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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45화 (45/154)

45화 무도회(4)

대공은 머리를 풀어헤쳐 자연스럽게 정리한 모양새이다.

방금 목욕을 끝낸 것인지 아직까지도 물기가 좀 남아 있는 은발은 달빛을 받아 더욱 빛났다.

“이거…”

“아무래도 그대가 마음에 들은 듯싶어서 말이네. 꽃은 저기 화병에 꽂아두게나.”

대공은 오늘 저녁 공연을 했던 무희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옷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어지간한 속옷보다 노출도가 높은 의상.

중간에 박혀 있던 보석들은 전부 빼 놓았지만 그 탓에 그나마 사슬의 중간 중간 살을 가려주던 파츠가 전부 사라지면서 더욱 고혹적인 의상이 되었다.

할 말을 잃고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몸을 훑어보는 펠릭스 앞에 대공은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채 당당한 몸짓으로 펠릭스의 앞을 스쳐지나가 와인 병을 집어 들었다.

대공이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 아찔하게 풍겨오는 향유의 자취는 매혹의 꽃향기와 같았다.

“가끔 쉽게 잠이 들지 않을 때가 있네. 그럴 땐 이렇게 술을 마시면서 술의 신께 기도하지. 오늘은 무사히 잠들고 싶습니다… 하고.”

펠릭스는 주변을 누비며 살랑살랑 눈짓과 함께 하나씩 촛불을 끄는 대공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싱글벙글 웃었다.

“오호, 말하자면 어떤 때이신지?”

“자신의 죄를 직시해야 할 때.”

문득 눈을 마주친 촛불의 잔광(孱光) 속에서 빛나는 푸른 눈동자가 어째서인지 섬뜩하다고 생각해버렸다.

하지만 그도 잠시 대공이 싱긋 미소를 띠우며 다가오자 펠릭스는 자신이 느꼈던 감정조차 유예해버렸다.

다른 모든 것을 무가치하게 만들 정도로 이 여자는 가치 있다.

무려 대공이란 칭호를 가진 실질적인 북해 동맹의 구심점.

천의무봉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외모나 권력, 카리스마, 타고난 고귀함, 분위기까지 그 어떤 귀족의 여식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특출 난 대공.

그녀가 자신의 배아래 깔려서 앙칼진 신음소리를 내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펠릭스는 양물이 뜨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그 베아트레아 대공이 자신을 위해 저런 이벤트성 복장까지 입어준다니….

묘한 정복감과 만족감은 펠릭스의 인내심을 끈을 끊어버렸다.

인내는 3년 동안 차고 넘칠 만큼이나 했다.

당장 자신의 앞에 차려진 먹잇감을 뜯어먹지 않는 것은 굶주린 맹수 정도의 자제력을 가진 펠릭스에게 말도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술의 신마저 내편이 아닌 듯한데…”

어둑한 방을 밝히던 촛불이 모두 사라지고 머리말에 촛대에만 불이 남아있을 때였다.

베아트레아의 붉은 입술이 달싹였다.

“그대가 나를 취하게 해주겠나?”

양팔을 등 뒤로 둘러 가슴을 가리고 있던 무희의 옷의 상체 버클을 풀었다.

스륵하고 옷을 침대 아래로 던진 베아트레아 대공의 태어난 그대로의 상반신이 드러난다.

여린 선을 그리며 길게 뻗어오는 목덜미와 좌우로 곧게 펴진 쇄골과 봉긋하게 솟아오른 젖가슴.

어스름한 등불에 지고의 조각자가 남긴 혼신의 역작과 같은 완벽한 밸런스 첨단에 매달린 유두는 옅은 분홍색을 띠며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펠릭스는 이미 이성을 잃고 옷을 찢듯 벗어젖힌 채 베아트레아 대공을 덮쳐가듯 침대 위에 눕히고 그 입술을 탐했다.

끈적거릴 정도로 달라붙어 목 뒤로 손을 넣어 받친 채, 베아트레아의 부드러운 입술 사이로 뾰족한 혀를 빨아들인다.

양 손목을 머리 위로 들려 한 손에 고정당한 베아트레아는 저항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허약한 몸부림을 치며 단지 펠릭스의 입술을 받아들일 뿐이었다.

어느새 가랑이 사이를 파고 든 펠릭스의 무릎은 베아트레아가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게끔 고정하며 고간에 바짝 밀착해온다.

이성의 영역에서 밀려난 거친 호흡을 내쉬며 목을 받치던 손을 뻗어 베아트레아 대공의 오른쪽 젖가슴을 움켜쥔다.

