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양손의 꽃(1)
“…그래서 일단은 내가 널 살렸다는 말이지.”
“일단 감사합니다라고 말은 해야겠지만… 어떤 의미로는 최악이네요… 당신 같은 사람에게 빚을 져버리다니.”
휘진은 뒤늦게 리리엘을 쫓다가 그녀가 심장을 부여잡고 쓰러진 것을 발견한 뒤 시간을 정지해 타타라에게까지 온 사정을 설명했다. 물론 시간정지에 대해서는 적당히 둘러댔다.
아무리 여자아이고 가볍다고 하더라도 꽤나 긴 거리를 힘쓰면서 왔기 때문에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물론 거기에 대한 대가는 제대로 받아낼 생각이다.
“이 얼마나 자비로운 사람이야? 자신의 목숨을 노리던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 않고 도리어 살려내기까지 하다니…”
“중간에 엉망진창으로 괴롭혔다는 내용이 생략된 건 못마땅하네요.”
리리엘은 평소처럼 퉁명스럽게 말 하면서도 힐끗힐끗 타타라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저번에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었지만 그토록 존경하던 아신 타타타 타타라다.
언젠가 휘진의 중계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었지만 설마 성관계의 도중에 그것도 알몸으로 만나게 될 줄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새하얗게 탈색된 앞머리를 제외하곤 연한 보랏빛을 띠는 찰랑거리는 장발은 땀에 젖어 흐트러지고,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는 몸매는 리리엘 자신의 것과 비교했을 때 기가 죽어버릴 정도로 여성미를 내뿜고 있다.
무엇이 재밌는지 계속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리리엘을 관찰하듯이 바라보고 있다.
알몸을 내보이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었기에 도리어 리리엘이 시선을 피하고 있는 지경이었다.
도저히 고양이가 앓는 듯한 신음을 내며 흐트러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청순한 모습이다.
“저번에도 봤었지? 키스엘 리리엘 이바나였던가?”
“아!! 옛!!!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몸 상태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후유증이 남을 일도 없을 거야. Dr.타타라의 시술이라고!”
“가…감사합니다!!”
여러모로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 이런저런 상황이 겹쳐버린 상태인지라 리리엘은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내 제자가 되고 싶다는 거지?”
느릿하게 휘진의 곁을 벗어나 리리엘에게 엉금엉금 기어간 타타라는 떨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리리엘의 뺨을 손등으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후후, 부드러운 살결이네?”
“감사합니다!”
“야 너 성희롱 당한 거잖아. 어째 나를 대할 때랑은 스탠스가 정 반대인데.”
다분히 성적인 의미가 가득 섞인 스킨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리엘은 특유의 빈정거림은커녕 거의 미동도하지 않고 감사합니다만을 외쳐대고 있다.
“가문을 위해서 반드시 저는 더욱 성장해야 해요. 부디 제자로 받아주세요.”
“글쎄 어쩔까나?”
타타라는 마치 먹잇감을 관찰하는 포식자의 모습이 되어 리리엘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어 냄새를 맡거나 했다.
마찬가지로 알몸 차림인 리리엘의 머릿속엔 여러 가지 잡념들이 스쳐지나갔다.
이 세상엔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특이한 경우도 존재한다고 한다.
분명 사심이 잔뜩 느껴지는 이 손놀림이라든가 행동은 어쩐지 타타라가 그런 특수한 취향이 아닌지 의심을 가게 했다.
하지만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휘진과 질펀한 성행위를 나누고 있지 않았던가?
설마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는 성적취향도 있는 건가?
“자아 그럼, 조건을 달아볼까? 보시다시피 우리는 이렇게 뜨거운 사이인데 말이야. 아무래도 휘진은 네가 마음에 든 모양이더라구. 근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타타라님 타타라님, 심지어 저 아가씨는 타타라님의 소중한 섹파인 제 목숨마저 위협하려 들었답니다.”
“그건 정말로…!!!”
“조건은 하나야. 휘진과 나의 성적 유희에 어울릴 것. 즉, 적어도 수업을 배우는 동안은 나와 그에게 완전 복종할 것.”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저런 걸 조건으로 내놓다니… 아신이란 존재 중에 제대로 정신이 박혀 있는 사람은 없는 걸까?
하지만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억만금을 주어도, 최고의 권력자의 자리를 안겨주어도 받을 수 없는 강의.
