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여기사 맛보기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처럼 잠든 여자와 그 앞에 전라가 된 채 여자를 굽어보는 변태 그 자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휘진의 명도는 이미 빳빳하게 뻗어나 그 위용을 자랑하는 중이다.
일단 조심조심 아리스가 걸치고 있던 이불을 걷어 내었다. 조금 추운 것인지 우웅 소리를 내며 잠시 몸을 뒤척인 아리스이지만 깨어날 기색은 없다. 몹시 편해 보이는 파자마를 입고 몸을 웅크린 소녀.
옷깃사이로 살짝 드러난 목덜미와 쇄골이 탐스러웠다.
‘이 능력을 준 신에게 다시 한 번 압도적인 감사를…’
만약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없었더라면 이런 미친 짓거리를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으리라.
걸리는 순간 몇 동강이 날지 모르는 일이니…
“아 맞다…”
휘진은 주섬주섬 벗어놓은 옷가지에서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 촬영 모드를 켜고 적당한 위치에 두었다.
타타라에게서 받은 미션을 수행할 시간이다. 일단 아리스의 파자마를 살짝 들춰 올렸다.
일자로 귀엽게 뻗은 배꼽과 나름의 수행을 거듭한 것인지 탄탄하게 자리 잡은 11자 복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일단 첫 키스를 받아보도록 하자.
아리스의 첫키스 상대는 이미 정해졌다.
바로 이 몸의 자지이다.
첫 키스인지 아닌지는 역시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아무래도 이미지 상 아리스가 다른 놈팡이와 키스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다.
만약 있다면, 혹은 있었다면 거세 결정이다. 이세계의 끝이라도 쫓아가서 두 불알을 잡아 뜯어버리겠다고 결심한 휘진이었다.
“아리스, 너의 첫 키스 상대는 내 휘진 주니어다.”
덜렁 거리는 물건을 손으로 붙잡아 숨이 옅게 느껴지는 아리스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이미 타타라에게 한번 이상 강제로 정액을 빼앗겼을 텐데도 완전 풀발기 상태이다.
어렸을 때부터 하루 3딸을 거듭해온 결과 정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27년 인생 12살 때부터 자위를 시작했고, 하루 1시간 반 정도를 자위에 투자했다.
한참 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도 그 효과를 증명해 보였다.
아리스 같은 정갈한 타입의 미녀가 자신의 자지에 의식도 못한 채로 첫 키스를 바친 다는 것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배덕감과 쾌락을 느끼게 해주었다.
게다가 상대는 자신의 연기에 어떻게든 힘이 되어주기 위해 노력했던 착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배신하고 욕망대로 행한다.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양심의 저항에 맞서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양심의 억제력은 행위를 거듭할수록 줄어든다. 즉 변태적이고 배덕적인 행위에서 느껴지는 가책이 아무리 크다 해도 반복하면 무뎌져 버린다.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들에 익숙해져 버리는 것은 절대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휘진의 인생관에 완전히 상반된다.
인간으로서의 마음을 남겨 둔다. 괴물이 되지 않는다.
사람이 넘을 수 있는 최소한의 도덕적 라인을 긋고 그 위를 뛰어 넘나든다는 자각이 있을 때 일탈의 쾌락은 커지게 되는 것이다.
숨결이 새어나오는 아리스의 입가에 조심스럽게 물건을 비볐다.
꽃잎을 베어 문 듯 붉게 반짝반짝 빛나는 입술에 자지가 비벼졌다. 입술의 결에 따라 느껴지는 오돌토돌한 감각.
조용히 내뱉는 들숨과 날숨이 자지를 감싸는 감각.
자지는커녕 남자의 입술도 근처에 대 본적이 없는 순결한 입술이 쿠퍼액으로 더럽혀져간다.
휘진은 아리스의 얼굴을 클로즈 업 해서 그녀의 첫 키스가 허무하게 끝나는 장면을 확실히 촬영해 두었다.
카메라 렌즈를 거쳐 화면으로 보이는 아리스의 모습은 마치 야동 배우처럼 섹시해 보였다.
현실과 유리된 것 같아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밀착감.
적당한 거리감을 둔 채로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관망함과 동시에 행위자로서 아리스의 능욕을 계속한다.