작아 보이지만 생각보다 한 손에 잡힐 정도 그립감이 있는 가슴.

늑골을 더듬으며 엄지와 검지만으로 유두를 잡을 듯 말듯 희롱하며 지금껏 여러 여자를 통해 갈고 닦은 테크닉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아흣…”

처음엔 아무런 목소리조차 없이 애무를 받아들이던 대공의 입에서 미약한 신음소리가 피어나온다.

아무리 고결하고 완벽해 보이는 여자라도 결국 성감을 자극당하면 암컷과 다를 바가 없다.

펠릭스는 대공의 신음소리를 확인하자마자 입술을 떼고 곧바로 베아트레아의 유두를 혀끝으로 자극하기 시작했다.

두 손이 완전히 제압당해 있는데다가 하반신이 완전히 펠릭스에게 눌려있는 베아트레아로선 무방비로 노출된 가슴이 타액으로 점칠 되어가는 것을 아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스스로 놀랄 정도로 몸은 솔직하게 쾌감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

간질거리며 유두를 자극하는 혀의 움직임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젖꼭지로부터 뻗어 나온 쾌감의 뿌리가 자궁과 직접 연결이 되기라도 한 듯이 천천히 신체 전반의 열기가 돌기 시작한다.

이래서야 창녀와 다를 바가 없다.

이성을 잃은 펠릭스가 자신의 가슴 구석구석을 침 범벅으로 만들고 이빨자국을 남기는 동안 베아트레아는 스스로를 자조했다. 안타까운 한숨과 간간히 섞인 신음을 내며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          ◈          ◈

달빛조차 스며들지 못하는 암실, 그 방을 빛으로 매우는 것은 오로지 하나의 촛대에 꽂혀 있는 5개의 촛불뿐이다.

거기서 들려오는 열락의 목소리, 흰 피부를 타액이 굴러다니는 추잡한 소리, 서서히 열기를 띄기 시작하는 기묘한 긴장감이 침대의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울려 퍼진다.

아까까지 여유로운 표정으로 펠릭스를 유혹하던 베아트레아의 표정은 어느새 당혹과 굴욕으로 구겨지고 있다.

창백해질 정도로 꽉 다문 입술 사이로는 뜨거워지는 숨결이 새어나오고 있다.

아무리 절제력이 있고 감정을 숨기는 일이 익숙한 대공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애초에 성에 대한 지식은 있다지만 실상은 처녀인데다가 유사 성행위의 경험조차 없는 베아트레아와 여러 여자로 닳고 닳은 펠릭스.

그런 불공정한 게임의 조건에서 여기까지 분투해준 대공이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요하게 젖꼭지를 혀로 애무하는 펠릭스의 움직임은 점점 베아트레아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뱀처럼 뻗어와 깃털로 간질이듯 훑어가며 애태우듯이 조그마한 살덩이를 이리저리 굴리는 탓에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얼굴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달아오르는 신체도 감출 수가 없다.

그 어떤 마음의 끌림이 없더라도, 예를 들어, 레몬을 누군가 억지로 입안에 넣는다면 신체는 정직하게 침샘에서 침을 분비한다.

이런 인체의 메커니즘은 진심으로 쾌락에 빠지는 일은 거부하려는 베아트레아의 생각을 책망하듯 가차 없이 서서히 박차를 가해온다.

“아 앗, 우우…”

어떠한 자극도 신체에 계속되는 이상 내성이 생길 진데 유두를 고문 하듯이 계속 애무를 반복하는 펠릭스의 움직임엔 도리어 축적되어가기만 하며 베아트레아를 몰아세운다.

결국 간질간질하면서도 쾌감의 기쁨에 허리를 틀어 올리며 한숨을 쉬듯 달콤한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애무에 돌입한 펠릭스는 경박스러운 남자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 없었다.

그 정도로 여유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신체를 탐하다보면 빨아들이고 깨물기를 반복하는 젖꼭지를 내뱉고 말을 하는 시간조차 아깝다.

좀 더 깊고 진하게 이 육체를 음미하지 않고서야, 지금까지의 애탄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 되지 못한다고 펠릭스는 생각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려는 베아트레아 대공의 움직임은 기사인 펠릭스에겐 장난과도 같은 반항이었다.

움찔거리는 허리를 가슴의 힘으로만 누른 채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가는 대공의 눈과 마주친다.

“조금은 말이라도 하면서 하는 게 어떻겠나?”

“몸의 대화라면 지금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지나친 흥분으로 인해 평소와 달리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한 펠릭스는 곧바로 대공의 목덜미에 키스하며 손을 아래로 뻗었다.

