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6화 (6/154)

6화 여신 타타타 타타라(1)

돌계단을 오르고 아리스가 안내해 준 곳은 중세의 호텔 최고급 방이 이럴까 싶을 정도의 방이었다.

개인이 쓰는 방에 불과할 진데 이미 거실이 휘진이 예전에 살던 집보다 넓었다.

안에 차 있는 가구나 인테리어들은 한 눈에 봐도 하나하나가 최상품. 거기에 비슷한 크기의 방이 3개나 더 딸려있다.

하나는 침실, 하나는 집무실로 보였지만 집무실에는 별다른 가구가 없이 비워져 있다.

마지막 하나는 커다란 나무 욕조가 있는 욕실이다.

“바로 옆방이 제 방이니, 허튼짓 할 생각은 하지 말아주시길.”

아까보다는 독기가 빠졌지만 그래도 톡하고 쏘는 아리스 언니.

틱틱거리는 게 은근 귀엽긴 하다.

“그럼 만찬 때 뵈겠습니다.”

아리스는 문을 나갔다.

해가 거의 지고 있으니 만찬은 한 두 시간 뒤일 터이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방을 배정 받았기에 일단 옷을 대충 벗고 침대 위에 누웠다.

침대 머리맡에 있는 선반 위에는 가운이 걸려있었지만 갈아입긴 귀찮아서 패스.

사실 너무나도 많은 일이 있던 하루였기에 당장 자고 싶다.

오늘 하루 일정을 되새겨본다.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

7시 출근.

9시부터 간단한 미팅.

12시까지 열심히 일하다가 밥.

1시에 커피사고 가다 이계 전송.

차원을 넘나드는 부지런함이다. 실제로 차원을 넘기도 했고.

이제 몰카라는 생각은 완전히 지워버렸다. 시간을 멈추는 몰카 따위 들어본 적 없다. 그 정도의 기술력과 연출력을 자신 같은 일반인에게 쓰는 것은 완전 낭비일 것이다. 탑 급 연예인에게나 쓰겠지.

몰려드는 수마에게 거역하지 못한 채 휘진은 눈을 감았다.

◈          ◈          ◈

잠에서 깨어난 것은 얼마나 뒤였는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아리스가 손수 그를 깨우러 와 주었다.

5분 만 더… 라며 침대에서 꿈틀거리는 휘진을 침대 밖으로 던져버리는 거친 수단을 사용하긴 했지만 말이다.

나란히 휘진과 걷던 아리스가 말을 걸어왔다.

아까의 일전에서 휘진을 인정했는지 이렇게 말도 걸어준다.

“내일 시간이 나신다면. 저와 함께 성 내의 양복점에 가도록 하죠.”

“무슨 심경의 변화야?”

“당신이 누구이든, 저는 대공님께서 지시한 바를 따를 뿐입니다.”

아무래도 잘 챙겨주라고 언질을 받은 모양이다. 그래도 전처럼 마냥 싫어하는 기색은 없는 걸보니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더럽게 넓은 성 내부를 따라 시시콜콜한 잡담을 하며 걷다보니 마침내 연회실에 도착했다.

“어서 오시게.”

대공님은 양팔을 벌려 휘진과 아리스를 환영해 주었다.

길쭉한 테이블의 정 중앙에 가장 화려한 의자에 대공님이 앉아 있었고 그 옆으로는 아까 보았던 타타라가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로는 무수히 많은 음식 덮개로 가려진 음식과 수십 개의 촛대 위를 밝히고 있는 양초의 향연이었다.

음식 냄새만 맡아도 빈속이 찌르르하고 울릴 정도로 진미다.

“휘진 아까는 왜 도망가 버린 거야.”

타타라는 우는 시늉을 하며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휘진을 바라봤다.

애써 무시하며 휘진은 아리스와 함께 타타라의 맞은편에 앉았다.

“벌써 인사를 끝난 겐가? 소개해 주려 했는데 공연한 일이 되었군.”

대공님이 싱긋 웃으며 박수를 치자 음식 덮개 들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양초의 빛이 강해졌다.

마술이란 건가.

오늘 겨우 두 번째로 보게 되는 것이었기에 아직까지 신기하기 그지없는 곡예이다.

“새 식구를 들이게 되었을 때는 조촐하지만 만찬을 연다네. 간단한 소개 가능한가?”

이런 건 정말 약하지만 분위기상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대단한 식사에 초대 받은 값치고는 굉장히 싸다.

