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귀여운 토끼 아가씨(4)
“히우우우!!!”
스스로의 젖꼭지를 잡아당기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이렇게 창피할 줄이야,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상상이상으로 수치스러움을 느낀다.
휘진은 휘진대로 아까까지 그렇게나 기세등등하던 여자가 자신의 젖꼭지를 한계까지 잡아당기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복종하는 모습에 평소보다 1.5배는 더 크게 발기하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잡아당기거나 손이 떨어지면 대적행위로 간주하고 그에 상응하는 공격을 할 거야.”
휘진은 마치 미술 조각품을 음미하듯이 찬찬히 리리엘의 치태를 감상했다.
이거 처음부터 미인이라고 예상은 했다지만 기대 이상의 요물이다.
리리엘은 찌르는 듯한 시선에 노출된 상태임에도 점점 아파져오는 유두를 놓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놓지 못한다.
유두를 당기는 자세는 필연적으로 두 팔을 요하게 되고 때문에 리리엘의 보지는 한 조각의 방어도 없이 휘진의 시간(視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흠, 너랑 드잡일 하느라 구두가 더러워진 것 같은데? 그 자세 그대로 쪼그려 앉아봐.”
리리엘은 새빨개진 얼굴을 푹 숙인 채 엉거주춤하게 천천히 다리를 벌린 채로 쪼그려 앉아 마치 오줌을 싸는 자세를 취했다.
휘진은 벌어진 리리엘의 보지에 자신의 구두를 가져다 댔다.
처음엔 그대로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가격하려는 줄만 알고 한껏 얼어붙어 있던 리리엘이었다.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휘진은 구두 윗부분을 리리엘의 보지에 닦듯이 문질렀다.
“구두닦이로는 아주 제격인데?”
“쿠으으윽…!!”
맙소사, 이 남자는 자신의 소중한 생식기를 그저 구두를 닦는 걸레 정도로만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상상이상의 굴욕이었다. 리리엘은 입술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꽉 물고는 수치를 참아야만 했다.
“아니지 아니지, 내 신발로 네 더러운 걸레보지를 닦았으니 네가 감사인사를 해야 맞겠지?”
“…네…”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라 스스로 되뇌며 리리엘은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더러운 걸레보지로… 구두를 닦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흐흑…”
“그럼 이제부터 실험을 시작하도록 할까?”
이토록 수치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놓고 겨우 에피타이저를 맛본 것에 불과하다는 말투다. 즐거운 듯 말한 남자는 그대로 리리엘의 앞에서 사라졌다.
시간을 멈춘 다음의 자극은 시간이 원래대로 되돌아갈 때 피드백 된다.
이건 지금까지 여러 차례 확인한 사실.
그렇다면 중첩되는 물리적 자극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슈슈에게 시간을 멈추고 클리 자극을 했을 때는 3초 정도에 걸쳐 폭발적인 쾌감을 선사하였다.
그야말로 두 발로 멀쩡히 서 있지 못할 정도의 자극이었으니 그 정도가 쉽게 상상이 가진 않는다.
문제는 겨우 클리토리스의 자극으로 그 정도인데 과연 시간을 멈추고 풀 섹스를 끝내고 나면 가해지는 자극은 어느 정도냐는 것이다.
흐물흐물 녹아 내렸던 슈슈의 경우에 비춰 본다면 사람의 원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쾌감에 부서져버리거나 할지도 모른다.
현재로서 휘진이 세워놓은 가설은 한 가지.
지나친 쾌감이 과 호흡에 의한 질식사나 심정지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
물론 의학지식이 해박하지는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언젠가 보았던 만화를 참고해 사실인 양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적당히 실험할 모르모트가 없었기 때문에 가설에 만족하며 시간 정지 섹스에 대해 어느 정도 제한을 걸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손에 들어온 모르모트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일단 얼굴도 반반하게 예쁜데다가 신성한 퀘스트를 방해하려 했다는 죄목을 가지고 있다.
만약 죽어버린다고 하더라도 이쪽을 먼저 공격하려 했으니 정당방위인 셈이다.
휘진은 팔장을 끼고 자신에 앞에서 쪼그려 앉은 채 유두를 스스로 잡아당기고 있는 리리엘을 내려다보았다.
