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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2화 (2/154)

2화 이세계에 넘어가자 시간정지 능력이 생겼다(2)

“오우.”

이런 감각은 처음이다.

공기의 흐름까지 멈춰버린 탓에 아까까지 조금의 소음으로 부산스러웠던 방 안이 순식간에 적막으로 물들었다.

지금 관심 1순위는 누님보다는 대공님이다.

계속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가는 불벼락이 떨어질 것 같아 힐끔힐끔 밖에 볼 수 없었기에 어떻게 생겼는지 가까이서 더 자세히 보고 싶었다.

왜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씩은 겪어봤던 일 아닌가? 예쁜 여자가 근처에 있을 때 힐끗힐끗 보기만하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거.

그런 상황을 이렇게 치트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 능력은 분명 뛰어난 것이다.

“우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사람이라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가지게 되는 필연적인 단점.

예를 들어 모든 것이 예쁘더라도 균형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던가, 비율은 훌륭함에도 어딘가 결락된 미가 있다던가…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그녀에겐 없는 것만 같았다.

만약 누님에게서 호통이 들리지 않았더라도, 대공님의 허락을 받아 찬찬히 눈을 마주할 권리를 손에 넣는다고 해도 금세 눈을 돌렸을 것 같다.

시간이 멈춰 허공에 조금씩 나풀거린 채로 고정된 새하얀 은발도, 반쯤 감겨 있는 채로 멈춰버린 눈동자도 아름답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눈앞에 이 여자를 마음껏 맘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저항도 받지 않고 범할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떠올린 것만으로도 이미 충족감을 얻어버렸다는 것은 어쩌면 이미 글러먹은 어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 뭔가 해보고 싶어진 휘진은 주섬주섬 수갑에 묶인 손을 꼼지락 거리며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렸다.

생각보다 바지를 벗는 게 힘들다.

손에 채워진 구속구는 팔목 뿐 아니라 두 엄지손가락까지 바짝 붙여 묶었기 때문에 사실 손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극히 제한적이다.

시간을 멈춘다고 해서 힘이 극적으로 세지거나 하진 않는다.

안타깝게도 수갑을 풀 수 없다.

그렇게 된 이상 바지를 벗는 것은 후순위로 미루기로 했다.

분위기를 타서 최대한 불경한 짓, 면전에서 바지를 벗어 재끼는 짓을 해보려 했지만 어차피 이 상태에선 아무것도 못한다.

그렇다고 딸 쳐도 아프기만 할 걸?

“흠…”

잠시 고민에 빠지는 척하며 휘진은 책상에 걸터앉았다.

사실 별로 깊게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일단은 아까의 폭거에 대한 대가로 얼굴을 듬뿍 핥아 주기로 했다. 우선 얼굴을 가까이 해봤다.

시간 정지 최고다.

서로의 코끝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연인들만의 거리만큼 얼굴을 가까이해도 아까 그 표정 그 자세 그대로 미동도 하지 않는다.

청명한 하늘 만원의 달빛이 이러지 않을까 싶은 은발, 얼굴을 가까이하자 무척이나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다.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사용하는 향수이겠지.

묶인 두 손을 뻗어 책상을 짚고 더욱 상체를 숙였다.

스윽---

충분히 뻗은 혀로 천천히 베아트레아의 눈가를 핥아간다.

지금껏 상사병으로 세 자릿수는 거뜬히 청춘의 용사들을 발할라로 보내버렸을 것 같은 그녀일 터다. 하지만 지금은 휘진의 혀가 눈가를 핥고 있는데도 무방비로 아무런 미동도 못한 채, 심지어 자각도 못한 채 굴욕을 당하고 있다.

“음… 이걸 굴욕으로 여기는 사람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일단 맛으로 말하자면 화장품의 씁쓰레한 맛이 나질 않는 것을 보아 피부에 별다른 화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잔털조차 극히 적은 것인지 혀끝에 피부가 감길 때 으레 느껴지기 마련인 꺼슬꺼슬함이 전혀 없다.

살아있는 매끈한 백자를 핥는 느낌이다.

끈적끈적한 타액으로 얼굴을 물들이며 몸을 좀 더 숙여 귓불을 깨물고 그대로 목덜미에 코를 파묻었다.

