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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화 〉자매랑 소바 번갈아 먹기(4) (93/107)



〈 93화 〉자매랑 소바 번갈아 먹기(4)

그러다가 팔에도 힘이 돌아와 차분하게 올리는 손. 사랑스럽게 볼을 만져주니까, 화답하듯 녀석도 내 이마에 살며시 손을 얹는다.

"쿠후후훟-."

설마 녀석에게 이런 행위를 받을 줄이야….

내가 저지른 행태에 질려서 녀석이 먼저 애정 어린 손길을 내미는 건 불가능하다 생각했었다.

간혹 홀린 듯한 모습이 보였어도,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자기야, 키스해죠-."

해바라기처럼 퍼진 머리카락을 자연스레 모아서 가지런히 쓰다듬어주는 손.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에서, 거리감이 없어지자 거리낌 없이 대하기로 했다.

"……."

그러나, 요구해버린 행위의 단계가 녀석에겐 경종이었는지 망설이는 눈동자. 흐리멍덩하다가 이내 눈빛을 되찾아서, 너무 서둘렀나 싶었다.

"거부하면…?"

머리를 기분 좋게 달래주던 손이 멈춰 아쉬웠으나, 미적거리는 모습에서 보이는 희망.

"…알면서."

귀와는 멀찍이 조용하게 속삭여주자, 이윽고 녀석의 입술과 점점 가까워졌다.

"쿠-훟, …웅-츕."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는 입맞춤.

"하-읍. 츕-츕-."

이제는 맛보다 정신적으로 날아갈 듯한 기분만이 둥실둥실해서, 입을 맞춰준 녀석에게 빨아먹을 것처럼 입을 벌렸다가 삼켰다.

"합-! 아-흡, 읍!"

당연히 실제로 먹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감각으로 녀석의 입술을 탐해가는 내 입술. 이러는 바람에 혓바닥은 가만히 있어야 했다.

"하-븝! 합!"

공기만이 입안으로 들어와 슬슬 풍기는 향을 맛으로써 자극한다면, 혀가 얼른 나가서 마주하고 싶다며 조르는 상태. 나도 사실 허락해주고 싶었지만, 욕망에 솔직해지기엔 괜스레 느긋해지고도 싶었다.

"츄-븝, 릅."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드디어 참전하는 선홍빛 촉감. 타액을 다분히 머금은 채로 내놓아서, 상대방과 뒤엉키기를 탐닉한다.

"으읍-. 쮸븝븝, 하-릅!"

녀석의 뺨을 툭툭 건드렸던 손길이, 이젠 녀석의 머리를 덥수룩하게 마구마구. 혀 놀림이 진해질수록 다른 부위에서 움직여 격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있었다.

"븝! 브브븝…!"

이에 질세라, 나 이상으로 입술을 밀어오는 녀석. 아무래도 중력이 나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기에 저항할 수 없었다. 체력적으로나 체격적으로나 이미 밀리고 있었어도.

"으-릅, 릅! 쮸-읍…!"

그나마 맞설 수단이라고는 손톱을 세워 머리를 긁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진짜 그러진 않았고, 이러기 싫지 않아서 되려 팔오금을 접어 껴안는 녀석의 관자놀이.

"으-븝, 흡!"

더욱더 짙어지는 격렬함에 입 주변은 벌써 침으로 범벅이었다.

"파-하…!"

그렇게 껴안기를 금방. 녀석이 땅을 박차고 멀어져서, 아쉽게도 놓쳐버렸다.

"하-아, 하…."

녀석의 것인지 내 것인지 모를 타액이 내게로 한 방울 뚝.

"…쿡-."

호흡 가다듬어지기 전에 다시 힘겨워졌음에도 기분은 부족함 없이 좋았다.

"쿠후훟."

눈동자를 굴려서 옆을 보니까, 고작 키스 몇 분했다고 커져 버린 자지. 나를 받치느라 힘들었을 녀석한테 조금, 감사의 의미로 청소펠라 해줄 생각이었다.

"훙-…쿻."

그러기 위해 일단 상체를 들어 일어서는 몸. 땅을 짚은 왼손을 중심으로 상반신을 틀어서, 다리를 인어처럼 두었다.

"킁킁, 하-압…."

고무 냄새가 묻은 정액 맛. 자지를 삼키기 전에 콘돔을 벗겼고, 녀석이 제지하기 전에 자지를 물었다.

"흡, 츕-."

이번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깨끗이 하는 거라서 성심껏 흡입하는 목구멍. 약간 비릿한 정액 맛을 그렇게 확인하지 않은 채로 빨아먹었다.

"쿻, 파하…."

얼마나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금세 놓아주는 자지. 혹여 묻은 것들이 남아있지 않을까 조목조목 살피고 나서야 제대로 허리를 폈다.

"있지 자기. 나중에, 머리카락으로…대딸해줄까?"

희진이는 어렵고,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언인지 생각하다가 나온 발상. 머리에 묻은 정액이 느껴져서 보니까 갑자기 할  있을 거 같았다.

"엑…? 어음-, 괜찮겠어?"

