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메이드 맛보기(6)
“우선 핸드폰이 필요하겠구먼…”
본격적 행위를 시작하기 전 휘진은 시간을 멈춘 채로 방안을 걸어 타타라의 저택 쪽으로 향했다.
타타라는 1층에서 연구에 몰두한 채로 멈춰져 있었다.
안경에 작업복까지 입은 모양새가 꽤나 본격적으로 실험자의 모습이다.
방해는 원하지 않았기에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수거한 뒤 휘진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마치 유럽 유서 깊은 호텔처럼 중세풍으로 장식되어있는 방안.
돌로 지어져 있지만 바닥은 매끈한 대리석이고 그 위로는 거대한 융단이 깔려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절제된 세련됨이 극에 달해, 경건함 까지 느껴지는 이곳은 이제 보이는 것과는 정 반대인 추잡한 행위로 얼룩져가고 있었다.
한 손으론 슈슈의 구강점막과 혀를 마구잡이로 희롱하고 다른 한손으론 반만 표피 밖으로 나온 클리토리스를 애무한다.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하다. 결코 급하지 않은 템포로 애태우듯이 클리의 중앙이 아닌 표피 부분과 그 위쪽을 애태우듯이 문지른다.
전과 같이 윤활제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굴욕과 수치심이라는 어찌 보면 기묘한 트리거에 의해 슈슈의 비소는 흠뻑 젖어 있었으니 말이다.
치맛단을 잡고 있는 고사리 같은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그 손등위로 새파란 정맥이 돋았다.
자신의 하반신을 내놓는 것 뿐 아니라, 만지기 쉽도록 동조하는 듯한 행위는 소녀의 본심과는 반대된다. 소중한 곳을 가리고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녀이지만 강압과 의무감은 족쇄가 되어 명령에 굴복한다.
이 기묘한 상황이 슈슈에게 당혹스러운 쾌감을 선사하고 있다.
생전 이렇게 집요하게 만져보지 않았던 부위를 은밀하게 문지르는 손. 투박한 손가락이 클리 주변부를 문지를 때마다 마치 간질간질한 작은 벼락이 아랫배에 점멸하는 것 같은 같은 느낌이다.
“아…응…흥…”
자신의 목소리가 어느새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는 것을 깨달을 정도의 집중력조차 슈슈에겐 남아 있지 않았다.
안타깝게 맴돌기만 하던 휘진의 손가락이 스치듯이 원하는 곳을 짚어 줄때마다 간헐적으로 허리가 튕긴다.
자신의 몸이 이렇게 까지나 의지에 따라주지 않는 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휘진에 의해 반쯤 벌어진 슈슈의 입가에서 침이 흘러나온다. 교미를 위해 예열된 그 신체에서의 타액은 평소보다 훨씬 짙고 미끈거린다.
휘진은 침이 늘어나는 손을 빼고 슈슈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너에게 무슨 벌을 줄 것 같아?”
“잘… 읏!!!”
간신히 이성과 번민의 경계에 맴돌고 있던 의식이 입을 여는 순간 흐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달콤한 꿀의 수렁에 빠져버리 듯 조금 더 강하게 자극을 원하고 있다.
엉덩이를 삐쭉 뺀 채 휘진의 손길에서 달아나는 모양새를 취하던 슈슈의 자세가 어느새 은근히 손길을 갈구 하듯 하반신을 내민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다.
“설마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이미 부정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사실 슈슈로서는 알 길이 없겠지만 이미 휘진은 여러 차례 짧게 짧게 시간을 멈춰가며 슈슈를 애태우고 있었다.
시간을 멈춘 상태에서 주어지는 피드백은 멈춘 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초에서 3초 이내에 축척돼 전해지는 듯하다.
시간을 멈추는 일이 없었더라면 그저 그런 휘진의 테크닉이 이 정도일 수 없다. 남자의 몸을 모르는 슈슈의 처녀지를 이토록 물들일 순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세상 어떤 방법으로도 얻을 수 없는 성적인 쾌감의 휩싸인 슈슈는 암컷의 구멍을 내밀어 놓은 채 중첩되어만 가는 쾌락에 무너져가는 것이다.
