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음모(1)
“네…년…은…이…제….크히…크히히…히이이…익히이이…”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되는 건가.”
허공에 용두질을 하며 추레한 몰골로 일그러지고 있는 펠릭스를 보며 바티스텡은 불편하다는 듯이 말했다.
“기다려, 기다려~ 실험자료 수집 겸 대공님의 마지막 배려이니까.”
타타라는 혀를 한쪽으로 빼 물은 채, 조금의 경과마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열심히 수첩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갔다.
미남이었던 펠릭스의 상태는 순식간에 망가졌다. 중증 마약 중독자, 아니 그보다는 피폭환자라는 것이 어울릴 정도의 모습으로.
기포가 생기며 녹아내린 피부에서 피와 진물이 흐르고 뼈까지 보이는 와중에도, 기괴한 웃음소리와 허리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두 눈은 안구에서 흘러나온 진물로 가득 차 뜰 수조차 없는 상태였으며 혀는 이미 쭉 뻗어 내린 상태다.
“커헉!!!”
마지막으로 잔뜩 발기한 자지로부터 검은 색의 액체를 주르륵 흘리며, 부르르 떨던 펠릭스의 몸이 철푸덕하고 바닥에 무너진다.
“흠~ 대략 15분 정도의 환각 끝에 절명인가. 대공님의 부탁대로 최고의 쾌락을 느끼다가 절명할 수 있게 열심히 만들었어. 뭐, 보기엔 흉하지만!”
타타라가 최근 며칠 동안이나 연구를 거듭해 만든 특제 환각제이다.
가스 형식, 즉 향초를 통해 살포되게 만들어졌으며 해독제는 대공이 미리 마셔둔 와인에 함께 넣어두었다.
물론 피부나 점막을 통해 침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연고도 충분히 도포한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부교감신경을 폭주시켜 근육의 수축을 유도하고 열 대사의 밸런스를 파괴해 신체의 온도를 70도가 넘게 끓어오르게 한다. 마법적인 효과로는 체내의 모든 마력을 뇌에 있는 쾌락의 중추에 집중하여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환희를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름은 뭘로 붙일까나…웃음가스? 쾌락가스? 아무리 그래도 휘진이라고 붙이긴 좀 그런데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타타라의 앞에 대공은 가운을 걸쳐 입은 채로 바닥에 꿈틀거리며 완전히 죽어가는 펠릭스를 내려다보았다.
“죄책감을 느껴?”
그때 쏙 하고 대공의 시야에 타타라의 얼굴이 들어온다.
방금 전까지 저렇게 끔찍하게 죽어가는 인간의 모습을-그것도 자신이 만든 물건에 의해- 보았음에도 타타라의 행동은 평소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대공님도 참 재미있어, 그냥 깔끔하게 바티스텡에게 부탁해 목을 쳐서 죽여 버리면 될 것을 굳이 저런 식으로 추한 몰골을 보이며 죽어가게 하다니.”
“적어도 죽음의 마지막 순간은 저 자가 원하는 것을 보며 죽을 수 있기를 원했다네.”
“아이참, 내 말을 이해 못했구나.”
타타라는 대공의 하늘 빛 눈동자와 자신의 연두색의 눈동자를 똑똑히 마주치며 배시시 웃었다.
“그런 위선적이고 모순적인 발상이 재미있다는 말이었는데.”
“….”
대공은 어둡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타타라를 떼어놓고는 말했다.
“이제 다음 준비 되었던 것을.”
“네네네네!!!”
유달리 하이텐션으로 치솟은 타타라의 목소리를 한 귀로 흘겨들으며 대공은 마지막 한 번의 떨림을 끝으로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펠릭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 ◈ ◈
삼계(三界)에 대한 마법 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혹자는 현실과 격리되어 있는, 굴레를 벗어난 자들이 향할 수 있는 진리의 이상향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에테르에 불과한 마력이 플라즈마 상태를 벗어나 ‘현상(現想)’에 그치지 않고 완벽하게 실체화하는 이계라고도 칭한다.