그녀에게 직접 사사 받은 연금술사의 숫자는 역사적으로 손에 꼽는다.
그리고 여지없이 그들 모두는 역사서에 자신들의 이름을 남겼다.
그런 기회를 겨우 몸을 버리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면 이왕 버린 몸 더 알차게 쓰면 되는 거다.
“할 게요. 그 정도의 각오는 끝냈습니다.”
“그렇게 결의에 찬 눈빛을 해버리면 내가 나쁜 여자가 된 것 같잖아.”
“흐읍…츄읍…!!”
타타라는 그대로 리리엘의 위에 올라타 진득하게 키스를 퍼부었다. 입술을 빨아들일 정도로 포개고 혀를 길게 뻗어 리리엘의 입 안에 자신의 타액을 흘려 넣었다.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른 페이스로 정신없이 입안을 휘저어진 리리엘은 차마 타타라를 밀쳐낼 생각조차 못하고 어색하게 허공에 손을 뻗고 있다.
아름다운 두 명의 여자의 몸이 끈적거리며 얽힌다.
그야 말로 두 송이의 백합.
예술적 가치마저 지닐 정도로 잘 어울린다.
타타라는 리리엘의 가슴을 쓸어 올리며 분홍빛의 유두를 데굴데굴 자극한다. 거기에 손을 길게 뻗어 허벅지 안쪽을 서서히 어루만졌다.
“거…거기는…”
“여기는 뭐?”
“사…살살 만져주세요.”
황급하게 손사래를 치는 리리엘이었지만 타타라의 한 마디에 곧바로 얌전해졌다.
같은 여자에게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 본래대로라면 소름이 돋을 일이지만 어째서인지 신체는 성적 자극에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자신이 존경하던 사람이라 그런 걸까? 아니면 여자인 자신조차 멍하게 바라보게 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어서 일까?
어느덧 뱃속이 근질거리며 오싹함과 간지러움 사이 어딘가에 있던 감각이 서서히 쾌감으로 변화하고 있다.
직접적인 성감대의 자극은 피하면서 그 주위를 은근히 자극하는 탓에 리리엘은 점점 숨이 가빠졌다.
왜 이렇게 능숙한 걸까?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능숙한 손놀림은 리리엘이 자위를 할 때보다 정확하게 민감한 곳을 찾아내어 그 주변만을 더듬고 있다.
휘진의 거칠기만 했던 애무와는 다르다. 젖꼭지를 잡아당기거나 밧줄로 묶어지거나 하는 심한 취급만 받아왔던 리리엘에게는 처음 겪어보는 조심스런 애무였다.
그런 탓인지 평소보다 훨씬 쉽게 달아오르는 질 내부에서는 벌써 꽉 다물린 세로의 슬릿을 비집고 애액이 나올 정도로 흠뻑 젖어있다.
“제법 버티네? 이래 뵈도 테크닉에는 자신이 있는 편인데?”
“하읏… 하앙…♡”
“그럼…실례할게?”
이미 쾌감에 대한 갈망이 한계치에 달한 리리엘이 허리를 떨며 몸부림 칠 때 타타라는 힘없이 벌어진 리리엘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하으…하아아앗…♡♡♡”
“리리엘 양의 클리 바짝 발기 했어 야하잖아?”
“아히…잇 아, 하아아, 앗!!!”
“보기와는 다르게 파렴치한 아이네~”
두 엄지손가락으로 리리엘의 클리 표피를 까 내린 타타라는 뾰족한 혀의 끝으로 클리토리스를 후벼 팠다.
적당한 템포와 세기로, 여성의 신체가 가장 편안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마치 수 십 번 섹스를 나눴던 파트너처럼 능숙하게 핀 포인트로 공략해온다.
차마 다리를 오무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쾌락의 공세에 함락되어 바르르 전신을 떠는 리리엘의 얼굴 앞에 쏙 하고 거대한 막대기가 나타났다.
“이제 슬슬 나도 끼고 싶어서 말이야.”
그토록 징그럽다고 생각한 물건일 텐데 지금은 어째서인지 빨고 싶다고, 넣고 싶다고 느끼고 있다.
그것은 리리엘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억지로 성욕을 자극당한 암컷의 본능 같은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예전에 리리엘은 휘진에게 굴복했던 경험이 있다.
