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여신 타타타 타타라(2)
“큭!”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휘진은 숨을 들이켰다.
쾌감 말고는 대단한 촉각을 느끼지 못하는 귀두이건만 서늘한 손이 맞닿은 것만으로도 다른 세계로 인도된 듯 예민해진다. 그리고 타타라의 섬세한 손가락 모양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어때? 좋아?”
귀두 끝에서 흘러나온 겉물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듯 움직이며 그녀는 조심스럽게 휘진의 자지를 자극해간다.
흐트러진 브래지어 위로 살짝 삐져나온 유두는 이미 뾰족하게 첨단을 드리우고 있었다.
새하얀 피부와 분홍색의 유두, 그 시각적인 자극이라니. 함께 팔을 움직이는 겨를에 맞춰 좌우로 흔들리는 가슴.
거유라 그런지 마치 파동이 생기듯 삐져나온 가슴이 출렁거린다.
타타라는 벌써 흠뻑 쿠퍼액으로 점칠 된 휘진의 물건을 엄지와 검지로 링을 만들어 부드럽게 스트로크 했다.
손목을 꺾어 링으로는 자지의 장대 부분을 자극하고 나머지 자유로운 손가락들은 귀두를 주무르며 쾌감의 정도를 더한다.
찔걱 찔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휘진의 몸이 꿈틀거렸다. 이 여자 너무 잘한다.
사정감을 느낀 휘진의 몸이 부르르 떨릴 때 야속하게도 타타라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뭐야?”
정신없이 쾌감을 느끼던 와중에 휘진은 반쯤 풀린 눈으로 자신 위에 올라타 있는 타타라에게 의문어린 시선을 던졌다.
그런 휘진의 표정이 마음에 든 것인지 타타라는 샐쭉하게 뜬 연두빛 녹안으로 녹여버릴 듯 휘진을 응시했다.
“혼자만 기분 좋아지는 건 반칙이야.”
“네가 멋대로 한 거 크웁!!”
휘진이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타타라의 거유가 휘진의 얼굴을 덮었다.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문자 그대로의 ‘육탄 공세’엔 답이 없다.
행복해 죽을 것 같다.
매끄러운 가슴과 한쪽만 브라 위로 삐져나온 돌기가 휘진의 얼굴에 비벼진다.
그것만으로도 쾌감을 느낀 것인지 타타라의 숨이 한결 거칠어진다.
손을 움직이지 않는 타타라에게 답답함을 느낀 휘진이 직접 허리를 움직이려 했으나 자지를 눈물 날 정도로 꽉 움켜지는 타타라에게 제지 되었다.
“끄악!!!”
“아직 움직이면 안 돼!”
‘이게 진짜…’
심히 부들부들함을 느끼며 휘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코끝을 아까부터 이리저리 문지르고 있는 타타라의 유두를 한껏 베어 물었다.
“하아…아항!!!
휘진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던 타타라의 고개가 뒤로 갑작스레 젖혀졌다. 타타라의 백발과 연보라색의 금발이 허공에서 춤춘다.
자꾸 코를 막으려하는 타타라의 젖가슴을 이리저리 피하며 휘진은 아까 자신이 당했던 것처럼 타타라의 체리 같은 젖꼭지를 한껏 애무했다.
타타라의 전신이 전기에 감전된 듯 살짝 경련하더니 마치 고개를 젖힌 반동인 것처럼 다시 휘진에게 쓰러진다.
“하아…하아… 당신 역시 마음에 들어.”
타타라의 가슴에 완전히 시야가 가려진 휘진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타타라가 오버 니삭스의 틈에 껴 있던 초록 액체의 주사기를 끌어안듯이 휘진의 목에 투입하는 것을.
목에 느껴지는 따끔한 통증을 끝으로 휘진의 기억은 끊겼다.
◈ ◈ ◈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다.
어지럽고 매스꺼운, 마치 원심 분리기에 몸을 넣고 3분 정도는 돌린 것 같다. 분당 회전수 3200 정도로 말이다.
“으으으…”
“정신이 들어?”
휘청거리는 세상, 아니 몸이 휘청거리고 있는 건가?
거친 물살 아래 있는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의식은 소리를 들어도 정확한 방향을 알 수가 없다. 머릿속에 무수히 많은 동굴이 뚫리고 메아리가 울리게 되어버린 것 같다.
그 의식을 가르며 팔뚝의 정맥 부근에 주입되는 액체에 휘진은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명백한 이물감과 차가움이 정신을 덮고 있는 혼란의 막을 걷어 내주는 것처럼 휘진은 정신을 차렸다.
“띠용?”
의자에 묶여 있다.
그것도 팬티가 벗겨진 채로.
다리는 의자의 양 다리에, 팔을 뒤로 결박 된 채 의자의 등받이에 고정되어있다.
그 앞에는 방금 넣은 것 같은 붉은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들고 있는 타타라가 있었다.