하지만 타타라가 내린 삼계에 대한 정의는 다르다.
현실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고장 난 물레처럼 얽힌 데이터 베이스라는 것이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마법은 마력을 매개로 일정한 형식을 거쳐, ‘삼계’에 존재하는 A라는 현실과 그에 대응하는 데이터 A를 변경함에 따라, 인과의 부조리를 현현시키는 것이다.
일반적인 마법은 어디까지나 마법이라는 절차를 걸쳐 간접적으로 삼계에 간섭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상식에서 벗어나 ‘삼계의 데이터’에 직접적인 수정이 가능한 것이 삼계마법.
오로지 아신 만이 다룰 수 있다는, 일반적인 마법교리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힘.
이것이 공군함이 등장하기 전까지 모든 아신이 신격화되며 그 누구도 아신에게 대적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이유이다.
“대공님 대공님, 정보 복사는 모두 완료야. 이제 덮어씌우는 일만 남았어.”
타타라가 사용할 마법은 간단했다.
삼계에 직접 접속해 지금 막 죽은 펠릭스의 모든 부분에 대한 데이터를 복사하는 것이다.
애초에 삼계라는 곳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히고 섞인, 일개 인간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인지의 붕괴를 일으킬 정도로 방대한 정보의 바다.
그 타타라조차 펠릭스의 시신으로부터 카르마를 추적해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는데 까지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가 살아생전 가졌던 기억, 감정, 성격, 가치관, 사고, 기호, 사상, 생김새, 이세계에 미쳤던 영향, 신체 모든 기관의 성능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정보가 타타라의 손에 들린 희끄무레한 불덩어리에 들어가 있다.
“고생했네.”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 초조해했던 대공의 표정은, 타타라의 멋진 활약에도 불구하고 펴질 기색이 없다.
그것을 본 바티스텡이 선뜻 앞으로 나서 타타라에게 말했다.
그 모습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의 충의에 대한 보상과 인정은 대공으로부터 이미 차고도 넘칠 정도로 받아온 것이다.
“어서 진행하지.”
타타라는 묘한 표정으로 대공의 안색을 살피나 싶더니 조금의 고민도 없이 마술식을 읊었다. 곧 그녀의 손에서 떠돌던 불꽃은 바티스텡의 심장에 안착했다.
마치 마법소녀가 변신하는 듯한 이펙트와 함께 바티스텡의 외관이 변해간다.
희끗한 백발이 섞여있던 머리카락이 깔끔하고 세련된 금발로 짙은 눈동자가 푸르른 색으로, 거대했던 체구도 미남자의 체형으로 변했다.
바티스텡이라는 인간의 정보가 타타라가 행한 마법에 의해 펠릭스와 겹치고 덮어씌워진 것이다.
“굉장히 나약하기 그지없는 신체군요. 미적으론 정말 세련됐지만 말입니다.”
바티스텡, 아니 이제는 펠릭스가 되어버린 그는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손과 발을 살폈다.
가벼운 말투와 몸짓, 과장되어있는 표정까지 생전 펠릭스가 가졌던 것과 전혀 위화감이 없다.
“이런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이라니 정말로 마음에는 들지 않습니다. 이러다가 대공저하를 유혹하려 들려할지도 모르겠네요. 하하하.”
“그 모습으로 그러는 건 참아주게나 일단은 취향이 아니니 말이네.”
만약 바티스텡이었다면 저런 말은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마지막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절대 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쓴웃음으로 입 꼬리를 비트는 정도의 감정표현에 그쳤으리라.
대공은 거기서 마음을 확고히 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바티스텡은 죽은 것이다.
그의 인격과 성격, 그 만의 사고방식과 충절은 펠릭스의 정보에 전부 덮여 삼계 저 어디론가 사라졌겠지.