어느새 행위가 조금 거칠어졌는지 휘진의 자지는 아리스의 말랑말랑한 입술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새하얀 치아에 맞닿았다.
귀두를 위아래로 감싸는 부드러운 점막의 감촉.
아직까지 깨어나지 않는 천진한 표정의 아리스를 바라보며 휘진은 그대로 사정을 했다.
“크윽… 싼다!!!”
아마도 오늘 2번째의 사정.
퓨루룻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거친 박동과 함께 새하얀 정액이 아리스의 입술 사이에 발사 되었다.
“쿠웃?!?!”
갑자기 느껴지는 이물감에 아리스는 이상한 소리를 내었지만 다행히 잠에서 깬 것은 아닌 듯 했다. 휘진은 요도에 남은 정액까지 모조리 짜낼 요량으로 장대를 부드럽게 밀어 냈다. 정액을 모두 짜내고는 그것을 아리스의 입가에 발라주었다.
머리카락에 조금 정액이 튀긴 했지만 뭐 별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어차피 시간도 멈출 수 있겠다. 눈치 채지 못하게 청소할 방법은 널렸다.
자지가 빠져나오자 다시 다물린 아리스의 붉은 입가 사이로 정액 줄기가 흘렀다. 그 광경을 카메라로 자세히 담은 휘진은 시간을 멈췄다. 그리고 아리스의 입 안과 머리카락을 젖은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주고는 잠자리로 향했다.
◈ ◈ ◈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낯선 천장이었다.
일단 상당히 높다.
키가 결코 작지 않은 휘진 3명을 세워 놔야 꽉 차는 정도의 높이.
창밖으로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쬔다.
꿈이 아니었다는 걸 천천히 깨달았다.
암 그래야지.
만약 한 순간의 일장춘몽이었다면 휘진은 엉엉 울면서 상실감에 젖어 회사에 사표를 내고 폐인의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 어떤 현실과 비할 수 없이 짜릿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상황이.
휘진은 일어나서 조용히 기지개를 펴고 창가로 향했다.
모닝커피에 담배가 있으면 좋겠지만 커피는 없으므로 일단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창문을 열고 피면 문제없겠지. 실내 금연이라는 말도 없었으니 괜찮겠지 싶다.
“후우….”
아직 졸음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뇌에 저릿한 어지러움과 함께 몽롱함이 가셔간다.
담배의 각성 효과 때문일 수도 있다. 허나 그보다도 한 겨울 찬바람을 홀 옷으로 맞이하자니 잠이 깰 수밖에 없다.
어제는 참 길고도 긴 하루였다. 거의 일주일의 시간을 보낸 마냥 길고 긴 시간처럼 느껴진다. 극적인 사건의 연속이었으니까.
“실례하겠습니다.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그때 밖에서 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여자는 대 환영이다.
휘진은 재빨리 거울을 보면서 까치집이 된 머리를 대충 정돈했다. 예상외로 휘진의 외모는 그렇게 못생기지만도 않았다.
비록 남중, 남고, 공대, 군대… 여자가 별로 없는 테크를 타며 여자와는 연이 없는 삶이긴 해도 만약 조건이 달랐다면 충분히 연애를 많이 했었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어, 들어와”
일단 위대하시 베아트레아 대공님의 식객이다. 문밖에 있는 사람이 뉘신지는 모른다. 누가 되었건 그를 상대로 일단 작더라도 손에 넣은 권력 비스 무리한 걸 휘둘러볼 생각이다.
들어온 것은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소녀였다.
메이드 복을 보고 흠칫한 휘진이지만, 이내 그 옷의 주인이 타타라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안심했다.
하루 만에 트라우마가 생기다니.
“오늘부터 휘진님의 시중을 맡게 된 ‘슈슈’라고 합니다. 편하신 대로 불러주시길.”
귀여운 여자아이이다.
그것도 노출이 거의 없는 정통 메이드 복을 입은 아이이다.
싫을 리가 없다.
얼굴도 무지무지 예쁘다.
조그마한 아이이다.
미성년자다 싶을 정도의 앳된 외모에 자그마한 키.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라는 이세계에선 다소 수수한 칼라를 갖고 있었다.
전체적으론 선이 얇다.
두툼하고 투박한 메이드 복을 입었음에도 여리여리해 보이는 신체의 라인.
