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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3화 〉대놓고 몰래 남친 희롱하기(6) (83/107)



〈 83화 〉대놓고 몰래 남친 희롱하기(6)

아까는 화에  이겨 스스로 지나쳤다고 인정해버렸지만, 지금은 나를 이용하여 녀석의 신경을 건드리는 듯했다.

"어, 어어. 응…."

나긋나긋해도 필시 저격하는 어투에 천연덕스러움을 보면서도, 동참할 자신이 없어서 떨떠름해진 음성.

"거기에 대해서, 오빤 어떻게 생각해?"

오늘따라 유난히 답지 않은 모습이라 녀석과의 관계를 들켰나 싶었어도, 또 그런 느낌은 아니라서 혼란스럽기만 했다. 그렇다고 거의 내게 누워서 손끝으로 턱을 매만지며 대답을 기다리는 희진이에게 말을 돌리긴 어려워,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상황. 어쩌면 녀석이 희진이에게 직접적으로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더라도, 분명 다른 일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녀석이라면 절대로 희진이의 심기를 건드리고도 남겠지만….

"그…아무리 가족이라도, 말해주긴. 곤란한데…."

평범하면서도 소망을 담은 답변엔 한 치의 거짓도 없어서, 가장 이야기를 궁금해할 법한 상대에게 돌리는 시선.

"-…."

눈을 마주치니까 괜스레 피하고 싶어졌지만, 밑에서 희진이가 지켜보고 있어서 그러기도 힘겨웠다. 덕분에 왜 녀석과  마주칠 짓을 하느냐고 따지고 싶은 건 바로 아둔한 자신에게 버럭.

"쿻-, 그래?"

희진이 몰래 둘이서 이러쿵저러쿵한 상태라 내 대답이 가소로운지 면전에다 대놓고 비웃어버린다.

"그렇구나? 아쉽네."

전혀 그렇지 않은 듯이 내용과 상반된 표정. 그러고선 흥미를 잃은 것처럼 이쪽을 쳐다보던 고개를 되돌려서, 최소 세 번은 먹어야 사라질 케이크를 한입에 크게 벌려 먹었다.

"후-웅…오빠, 오빠는 안방에서 자도록 해."

어찌 보면 희진이가 계획한 대로 녀석에 대한 공격이 실패하자 화제를 바꿔 지정해주는 장소.

"안방…? 그래."

안방이라 하면 부모님께서 주무셨을 방인데, 그런 방을 아무렇지 않게 내줘서 고마운 마음 가지기엔 둘의 기 싸움을 해석하기 바빠 소파보다야 낫지란 생각만 들었다.

"그럼 됐지 언니?"

손끝으로 내 턱밑을 가볍게 툭툭 두드리며 눈을 마주치지 않고서 이어가는 대화.

"…어, 요랑 이불은 내가 준비해 줄게."

덩어리째 입에 넣었어도 케이크라서 그런지 금방 녹아버려 잘도 소리 냈다.

"아니야 언니. 오빠가 들어오게 허락해준 것도 고마운데, 양심상 그건 내가 할게."

암만 녀석을 경계해도 미안함은 있는지 거기까진 희진이가 하겠다며 사양. 장난치던 손길도 거둬서 말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끄래."

그에 알았다며 간결하니 대답해버리는 녀석.

"……."

마치 기다렸다는 듯 승낙이 튀어나오니까 희진이의 말문이 막혀버렸다. 이번  아무래도 녀석에게 희진이가 한 방 먹은 모양.

"나, 나도 도와줄  희진아."

녀석의 놀림에 무안하지 않도록 다급히 고개를 내리면서 말했다.

"…아니야 오빠. 오빠는 손님이잖아?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이건 내가 알아서 할게."

싱긋싱긋 답해주는데, 거절이 거절이 아닌 듯한 낌새. 여자의 아니는 아니가 아니라고 배웠다. 그러나 사양도 한 번은 튕기는 거고, 두 번은 재차 튕기는 것. 세 번째가 진짜 괜찮다는 의미라지만, 항상 거절할 때마다 한두 번 더 물어보는 것도 구질구질해 보였다.

"그래도…."

도와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짙어서, 갈팡질팡하기보단 안전하게 도와주고 싶다는 의사나마.

"상명이가 괜찮다잖아? 그러니까 어서 이 언니에게 미안한 마음 가지고 다녀오지 그래?"

