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토끼 요리(4)
베아트레아 대공은 다소곳이 땅을 바라본 채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리우고 있었다.
천박하달 수 있을 의상이었으나 대공에게는 그것을 압도하는 품위와 우아함이 있다.
신체의 90퍼센트 이상을 노출하고 있음에도 성욕은커녕, 완벽히 억제당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예술품을 보고 발정하지 않는 경우와 같을까.
수천 명의 관중 모두가 고요에 잠기는 기묘한 장관과 함께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 ◈ ◈
“아 시작했네.”
대공의 공연을 학수고대하던 휘진이 아무런 주저 없이 리리엘을 방안으로 들이고 느긋이 능욕을 재개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이 방의 창가가 대공의 공연을 관람하는 특등석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무대는 대공의 작은 움직임까지 상세히 체크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비록 3층이라 거리가 있기는 하다만 그것은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 폰으로 커버 가능하다.
창가에 배치하고 카메라를 줌인 하는 것만으로 거리의 제약을 가뿐히 무시하는 것이다.
한편 리리엘은 침대에 엎드려 귀갑묶기를 당한 채 엎드려 누워있는 상태였다.
엉덩이 위로 묶여있는 두 손은 안타까운 듯이 허공을 움켜쥐고 두 발은 안타까움에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어째서 귀갑 묶기냐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남성에게 귀갑묶기를 마스터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소양이 아닌가.
휘진은 위령제의 자질구레하고 형식적인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을 멈추고 풀고를 반복하며 리리엘의 속살을 두 손가락으로 후벼 판 것이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절정의 제한이다.
여성의 신체는 남자와는 달라서 1회 절정에 달한다 하더라도 그 열기가 식지 않는다.
개인차가 있지만 길게는 3시간이 지나도 절정의 잔불이 남아 욱씬거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 점에서 리리엘은 그 정도가 꽤나 심하다고 볼 수 있겠지.
토인족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침대에 눕혀놓고 처음 손가락을 쑤셔넣었을 때도 별다른 저항이 없이 매끄럽게 삽입이 가능했다.
그 상태에서 질 내부의 앞쪽을 긁어내듯이 자극한다.
절정에 도달하기 직전 애무를 중단한다.
이 간단한 작업을 30분 동안이나 반복했다. 처음엔 한두 번 실수가 있었지만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타이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열이 완벽하게 완료된 보지가 급격히 수축하려고 하는 바로 직전, 피드백까지 고려해서 절정 직전에 멈추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흠 이제 적당히 박아 넣기 좋은 정도인가?”
리리엘은 애액이 끈적거리는 편이었다.
손가락에 엉겨 붙은 애액을 튕겨내며 리리엘의 엉덩이를 좋을 대로 주물렀다.
손발이 완전히 제압된 이상 저항의 여지는 없다.
몇 번이고 절정 직전에서 제한 당해 민감해진 리리엘의 육체는 진심으로 시원한 절정을 원하고 있었다.
후욱후욱 소리를 내며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도 안타깝다는 듯이 달콤한 꿀을 계곡 사이로 흘려보내며 자유롭지 못한 신체를 비척거린다.
무심한 듯 정열적인 휘진의 시선이 뱀처럼 나신을 옭아맬 때 마다 망가져버린 것처럼 정욕(情慾)이란 기름이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만 같다.
“우우욱…”
짙은 안개 같은 음욕에 사로잡힌 몸은 저속할 대로 저속해져 사고마저 억제하려 들고 있었다.
리리엘은 구깃구깃하게 뭉친 자신의 팬티를 입에 문 채 휘진의 행동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말 하고 싶어?”
휘진의 몸이 리리엘의 곁으로 기울자 풍겨오는 수컷의 냄새에 유달리 민감한 토인족의 코가 반응한다.
남성이라는 것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처음으로 섹스를 경험하고 마약에 가까운 농도로 주입된 쾌락이란 씨앗이 이미 리리엘의 몸 안에서 발아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냄새를 맡은 것뿐인데도 아찔할 정도의 고양감이 리리엘의 자존심마저 짓뭉개려하고 있다.
스스로에게 ‘그저 숨을 편하게 쉬고 싶을 뿐이야’라고 변명하며 리리엘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츄압…!!! 푸하…”
성적 흥분에 의한 신체의 조건반사.
