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4)
“어라?”
대공의 눈에는 마치 그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단순히 시간을 멈추고 이동한 것뿐이니까.
“어때?”
콕하고 목을 찌르는 감촉에 베아트레아는 깜짝 놀라 뒤를 보았다.
경박하고 한 없이 가벼운 입만 살아있는 줄 알았던 남자가 전무후무한 속력으로 자신의 눈을 완전히 속이고 뒤를 잡았다.
심지어 그 어떤 기척도 일어나지 않았다. 바람이라도 세차게 불었다면 조금 더 실감이 있을 터인데.
휘진은 그 와중에 굉장히 만족한 상태였다.
어떤 일에도 평정심을 유지할 것 같았던 대공님의 눈이 동그랗게 커지고 ‘어…어…어… 어떻게’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자 앞에서 자랑하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줄 알았더라면 개인기로 마술이라도 연습해 둘걸 그랬다.
“대…대단하구나!”
마치 서커스를 보고 기뻐하는 어린아이처럼 베아트레아는 짝짝짝 손뼉을 쳤다.
새삼 다시 뿌듯해진다.
“그대가 간자가 아니라는 건, 이제 확실히 알겠네.”
사실 뒤를 잡고 목을 콕 하고 찌른 것도 나름 생각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대공님은 내가 언제든지 자신을 죽일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아주 조그마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대에게 기사 작위를…”
“그건 싫어.”
속박은 질색이다. 대공님도 언젠가 떠나야 할 사람일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와서 여러 가지에 구속당하며 살고 싶진 않다. 적당히 즐기고 적당히 슬퍼하고 실컷 만끽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그대가 원하는 바를 말하게.”
“날 식객(食客)으로 삼아줘.”
“처음 듣는구나. 그대 고향에 있는 작위인가?”
뭔 소리냐는 말투이지만 진기한 능력을 손에 넣고 싶어 흥분이 된 것인지 대공님은 톤이 높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대충 알고 있는 범위에서 편한 것만 추려서 말해줬다.
“말하자면 임시 가신 정도인가. 좋다. 그럼 먹을 것과 얼마 정도의 생활비를 제공하고 재워주면 되는 겐가?”
“뭔가 나의 힘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말해둬. 성심성의껏 부응할 테니. 나도 대공님이 좋고.”
“인재를 휘하에 둔다는 것은 기쁜 일이지.”
선물을 받은 것처럼 흡족해 하는 대공님이 너무 귀여워서 볼을 몇 번 찔러보았지만 너무 하이 텐션이라 기분이 좋은 것인지 눈치 채지 못한다.
이러한 무례함을 용서해주시죠.
지금이 기회이다 싶어서 시간을 멈추고 잽싸게 바지를 내렸다.
시간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피드백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한 터다. 대공과 무차별적으로 시간 정지 섹스를 하는 것은 무리인 것이 밝혀졌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아마 몇 번 즐기지도 못한 채 발각될 수도 있다.
게다가 그건 휘진이 정한 룰에도 어긋나고.
따라서 아까까진 간단한 터치 정도에 만족했던 것인데.
지금이야 말로 아까 정말 하고 싶었던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저 보들보들한 뺨에 물건을 비빈다!
손가락으로 몇 번 찔러 떡밥을 던지면서 간을 봤는데 의외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어쩌면 지금 당장 기뻐서 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거시기로 찔러도 매한가지일 거란 말씀이다.
병신 같지만 맞는 말이잖아?
사실 자신의 병신 짓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거나 현자타임에 빠지거나 하면 세상은 너무나도 재미없어진다.
스스로를 옭아매는 족쇄, 세간의 인식을 가치관에 투사하는 것이야 말로 ‘방종의 향유’의 가장 큰 적이자 사슬이다.
자신의 물건을 빨기 위해서 열심히 허리를 굽히고 혀를 뻗었지만 닿지 않았던 어린 시절. 말 못할 자괴감은 사실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춘기 시절 끽해야 야동이나 야설로 간접적으로만 접하던 성적인 자극으로 애써 스스로 만족하려고 했던 것이 어찌 잘못이며 부끄러운 일이라는 말인가.
