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대작(2)
아깝다.
대공님이 앞으로 넘어졌으면 바로 달려가서 듬직한 남자의 인상을 새겨줌과 동시에 신체접촉 보너스가 가능 했을 터인데.
대공님은 뭐가 그렇게 재미난 것인지 다시 침대에 앉게 된 상태에서 깔깔 웃었다.
“14살부터 쉬지 않고 달려왔네. 그대가 짐작하듯 순탄한 길은 아니었지. 그렇게 정점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주변에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남아있지 않더군. 위정자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부정할 수 없는 말이야. 올라가려고 발버둥 치는 와중에 나와 동등한 눈높이로 말을 주고받을 친우조차도 전부 사라졌어.”
“….후회해?”
“후회? 당치도 않네. 그럴 시간조차도 없네. 루블 왕국의 왕이 바뀐 뒤 그 광왕(狂王)이 벌써 엘프 부족을 모조리 쓸어버렸어. 전후의 손상을 복구하며 왕권을 중앙에 집적시키고 군대의 내실을 다진다는 어려운 과제를 2년 안에 해냈지.
곧 똘똘 뭉친 내부의 힘을 배출하기 위해서라도 북해를 칠 것이야. 중앙에서는 황태자가 끝없이 모함을 거듭해 내가 설 자리를 없애가고 각종 규제와 예산축소로 북해 전체를 견제하고 있지. 휫센 상단이 아니었더라면 진즉 쓰러졌을 걸세.”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그대에게 바라는 거라면…”
한동안 어려운 말을 쏟아내던 대공님은 잠시 하늘을 보며 다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상기된 표정으로, 지금까지 시원시원하던 태도와는 다르게 쭈뼛쭈뼛 우물쭈물한다.
대공님답지 않게 눈을 마주치지 않고 괜히 술잔을 잡은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이 다음에 나올 대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대와 술친구가 되고 싶군.”
“오케이 접수 완료야. 이제부터 나 빼고 술을 마셨다간 엉덩이를 때리러 쫓아가겠어.”
“살이 없으니 너무 아프게는 하지 말아주게.”
조금 오버했나 싶은 너스레를 보기 좋게 받아주는 대공님과 건배했다.
아무래도 혼자서 어린나이부터 막대한 권력을 거머쥔 대공님이다보니 주변에서 접근 하는 사람이라곤 떡고물이라도 떨어지기 바라는 사람 아니면 이용하려는 사람 정도만 남은 듯싶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대공이라는 무거운 작위에 눌려 접근도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런 사심도, 대공이라는 이름에 부담감도 가지지 않는 휘진은 신기하면서도 편하게 말을 나눌 수 있는 존재겠지.
어설픈 프로파일링이지만 맞지 않을까싶다.
어른스러운 태도로 순조롭게 대공님과의 친밀도를 쌓아가는 휘진이 있는가 하면, 한편 굉장한 번뇌에 휩싸이고 있는 휘진이 있다.
솔직히 네글리제는 반칙이 아닌가? 저런 옷차림으로 있는 대공님을 대하면서 대체 욕망을 어떻게 참으라는 건지.
대공님의 예쁜 라인이 전부 보일뿐더러. 살결이 얇은 천으로 비쳐 보인다는 것은 그냥 맨살을 보는 것보다 형용하기 힘든 꼴림이 있는 법이다.
지금 이 기세는 진지함 80에 야리꾸리함 20 정도의 비율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야한 짓을 해버린다면 진지하게 이 상황에 몰두하는 게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모처럼 다정다감한 캐릭터를 잡고 싶은데 섣부르게 나섰다가 행동조절이 안 되어버리면 큰일이다.
시간을 멈춰도 피드백이 존재한다는 게 이렇게 걸림돌이 되어버릴 줄이야…
정직하게 말하자면 지금 대공님의 가슴이라던가 하다못해 팬티의 세로 슬릿만 보아도 스스로를 억제할 자신이 없었다.
그대로 섹스로 돌입하면 향후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리라.
고뇌하는 휘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며 바라보는 대공님의 표정이 너무나도 더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 하얀 피부를 휘진의 더러운 백탁으로 더럽힌다면 그 이상의 아름다운 광경이 없을 텐데…
필사적으로 성욕을 참아내며 술자리에 임한 휘진은 그 뒤로도 시시콜콜한 잡담을 이었다. 그리고 술자리는 겉보기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파했다.
그 뒤엔 피눈물 나는 휘진의 인내력이 있음을 잊지 말기로 하자.
“대공님 어쨌거나 저쨌거나. 난 언제나 대공님 편이야 이건 정말 진심이니까 기억해 둬.”