녀석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아서 하지 않는 거절.

"쿠후후후훟…."

우선은 아무렇지 않다는 의미에서 웃어주었지만, 막상 그렇다고 대답하려니까 은연중에 꺼려지는 기분이 들어서 어떤 구실을 대면 좋을지 생각에 잠겼다.

'띠띠띠띠'

"희진이!?"

그러다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너나 할 거 없이 급해져서 챙기는 옷. 나는 이대로 팬티랑 체육복만 입으면 그만인데, 그에 비해 녀석은 챙기고 처리해야 할 게 있었다. 그래선지 옷만 챙겨서 주방으로 후다닥.

"아이 씨…."

작게 역정을 내며 서두르게 잡은 바지춤과 팬티를 같이 입었다. 그러고선 활동복 상의에다 팔을 집어넣어 지퍼까지 지이익. 이제 소파에 앉아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있으려다가, 방바닥에 떨어진 콘돔을 주워 급하게 소파로 돌아갔다.

'휙-휙-'

이제 다 됐겠지 싶었으나,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큰일 나기에 주위만 쉭쉭 돌리는 고개. 진짜 괜찮겠지 싶어서 복도를 보자, 이제 막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희진이랑 눈이 마주쳤다.

"다녀왔어 언니-."

 걸음 넘는 거리에서 활기찬 인사로 다가와, 대번에 도달하는 거실.

"…왔어?"

다정한 연인 같던 분위기의 흐름이 깨진 탓에, 녀석의 진짜 연인인 희진이에게 도리어 짜증이 났다.

"웅…!"

그렇다고 그걸 대놓고 꺼내지는 못해서 흘깃 쳐다보다가 관심 없는  티브이로 되돌린 시선.

"언니 안 더워?"

정곡에서 살짝 빗겨나가 찔린 기분이 드는 건, 희진이의 말마따나 땀도 흐르면서 여태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였다. 이 부분을 의아하게 생각하여 추궁한다면 귀찮아질지도.

"…글쎄?

온통 심드렁한 기색으로, 의심이 피어오르기 전에 약이 오르게끔 유도했다.

"-…."

'삑-'

일부로 껄렁하게 대답하면서 말을 늘어지니까, 짜증 섞인 눈으로 욕하면서 트는 에어컨.

"근데, 오빠는 어딨어?"

나보단 녀석에게 관심이 있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다.

"쿻-…상명이-?"

시간 좀 끌려고 최대한 이상하지 않게….

"상명이느은…주방에서 요리할 테니까, 티비나 보면서. 기다리라고 하던데?"

너무 티 나는 건 아닐까 싶지만, 어차피 내가 이러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니까 넘어갈 거다.

"우웅-…."

거실과 주방이 이어져 개방된 터라, 주방 쪽으로 고개를 돌리길래 막아야 하나 싶은 생각. 그래도 내 딴에는 제법 시간을 끌었다고 생각해, 아무렇지 않은  티브이를 보고 있어도 희진이에게 흘깃하며 눈치를 봤다.

"그럼 난, 방해되지 않게 방에다 짐  놓고 와야겠다."

뜻밖에 녀석을 부르지도 않고서 복도로 돌아가 방으로 들어가는 희진이.

"…우라질년."

그냥 돌아가서 망정이었지만, 집에 오자마자 녀석부터 보려는 게 꼭 퇴근하신 아빠를 보는 거 같아 괴상야릇했다.

"쿡-…."

귀엽긴.

녀석한테 어째서 가지 않았나 싶어 뒤돌아보자, 녀석의 열중하는 뒷모습에 내가 괜히 더 흐뭇해졌다.



귀가하자마자 저러는 언니가 아니꼬웠지만, 자주 겪어 본 일이라서 그렇게 대수롭지 않았다. 다만, 저런 싹수없는 언니를 누가 데려갈지가 참으로 궁금할 지경. 만약 그런 사람이 오면 정말로 잘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

"후-응…."

뭐, 말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오빠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런 것치곤 옷차림이 평소와 하등 다를  없어서 안심했다. 저런 식으로 유혹한다고 넘어가면 그거야말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일이었으니까.

벽창호 같은 언니에게 섬세하고 귀여운 오빠가 넘어갈 리가.

"-…."

은근히 오빠에게 마음이 있어서 내게 어필하여 동정을 사는  같은데…약 오르라고 보여줄지언정 나눠  생각은 없었다.

그야, 오빠는 내 거니까.

"…-."

언니에게서 물려받은 헌 거가 아닌 오롯이 나의….

"…앗-!"

그나저나 얼른 정리하고 나가서 오빠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으로 들어온 것을 떠올렸다. 처음엔 들어오자마자 뒤에서 놀래줄까 싶었지만, 그건 나중의 재미를 위해서 미루기로. 우선은 배가 너무나 고팠다.

"후 후훙-."

어디 놀러 가자는 애들한테 겨우 빠져나오느라 지쳐서,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만류조차 뿌리친 상태.

"흥-."