의식이 점차 돌아옴에 따라 휘진은 자신이 기절하기 전에 겪었던 일들에 대해 떠올렸다.
따끔했던 목덜미.
아무래도 섹스를 가장한 주사기 삽입에 꼼짝 없이 당한 모양이다.
멀리서 ‘그러게 조심하랬죠?’라고 말하는 아리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탈난다며 등짝을 때리며 훈계하던 어머니의 가르침을 너무 늦게 떠올려 버렸다.
의자와 구속구는 철제.
무게로 짐작하건데 보통 단단한 물건이 아니다.
이래서야 시간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을 리가 없다.
지금은 타타라의 비위를 맞춰서 침착히 해결해갈 필요가 있다.
“무슨 짓이야? 이 미친년아!”
라고 생각은 했지만 속이 너무 많이 안 좋아서 욕이 입밖으로 나갔다.
“미친년이라니 말이 좀 심하네.”
또 다시 가증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타타라는 어느새 전부 차려입은 메이드 복의 소매로 우는 시늉을 했다.
아마도 아까 그 주사기, 인체에 반드시 유해할 것 같았던 주사기를 투입당해 버린 모양이다.
“우리 이미 몸도 섞은 사이이잖아.”
타타라는 치마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자신의 보지를 벌렸다. 치마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았지만 투투둑하고 떨어지는 우윳빛의 색깔은 아무리 보아도 정액이다.
휘진은 기겁을 하며 자신의 고추를 보았다.
아까 전까지 즐거운 유희를 즐겼던 건지 누군가의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다.
“크아아!! 억울해!!!”
그 극상의 순간을 느끼지 못했다니… 이제는 분노를 잃고 실의에 빠지는 휘진이었다.
분명 테크닉도 끝내줬을 텐데.
그런데 왜 구속했는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진작 눈치 채지 못했을까.
“물건도 아주 훌륭해서 황홀했어.”
감추려 했던 사실을 하루 만에 파헤친 장본인의 눈동자 속의 광채가, 그저 단순한 메드 사이언티스트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 시간을 멈추는 ‘신속의 휘진’씨.”
“네?”
“당신의 비밀은 모두 알아냈어.”
“어…어떻게?”
“바로 이 자백제로 말이지.”
자랑하듯 주사기를 딸깍거리는 타타라.
“무서운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럼 그 주사기가 자백제라고?”
“걱정하지는 마. 자백제의 유해 성분과 중독 성분은 모두 해독해 냈으니까.”
초면인 사람에게 자백제를 투여한 사람으로부터 걱정하지 말라는 위로를 받았다.
이 상황 비정상인거 맞지?
“원하는게 뭐야.”
조금 뒤늦은 감이 있지만 평정을 유지한 채 묻는다.
“이 세계에서 온 이방인, 시간을 멈추는 능력자, 재밌는 성격에 대공님과 여러 여자를 잔뜩 능욕 싶다고 하는 당찬 포부.”
타타라는 손가락 끝으로 이미 풀이 죽어버린 휘진의 물건을 톡 건드린다.
“저기…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요.”
잘 굴러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려던 찰난 다시금 반짝하고 타타라의 눈이 빛났다.
“당신은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자비 없는 처형이나, 좋을 대로 이용당할 줄 알았던 예상과는 달리 타타라는 기쁜 듯이 당장이라도 춤을 출 기세로 신나한다.
“휘진 씨, 나의 기나긴 권태로운 삶에 당신이 있어주어서 정말 다행이야! 나에게 협력하도록 해, 나도 당신에게 협력할게. 우리 아름다운 공생 관계를 만들어가자!”
터무니없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역시 이 여자는 정신이 나갔다. 솔직히 좀 오싹해지는 정도다.
언뜻 듣기에는 이쪽엔 아무런 리스크가 없는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애초에 상대의 약점을 쥐고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나 쉬운 조건을 내미는 것일까.
휘진의 표정을 읽었는지 타타라는 감출것 하나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해주었다.
“휘진 네가 지금까지 봤던 것들로 충분히 알았겠지만 나는 도락가(道樂家)야. 즐겁고 흥분되는 일에 언제나 목말라 있어. 하지만 세상엔 그 정도로 재미난 일들이 매번 일어나지 않지.”
타타라씨는 철제 의자에 묶인 손과 발을 손수 풀어 주었다. 이제 보니 이 의자 땅에 아예 고정되어있군. 이런 짓을 몇 번이나 했다는 것일까.
“즉, 당신은 그저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돼. 당신이 옳다고 느끼는 것들을 따라가. 원하는 것을 게걸스럽게 손에 넣어. 폭거라도 좋아 독선이어도 아집이어도 좋아. 그저 원하는 바를 탐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굉장히 형편 좋은 이야기네.”
“그렇지 보통은 그 목적에 비해 수단이 훨씬 모자라니까.”