그 쾌감의 정도를 미루어 본다면 이정도로 버티는 것이 기적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맞다.
“….절대… 아니에요. 모든… 것은… 남동생을 위해서… 흑…”
필사적으로 쾌감에 저항하고 의식을 넘실거리는 쾌락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슈슈는 저항한다.
“그래?”
아직까지 말하는 슈슈가 대견하면서도 조금은 오기가 생긴다.
휘진은 다시 한 번 시간을 멈추고 슈슈의 표피를 자극한다. 번들거릴 정도로 소음순 전체에 도포된 슈슈의 꿀물은 야속하게도 슈슈가 그토록 거부하고 싶어 하는 쾌락의 범람을 수월하게 만들어주고 있을 뿐이었다.
“아…아… 안돼요!!! 더는…이제…!!!”
여성의 쾌감의 회로를 복잡하게 엮어 만든 클리의 주변부를 10분 넘게 애무 당하며(실제로는 20분이 넘는다) 이미 한계치의 다다른 슈슈의 신체는 정직하게 반응한다.
발가락이 매의 발톱처럼 꽉 융단을 움켜쥐고 앞으로 찾아올 쾌락 반동에 대응하려 한다. 누가 알려주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반응…
“어라…?!”
단조롭고 감미로운 잔불의 끝에 불타오르려 했던 신체는 절정의 쾌감에 경직을 시작하려는 바로 그때 저지당했다. 마치 툭 밀쳐 내듯이 휘진에게서 떨어져나가게 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까만 해도 슈슈가 휘진의 가슴팍에 고개를 파묻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는데 이제 팔 하나 뻗으면 닿을 거리로 멀어진 것뿐이다.
그런데도 애처로울 정도로의 공허함이 하반신과 동시에 가슴을 휘몰아친다.
“어…어째서?”
스스로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슈슈는 질문을 했고, 이내 자신의 입에서 나온 말을 반추하며 경악했다.
어째서? 라니, 마치 조금 더 애무당하는 것을 원하는 말투가 아닌가?
욱신욱신 하반신이 쑤시는 것을 시원하게 해소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누가 가르쳐주지도 무언가 다른 매체를 통해 접하지도 않았던 슈슈이지만 지금의 행위가 조금만 더 지속되었다면 굉장히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고 직감하고 있었다.
“치맛자락”
휘진은 자신의 손에 듬뿍 묻어나오다 못해 손바닥까지 흥건하게 적셔버린 슈슈의 애액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
“아…”
슈슈는 자신의 손이 휘진의 양 팔뚝의 옷을 붙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언제부터인가 슈슈의 손이 치맛자락이 아닌 휘진을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놓치기 싫다는 듯이. 조금 더 쾌감을 주었으면 하며 바라는 듯이.
슈슈는 황급히 고개를 숙여 휘진에게 사과했다.
“죄…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만 기회를… 벌이라면 달게 받을 테니…”
치맛자락을 놓치면 벌을 받는다고 했다. 과연 어떤 벌인걸까?
자신도 모르는 새 기대아닌 기대를 하고 있다.
이렇게 상스럽고 추잡한 짓을 당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의 말대로 자신은 발정 난 암캐인지도 모른다.
본인도 모르게 갈망하는 슈슈의 목소리는 오늘 오전처럼 끈적끈적하게 녹인 설탕 같은 교태로 반짝이고 있다.
“그래? 여기에 대해서도 무슨 벌이든 받겠다는 거지?”
기다렸다는 듯 휘진이 눈을 빛낸다.
슈슈가 치맛자락을 놓고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것은 한참전의 일이다. 그걸 굳이 슈슈의 절정 직전에 지적한 것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청사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맨 처음과는 다르게 어째서인지 묘하게 기대감마저 섞인 목소리가 떨려온다. 굴욕감과 수치심이 차마 밀어내지 못할, 미지의 쾌감에 대한 기대가 슈슈의 마음을 배신하고 있었다.