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장 대공님의 리액션이 좋았던 대사를 해 주었다. 아랫도리는 잔뜩 부풀어 있었지만 안보이게 잘 빠져나갔으니 다행이다.
참고로 그 말에 대공님은,
“기억해두지.”
얼굴을 붉히면서 네글리제의 옷자락을 어색하게 당겼다.
◈ ◈ ◈
휘진이 나가고 발소리가 멀어지자. 잔뜩 흐트러진 채였던 베아트레아 대공은 거의 눕듯이 침대에 기댔던 몸을 세웠다. 그리고 마치 조금도 취하지 않은 양, 천천히 와인 잔을 들이켰다.
기품 있게 고아한 자세로.
“자네 생각은 어떤가? 바티스텡.”
휘진이 나가고 베아트레아 혼자임이 분명할 대공의 방 한 켠.
촛불이 충분히 닿지 않는 어둠에서 솟아나듯 바티스텡이 천천히 나타났다.
“대화 내내 제 ‘눈’으로 지켜보았습니다만, 거짓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참으로 단순한 사내군요.”
“내 외모에 혹했든 아니면 그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겼든 상관없어. 얄팍한 충성심이나마 그릇되지 않았다면 이용할 가치는 얼마든지 있는 법이지. 세상의 본질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자네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네.”
베아트레아 대공은 바티스텡의 모습에 전혀 개의치 않고 네글리제의 매듭을 풀었다.
벽난로로도 충분히 덥히지 못한 서늘한 밤공기가 마치 애무하듯 베아트레아의 자그마한 가슴을 스친다.
팬티마저 벗어 내린 베아트레아는 맨발로 융단을 밟으며 욕실로 향했고 바티스텡은 당연하다는 듯이 수건을 들고 그 뒤를 쫓았다.
“타타라의 간언도 있었으니 잡아두어서 손해를 입힐 사내는 아닐 게야.”
어지간한 일엔 관심을 품지 않고 조언도 하지 않는 타타라가 식사자리에서 갑자기 휘진의 얘기를 꺼냈을 땐 대공도 조금은 놀랐다.
게다가 감시역으로 붙여 두었던 아리스조차 타타라의 말에 어떤 불편한 기색도 보이지 않은 채 계속해서 식사를 이어나갔던 것이다.
“낮에 주택가에서 있던 일로 미루어 볼 때도 성정이 악한 자는 아닌 듯싶더군요.”
“내 색기에 무턱대고 달려들지 않을 정도의 자제력도 있더군.”
그건 휘진이 자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베아트레아의 몸에 시선을 피하던 모습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머리를 묶고 미리 받아 식어진 욕조에 들어간 베아트레아는 문 밖에 대기하며 서 있는 바티스텡과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게. 시험이라곤 했어도 이렇게 즐거운 대화는 오랜만이야.”
“….”
“그대는 내 몸을 써서라도 잡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 사내인가?”
즐거운 콧노래와 함께 대공의 욕조에선 끊임없는 콧노래가 들려왔다.
◈ ◈ ◈
폭발한 성욕을 잠재우기 위해 휘진이 선택한 방법은 간단했다. 오늘 오전부터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던 아리스 괴롭히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한 것.
팬티를 딸감으로 쓴 일로 타타라에게 잔뜩 구박을 받으면서도 수면 향을 얻어왔다.
그걸 시간을 멈춰 놓은 상태로 잠이 든 아리스의 방 안에 30분 정도 피워두었던 것이다.
적어도 2시간 정도는 완벽하게 숙면상태가 되어 외부의 자극에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판타지는 참 편리한 아이템이 많은 곳이다.
“그나저나 그건 무슨 뜻이었을까.”
완벽하게 수면향이 돌 시간이 되었을 때 쯤. 휘진은 아리스의 옷장 속에서 기어 나왔다.
뭔가 좁은 곳에서 있다 보면 어렸을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과 함께 그 때의 두근거림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은 완벽하게 성인의 장난, 그것도 범죄 영역의 행동을 하려는 거지만.
엎드린 자세로 배게 하나는 밴 채, 나머지 하나는 가슴에 끌어안은 채로 세상 물정 모르게 색색 잠을 자고 있는 아리스.
보고 있자니 휘진은 끊어오르는 흥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옷을 전부 벗어 던진 채로 덩실 덩실 수확제의 춤을 추었다.
왈츠처럼 우아하게, 거시기를 헬리콥터처럼 돌려주는 것이 묘미인 춤이다.
‘뒷구멍을 좋아한다면 아리스도 굉장히 깨끗해’
수면향의 용도를 묻던 타타라가 휘진의 답을 듣고 해준 조언이었다.
무슨 말이었을까.
설마 이 아가씨 잠자기 전 매일 관장이라도 하는 건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일단 타타라의 말이니 확인을 해보기는 해야겠다.