엷게 눈매를 강조하는 쌍꺼풀, 경계가 희미한 입술.
색정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청순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아름다움을 품은 소녀이다.
오밀조밀한 생김새에 성실한 인상임에도 어딘가 주눅이 든 듯한 모습은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엔 충분했다.
한마디로 정말 예쁘다.
좋구먼.
“나이는?”
“예?!”
일단 미성년자인지 아닌지가 가장 중요하다.
갑작스러운 휘진의 첫마디에 당황한 슈슈는 어물쩍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이번 해의 생일이 지나면 1X세입니다.”
순간 휘진의 머리에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아청법 2조 5호가 스쳐지나갔다. 이곳이 이세계라도 일단 조심하고 볼 일이다. 이곳의 관계법령을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에게 봉사 하는 것인가?”
“네?”
하지만 휘진의 욕구는 더 이상의 조심성을 스스로에게 용납지 않았다.
팔장을 끼고 아직 열려 있는 창문의 바람에 가운자락을 휘날리며 휘진은 다시 한 번 당당히 물었다.
“너는 나에게 봉사 하는 것인가?”
일반인의 범주에서는 도저히 속력을 쫓아갈 수 없는 휘진의 독주(獨走)에 귀여운 메이드 슈슈양은 살짝 혼란이 온 듯 했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말했다.
“네, 슈슈는 휘진님께 봉사합니다.”
봉사라… 이 얼마나 사나이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단어인가.
그 어감마저도 혀끝에서 달콤하게 맴돌며 봄날의 바람처럼 따뜻하게 심장을 데워준다.
“그럼 아침 봉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주먹을 꾹 쥐고 스스로를 복 돋은 슈슈는 문 앞으로 나가더니 돌돌돌 하면서 찻잔과 여러 가지가 담긴 트레이를 끌고 왔다.
살짝 기대했던 휘진은 슈슈가 ‘봉사’의 의미를 자신의 말뜻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입술을 꾹 깨문 채, 덥혀 놓은 우유에 진하게 우려낸 홍차를 타고 조심스럽게 계피가루를 뿌리며 젓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맥을 끊을 생각은 없어졌다.
홍차를 아침부터 빈속에 먹었다간 속이 쓰릴 것을 대비해서 밀크티를 준비한 모양이다.
누가 정한 매뉴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마음에 든다.
입장이 바뀐 지 고작 하루 만에 거드름을 피울 수 있게 된 휘진이다.
한 없이 얄팍한 사람이다.
원래 갑질이라는 게 해둘 수 있을 때 해 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쁜 일이라는 것은 안다.
자신이 당하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그래서 뭐?’
이것이야 말로 휘진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나치게 못살게 구는 것도 아니고 살짝만 골려줄 뿐이다.
한 손에는 밀크 티,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슈슈를 지나쳐 성큼 성큼 걸어 방문을 잠갔다.
다소곳이 시선을 내리깔던 슈슈가 문이 잠기는 소리에 살짝 굳었다는 것이 뒷모습만으로도 느껴졌다.
“긴장하는 거야?”
휘진은 은근히 슈슈의 주변을 맴돌면서 몇 모금의 차를 머금은 뒤 다시 창가로 향했다.
밀크 티라는 거 별로 먹어 본 적은 없지만, 의외로 입맛에 딱딱 맞는 훌륭한 맛이었다.
씁쓰레하고 떫은 홍차 특유의 맛을 우유가 부드럽게 감싸는 한편 우유 자체의 비린내와 크리미 한 촉감을 홍차의 알싸한 맛이 균형 좋게 덮어준다.
비록 서툴러 보이지만 슈슈가 필사적으로 연습을 해왔던 필살기임을 알 수 있었다.
“예… 그게 손님의 시중을 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듣자하니 지금까지는 견습 메이드였단다. 갑자기 들어온 낯선 남자 손님을 썩 내켜하지 않는 여러 선배들에 의해 떠밀린 눈치다.
선배들은 실습이 최고의 훈련이라고 했다나?
소심하고 서툴지만 열심히 본분을 다하려 하는 귀여운 소녀를 보면 울려 주고 싶은 게 정상 맞지?
덤으로 ‘실수를 한 메이드에겐 벌이다!’ 라는 대사를 해보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