“진짜 꼴리긴 꼴리네.”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하지만 잔뜩 찌푸리기만 한 얼굴로는 조금 감흥이 없다.
마침 뜬금없이 생각나는 장난이 있어 뭔가 부스럭 거린 휘진은 시간 정지를 풀었다.
◈ ◈ ◈
“웃?!”
리리엘이 정신을 차렸을 때 맨 처음 인지한 것은 자신의 시야 바로 아래쪽을 가로지르는 다리였다.
분명히 뜀뛰기를 하는 자세로 스스로 젖꼭지를 당긴다는 수치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어째서인지 등에 느껴지는 것은 단단한 땅의 감촉이고 오른쪽 팔은 쭉 당겨진 채 뻗어져있다.
당겨진 오른팔은 남자의 양 허벅지에 끼워진 채로 고정되어있고 남자의 두 허벅지는 팔을 사이에 낀 채 가슴과 목 부근에 올려져있다.
이른바 암바라는 것이다.
“이…이게 무슨…!!!”
마법사인 리리엘이 서브미션 기술 따위 알 리가 없다. 그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꼼짝 못하고 자신의 팔목이 생전 처음 남근의 표면에 비벼지는 것을 느껴야 했을 뿐이다.
아무리 버둥거려도 마법이 아닌 이상에야 제대로 걸린 암바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리가 없다. 도리어 휘진은 그녀가 버둥거릴수록 가슴이 다리 아래에 비벼지거나 발이 자지에 비벼지는 것을 침착하게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이건 암바라는 기술이야. 이대로 팔을 잡아당기면 부드럽게 뼈가 부서져버리지.”
“히이익!!!”
조금만 힘을 줬을 뿐인데 뿌득 소리가 나면서 영 좋지 않은 목소리로 반응이 나왔다.
뼈나 근육이 다친 것은 아니다. 그저 스트레칭을 할 때처럼 뼈에서 소리가 났을 뿐이지만 이미 휘진의 무자비함을 경험한 리리엘로서는 자신의 신체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미 반항의 의지를 잃은 상대에게 공포심을 가하는 것이 이렇게까지나 흥분되는 일인지 몰랐다.
“한 번 부러뜨려볼까?”
“아…안 돼!! 싫어요…!! 용서해주세요!!!”
조금 더 순종적이고 조금 더 자기 자신을 버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왜 더 반항하려고 안 하는 거야?”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조금은 안쓰러워 휘진은 팔을 당기던 것을 멈추고 상냥하게 물었다. 비록 하반신 알몸상태로 전라 상태의 여자에게 암바를 걸고 있긴 하지만 역시 휘진은 신사였다.
무엇보다 등에 상처가 나지 않게 옷을 깔아 배려도 해줬고. 물론 리리엘의 옷가지이지만.
“….웃…”
자신을 제압해 멋대로 하고 있는 주제에 반항하지 않는다고 용기가 없음을 규탄하다니.
저 좋을 대로 떠벌리는 휘진에게 분노를 느낀 리리엘이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그 이유는 명확하다.
무섭기 때문이다. 고통이 공포가.
지금 암바라는 정체모를 제압기에 당해있는 순간도 팔이 부러지는 것이 두려워 조금도 저항하지 못하고 있는 거니까.
“뭐 어렸을 때 추억의 놀이는 여기까지로 하고.”
휘진이 암바를 풀고 뒷구르기로 일어나자 리리엘도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이 휘진에겐 무척이나 우스웠다.
앞으로의 처지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휘진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의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안도하는 그 모습이.
리리엘은 주춤주춤 일어나더니 아까처럼 쭈그리고 앉은 자세로 앉더니 젖꼭지는 잡아당기지 않은 채 위를 바라보는 자세로 휘진의 눈치를 보았다.
아까보다 더 짙게 서려있는 공포.
대만족이다.
게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특하게 아까 준비자세를 하다니. 앞으로 조금은 모르모트로 사용하기 불쌍하지 않을까?
“네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한테 완전히 복종한다면 더 이상 다치게 하지 않고 목숨만은 살려주도록 할게.”