아무것도 못하는 여자의 볼에 자지를 비비고 싶다는 욕망은 상종 못할 ‘변태’이기 때문에 가지는 것이 아니다. 드디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하나의 주체가,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손에 넣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 인 것이다.
“뭐 여튼 변명은 이쯤하기로 하고.”
휘진은 아까부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물건을 꺼내 놓았다.
대공님의 표정은 마치 간식을 발견한 강아지처럼 초롱초롱 눈이 빛나고 있어서.
눈앞에 음경을 보고 정말 기뻐하는 것 같아서 꼴린다.
“대공님, 식객에게 충분한 대가를 몸으로 지불해 주신다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미소 때문에 살짝 드러난 치열은 무척이나 가지런했다. 지금 당장 입에 쑤셔 넣고야 싶지만 그랬다가는 금세 들통이 날게 뻔하다.
휘진은 우선 대공의 드레스의 앞자락을 들추었다.
과연 추운 지방이어서 여러 가지로 두껍게 무장되어있다. 길고 흰 털로 된 담비 목도리가 붙어 있긴 했지만 예전 방식으로 만든 옷이라 그런지 방어력은 뛰어나지 않다.
“아… 신이시여…”
휘진은 시간 정지가 풀릴 때의 피드백을 고려해 아주 살살 대공님의 드레스 앞섶을 손끝으로 들어올렸다.
거기에 드러나는 것은 맙소사, 무려 노브라였다.
나이를 고려했을 때 이상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체구이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딱 그 몸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가슴을 하고 있다.
이제 막 성장을 시작하려는 지 아니면 원래 빈유인지는 알 수 없는 봉긋한 몽우리.
백자처럼 새하얀 피부는 사슴 같은 목선에서 쇄골, 가슴께까지 모공하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뽀송하다.
그 위에 살짝 융기한 유두는 부끄럽다는 듯이 옷에 파묻혀 휘진의 시야에서는 위쪽만 보인다.
피부색에 맞는 아주 예쁜 복숭아 색. 그 주변에 수줍은 듯 번져있는 유륜도 작고 뽀얀 분홍빛이다.
“대공님, 소프트 브라라도 입으라고요. 이렇게 꼴리는 옷차림으로 입고 있으면 박고 싶잖습니까.”
유두를 건드리고 싶지만 더 이상의 피드백은 곤란하기에 옷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완전히 풀발기한 존슨은 갈 곳을 잃은 채 허공에서 겉물을 흘리고 있었다.
A컵도 간신히 될 것 같은 사이즈에도 빈유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가슴의 형태이다.
그 광경을 눈 깊숙이 새긴 채 휘진은 껄떡거리는 존슨을 대공의 얼굴 바로 앞에 가져다 대었다.
아까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기용해주기로 약속했던 베아트레아 양의 얼굴에 자지를 흔든다.
색이 희미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하얀 피부와 어울리는 저 입술에 비비고 싶다. 하지만 다음 언제라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
따라서 휘진은 천천히 자신의 물건을 베아트레아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대고, 그 매끈한 볼에 딱 한번 찔렀다.
연인 관계라고 하더라도 성행위 도중 이외에 얼굴을 자지로 찌르는 행동은 어지간하면 허용해주지 않는다.
아 물론 보통은 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거의 생면부지나 다름없고 방금 막 이름을 나눈 지금 딱 좋지 않은가. 이제 곧 친해져 갈 사이에 장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 남들이 터부시하는 행위를, 그것도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함으로써 말이다.
대공님의 뺨은 아직 젖살이 빠지지도 않은 것처럼, 마치 찹쌀떡처럼 말랑거렸다. 거기에 천천히 물건의 첨단부터 귀두의 중반부까지 찌르듯이 귀두를 비비고는 아쉬운 마음에 바지를 다시 추슬러 올렸다.
시간정지 해체.
“읍!!!”
생각보다 쌔게 찔렀던 것 같다.
“뭐하는 겐가!”
대공님이 얼굴을 붉히면서 자신의 뺨을 마구마구 문질렀다. 아마도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였던 걸 뒤늦게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시는 이 몸의 뺨을 손가락으로 찌르지 말게.”
저렇게 명령조로 어른인 척하는 대공님을 조금 더 괴롭히고 싶었으나. 오늘은 이쯤하기로 했다.
대공님께 살짝 혼나고 나서는 방으로 안내 받았다.
