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양손의 꽃(3)
“귀엽네.”
“또… 바보 같은 말을…”
“진심이야.”
귓전에 들려오는 휘진의 낮은 목소리에 리리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언제나 거칠기만 하던 언행과는 다르게 진지한 목소리로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하고 있다.
그 목소리에 리리엘은 ‘핫…잇…후…’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두 귀를 끌어내려 두 눈을 푹 가려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고 못살게 굴던 상대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었을 뿐인데… 기쁘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쩐지 뱃속이 근질거리는 느낌과 함께 나신을 보이고 성적인 추태를 보이는 것보다 부끄럽다.
눈을 마주치는 것이 힘들다.
점막과 점막 사이에 늘어져있던 점액의 장벽을 헤치며 휘진의 굵은 물건이 리리엘의 보지를 비집고 들어갔다.
끈적거리는 야한 소리, 전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휘진의 살덩이가 비소를 파고드는 것이 느껴진다.
배 안을 뿌듯하게 채우는 뜨거운 감촉이 아까부터 깊은 곳의 자극을 원했던 리리엘의 성감을 요란하게 긁어댔다.
고작 그것만으로 리리엘은 엉덩이가 단단하게 조일 정도의 절정을 느껴버렸다.
“아앗…♡ 하아앗…♡♡”
애달프게 늘어지는 리리엘의 신음소리는 이미 환희에 가득 찼다. 그 누가 보더라도 화간 이외의 경우는 상정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쁨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질 내부의 감촉은 여자마다 다르다는 것을 요 근래에 휘진은 느끼고 있었다.
그 중에서 리리엘은 쉽게 젖고 또 놀라울 정도로 끈끈하게 물건을 휘감아오는 매력적인 명기의 소유자이다.
푹 녹아 끈끈할 뿐만이 아니라, 적당한 탄력으로 밀어낸다는 점도 아주 우수하다.
“키스 해주세요…”
휘진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자지러질 듯이 숨을 헐떡이던 리리엘은 남은 숨을 짜내어 휘진에게 말했다.
더 이상 눈을 피하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이쪽을 애달픈 눈동자로 바라보며 목을 끌어안아 온다.
이제는 뭐가 어떻게 되던 상관이 없다는 파멸적인 생각일까?
아니면 머리가 이상해져서 증오해 마땅할 상대를 착각하는 걸까?
그도 아니면 정말 그의 말대로 자지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전용이 되어버린 것일까.
그 어느 쪽도 확답을 할 순 없었지만 리리엘은 지금 헤어 나오지 못하는 꿀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핏줄로 우둘투둘하고 단단한 그의 물건이 질벽을 긁어낼 때마다 마치 펌프질을 하듯이 애액이 솟구쳐 나온다.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자신의 신체가 반응하는 것이 지배당하고 있는 현실을 되뇌게 한다.
머릿속이 꽃밭이라도 된 양 한 없이 응석부리고 싶어진다.
추접스럽게 얽히고설키는 한 쌍의 혀가 타액을 교환하고 숨은 가빠온다.
질의 길이가 짧아 휘진의 물건의 첨단은 리리엘의 자궁 경부를 효과적으로 휘저었고, 그곳과 귀두가 키스할 때마다 전신을 스쳐지나가는 듯한 벼락을 느끼며 리리엘은 꿈틀꿈틀 몸을 비척이었다.
“안 돼 안 돼, 이제 그만… 정말로…이상해져 버려요오오♡”
“역시 절정을 참는 건 무리인가?”
“네에~ 저는 싸움으로도…하흣…♡ 섹스로도 당신을 이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더 기분 좋은 거…!! 기분 좋은 거 해 주세요!!”
“자 그럼…”
휘진은 시간이 멈출 때 느껴지는 완벽한 무음의 세계에 감싸였다.
자신 이외엔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으니 소리가 들릴 리 없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방금까지도 절정을 맛보느라 칠칠맞지 못하게 풀어진 리리엘의 얼굴이 보인다.
봉긋하게 솟은 가슴과 쾌락의 여파로 발기된 유두와 클리토리스, 휘진의 자지를 꽉 물고 있는 바기나와 그곳에서 뿜어져 나온 여러 분비물들로 젖어있는 시트가 보였다.
그러고 보니 섹스 도중에 이렇게 주변에 신경을 돌린 적은 없지 싶다.