‘슈슈가 슈슈가 아닌 것처럼 되어버려요.’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벌을 받고 싶은지 스스로 말해볼래?”
이런 쪽에 전혀 무지한 슈슈가 할 수 있는 말은 제한적이었다. 뱃속에서 간질간질 끓어오르는 열화의 불길을 조금이라도 잠재워 줬으면 할 뿐이다.
“슈슈의 것을 만져지는 벌을… 받고 싶습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아까와는 다른 형태의 수치에 얼굴을 귀까지 빨갛게 붉히며 슈슈가 말했다.
“뭐라고? 잘 안 들려.”
“슈슈의… 성기…를 만져주세요.”
성기라는 표현이라… 어쩌면 보지라는 표현을 아예 모를지도 모른다. 그런 천박한 단어와는 연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특히 성기라고 말하는 순간엔 거의 속삭임에 가까울 정도로 성량이 작아졌었다.
“음, 그래 그렇게 할게.”
슈슈가 보기 민망할 정도로 화색을 띠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슈슈는 정작 자신의 행동이 지금 어떤지, 얼마나 쾌감만을 원하는 암컷이 되어있는지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이어지는 휘진의 대답은 보기 좋게 슈슈의 표정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그럼, 오늘은 만지지 않는 벌을 줄게.”
“예?!”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슈슈의 아미가 일그러진다.
원인은 간단했다. 실망감,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쾌감에 대한 아쉬움이다. 슈슈는 어느새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며 치마의 안감에 자신의 앞을 비비고 있었다.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그게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한 슈슈는 제대로 정정해서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아연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휘진에게 만져지지 않는 벌이라고 한다면 사실 벌이랄 것도 없다. 오히려 슈슈에게 좋은 일이다.
그토록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의 치부를 남자에게 보일 필요도 없으며, 굴욕감에 눈물을 흘릴 일도 없다.
‘어째서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자각은 정말 큰 충격이다.
“저기… 휘진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슈슈가 돌아서려는 휘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도, 평민이 귀족의 의사를 함부로 거스르는 것이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잠시 뒤편으로 밀어 놓을 정도의 절정에 대한 갈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슈슈가 오늘 아침에 한 행동에 대한 벌도 끝이 난 건가요?”
눈을 질끈 감은 채 어쩌면 들려올 휘진의 노호도 예상한 채 슈슈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 슈슈의 반응은 휘진이 계획한 것이기도 했다. 절정을 제한하고 몸을 한껏 달아오르게 만드는 것.
그로 인해 슈슈가 스스로 휘진의 몸을 원해 화간이 되도록 성립시키는 것.
여기까지가 1차 목표였다.
결과는 보이는 대로 성공적이다.
눈에 뻔히 보이는 말 돌리기까지 하며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우훕!!!”
휘진은 몸을 재빠르게 반전해 슈슈의 뒷덜미를 잡고 옅게 반짝거리는 입술을 빨아들이듯 입을 맞추었다.
부드러운 입술과 구강점막에 맞닿는 혀.
슈슈의 얇은 혀와 휘진의 혀가 타액을 질척거릴 정도로 진하게 섞이고 있다.
“츄으으읍… 휘진님… 휘진님…”
잠시 하강곡선을 그리던 흥분에 박차를 가한 것인지 슈슈는 마치 휘진에게 매달리는 듯한 자세가 되어 기꺼이 자신의 입술을 맡겨왔다.
소중한 첫 키스를 오늘 처음 본 남자에게 바치면서도 느끼는 것은, 절망감이 아닌 이유 모를 쾌락이다.
“슈슈 침대로 가자.”
휘진은 슈슈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은 채 침대 쪽으로 향했다. 슈슈는 품 안에서 몸을 둥글게 말고 있으면서도 파르르 떨리는 눈을 지그시 감고 먹이를 조르는 아기 새처럼 휘진에게 키스를 요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