“좋구먼 대공님.”

사실 휘진은 이런 것에 성욕을 느낄 정도로 변태는 아니다.

허나 자신보다 높은 권력, 비교할 수 없는 외모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을 인형 다루듯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다.

휘진은 쓱 하고 이번에는 대공님의 기사인 아리스를 바라보고 이죽거렸다.

“누님 화 안내도 괜찮아? 가만히 있으면 나 더 못된 짓 할 건데?”

만약 시간이 멈추지 않았더라면 누님의 성격상 노발대발하며 당장 목을 치려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귀족에게의 불경죄를 저지른 평민은 즉결처분하여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설정들에 의하면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것이다.

마치 지금 이 사태를 묵과하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미동도 하지 않는 아리스 누님을 보니 조금 더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휘진은 이 능력을 얻었다고 확신한 그 순간부터 결심한 바가 두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만족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처음부터 무작정 모든 것을 해버리는 것은 쉽기 그지없다.

신은 현실이란 게임에서 시간 정지라는 치트를 휘진에게 주었다.

치트 적용이 가능한 게임은 금세 질려버리기 마련이다.

일단 자그마한 것부터 천천히 음미해 가기로 결정했다.

모든 과정과 결과를 천천히 맛보는 것이야 말로 이 게임을 가장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 확신한다.

이른 바 지연의 만족이라는 것이다.

허나 이 상황은 인내심과 절제력이 꽤나 강하다고 자부하는 휘진에게도 흥분을 안겨주었다.

스스로 정한 라인을 아주 조금 넘어버릴 만큼.

휘진은 테이블에서 떨어져 아리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플레이트 갑옷에 가려 있는 것이 아쉽다.

몸매를 보기 위해선 이걸 다 풀어야 할 텐데 솔직히 시간정지 안에 원래대로 다시 입혀 놓을 자신이 없었기에 보류.

아리스의 외모도 찬찬히 감상해 주기로 했다.

누님, 누님 거렸던 것은 그냥 캐릭터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로는 휘진보다도 한참 어리다.

아직 볼에 젓 살이 빠져가는 단계이니까.

반짝거리는 에메랄드의 눈동자는 총기와 명석함이 가득하고, 이렇게 입을 다물고 가만히 서 있으니 그냥 또래 여자 아이처럼 굉장히 천진해 보이는 생김새이다.

그냥 직책이 직책이다 보니 강한 척을 하고 있을 뿐인 소심한 여자일지도 모른다.

선입견이라는 게 이렇게 무섭구나 싶었다.

플레이트 갑옷이라 하더라도 다행히 아래는 치마갑옷인지라 음흉한 장난을 칠 곳은 얼마든지 있다.

휘진은 당장 자존심도 내던진 채 슬라이딩을 해 아리스의 다리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치마 갑옷 아래는 바지 그 아래는 짧은 속치마와 드로워즈를 입고 있었다.

보통은 바지 안에 드로워즈가 아닌가?

조금은 알 수 없는 패션 센스이지만 뭐 어떠랴 판타지인 것을.

어쩌면 아직도 조금은 남아있는 소녀의 순정에 조금은 멋을 부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니 정말 그렇다니까.

의외로 대충 질끈 묶은 것 같은 숏 업 테일도, 주변머리를 땋아서 핀으로 고정해 놓고 있고. 보통 마모 처리해버리는 플레이트 갑옷도 눈부시게 빛난다.

남들은 안 보이는 곳에서 열심히 꾸미고 자기 만족하는 타입인가.

뭔가 학교 다닐 적에 교복입고 어떻게든 꾸미려던 자신이 생각나버린다.

“절경이야 누님.”

수갑을 낀 채 어떻게든 팔짱을 끼느라 이상한 자세가 되어버렸지만 폭포처럼 떨어지는 천의 향연과 강철 치마는, 단단한 꽃 받침대에 피어난 새하얀 목련을 연상시킨다.

뭔가 시적이게 되어버렸지만 이렇게 방어력이 높아서야 꼴리지도 않는다.

휘진은 그대로 손을 뻗어 드로워즈를 내려버렸다.

“오호…”

드로워즈가 길게 뻗은 허벅지를 지나 무릎께까지 내려오고 나서야 휘진은 아리스가 어째서 속치마에 드로워즈라는 안일한 패션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드로워즈의 안에는 또 다시 순백의 끈 팬티가 자리 잡아 있었기 때문이다.