휘진이 강압적인 태도로, 그것도 자신이 잔뜩 쾌감에 취한 상태일 때 야한 짓을 요구해 온다면 리리엘은 거부할 수 없었다.
마치 패배한 강아지와 같은 자세로 배를 하늘로 까뒤집은 체 다리를 추접스럽게 벌리며 자신의 얼굴 위 자지를 향해 혀를 뻗었다.
“타타라의 후장에 들어갔던 자지니까 깨끗이 해둬.”
“츄하…깨끗이 할 것도 없을 거거든?”
한참 클리토리스를 가지고 놀던 타타라가 심통 난 표정으로 태클을 걸었지만 리리엘은 벌써 뭔가에 홀린 듯이 귀두의 첨단 부분을 핥고 있다. 장액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별 맛도 안 나는 표면의 번들거리는 액체와 귀두 끝에 이슬처럼 맺힌 겉물을 혀로 깨끗이 핥아 먹는다.
휘진은 리리엘의 이마엔 불알을 얹은 채로 기둥에 봉사를 받으며 리리엘의 두 귀를 잡고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해서 재미있겠어?”
깨작깨작 끝부분만을 혀로 핥아대는 리리엘이 답답해진 휘진은 리리엘의 목을 뒤로 젖히고 입을 벌려 강제로 자지를 쑤셔 넣었다.
“우욱…!!! 컥컥…커허억!!!”
“잠깐!!! 조심해서 해. 이 아이는 내가 아니라고.”
“뭐 어때? 이 정도로는 죽지도 않아.”
목구멍을 자지로 찔리며 헛구역질을 해대는 리리엘의 눈동자에 생리작용으로 인한 눈물이 맺히며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아직 서툴어 이빨로 잔뜩 긁기는 했어도 리리엘은 성실이 양 볼을 홀쭉하게 만들면서 휘진의 자지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우우, 우으읍…!!! 흐으읏!!!”
“윽…!!”
점차 진동하던 리리엘의 신체가 부드럽게 허리를 감싸 안은 타타라의 두 팔 안에서 정신없이 떨린다.
타타라의 커널링구스에 절정을 맞이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리리엘의 입 안에 비릿하고 탁한 액체가 잔뜩 퍼졌다.
푸슛 푸슛하며 날아간 정액이 식도를 바로 강타하며 리리엘은 헛구역질과 함께 절반 정도의 정액을 옆으로 뱉어내었다.
“켈록… 켈록…하아, 조금만 쉬게…해주세요…”
“일단은 귀중한 정액을 흘렸으니 전부 핥아 먹도록 해.”
“이…이걸 말인…가요?”
침대 시트에 덩어리져서 뭉쳐있는 백탁.
잠시 망설이던 리리엘은 타타라와 휘진의 시선에 곧바로 무릎을 꿇고 시트에 묻은 정액을 우유를 핥는 고양이처럼 깨끗이 핥아 먹었다.
“후우, 그럼 지금부터 좀 무리해 볼까?”
한 발을 빼었지만 아까의 레즈쇼가 감명 깊었던 것인지 휘진 주니어는 전혀 죽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양손의 꽃, 이 정도로 아름다운 꽃들이다.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다.
바로 하늘이 부여한 사명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휘진은 쓰디쓴 정액을 간신히 삼키는 리리엘의 찡그린 표정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 전에 이거!”
타타라는 척하고 수상하게 생긴 알약을 건네주었다.
여느 때와 같이 반투명한 캡슐 안에 담긴 액체는 먹어서는 안 되는 옅은 보랏빛의 색이다.
“이게 뭔데.”
휘진은 먹기 싫어, 라는 눈빛으로 타타라를 바라보았다. 엄마가 이상한 사람이 주는 거 먹지 말라고 했는데…
“특수 정력제야. 아무래도 당신이 평소에 너무 방탕한 생활 속에서 뼈 삭는 줄 모르고 무리하는 것 같아서 만든 거야.”
“재료가 뭔데?”
“돈 주고도 못 사는 천년바다거북의 등껍질이랑 얼음장어, 겨울 제비집이랑 남근초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 거야.”
“아무것도 뭔지 모르겠는데…”
하지만 재료들의 이름이 뭔가 친환경적인 것이 당장 먹어도 죽을 것 같진 않다.
버섯 같은 것이 들어가 있었다면 굉장히 꺼려졌겠지만 원래 한국 남자들이 정력에 좋다는 건 환장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