“그럼 전 슬슬 방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군요. 이제 대공저하와 헤어져야 하는 것은 눈물을 금치 못할 일입니다만. 평상시 펠릭스는 밤마다 자신의 시종과 몸을 섞는 것 같으니 사소한 의심이라도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럼 전 이만 섹스하러… 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펠릭스는 퇴실했다.
대공은 바닥에 놓인 펠릭스였던 시체를 바라보았다.
이미 본인이 가지고 있던 삼계에서의 데이터를 전부 몰수당해버린 시체에는 이미 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사라져있었다.
이목구비도 금발도, 지문까지….
‘썩어버린 고깃덩어리’라는 말 외에는 대체가 불가능 할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만약 펠릭스를 아는 누군가가 이 시체를 보더라도 전혀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펠릭스의 시체라는 것을 아는 대공이나 타타라조차 조금만 방심하면 이 고깃덩어리가 무엇인지 망각할 정도다.
그것이 현실과 삼계 모두에서 죽음을 맞은 자의 말로였다.
대공은 자신의 신기인 유리구두를 현신시키고 가볍게 구두 굽으로 바닥을 두드렸다.
그와 동시에 투명한 마력의 파동이 일대의 바닥을 수면처럼 찰랑거리며 퍼져나갔다.
이내 펠릭스의 시신이었던 것은 물에 잠기는 섬처럼 마력의 수면위로 사라지고 카펫에 얼룩졌던 피와 고름, 그리고 알 수 없는 더러운 체액들 역시 모두 정화되었다.
“표정이 어둡네?”
“…자네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 군.”
“당연하지, 모처럼 좋은 실험이었으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방안을 굽이쳤던 매캐한 죽음의 냄새마저도 사라진 방안에 베아트레아는 와인을 들고 털썩 침대 위에 앉았다.
“음, 위로가 될 진 모르겠지만 펠릭스를 죽이는 것은 반드시 필요했던 일이었어.”
알고 있다. 모를 리 없다.
북해의 동맹은 충성심과 의리로 뭉쳐있는 단단한 공동체가 아니다.
그저 일시적으로 분쟁을 중지하고 상생을 목표로 한다는 이해관계가 강제로 맞아떨어져 어쩔 수 없이 대공을 구심점으로 뭉친 상태.
그 마저도 거의 반 강제로 대공이 개입했기 때문에 이곳저곳 삐걱거리는 곳이 많다.
‘트리니다드가 동맹을 탈퇴해 중앙 쪽에 붙어버리면 곤란해진다.’
결론만 말하자면 대공이 펠릭스를 제거한 이유는 고작 이 한 문장 때문이다.
펠릭스는 가신들과 공신을 견제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했다. 대공으로서는 동맹의 붕괴를 막기 위해 가장 믿을 만한 충신을 펠릭스로서 존재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자가 조금만 유능했더라면 대공이 이런 식으로 처리할 일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죽였다…라.”
너무나도 귀족스러운 말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녀의 감정 또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싸우려 하고 있다.
증오해 마지않는 자들을 끌어내리고 기울어진 세상의 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싸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행동이 그치들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정치적으로, 현재 상황에 방해가 된다하여 하나의 인간을 그저 방해물을 치우듯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마치 자신이 증오하는 귀족들 그 자체가 아닌가.
“모순이지.”
고뇌에 잠긴 대공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사랑스러움에 잠긴 눈으로 타타라는 대공과 눈을 마주쳤다.
지금 이 상황과, 타타라가 내뱉는 말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요염한 색기에 대공은 순간 당황했다.
“비틀린 것을 바로잡으려는 자는 그 비틀림의 정점에 서지 않으면 안 돼.”
“그건 응당 져야할 가책을 직면하기조차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의 변명이라네.”
“인간은 모두 겁쟁이야.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타타라는 대공의 머리를 손으로 받친 채 침대에 뉘였다. 그리고 그 위를 덮어 가듯 몸을 기울인 상태로 소곤소곤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