과연 말씀하셨던 대로 바쁘신 모양인지 금세 돌아온 아리스에게 인계를 받았다.
“따라오세요.”
냉엄한 어조로 말하고 앞장서는 그 모습은 아까의 추태가 거짓말인 것처럼 멀쩡하다.
얼굴에 작은 홍조가 번져 있는 것까지는 완전히 감추지 못했지만.
대공님으로부터 대충이나마 설명을 들은 아리스는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뚱하니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확실히 자신의 주인에게 이렇게 못 미더운 남자가 붙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겠지.
어쩌면 대공의 프리한 마인드에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은 그녀가 아닐까 싶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침묵을 지키던 중 아리스가 빙글하고 돌아섰다.
“저는 …쿠읍!”
바로 뒤따라가고 있던 휘진의 가슴팍에 코를 박은 아리스가 잠깐 얼굴을 붙잡고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멈출 줄은 몰랐어.”
아무리 변변찮은 남자의 몸이라고 하더라도 갈비뼈는 단단한지 코끝이 벌게지고 눈시울이 붉어진 아리스는 아까보다 더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한다.
“저는 당신을 신용하지도 동료로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아까까지는 고압적인 하대였지만 대공이 휘진을 손님으로 인정한 이상 말투는 좀 누그러졌다.
거기에 담긴 냉기와 의심은 변한 것이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휘진은 뻔뻔하게 반말을 해갈 예정이다.
그에게 있어서 공략목표는 대공님.
누님도 물론 이쁘긴 하지만 대공한테 만큼이나 자제력을 할당할 생각은 없었다.
“당신이 갑자기 대공 저하를 모시겠다고 말한 것도, 식객이라는 이상한 형태로 그 분의 근처에 머무는 것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당당하게, 서슬 퍼렇게 엄포를 놓는 아리스였다. 하지만 아까 휘진의 장난에 쉽게 허물어진 모습을 봐버린 이상, 어쩐지 먹잇감의 발악 정도로 여겨졌다.
“그거라면 예상은 하고 있었어. 하지만 정말 진심이야. 저렇게 아름다운 대공님 밑에서 우마처럼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태어난 이유는 충분해.”
다소 과장을 섞어 말해주었지만 아리스는 질린 표정을 한번 내비치고는 아까처럼 조금 앞서 나갔다.
겨우 외모 갖고 이렇게 목을 매는 사람이 우스울지 몰라도 사람마다 무게를 두는 가치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부터 내가 그쪽을 어떻게 부르면 될까?”
“마음대로 하시죠.”
전혀 관심을 주지 않고 내던지듯이 말하는 아리스의 태도의 조금 화가 났다.
“왜 이렇게 딱딱해? 이제 동료인데 친하게 지내자. 아리스.”
“누가 당신의 동료라는 거죠? 그리고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아까의 것으로 선을 그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자꾸 대화거리를 만들려는 휘진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예상대로의 역정을 내며 다시 뒤를 돌아본다.
사실 완전히 관심을 꺼지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휘진은 목적 달성이다.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 될수록 나중의 능욕의 즐거움도 커질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대공님과는 완전히 다른 타입의 미녀이기 때문에 휘진 능욕 콜렉션에 넣어두어도 충분할 정도의 보석이다.
“그럼 아무렇게나 부르라고 하지나 말라고.”
“어째서 친한 척 하는 겁니까! 저는 분명 제 소신을 밝혔을 텐데요.”
“앞으로 자주 부대낄 것 같은데 친해져서 나쁠 것 없잖아?”
“그런 어정쩡한 친화력으로 대공님의 명단에 안개가 끼게 하신 거였습니까?”
아무래도 상상이상으로 미움을 받고 있는 듯하다.
억울하다.
대공에게 한 거라고는 가슴을 훔쳐본 것과 눈을 핥은 거, 자지를 얼굴에 한번 찌른 정도 밖에 없다.
“내 유용성을 알아보신 대공 님의 명안을 칭찬할 일이지.”
“…지금 당장 따라오시죠.”
아까보다 훨씬 빠른 발걸음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를 싱글벙글거리며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연무장이었다.
뭐 이것도 예상 범위의 안이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가 뻔히 약해 보이는 놈팽이를 때려서 혼내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