 설득해서 같이 갔으면 어땠을까 후회하려다, 녀석이 사용하던 그릇과 포크를 들고 일어서며 희진이를 떠밀었다. 속에 가시가 있음을 알았기에 전혀 친절해 보이진 않았지만, 비켜나는 몸짓에 표정부터 눈짓까지 적나라해서 이렇게 친히 자리도 비워줬으니 어서 다녀오라는 움직임.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거니까, 후후후…."

다시 언성이 높아지려는 찰나 부글거릴 뻔한 감정을 잘 다스리고는 웃음으로 무마한 거 같아 보였다.

"-…."

대신에 나가면서 구시렁거리던 목소리가 살짝. 듣지 못해서 다행이었다.

"…끙."

이러니저러니 해도 녀석이 희진이를 가지고 노는 분위기.  대면에선 무시하는 소개를 하더니, 이래서야 만약 녀석과의 비밀을 들키더라도 희진이가 제대로  힘이 되어줄지가 의문이었다.

…아니지, 힘은 무슨.

잘못은 내가 했는데, 무슨 면목으로 희진이에게 기댈 생각은 한 걸까? 당치도 않아서, 순간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퍼져 이기적인 자신에게 적개심이 생겼다. 그러한들 결국엔 누워서  뱉기여도.

"…간 거 같아 자기?"
"응?"

망연히…사실은 멍하니, 희진이의 뒷모습이 거실로 사라지는 걸 쳐다보다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까 근접해 오는 녀석의 얼굴.

"갔지?"

  물어 강조하는 것이, 자기가 쫓아내 놓곤 내게 묻는 의도가 궁금해졌다.

"…갔지."

녀석이 부를  이미 눈앞에서 사라졌기에 본 걸 그대로.

"쿻-, 그럼 이리와 자기."

근데 방금, 자기라고?

"뭐…? 읍!?"

희진이도 희진이지만, 녀석 역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서 방심하다가 피하지도 못한 채 입을 내어줘야 했다.

"훟-…흐븝."

당황하여 떨어지려고 발버둥 치자,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새 뒤통수를 잡아서 더욱 끌어당기는 얼굴.

"…읍, 츕-츱."

겹치는 입술 이빨에 여기저기 짓눌리도록 거슬려도 혀가 자주 입속을 희롱하며 타액을 여기저기 묻혀대니까, 반대로 내 혓바닥은 기세에 눌려 바닥만 지키고 있었다.

"릅릅릅!?"

힘이라면 당연히 내가 더 좋아서 거부한다면 밀쳐낼 수 있겠지만, 그랬다간 녀석의 어떤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지 염려하니까 쉽게  수만은 없는 반항.

"흐…읍? 픕!"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몸은 능욕당할지언정 마음은 계속 희진이를 생각하며 넘어가지 않으려 하는 거였다.

"읕-, 으읍. 릅풉흡븝…!"

이리 마음을 먹으니까, 각오는 그저가 아니고 고작인 듯한 서글픔을 증명하듯  새 없는 흡입과 혀의 휘저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한심함.

"으읍! 흡! 르브븝…!"

그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표정으로 미간을 힘껏 찌푸리며 나는 이런 행위가 불쾌하단 내색을 비춰도, 자지는 끝까지 부풀어 언제라도 용솟음칠  있다며 내게 자기주장 하는 거였다.

"파-! 뭇…?"
"후-웋! 쯔븝, 릅!"

암만 싫어해도 녀석이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 소박한 바람이야 보이지도 않을 거기에 생각이 바뀌어서 간신히 입술을 떼니까 시간의 단위가 초로 넘어가기도 전에 금방 막혀버리는 시도.

"륩륩륩륩…츕-."

여자애랍시고 얼굴을 잡긴 곤혹스러워 어깨를 잡아 미니까 소용없어서, 뒤통수를 잡은 연약한 손에 무슨 힘이 있는지 벗어나지 못하도록 끈질기게 머리를 당겨졌다.

"큽-…!"

나도 체격이 왜소하나, 그보다 더한 녀석에게 맥을 못 추리니까 창피하면서 동시에 반응하는 몸.

"으브브븝…!"

밤에도 틀어진 에어컨이 의미 없게 땀이 나도록 체온이 상승하여 화끈거림은 더해졌다. 이러다 희진이가 오면 어쩌려는 건지, 과감한 녀석 때문에 쪼이는 듯한 목구멍의 착각에 갑갑함만이….