기껏해야 거시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쾌감을 탐하는 게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보니 러브돌 같구먼.”
최상등품의 러브돌이다.
이렇게나 예쁜 러브돌이라면 3년 치 연봉을 써서라도 살 생각이 있다.
물론 이 아가씨는 무력 명문 귀족가의 차기 당주였지만 말이다.
그렇게나 콧대 높고 드세던 아가씨가 자신의 아래 깔려서 두 다리를 벌리고 앙앙대는 날이 올 줄이야.
판타지가 아니었더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감회를 새롭게 하면서도 휘진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을 멈춘다고 해도 모든 물리법칙이 완전히 정지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허리 움직임에 의해 찔꺽이는 소리와 마치 옹달샘을 파내듯이 넘쳐흐르는 리리엘의 꿀물은 만족스럽게 휘진의 물건에 쾌락을 안겨주었다.
저번 같은 경우는 고작 3분의 피스톤이었다.
그것만으로 완전히 졸도해버렸던 리리엘이었기에 이번에는 그 정도를 살짝 올려보기로 했다.
옆에 타타라도 있으니 만에 하나의 사태에도 대비할 수 있다. 시험해 보기에 이 정도로 좋은 조건은 없으리라 싶다.
휘진이 움직일 때마다 정말로 더치와이프처럼 몸 전체가 덜렁덜렁 흔들린다. 양쪽의 움직임이 없으니 휘진의 움직임만 오롯이 받게 된 리리엘의 몸이 덜컹거리는 것이다.
역시나 이건 이것대로 묘한 쾌감이 있다.
자신이 범해지고 있다는 자각도 없는 상대를 범하는 느낌이려나?
한 개인의 의사를 싸그리 무시하고 순전히 쾌락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한다는 느낌은 역시 오싹오싹하다.
덤으로 쫑긋 발기한 클리토리스 역시 엄지손가락으로 마구 마구 문질러 주었다.
“이쯤이면 됐나?”
그리고 시간 정지의 해제, 남은 것은 리리엘의 리엑션이다.
“히우우우우….온다…온다!!! 와요오오!!!!”
시간 정지가 풀리자마자 잔뜩 앞으로 몸을 세우려는 리리엘을 휘진이 상체로 억눌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리리엘의 성기가 파르르 경련하기 시작한다.
쾌감을 넘어선 쾌감, 멀티 오르가즘을 넘어선 오르가즘의 파도가 무력한 리리엘의 신체를 유린하기 시작한다.
“안…돼…♡ 이거 위험햇!!! 계속…♡ 계속 멈추지 않아아아요오오…!!!”
마치 전기충격이라도 당한 양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대려는 리리엘이었지만 체중과 힘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휘진의 허리아래 깔려 애달픈 울음소리와 함께 보지를 조이며 허리를 돌리는 것만이 허락되었을 뿐이다.
“크으윽!!! 싼다…!!!”
쪼르륵 리리엘의 요도에서 투명한 액체가 분사된다.
쾌감의 정점에 달하자 어쩔 수 없이 나오기 시작하는 오줌이었다.
스스로 오줌을 지리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한 채 리리엘은 절정의 환희 속에서 자궁 안에 새하얀 정액을 받아 들였다.
◈ ◈ ◈
슈펜하우져의 본성에는 유리정원이 있다.
대공의 침실에서 내려 보이는 유리 정원은 오각형의 돔형 덮개로 덮은 듯한 인상을 준다.
이곳은 마법의 힘으로 사시사철 온화한 기후 속에서 장미를 기를 수 있게 되어있다.
펠릭스에게서 받은 것이긴 하지만 사방에 소복이 쌓인 눈을 보면서 꽃들을 구경하는 것은 대공이 휴식 시간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이다.
굳이 조명이 없더라도 정원 가운데 조그마한 마석에서 품어져 나오는 은은한 빛과 달빛이 정원 곳곳에 설치된 거울들에 반사되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시들어버린 장미 한 송이의 목을 잘라내며 대공은 한숨지었다.
감정이란 알 수 없는 일이다.
펠릭스를 죽였을 때 마음 한 구석에 느꼈던 꺼림칙함과 갈등은 3일이라는 시간 동안 어느 정도 희석 되었다.