평소라면 허기를 달래고자 언니의 과자박스에 손을 댔겠지만, 오늘은 모처럼 오빠가 해주는 요리를 온전히 만끽하기 위하여 참기로 했다.

"……."

거실로 나오자 여전히 티브이에 눈길을 고정한 언니.

"-…."

지나가면서 얼핏 눈이 마주쳤지만, 그래봤자 서로 관심 없이 각자가 하려는 일에 집중했다.

"옿, …."

앞치마를 입었으나 정작 보이는 모습은 뒤. 그 뒤태에서 열심열심이란 의성어가 쓰일 만큼 몰두하느라고 차마 부르려던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응? 희진아 왔어-?"

그러나 이미 새어 나온 목소린 어쩔 수 없었는지, 들었기에 들려주는 반가운 대답.

"웅, 오빠! 이히히힣…."

요리하는 남자가 그렇게 멋지다는데, 귀여운 체격이 어울리지 않게 확실히 멋있어 보였다. 덕분에 뭔가 말을 잇기보단 그저 지켜보고만 싶은 심정.

"모  오빠?"

그렇지만 여전히 입은 수다스러워서,  만드는지 알면서도 자꾸만 대화하고 싶었다.

"어…면 다 삶으면 바칠 체 준비랑 냉수."

솔직히 겨우 판 모밀 하나 만드는 거라고 생각하여 금방금방 해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필요한  많은지 이것저것 보이는 조리용품들. 지금이 바쁜 모양인지 대답을 하면서도 몸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히히히…그렇구나-."

좀 더 질문할 거리나 오늘 있었던 일이라던가, 혹은 애들한테 어쩌다 붙잡히고 어떻게 빠져나왔나 대화하고픈 욕심을 억누르어 간신히. 대신 의자에 앉아 오빠가 하는 것을 구경하기로 했다.

"훙-후훙-."

배가 너무나 고팠어도 기다리기를 기꺼이.

'팅-'

요란함에 무엇인가 싶어 살펴보니까 믹싱볼 두는 소리였다.

'촤타타탓타탓!'

거기다가 얼음을 쏟아 넣는 오빠. 그러다 손을 씻어서, 얼음 몇 개를 잡아다가  개의 국그릇에다 조금씩 나누었다. 그러고선 생수  거를 믹싱볼에다 콸콸콸.  작업이 끝나니까 얼른 긴 젓가락을 집어서,  삶는 냄비를 젓다가 컵에 담긴 물을 빙 둘러 넣는다.

"후후훙-…."

계속 휘적거리기를 잠시. 잠깐은 저럴 거 같아 주변을 둘러보니까 오이는 이미 썰어진 채로 놓여 있었다.

"훔-…."

아침에 먹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었지만, 식칼로 도마 위의 재료를 써는 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래야 왠지 정감이 가고 집밥 먹는단 느낌이 들었으니까.

…다음엔 꼭 들어야지.

오빠가 또 요리해주는 날을 혼자서 기약하며, 다시 움직이는 오빠를 보니 냄비를 들고 싱크대에다 면을 붓고 있었다.

"오-홍."

여기선 사각이라 보이지 않았으나 오빠라면 분명히 체에 밭친 채로 쏟는 거겠지.

'쏴아아아-'

그런 실수를  리가 없을 거니와, 그러기엔 너무나 차분하고 자연스러웠다.

'쏴아아아아아-'

냄비의 내용물이 전부 부어져서 옆에다 놓는 오빠. 다시 긴젓가락을 집어 여기선 보이지 않는 면을 휘적휘적하고 가만두지 않았다. 마음 같아선 바로 옆으로 다가가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필시 방해라 참고서 기다리는데….

"아…? 언니!?"

언제 왔는지 그새 언니가 오빠 옆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요리 어디서 배웠어?"

내 말은 무시하고 가로채버린 오빠에게 하려 했던 질문.

"음-어디서 배운 건 아니고, 주로 설탕남님 영상을 따라  게 전부야."

우-씨, 나랑 나눠야 할 이야기를 왜 언니가 하는 거야?

"언니. 오빠 방해하지 말고 여기 앉지 그래?"

나도 따라서 오빠 곁으로 가려다가, 주방이 좁았기에 그러지 않고 언니를 불렀다.


"쿻, 질투하니?"

녀석도 녀석이었지만, 희진이를 놀리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질투? 갑자기?"

대뜸 실책을 저질렀다고 느낀  한참 뒤. 거사를 치른 덕분에 한창 치솟은 고양감이 떨어지
지 않고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라 가소롭게 느껴졌었다.

"아, 걱정하지 마. 난 그저 연인 행세를 하고 싶은 거니까."
"엑…!!?"

갑작스러운 고백에 깜짝 놀라는 목소리가 옆에서.

"뭐-? 아니 그게 무슨…."

기가 찬 것은 희진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알아 알아. 네 남친인 거. 그래서 친구로서 이렇게 사이좋게 지내잖아? 이성 간에 친구는 없다지만."

여기까지 행패를 부리니까, 화를 내려다 질린듯한 표정으로 변해서 껄끄러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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