타타라가 철제 구속구를 풀어주었기에 팬티와 바지를 입었다. 이렇게 옷을 입으며 얘기하니 섹스하고 나서 모텔을 나서기 전 대화하는 애인들 같구먼.
실제로는 애인 같은 평범한 관계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 타타라 씨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이 되는 걸까.
“그럼 계약을 하자.”
“무슨 계약?”
“마법으로 서로의 심장을 엮는 거야.”
듣기 거북한 말이 나왔다. 뭔가 험한 조건을 들고 나온 것 같다. 이래서야 구속되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당초의 희망사항에 곧바로 애로사항이 생겨버리는데.
죽일까?
관계적으로는 구속되기 직전이지만 지금 신체적인 구속은 없다.
즉 시간을 멈춘다면 타타라 씨의 숨통을 끊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 전에 실컷 즐기는 것도 괜찮고 말이다.
자신을 억압하던, 앞으로도 억압하려는 여자를 저항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몇 번이나 범한다. 짜릿한 상상이다.
자궁이 정액으로 빵빵하게 찰 때까지 범한 뒤 쾌락의 피드백을 심정지가 올 때까지 쌓아버리는 건 어떨까?
불과 오늘 아침이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생각을 태연히 하고 있는 자신이 조금 무섭기도 하다.
자아도취에 빠질 뻔 했지만 아직 살인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타타라씨는 좀처럼 컬렉트하기 힘든 미녀인 데다가. 심장을 엮는 계약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고 죽여도 상관없다.
휘진은 타타라의 뒤에서 숨을 죽인 맹수처럼 눈을 번뜩였다.
“아, 참고로 지금 날 죽이는 건 하지 말아줘. 당신의 몸엔 해독제, 각성제와 동시에 독이 투입되었으니까. 13종의 독을 조합해 만든 내 역작이니 아마 30분 안에 해독을 안 하면 칠공에서 피를 뿜으면서 죽을 거야.”
휘진은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철저하게 함정을 파다니… 만약 시간을 멈춘 채로 끙끙대며 철제 의자를 탈출한 뒤 타타라를 죽이려 했다면? 아마도 의자 탈출도 못하고 발작을 일으키며 휘진이 먼저 죽었을 것이다.
“설마 내가 당신을 죽이겠어? 우린 이제부터 영혼으로 엮인 공범자라구!”
“하하… 좋은 취미를 공유한 동지끼리.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혹시 어디 타 씨야?”
간신히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그렇다고 두려운 마음이 가시는 건 아니다.
“삼계(三界)를 가로지는 푸른 강의 이름 앞에서 마녀의 계약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타타라가 뭔가를 시작했다.
동시에 휘진은 놀라운 관경을 보았다.
마치 현실이 꿈속에 매몰되어 버리는 듯한 광경이었다.
아름다운 빛 무리들이 조금씩 방을 매워 간다. 바닥에서 솟아올라 조금씩 방안을 매우는 빛의 방울 안에서 타타라씨의 머리는 하늘하늘 허공에서 휘날린다.
그 몽환적인 광경을 넋 놓고 바라보았다.
흔히 판타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스러운 뭔가를 할 때 이펙트다. 하지만 실사로 보게 되면 그 아름다움의 격이 다르다.
정말로 눈앞에 사람이 요정이 되어버린 듯한 착각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나 타타타 타타라는 지금으로부터 숨이 멎는 그 날까지 휘진에게 그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으며 상호 협력할 것을 맹세한다.”
“나… 나 휘진은 지금으로부터 숨이 멎는 그 날까지 타타타 타타라씨에게 그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으며 서로 도울 것을 맹세한다.”
뭔가 따라해야 할 것 같아서 따라했는데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말을 내뱉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문자들로 변환된 빛의 입자들은 허공을 맴돌더니 이내 달그락 거리며 작은 열쇠의 모양으로 합쳐졌다.
그야말로 기하학 극한의 미를 보여주겠다는 듯이 곡예를 펼치던 문자 열쇠는 타타라와 휘진의 심장에 각각 안착했다.
“자 이걸로 계약은 끝. 이제 아까 그 말들을 어기는 사람의 심장은 삼계를 가로지르는 푸른 강이 삼켜버릴 거야.”
“삼계를 가로지르는 푸른 강이 뭔데?”
“그런 게 있어.”
그걸로 대화는 끝났다.
타타라는 휘진에게 미션을 주고는 내쫓아 버린 것이다.
해독제 건은 어떻게 됐냐고?
“아오 진짜 썅년…”
‘뭐? 그걸 믿고 있었어? 30분 뒤에야 활동을 시작하는 독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즐겁게 폭소하는 타타라씨의 모습은 정말로 명치를 세게 치고 싶었지만 이미 계약으로 묶인 몸이다.
“하… 좆같네.”
담배가 유달리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