천 쪼가리로 가려진 베아트레아의 그곳은 이미 촉촉한 습기와 열기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 당당하고 항상 우위에서 말을 하던 베아트레아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 더더욱 보고 싶어 펠릭스는 손가락을 뻗어 팬티 안으로 손을 넣고 이미 발딱 솟아오른 대공의 클리토리스를 만진다.

싱그러운 체취를 맡으며 목덜미로 흐르는 땀을 핥아 올리고 이미 충혈 되어 있는 성감의 핵을 미끄러지듯이 손가락 사이에 끼워 넣었다.

육립과 맞닿은 손가락에 벌써부터 진한 즙이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의 애무는 필요 없다 그렇게 판단한 펠릭스는 곧바로 상체를 세우고 대공의 가느다란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잠시만…기다리게!!”

화가 난 듯이 갑자기 소리치는 대공의 눈과 이미 극도의 흥분에 달해 이성을 잃은 펠릭스의 두 눈이 마주쳤다.

혈관이 터질 듯이 팽창된 두 눈.

이미 이성이라는 것이 한 조각조차 남아 있지 않은 본능에 충실한 짐승과 같은 모습이다.

“무슨… 일이신지?”

어떻게든 다리를 닫으려 애쓰는 베아트레아를 상대로 조금도 힘을 빼지 않은 채 펠릭스는 거친 목소리로 답했다.

식사를 방해 받은 맹수가 화를 내는 것처럼 펠릭스의 목소리엔 불편함과 분노가 가득했다.

대공은 간신히 발로 펠릭스의 팔을 쳐내고 몸을 비틀어 상체를 일으켰다.

“그만, 미안하지만 자네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네.”

황급하게 이불로 상체를 가리며 일어서려 몸을 돌린 대공이 펠릭스를 거부했다.

“허!”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다는 코웃음이다.

약혼을 한 사이라지만 예의 따윈 개나 줘버린 방자하기 짝이 없는 펠릭스의 비웃음에 대공이 일갈하려던 찰나.

“커허어어억!!!”

“개 같은 년이 3년간 봐주면서 오냐오냐 했더니 더럽게 기어오르는 구나.”

“자…자네…지금… 커어어억!!!”

짐승과 같은 기세로 달려든 펠릭스의 달련된 손아귀가 가녀린 베아트레아의 목을 잡고 그대로 침대에 처박은 것이다.

섹스 도중 플레이의 일환 정도 레벨이 아니다.

정말로 사람을 제압하려는 듯이 간신히 목뼈가 부러지지 않을 정도의 악력으로 붙잡힌 베아트레아는 꺽 꺽 소리를 내며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펠릭스를 노려보았다.

펠릭스는 베아트레아의 저항을 우습게 무력화시키며 무희복을 완전히 찢어 버렸다.

한 손으론 다리를 잡고 들어올리고, 반대쪽 발은 무릎으로 눌러 강제로 다리가 벌려진 자세가 된 베아트레아의 입술은 이미 산소부족으로 인한 치아노제를 일으키며 검푸른 색으로 질려가고 있었다.

“다…당자아앙…놓게….쿠후후훅!!!”

이리저리 발작이라도 하듯 움직이는 베아트레아의 저항에도 아랑곳 않고 펠릭스는 벌려진 대공의 틈새로 자신의 자지를 돌진 시켰다.

첫 경험. 그것도 목이 졸린 상태에서 몸을 버둥거리는 대공의 보지가 충분히 풀려 있을 리가 없다.

살점을 긁어내는 느낌으로 무참히 쑤셔진 대공은 마치 작살에 꿰뚫린 것처럼 세차게 몸을 떨었다.

“그하아아아….!!!”

카하, 카하 하는 간신히 숨을 내뱉는 소리에 섞인 고통에 찬 비명은 펠릭스의 마음에 그 어떤 파문도 일으키지 못했다.

힘찬 허리 짓이 반복될 때마다 목이 졸려진 베아트레아의 뒤집힌 목소리가 방안을 채운다.

“네 년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다!!!”

격양된 목소리로 조금의 자비도 없이 눈이 뒤집혀가는 대공의 몸을 마음껏 범해가는 펠릭스에게는 베아트레아가 부서지든 죽든 상관 없어보였다.

그저 한 발을 시원하게 뺄 수만 있다면 더한 것도 할 수 있다는 듯한 움직임…

“으그그그극…!!!!”

자궁 경부까지 자지에 꿰뚫려 강제로 절정에 도달하게 된 베아트레아가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순결하던 대공의 속살을 더럽고 탁한 정액이 더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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