입을 열기도 전에 타타라 씨는 어느 샌가 수첩을 꺼내들고 열광적인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필기라도 할 생각인가.

“흠, 나는 동쪽 땅 끝 먼 나라에서 우여곡절 끝에 오게 된 휘진이라고 해. ‘신속의 휘진’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지. 부족한 몸이지만 대공님을 함께 모시게 되어 영광이야. 잘 부탁해.”

가운데 한 문단만 빼면 고등학생이 전학 가서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같은 구성이다.

멋들어지게 본인을 어필하는 것은 한참 연습해 왔던 것이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어중간한 능력과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자신을 더 부풀려 보이기 위해 단어와 말을 골라야 하는 법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그 어떤 미사여구와 입에 발린 말도 필요가 없다.

짧고도 간단하고 조잡한 소개지만 어차피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는 것을 생각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타타라 대공님 아리스 순서로 열심히 박수를 쳤다. 특히 타타라는 본인 앞에 놓인 식기가 덜컹거릴 정도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다.

그 뒤로 식사 내용이 별게 있었냐 하면 아니었다.

대공님와 아리스는 성내 통치에 관한 여러 복잡한 이야기를 나누며 공사다망한 치정자의 모습을 보여 갔다. 반면, 기품과 거리가 먼 휘진은 타타라의 일방적인 질문 공세를 기점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 그래서, 그렇게 강한 힘을 얻게 되었던 거구나.”

어느새 반대편 의자를 옆으로 끌고 와 바짝 당겨 앉은 타타라는 거의 휘진의 몸에 기댄 상태가 되어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식사 시중마저 돕고 있었다.

음식을 대신 덜어주는 것은 물론 가끔 비는 술잔을 채워주고 심지어 입가에 튄 소스를 냅킨으로 섬세하게 닦아주기까지 했다.

그에 대한 답례로 ‘어떻게 그런 속도와 힘을 얻게 되었냐’는 타타라의 질문에 최근에 보았던 영화 주인공의 인생 배경을 대충 말해 주었을 뿐이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오로지 열정과 노력하나 만으로 목적을 달성한, 요새는 인기 없는 땀내 나는 스토리를 약간만 각색해 말해 줬을 뿐인데도 타타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휘진의 이야기를 감명 깊게 들었다.

“나 당신이 정말 마음에 들어. 알고 있어?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 실험 실패로 앞머리의 색을 홀라당 날려먹을 때 이후로 처음이야.”

의도치 않게 탈색의 뒤 배경까지 알아버렸다.

멋을 낸 게 아니었군, 나름 멋들어진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뭔가 이세계스럽기도 하고.

타타라의 손은 와인 잔을 쥔 휘진의 손을 덮은 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싫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행동과 첫 인상이 경박할지언정 불과 몇 시간 전에 만났더라면 가슴을 졸였을 미인이었던 것이다.

그런 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승의 마지막 가르침을 받는 제자인양 가슴에 새겨듣는다.

대화 태도로 치면 10점 만점의 10점.

생각보다 편하고 즐거운 식사다.

휘진은 일대일의 대화라야 감당할 수 있다. 여자 셋에 둘러 싸여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도해나갈 인싸력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디저트인지 뭔지 모를 열대과일 셔벗까지 싱글벙글하는 휘진의 입에 넣어준 타타라가 귓가에 바짝 입을 붙이고 속삭인다.

“이따 밤에 내 연구실에 오지 않을래? 단 둘이서만 놀자.”

이 얼마나 매혹적인 제안인가. 그녀 정도의 미녀가 야밤의 밀회를 제안한 것이다.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던 랑데부의 스타트를 여자 쪽에서 먼저 끊어주다니. 게다가 아까부터 묘하게 가슴을 팔 언저리에 비비는 스킨십과 더불어 은근하게 허벅지를 만지는 손길에 이미 휘진의 아들은 굉장히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떠오른 것은 어째서인지 아리스의 경고였다.

휘진은 순간 긴장한 표정으로 침을 꿀떡 삼켰다. 그것도 잠시.

“안 돼? 나 정말 애 탈정도로 심심하단 말이야.”

거의 휘진의 물건에 근접한 손길과 달콤하고 애달픈 타타라의 말투에 흔쾌히 승낙을 하고만 휘진이었다.

◈          ◈          ◈

식사가 끝나고 타타라와 함께 도착한 곳은 제 2 연구본동이라고 적힌(타타라가 읽어주었다) 건물이었다.