“복종합니다. 저 키스엘 리리엘, 당신께 복종하겠습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리리엘은 휘진에게 답했다.
어차피 반항이 무의미한 상태에서 어차피 몸을 더럽힐게 확실하다면 불필요한 저항은 필요 없다는 빠른 상황 판단에 의해서였다.
곧 이것이 자기합리화라는 것을 리리엘 자신이 가장 빠르게 알아차렸다.
순차적으로 심지까지 때려 박힌 공포에 결국 짓눌려버린 것뿐이다.
그 뒤에 붙는 합리적이라느니 이성적이라느니 등의 말은 어차피 변명.
단 한 번도 실패를 겪지 못한 자가 압도적인 벽 앞에서 결국 추락했을 때 어디까지 쉽게 마음이 꺾이는 지를 리리엘은 몸소 보이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토끼 귀는 뭐야? 당기면 아파하는걸 보면 가짜는 아닌 것 같고 역시 토끼 인간인가?”
휘진은 보드랍게 털이 나있는 리리엘의 귀를 자지로 쿡쿡 찌르며 장난을 쳤다.
“토끼는 만년 발정기인데다가 자궁도 2개라 임신 중에도 착상이 가능하다며? 하등한 토깽이 따위에게 좆물을 나눠주는 거 감사하게 생각해.”
“네, 감사합니다…꺄아!”
리리엘이 대답을 하는 순간 휘진의 손이 매섭게 리리엘의 뺨을 후려쳤다. 그 충격에 쓰러지려던 몸을 휘진은 귀를 두 손으로 움켜잡아 강제로 일으킨다.
“아…아파요오오!!! 멍청하고 하등한 토끼… 괴롭히지 말아주세요오!!!”
리리엘이 할 수 있는 것은 불쌍하고 한심한 목소리로 휘진의 자비를 구하는 것뿐이었다.
휘진은 리리엘의 귀를 끌어 올려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정의의 용사인 척하다가 정작 죽을 것 같으니까 벌벌 떨면서 젖꼭지나 잡아당기고 복종하겠다고 맹세하는 걸레보지 토깽이한테 정액을 주입해주겠다는데 표정이 왜 더 좆같아지냐?”
“히…히이익…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아…!!”
“여차하면 팔다리를 모두 부러뜨린 다음에 여기 있는 모든 노숙자들한테 돌림빵을 놔줄까? 자궁 2개 다 쓸모없어질 때까지 말이야.”
두려움에 벌벌 떠는 리리엘은 휘진의 광기어린 협박에 더욱 위축되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힘이 없어 보이고 어딘가 마이너스한 축 처진 분위기를 갖고 있던 남자가 단숨에 마치 마약 중독자와 같은 기백으로 말하면 더더욱 겁먹을 수밖에 없다.
뭔가 분위기를 타서 재밌어지는 걸 느낀 휘진은 리리엘의 귀를 놔주고 싱긋 웃었다.
“자 그럼 스마일 하면서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구두나 닦아야 할 잡종의 한심한 걸레보지에…. 위대한 순수 인간님의 정액을 잔뜩 싸주세요.”
아인을 차별하는 잡종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리리엘은 더듬더듬 휘진에게 말했다.
휘진의 눈치를 보자니 여전히 싱글거리면서 웃고 있다. 리리엘은 아차 싶었는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저희 토인족은 모두 순수 인간 분들게 사역 당하는 게 딱 수준이 맞는 하등한 종족입니다. 이…이렇게 젖꼭지 당기면서 부탁드릴게요… 하…하하…”
미소는 공포를 전부 감추지 못한 채 간신히 웃음지어지고 있다.
리리엘은 휘진이 토깽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고 그가 아인을 차별하는 인간일거라 추측했다. 그의 비위를 맞추기 좋게 스스로의 종족을 비하함과 동시에 아까처럼 젖꼭지를 늘여보였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80점 훌륭한 소질을 보이는 어휘력이다.
“그래? 그럼 이것도 해볼래?”
소곤소곤하고 귓속말을 하자 리리엘의 귀가 쭈뼛하고 위로 뻗더니 입술을 잘근 잘근 깨물었다.
이 인간은 진짜 미친놈이다.
상종을 해서는 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