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귀여운 토끼 아가씨(3)
“느려.”
“히웃!!!!”
이제 완전 기동까지 1초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리엘은 양 귀가 상대에게 억척스럽게 잡혀진 채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마력 공급이 갑작스럽게 중단된 마법진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채 사라져버렸다.
이번에는 공격에 대비해서 마법진과 동시에 자율반응이 가능한 수호장을 전개했다. 그럼에도 상대는 유유히 수호장을 뚫은 채 이런 어처구니없는 공격을 해온다.
“토끼 아가씨. 이름은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 느려빠진 공격으로는 이 몸에게 당할 수 없다고.”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자신을 비웃듯이 남자는 빈정거렸다.
분하다.
지금껏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당장 그녀의 스승도 리리엘보다 우수한 연금술사였으며 가문에서만 찾아보아도 리리엘을 뛰어 넘는 사람은 결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슈퍼 루키로서 인생에 패배와 무기력함, 절망감을 결코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리리엘로서 지금 눈앞에 남자는 처음으로 그녀 앞에 나타난 악의로 가득 찬 벽이다.
“그럼 여흥거리를 조금 넣어볼까?”
“무슨 말이죠?”
“쨘!”
남자가 장난스럽게 손가락에 걸어 빙빙 돌리고 있는 물건의 정체에 리리엘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황급하게 자신의 옷차림새를 확인한다.
“꺄아아악!!!”
어느새 앞섶이 풀려있는 자신의 망토아래 뽀얀 속살이 들어나 있었다. 어여쁘게 곡선을 그리며 위로 솟아있는 착각마저 주는 모양 좋은 가슴, 앙증맞은 유두까지.
결코 남자에게 보여준 적 없었던 새하얀 신체 일부가 저 파렴치한에 의해 들춰진 것이다.
남자가 손가락에 끼고 돌리고는 것은 브래지어.
어느새 셔츠의 단추마저 벗기고 브라 끈을 잘라 가져가 버린 모양이다.
이런 섬세한 작업을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도 지금의 리리엘에겐 들지 않는다.
“귀여운 비명인 걸? 더 벗겨지기 싫으면 필사적으로 저항해보라고! 그 다음엔 더 재밌는 걸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필사적으로 몸을 가리려는 리리엘이지만 가녀린 팔로 젖가슴을 가리기엔 역부족이다. 그녀 스스로가 알 수 있을 만큼 허술하기 그지없는 미봉책이었다.
게다가 남자는 그것을 매우 즐겁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추접하고 상스럽기 그지없는 욕망의 시선.
일생을 살아오며 그런 노골적인 추파는 처음이다. 리리엘은 그 시선만으로도 머리가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더할 나위 없는 굴욕 속에서도 이미 몸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가슴을 한 손으로 가리면서 동시에 땅을 짚어 마법진을 전개한다. 지금의 리리엘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밖에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식을 전개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 승리에 대한 확신과 마음의 여유를 챙겨주던 이 행위가 지금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그 어떤 수를 써도 저 남자를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번에도 실패네.”
식을 전개하려는 순간 뺨을 맞았다.
눈앞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세게.
메마른 소리와 가까스로 비명을 삼킨 리리엘의 신음소리가 황량한 골목을 울린다.
순간적으로 집중이 흩어진데다 마법진으로부터 팔도 떨어져버린 리리엘은 이번엔 맥없이 셔츠와 망토를 빼앗겼다.
이로서 상반신은 완전히 누드.
“완전히 새하야네. 절경이구만. 알몸 보이기 싫으면 분발해주라고 토끼아가씨.”
그녀의 절망과 상관없이 냉정하게 남자는 웃음을 지었다.
주저앉은 채 전의를 전부 상실한 듯한 모습으로 리리엘은 자신의 하얀 나신을 그저 두 손이라는 빈약한 의복으로 감싸며 덜덜 떨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일순의 만용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면 무릇해야 할 도리를 지키려 했을 뿐이다.
자신이 강하니 상대를 충분히 제압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전지대에서 목청 높이는 안일한 정의감 따위가 아니었다.