근무 중의 속옷까지 끈 팬티라니 정말로 꾸미길 좋아하는 아가씨이다.

얇은 천에 가려진 그 뒤엔 서 있는 자세라는 특정상 두툼하게 살이 오른 것처럼 보이는 두덩이가 보였다.

그 가운데로 살짝 페인 슬릿은 묘하게 색정이 넘친다.

도끼는 틀린 적이 없다.

무슨 보뽕이라도 넣은 듯이 두툼하고 보기 좋다.

“누님 자위는 해본 적 있어?”

휘진은 팬티 위의 슬릿을 쓸어 담듯이 만졌다. 보들보들한 살이 휘진의 미숙한 컨트롤(수갑으로 인한)에 의해 팬티 너머에서 이리저리 거칠게 뒤틀린다. 부스럭거리는 천과 음모가 스치는 소리가 난다.

세로의 슬릿을 천천히 더듬어 가며 휘진은 아리스의 클리토리스를 찾았다.

“생각보다 크네, 쾌감만을 위해 존재하는 스위치가 이렇게나 크다니. 보기와는 다르게 변태구먼?”

현실에서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적막감에 괜스레 어색해져 혼잣말을 하게 된다.

근데 이렇게 하면 또 나름 흥이 돋는 것이 습관이 될 것 같다.

아리스의 클리토리스는 휘진의 새끼손톱의 절반만 했다. 무려 팬티 위로도 그 감촉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 조금 달라붙는 팬티를 입는다면 천위로 툭 튀어나올지도 모르겠다.

그의 키보다 10cm는 작은 체구를 생각할 때 이런 음란한 클리가 늠름해 보이는, 그러나 그래봤자 조그만 소녀의 몸의 일부라는 것이 또 새롭다.

휘진은 당초 애정대로 팬티 위로 아리스의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충성심 가득한 기사가 자신이 보필하는 주군의 앞에서 클리 애무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까까지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껏 깔보던 남자에게.

“이럴 줄 알고 경계한 거였으면 그럴 필요 없었다고, 기분 좋게 할 뿐이니까.”

체감 5분가량 손가락으로 정성스럽게 튕기고 문지르고 진동시키며 한동안 클리를 가지고 놀던 휘진은 손에 느껴지기 시작한 습기 찬 열기에 흠칫했다.

뭐야, 시간을 멈췄다면 신체가 반응할 리가 없는데?

그렇다 이거 진짜 엿된 걸지도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일단 휘진은 확인을 위해 팬티의 옆으로 살짝 손을 넣어 아리스의 보지 입구에 손가락을 가져다 보았다.

“애액이네.”

말하면서도 눈치를 보듯이 휘진은 이리저리 눈을 돌렸다.

일단 너무너무 쫄려서 주니어가 시무룩해져버렸다.

가능한 빠른 속도로 아리스의 드로워즈를 다시 입히고 아까 했던 슬라이딩을 되감기해 멋지게 일어섰다.

꽤나 강하게 강철치마에 또 다시 이마를 찌었지만 상관없다.

휘진은 긴장감 넘치는 표정으로 아리스의 표정을 살피었다.

아무리 장난을 거는 입장이라도 방금 건 정도가 지나쳤다.

하지만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그 둘은 미동도 없다.

휘진은 미심쩍어하며 아까까지 조금씩 젖어가고 있던 아리스에게 다가가 드로워즈와 팬티 안으로 손을 넣었다.

아직 촉촉하다.

“뭐가 뭔지 모르겠네.”

대공님에게 다가가자 대공님의 얼굴에 묻어있던 침은 다 없어진 걸 볼 수 있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시간이 멈추더라도 섹스하기 좋게 반응이 되는 건가.

복잡하니 생각을 그만두자. 애초에 좀 젖으면 어떤가?

시간을 멈추고 여자랑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 그때마다 러브젤이나 침에 의존해야 한다면 재미가 없지 않나.

휘진은 대충 주변 정리를 하고 손에 묻은 아리스의 애액 소량을 대공님의 손수건에 대충 닦고는 아까와 같은 자세로 시간 정지를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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