끈적끈적하지만 묽게 번진 타액으로 팬티는 흥건했다.
신선한 산소 보다 필요했던 것은 답답할 정도로 애태우는 휘진을 향한 채근의 한마디이다.
“이…이…이제 밧줄도 풀어주세요.”
그 어느 때보다 노골적으로 섹스를 원하고 있음에도 리리엘은 매몰차게 외쳤다.
리리엘이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는 연금술사로서의 자긍심과 귀족으로서 교육받아온 정조관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신체를 짓누르고 있는 기묘한 형태의 포박.
어깨에서 드리워 양 겨드랑이를 파고 들어와 고간까지 에둘러 싸고, 가슴을 강조하는 한눈에 봐도 발명의 목적이 명확한 추잡스러운 포박이다.
움직일 수 없다는 것.
자유를 박탈당한다는 것.
정신적인 부분부터 육체적인 부분까지 확실히 자신이 휘진의 지배하에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땀을 흡수해 더 살을 파고드는 밧줄은 리리엘의 가냘픈 신체를 선정적인 색으로 덧칠해가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이제까지 예열을 해놨던 건 너 좋으라고 한 게 아니라고.”
매몰찬 비웃음에 절망을 느끼면서도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자신의 모습은 대체 어떨까?
이미 경계가 희미해져가는 이성과 본능의 경계사이에서 리리엘은 엉킨 실타래처럼 혼란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밧줄에 묶인 탓에 평소보다 더욱 튀어나온 유방을 주무르는 휘진의 손놀림에 수치를 느끼면서도 유두의 첨단과 가슴의 감촉에 집중하는 자신의 모습은?
“웃차, 지금부터 너는 내 자위기구야. 쓸 만한 데라고는 기껏해야 보지 정도인 녀석이니까 제대로 조이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하게 해주마.”
휘진이 엉덩이를 벌리는 바람에 즈부즈부 즙이 넘쳐나는 리리엘의 비소가 주르륵 시트에 흘렀다.
시간 정지 상태에서 성감을 자극함에 따라 느낄 수 있는 쾌감은 마약과 같다.
생각을 아득히 먼 공백의 영역으로 날려버릴 정도의 쾌락, 의존성까지 없으니 그 어떤 마약보다 훌륭한 마약일지도 모른다.
그런 마약을 복용하면서 쾌감의 끝부분에서만 강제로 감각이 차단되어왔다.
3일을 물 한 방울 마시지 못한 채 사막을 횡단한 여행객을 묶어 놓고, 혀 바닥에 깃털로 물을 찍어 혀끝에만 발라주는 꼴이다.
심지어 바로 눈앞에 얼음 컵에 담긴 레몬에이드를 흔들어 대면서 말이다.
“자, 그럼 사용해 볼까?”
휘진의 손이 허리춤을 움켜잡자 리리엘은 숨을 들이 삼켰다.
싫다. 이렇게 힘에 의해 제압되어 도구취급을 받으며, 모욕적인 언행에 두들겨 맞아가면서도 애액을 흘려대는 자신의 신체가.
그러나 그 이상으로 육체는 갈구하고 있다.
더 많은 양의 물을, 머리가 띵해질 정도로 차가운 얼음의 감촉이 혀에서 구르는 것을, 갈라진 혀 바닥을 축복처럼 적실 충족감을.
“하으으…아항♡ 히우우우우…♡”
이미 애액에 퉁퉁 불어버린 음순을 사정없이 젖히며, 꾸욱 꾸욱 눌러오듯이 핑크빛 점막의 입구부분을 늠름한 육봉이 침입해 온다.
그것만으로도 리리엘은 절정 직전의 전조를 느꼈다.
정자를 갈구하듯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하좌우로 조여 드는 질벽의 운동이 매끈한 배 위로도 전해져 온 것이다.
그저 귀두부분을 넣었을 뿐인데도 뜨거움이 기분 좋은 쾌감이 되어 귀두를 감싼다.
완전히 흐물흐물해져 버렸지만 본연의 탄력이 느껴지는 기분 좋은 오나홀이 되어있다.
뻐끔거리며 추잡하게 씰룩거리는 무르익지 못한 점막.
