜬금없이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휘진은 어디까지나 곁다리였지만.
장소는 그 누구도 엿볼 수도 엿들을 수도 없는 대공요새의 첨탑.
기밀을 최고로 중시하는 장소이니만큼 호화로운 내장은 없었다.
돌 벽과 커튼으로 가려진 창문이 전부.
본래 군 시설이기에 황량하기 그지없는 공간이지만 지금만큼은 장식품 없이도 마치 왕의 재단 같은 품격을 풍긴다.
은발의 푸른 눈을 가진 인형 같은 대공과, 악마처럼 아름다운 토프키센 그 존재 자체가 이 공간을 녹여내고 재구성하는 것 같다.
“아! 시작하기 앞서서 말은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베아트레아 대공. 나는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으로 방문한 거니까. 지금은 대공과 왕이 대화하는 자리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대화의 장이야.”
“문서로만 접했을 때는 흥미롭겠거니 했네만, 생각 이상으로 재기 발랄한 사람이군.”
초면에 상호 평대를 제안하는 토프키센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공도 보통은 아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대화를 시작하기 전 주도권을 잡는 싸움이다.
“사전 연락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통에 변변치 않은 술 밖에 없네. 앞으로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주겠나?”
휘진은 향긋한 냄새가 나는 와인을 대공과 토프키센의 잔에 나누어 부었다.
적진에서 나누어주는 술.
안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음에도 토프키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잔으로 입술을 적셨다.
“이 정도로 싸구려인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해. 너무 고급은 서자 출신의 왕에겐 건방질 정도의 사치여서 말이야.”
해맑게 웃어 보이는 토프키센의 모습.
그 모습에 대공은 눈매를 좁히며 말한다.
“내가 공이었다면 적진의 본영에 섣불리 발을 들이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야.”
“어딘가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난 대공을 믿었기 때문에 여기에 온 거야.”
“비공식으로 방문을 했건 아니건, 세간의 비난을 조금만 감수할 용기만 있다면 공을 죽이고 당장 확실한 이득을 보는 것이 정치적 현명함이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잖아? 그럴 수도 없고.”
토프키센의 옆에 있는 토렌스는 아신 중에서도 전투 능력이 특출 난 전신(戰神)이다.
그가 아신이 되기 위해 달성했던 위업은 인간의 몸으로 셋이나 되는 아신을 죽이는 것이었으니까.
공선함도 없는 그 시절 신살자(神殺者)라 불리며 경외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 토렌스.
일개 공선함대라면 몰라도 타타라같은 비 전투계 아신은 대적할 수 없다.
하지만 대공이 마음먹고 흉계를 꾸민다면 온갖 공선 함대를 동원해 물량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어찌됐건 자신의 공명정대함을 믿고 적진까지 발을 들인 정적의 장수를 모살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는 한 가지.
이 남자는 그런 대공의 성품 하나만을 믿고 적진의 한가운데 몸을 던졌다.
각종 첩보 활동으로부터 보고 받았던 그의 행보에서 위태로울 정도의 도락가적 기질이 엿보이긴 했다만 이정도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