대공님과의 아슬아슬한 네글리제 토크를 끝내고 온 상황이라 성욕 맥스 상태이다. 슈슈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아마 오늘 꽤나 험한 꼴을 보았겠지 싶을 정도로.
이불을 걷어내자 상당히 기묘한 자세로 자고 있는 아리스의 몸이 드러났다.
조명처럼 밝은 달빛아래 드러나는 그 자세는 상채는 옆으로 하체는 완전히 엎드린 형태여서 몸을 기묘하게 꼬는 듯하다.
뭐 그렇게 잘 수도 있긴 하다. 본인은 굉장히 만족스럽게 잠을 자고 있는 표정이고.
그러고 보니 오늘 얼굴을 처음 본다.
일단 어디든 한발 빼기 전에 아리스가 숙면을 취하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수면향 효과로 절대 깨지 않는다고는 했었지만 그래도 뭔가 긴장이 돼서 조심스럽게 아리스의 팬티와 편해 보이는 파자마 바지를 잡고 무릎께까지 끌어 내렸다.
‘우웅’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아리스의 눈가가 조금 찌푸려졌다. 아무래도 조금 차가운 모양이다.
걱정이 돼서 타타라에게 수면제까지 받아왔지만 이런 귀여운 리액션까지 볼 수 있다면 역시 시간을 멈추는 것보단 수면간 쪽이 재밌다.
창연한 달빛아래 그야말로 달덩이 같은 아리스의 엉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어린 아기처럼 뽀송뽀송한 엉덩이는 오돌토돌한 흠결 하나 없다. 운동으로 단련된 것인지 훌륭하게 힙업 된 자태를 드러낸다.
어려보이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몸은 충분히 농익은 모양새. 엉덩이 골이 너무나도 야하게 굴곡져 있다.
다리를 쭉 뻗고 있는 관계로 꽉 다물려 있는 보지와 조그맣게 주름져 있는 뒷구멍까지.
심미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타타라에 버금가는 알차게 탱탱한 엉덩이다.
뭐랄까 타타라 쪽이 조금 더 농밀한 과실이라면, 아리스의 엉덩이는 상큼한 과실이라고 해야 하나. 베어 물면 이빨이 튕겨 나올 것 같은 탱글탱글함이 느껴진다.
우선 후장의 청결도를 검사하는 게 우선이다. 조금 꺼림칙하긴 해도 타타라 때처럼 애널에 직접 혀를 넣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르겠지.
아리스의 엉덩이를 양쪽에서 잡고 다리 밑에 엎드려 있는 자세를 취한 뒤, 길게 혀를 뻗어 국화무늬를 촉촉하게 물들였다.
“우웅…”
아리스의 옹알거리는 소리를 BGM삼아 애널 부분에 혀를 깊숙하게 침투시킨다. 탱탱한 엉덩이처럼 아리스의 애널은 마치 밀어내듯이 휘진의 혀를 조여 왔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
타타라가 단언했던 것처럼 아무런 맛도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래서야 타타라 때와 똑같다. 설마 아리스도 아신이거나 한 건가?
뭐가 되었건 지금의 휘진에게는 그다지 여유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아리스의 평상시 모습을 떠올림으로서 배덕감을 고취시키는 것조차 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지금 눈앞에 있는 무방비의 여인을 음미할 정신적 여분이 남아 있지 않다.
진수성찬 앞에서 굶주린 자는 맛을 음미하지 않는다.
신뢰하는 상대에게 엉덩이를 깐 채 아무것도 모르고 잠이 든 아리스.
그녀를 능욕하는 것이다.
처녀인 상태로 애널의 자극만으로 보지를 적시는 후장노예를 육성하기로 한다.
휘진은 술에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뻣뻣하게 위용을 자랑하는 자지를 엉덩이 골 사이에 파묻었다.
고색창연한 달빛이 유리창을 너머로 방을 밝힌다. 4명은 넉넉히 누워 뒹굴 수 있을 법한 침대 한가운데엔 소녀의 육신이 놓여 있다.
‘이제 간신히 성인이 되었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얼굴, 그와는 반대로 전체적으로 군살 없이 완벽한 몸매를 갖고 있는 아리스의 둥그런 엉덩이가 달처럼 떠 있었다.
찰랑거리는 금발은 배게 위로 흐트러져 달빛을 받아 은발 같이 빛난다.
조용히 숨을 들이키는 소리와 내쉬는 소리만이 존재해야 할 아녀자의 방안에 명백히 불온한 입자가 섞여 있다.
“퉤퉤.”
아리스의 엉덩이골과 후장에 열심히 침을 뱉고 있는 휘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