리리엘의 육체는 오로지 바칠 것만을 맹세하는, 사냥감이 되기를 자처하는 달콤한 디저트가 되었다.
그 요염한 자태에 정신이 팔릴 것 같은 기분을 가까스로 이겨내며 휘진은 시선을 스마튼 폰 액정 대공에게 돌렸다.
남성을 유혹하듯이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이며 나른한 손짓을 반복하던 춤동작은 이내 짧은 점프를 반복하며 섬세한 라인을 강조하는 모양새가 되어간다.
손목과 발목에 차고 있는 황금의 가느다란 방울들이 챠라챠라 소리를 내며 순백의 능라 위를 허리띠처럼 감싸 안은 벨리 체인이 귀여운 배꼽아래에서 반짝거린다.
춤에만 집중을 한 것인지 입가를 앙 다문 대공의 입술 옆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고혹함을 연출해내고 있다.
“어…어째서… 더…앗…”
정신없이 자신의 하복부에 온 신경을 쏟던 리리엘은 이제야 휘진을 뒤돌아 보고는 그가 말한 ‘자위기구’라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했다.
쾌감을 애써 부정 하지만 천천히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절망하는 자신의 모습은 이 남자에겐 아무 의미 없다. 의도한 것도 계획한 것도 아닌 것이다.
이 남자는 그저 말 그대로 자신을 ‘정액을 한 발 빼기 위한 도구’정도로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여기까지 알아채버린 리리엘이 칠흑보다 더 깊은 절망 속에서, 그러나 절망보다 더 깊은 피학감속에서 피워낸 탄식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더할 나위없는 굴욕과 수치감.
입술을 꽉 깨문 리리엘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굴욕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자신의 이런 수치스러운 모습이 저 남자에겐 눈앞에 누군가 춤을 추는 모습보다도 가치 없다니.
하지만 그런 복잡한 생각은 갑자기 깊숙하게 여린 속살을 후벼 파는 단단한 남성기에 의해 너무나도 덧없이 분쇄되었다.
“….앗…후…하아아앗….♡”
분명 슬퍼하고 있을 터인데, 절망하고 있을 터인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제껏 간원했던 쾌감의 물방울들이 드디어 거센 물결이 되어 사정없이 갈증을 채워준다.
“조금 더… 주세요오오… 조금 더 필요해요오오….♡♡♡”
자지를 간청하는, 토인으로서의 존엄도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내려놓은, 흡사 창녀와 같은 교태에 절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째서인지 멀리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최후에 깨달은 그녀는 노도와 같은 환희 속에서 굶주렸던 신체를 잔뜩 떨었다.
대공의 모습을 보고 흥분하여 자지를 깊숙이 밀어 넣었을 뿐이다.
점막의 느낌을 자지 전체로 느끼고 싶었기에 그랬던 것뿐인데. 깜짝 놀랄 정도의 압박감과 함께 애달픈 목소리가 허리 밑에서 들려왔다.
휴대폰 액정에서 눈을 때고 아래를 보았을 땐, 어딘가 비굴한 표정으로 망가진 듯한 웃음을 짓고 있는 리리엘의 잔뜩 녹아내린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허리를 바들바들 떨며 절정의 반동으로 부자연스러운 상체를 곧추세운 그 모습에도 휘진은 건조하게 다시 액정으로 시선을 돌리며 빈정거렸다.
“네년 같은 오나홀의 부탁을 들어줄 정도로 착한 사람은 아니라서 말이야. 네년 보지에 신경을 쓰느니 대공님의 아름다운 세미누드 댄스 쪽이 100배는 가치 있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 어구가 끝날 때마다. 허리에 악센트를 넣어 박아주자 리리엘은 자지러지며 몸을 비틀었다.
하이소프라노 톤의 신음소리가 달콤하게 귓가에 맴돈다.
“네에에♡ 저는 오나홀 입니다아앗…!! 당신에게 오나홀로 사용되기 위해서어어…♡ 19년 동안 살아 왔습니다아…!! 그러니 제발… 절 봐주세요오옷…!!! 쿠후후훅♡”
“네네~ 그러니까 닥치고 사용당하면 되는 거잖아? 오나홀 주제에 부탁이라니 건방진 것도 정도가 있지.”
“꺄하하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