본성 내에 있기는 하지만 묘하게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장소였다.

높은 성벽의 근처에 있는 탓에 충분히 일조량을 확보하지 못한 것인지, 언제 내렸을지 모르는 눈덩이들이 얼음덩어리가 되어 꽝꽝 얼어있다.

꿈속의 요정처럼 손짓하는 타타라의 뒤를 따라 휘진은 휘청휘청 뒤를 따랐다.

말은 연구 본동이라고 되어있지만 사실상 타타라의 집무실 같았다. 여기저기 쌓여 있는 서류와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기계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다.

작업량 자체는 대공님의 방에서 본 것과 비슷하지만 정리 정돈의 수준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소파, 책상, 탁상, 주방, 바닥, 심지어 옷장 까지. 그 어떤 규칙성이나 정돈 없이 여기저기 퇴적된 서류들은 샐러리맨의 악몽에나 나올 것 같은 풍경이었다.

하지만 복층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타타라의 침실은 굉장히 깔끔하다.

그의 표정을 보고 생각을 읽은 것일까. 마이페이스로만 보이나 의외로 소소한 부분을 잘 신경써주는 타타라는 그의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미리 말했다.

“뭐, 연구거리가 워낙 많아서 집 안까지 끌어들이긴 했지만 침실은 성소(聖所)나 마찬가지거든.”

요컨대 일을 좋아하고 업무량도 많아서 숙식을 해결하는 집에까지 ‘제 2연구 본동’이라는 팻말을 붙여 놓았을 뿐, 침대 위만큼은 그런 것들과 작별하는 장소라는 것이다.

침대에 도착하자마자 타타라는 휘진의 가슴팍을 밀쳐 침대 위에 쓰러뜨렸다.

“저기 씻지 않아도 되는겨?”

“괜찮아, 괜찮아.”

이미 그 눈은 개다래나무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행복에 겨워하고 있고 헤벌레 벌려진 입에서는 침이 뚝뚝 떨어졌다.

이세계판 양갓집 규수 같은 외모를 지닌 아가씨가 단숨에 흐트러져 육욕을 탐하는 모습은 단순한 반전매력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난 당신 같이 신비로운 남자가 좋아. 당신의 비밀, 당신이 숨기고 있는 모든 걸 알아내고 싶어.”

묘하게 박력 있는 대사를 뱉으며 휘진의 윗옷을 거칠게 걷은 타타라는 휘진의 위에 비스듬히 올라타 그의 유두를 혀로 핥아 올렸다.

온몸의 소름이 돋는 감각,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쭈뼛 돋는 감촉과 함께 뱃속에 있는 성욕의 불길이라는 것이 타오른다.

“츄르릅… 츄읍… 츄….”

윗사람에게 봉사하듯이 타타라는 끈적한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혓바닥으로 휘진의 유두를 침 범벅으로 만들며 그 위에 조그마한 원을 만들어 간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한 손으로는 자신의 옷을 툭툭 벗는 것이다.

여러 가지 매듭과 장식으로 이루어진 메이드 복이 손이 스칠 때마다 톡 톡 소리를 내며 풀어진다.

예전 술자리에서 브라 끈을 한손으로 엄청 잘 풀 수 있다고 자랑하던 동기가 생각난다. 단언컨대 그 친구의 실력은 타타라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느새 가터벨트와 팬티, 레이스로 장식된 브래지어만 남은 타타라씨는 굉장히 육감적인 몸매의 소유자였다.

가슴은 언뜻 봐도 파이즈리를 무리 없이 소화해낼 만큼 커다랬고, 골반 역시 순산형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컸지만 펑퍼짐이라는 단어와는 영영 거리가 있다.

군살이나 육덕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올 곳이 확실히 돋보이며 섹스어필을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탄탄하다는 생각이 드는 몸이다. 손가락을 대는 순간 튕겨 나올 탄력감이 느껴진다.

지그시 눈을 감고 휘진의 유두를 애무하던 타타라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진다.

이 여자가 성적 흥분을 느끼는 포인트도 파악이 아직 안 된 데다. 하필 자신을 타깃팅한 별스런 취향에는 다소 의문이 들었지만… 뭐 어떠랴, 좋은 게 좋은 것인데.

휘진의 배 위에 올라타 가슴을 더듬고 복부를 쓰다듬던 타타라의 손길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휘진의 팬티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단단해진 귀두를 손으로 어루만지듯 살짝 움켜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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