행위 자체에 정당성을 부여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대공은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고 지은 죄를 짊어지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그 후에 떠오르는 것은 명석한 그녀조차도 실로 예상하지 못했던 기이한 감정이었다.
그것은 바로 휘진에 대한 미안함.
자신을 연모하는 것이 뻔한 휘진을 펠릭스 앞에서 내쫓고 심지어 방해하지 못하게 삼일동안이나 재워버렸다.
그가 일어났겠지 생각해 그의 방을 찾았으나 전속 메이드로부터 일어나자마자 지시받은 일을 하러 나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일 조차 손에 잡히지 못하고 그의 갸륵함에 죄책감만이 가중 될 뿐이었다.
“나는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
무엇을 원해서 그를 곁에 두며, 무엇을 바라며 그의 옆에 있는가?
처음엔 정말 보잘 것 없는 동기였다.
스스로도 너무 지쳐있다는 것이 느껴져 말동무가 필요했을 뿐이다.
타타라는 늘 대화를 해 주는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아신과 인간의 인식의 차이는 보통 큰 게 아니다.
아리스는 수하로서 주군의 말에 일방적으로 귀 기울일 뿐이다. 충의가 밑받침하는 그 관계는 대등한 친구라기엔 거리가 멀다.
사랑이 아니다, 호감도 연모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 외의 여자와 살을 맞대었다는 소릴 들었을 때 괘씸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치기어린 이기심일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베아트레아 아슌푸틀에겐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그녀의 인생을 관통하는 신념과 목표를 위해서라면, 설령 사랑하는 사람을 요구할 지라도 지불할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녀에게 소중한 사람이란 바꾸어 말하자면 언젠가 잃게 되었을 때 더욱 고통스러운 사람이다. 때문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마음 한 구석 가장 소중한 한 자리는 비워두었다.
그때 정원의 문이 열리며 휘진이 들어섰다.
“예쁜 밤이네요, 레이디.”
이제껏 다시 만나면 어떤 말과 표정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평소와 같은 말과 태도이다.
“좋은 밤이군.”
무심코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는 것을 의식하며 베아트레아는 사뿐 사뿐 걸어가 휘진의 앞에 섰다.
“너무 가까이 붙지 말아줘, 심장에 해로워.”
엄살을 떠는 휘진은 깔끔한 검은색의 정장에 포마드를 하고 있었다.
한 밤중에 저런 차림을 하기엔 너무나 부적절해서 마치 밀회를 나온 연인 같다고 생각해버렸다.
“타타라가 일러줬는가?”
“어, 옷까지 준비해주더라.”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이 어리바리해 조금이지만 귀엽다고 생각해 버렸다.
“어때 반할 것 같아?”
“아직은 분발하게나.”
후후훗하고 웃음을 지은 대공은 반짝이는 눈동자로 머리가 1.5개는 더 큰 휘진을 올려보았다.
“미안하네.”
조금도 눈을 피하지 않고 씁쓸한 목소리로 입술을 달짝이는 대공.
여느 때와 같이 거부할 수조차 없는 매력의 발산에 휘진은 눈을 필할 수밖에 없었다.
“신경 쓰지마, 나라도 그렇게 눈 돌아간 부하를 보면 그렇게 했을거야.”
“그대를 믿지 않았던 건 아니네, 오히려 그대라면 반드시 날 위해 나서려 했다는 것을…”
“알아, 정말 괜찮다니까 그러네.”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듯이 휘진은 소탈한 미소와 함께 대공의 말을 끊었다.
지금껏 휘진이 보여 주었던 끈적끈적한 미소와는 전혀 다른 상쾌함 마저 느껴지는 웃음이다.
“어차피 지난 일이고 대공님도 나름의 생각이 있던 거겠지. 복잡한 얘기라면 많으니 별거 아닌 얘기는 치워두자고.”
“…일어나자마자 조사를 나섰다고 들었네.”
“응, 화가는 귀머거리가 아니었어. 누구의 사주인지는 모르겠지만 귀머거리인척을 해서 휫센 상단에 들어가라는 명령을 받았었고…”
“그리고?”
휘진은 한 번 숨을 삼키고 말했다.
“죽어있었어. 게다가 나와 리리엘까지 제거하려고 매복해 있더라.”
“몸은 괜찮은가?”
대공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휘진의 몸 상태를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