상대가 자신보다 훨씬 강한 악인이라 할지라도,
비록 오늘 이 뒷골목이 자신의 무덤이 될지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것이 귀족으로서, 마도의 길을 걷는 자로서, 재능에게 선택받은 자로서 걸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리엘은 상대를 얕보고 있었다.
이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상대방의 전력은 물론이고 그 비열함과 가차 없음마저 얕보고 있었다.
그다지 호전적인 성격은 아니었지만 정의감과 의무감으로 똘똘 뭉친 리리엘은 적지 않은 횟수의 결투를 해왔다.
그러나 리리엘이 알고 있는 결투란 서로의 신기(神技)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다. 설령 그 시발점이 서로를 향한 적의였다 한들 서로의 명예와 긍지를 건,‘한 점 부끄러움 없는 신념의 격돌’이라는 신사적인 대결인 것이다.
충분히 결투의 끝을 낼 수 있음에도 뺨을 때리거나, 귀를 잡아 당겨 바닥에 내팽개치는 모욕적인 행동 따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거기서 그치지 않고 상대는 자신의 옷을 벗기며 가지고 놀고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이건 대결도 무엇도 아니리라.
모멸감에 몸을 떠는 자신을 보며 즐기고 더욱 더 기학에 가득 찬 미소를 지을 뿐이다.
“사람한테 선빵을 쳤으면 자기가 더 험한 꼴 볼 각오도 끝냈어야지. 이제 와서 항복한다고 해도 봐줄 생각 전혀 없으니까. 젖탱이라도 흔들면서 덤벼보는 게 어떨까?”
“…이 파렴치한…”
공포와 수치에 몸을 떨면서도 남자의 도발에 천천히 리리엘이 몸을 일으켰다.
결투의 끝에 산화되는 것은 두렵지 않다.
자신의 기량을 전부 발휘한 상태로 장렬한 전투 끝에 산화한다면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러움은 없을 것이다.
이후 몇 번이나 영창을 외우거나 마법진을 발동시키려 했으나 번번히 중간에 들어오는 뺨 때리기와 발차기 귀 잡고 던지기 등으로 방해 당했다.
새하얀 도화지 같던 리리엘의 상반신은 어느새 새파란 멍과 붉은 자국, 흙투성이로 더럽혀져가고 있었다.
상대는 야금야금 이쪽의 마음을 좀먹으며 전의 그 자체를 부식시키고 있다.
뭔가 대응다운 대응을 하려 할 때마다 가차 없는 징벌의 손길이 날아오니 제 아무리 꺾이지 않는 마음의 소유자라 한 들 어쩔 도리가 없다.
그 어떤 수단으로 공격을 하려 들어도 사전에 간파 제지당한다. 거기에 가차 없는 폭력이 가해진다면 과연 몇 번이나 두려움 없이 ‘저항’이 가능할까?
“벌써 포기한 건 아니지?”
“우…우우욱… 분해…”
능글거리는 휘진이 앞에서 결국 리리엘은 눈물을 터뜨렸다. 안 그래도 방울방울 맺혀있던 눈물이 주르륵 붉어진 뺨을 타고 흐른다.
“그럼 슬슬 재미없는데 전부 받아가도록 할까?”
“아…안 돼…!!”
리리엘의 제지와 저항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번에도 마법진을 사용하기도 전에 상대는 이미 자신을 내동댕이치고 치마와 팬티를 전부 벗겨버렸다.
몽실몽실한 토끼의 꼬리가 엉덩이 뼈 쯤에 달려있어 귀엽다.
“흠~ 훌륭한 냄새와 모습이다. 그쪽만 너무 춥게 있는 것 같으니 나도 좀 벗어야 예의겠지.”
다시 리리엘의 앞에 드러난 남자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리리엘의 팬티를 펼쳐 마치 마스크처럼 쓰고 하반신의 모든 것을 벗어 던진 채 우람한 기둥을 껄떡이고 있는 채였다.
이미 완벽한 무저항의 상태가 되어버린 리리엘은 잔뜩 몸을 움츠린 채 보지와 가슴을 가리기 바빴다.
“뭐야, 잔뜩 정의의 용사인척 한 주제에 아직 꼬맹이 보지잖아?”
“비겁한 자식…!!! 쓰레기 같은 놈…”
“최고의 칭찬이다.”
매도를 했건만 거의 인사를 받듯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남자.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던 거대해진 남자의 물건은 충격적일 정도의 그로테스크함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성에 대한 지식이 희박한 리리엘이라지만 지금 이 상황에 자신이 당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일단 말버릇을 좀 고쳐보도록 할까?”
“하으읏!!!”
또다시 허깨비처럼 다가온 남자는 리리엘의 귀를 꽉 쥔 채 유두를 잡아 당겼다.
원뿔형으로 늘어난 가슴의 첨단이 고통을 호소한다. 거기에 토인족에게 민감한 귀를 잡혀버려 저항의 여지조차 없다.
만약 지금이 첫 대면이었다면 귀가 다칠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마법을 전개했을 것이다.
그러나 파블로프의 개처럼 몇 번이나 저항하면 고통이 심해진다라는 조건반사가 몸에 새겨진 터다. 리리엘은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휘진에게 질질 끌려왔다.
“놔…놔…놔주세요…아…아파앗!!! 찢어져버려…으그으윽!!!”
“젖꼭지 잡혀서 내는 비명은 우스꽝스럽구먼? 이대로 뜯어 버릴까?”
“으그그그극…!!!”
휘진은 자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단단하게 된 유두를 비틀 듯 잡아당긴다. 마치 가축처럼 가슴을 앞으로 내민 채 휘진에 손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리리엘의 모습에서 아까의 고귀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용서해 주세요, 라고 해봐. 그렇지 않으면 이 어여쁜 유두가 다시는 가슴 위에 붙어 있지 못하게 해 줄 테니까.”
물론 휘진은 악력만으로 사람의 살점을 떨어지게 할 정도가 아닌데다가 그런 고어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실제로 실행에 옮길 생각은 없다. 미쳤다고 이 예쁜 유두를 똑 하고 떼버리겠는가?
하지만 휘진에게, 그리고 공포라는 감정에 지배되어버린 리리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우욱… 히이익!!! 용서…용서해주세요!!!”
그나마 남아있던 자존심과 오기도 집어 던진 채 리리엘은 꼴사납게 휘진에게 사과했다.
동시에 마음에 자괴감이 안개처럼 뭉개뭉개 퍼진다. 대학자라는 칭호까지 받은 자신이 고작 고통에 두려워 복종했다는 것이, 그리고 앞으로도 복종할 것이라는 게 부끄럽기 그지없었다.
“그럼 스스로 젖꼭지를 세게 잡아당기며 다리를 벌린 상태로 사죄의 표시를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 정말 진심이 담긴 사죄라면 말이야.”
“하…하겠습니다…”
처음엔 쫑긋 솟아있던 토끼 귀가 어느새 시들어버린 듯 축 늘어져 파들파들 떨리고 있다. 조금 더 괴롭혀야 가능할 것 같아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두고 있던 휘진이었다. 헌데 싱거울 정도로 쉽게 순응하는 리리엘을 보니 조금은 김이 빠졌다.
모처럼 이런 개꼴린 상황이 감사하기는 하다만 끝까지 저항하며 부숴가는 맛이 있는 여자는 어디 없으려나.
처음 기세를 보고 제법 오랫동안 능욕할 수 있으려니 했는데 이렇게나 쉽게 복종해버린다면 조금은 실망하는 법이다.
리리엘은 흠칫 흠칫 다리를 O자로 벌리더니 자신의 유두를 멈칫멈칫 집었다.
엉덩이에 붙어 있듯 나있는 털뭉치가 바르르 떨린다.
“아얏…!”
이미 휘진에 의해 유두에 멍이 든 것인지 살짝 당겼을 뿐에도 찌르는 통증이 전해져온다.
하지만 앞을 보자 증오스러운 원수는 팬티를 여전히 얼굴에 쓴 채 냉엄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