"언니-. 혹시 베개피가 어딨는지 알아?"
"푸-하…!"
"쯥-…쿻!"

생각…말이 씨가 되어서 다가오는 인기척에 놀라 급히 손속을 두지 않고 밀치곤, 오해를 사지 않게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녀석에게서 완전히 몸을 돌렸다.

"쿠-훟."
"……."

하지만, 입맛을 다시며 입 주위를 손등으로 닦는 소리가 감추려는 의도를 느낄 수 없었기에  막힐 듯한 두근거림.

"……뭐야?"

싸늘한 음성에 희진이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는지, 금방 날카로워진 눈매는 누가 봐도 의심으로 가득한 눈이었다.

"하하하……-."

자리에 앉지 않고서 소파 등받이 사이로 있어 몹시 부자연스러운 상황. 특히나 막 격렬한 입맞춤을 황급히 끝낸 상태라, 그 모습을 보지 않았더라도 감정 추스르기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했다.

"…뭐가?"

그에 비해 녀석은 시치미를 뚝 떼고 도리어 희진이에게 무슨 일인지 묻는 태연함.

"후-응…."

녀석에게선 정보를 얻기 어려운지 나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이럴 때야말로 눈을 피하면 의심이 더 커질 것을 알기에 심장이 쿵쾅거려도 바라보는 눈동자엔 꼭 눈물이 나올 거 같았다.

"…읗-."

창피하게도.

"…언니 방금 머 했어?"

그래도, 처량한 표정이 통했는지 나를 추궁하기보단 녀석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렇다고 나의 불안이 사그라들긴 어려웠지만.

"…쿻-! 네가 상명이에게 항상 하던 짓?"

대답이 모호해서 어느 것을 특정 짓기 어려운 대처였으나, 녀석과는 연인다운 짓보다 연인이면 할 수 있는 일을 했기에 희진이가 무엇을 말하든 거짓은 아마 없을 거다.

"…."

정답일 확률은 낮을 거라 하여도.

"내가 오빠에게 항상 하던 거?"

녀석이  떨어지게 이상한 말을 하니까, 곁에서 보는 내가 다 떨렸다.

"맞아, 네가 상명이에게 하던 거."

하아….

언젠가부터 피해자에서 공범이 돼가는 느낌이라 그런 걸까? 희진이를 사랑하지만, 그만큼 미안함과 죄책감이 커지는 건 어쩔  없는 일…이라고 변명해도 스스로 수긍하기 어려웠다.

"…그게 뭔데 언니?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해줄래?"
"…."

녀석의 긍정에 고민하는 희진이도 희진이지만, 나 또한 무슨 말을 내뱉을지 몰라서 공연하게도 쓸데없이 나도는 긴장감.

"쿠-훟. 네가 하던 짓인데, 그게 그렇게 궁금해?"

하, 괜히 왔다. 살려줘….

"………어."

침묵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님에도 길어서, 희진이의 대답까지 체감상 십  남짓이나 지난 거 같았다.

"쿡-, 그게 소원이라면. 그럴까?"

자신만만한 반응에 불안한 눈빛으로 힐끔 녀석을 훔쳐보다 마주쳐서, 씨-익 웃는 미소로 인해 촉촉한 눈망울이 불길함으로 변하고는.

"꿀꺽…."
"…왁-!"
"우-햣!?"

녀석은 희진이를 향해 마디만 접은 손을 펼쳐 어깰 들썩였음에도, 옆에 있던 내가 놀라고 말았다.

"참…머한 거야 언니?"

희진이도 놀란 모양이나 나처럼 화들짝 거리기보단 녀석의 돌발성에 당황한 기색. 희진이의 눈길을 보니까 그리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눈초리였다.

"쿠훗-. 아까 놀랐으면서  놀래네?"

그런 우리 둘을 두고서 정말 재밌다는 듯이 가볍게 웃는 녀석.

"희진이 니가 얘를 왜 놀래키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야. 귀엽네."

희진이보다야 박력은 부족했지만, 여리디 약한 가슴에 놀라기는 충분한 놀래킴이었다.

"아, 아하하…."
"하-…! 둘이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이거 정말 놀라울 정돈데?"

나조차 긴가민가할 변명을 듣고 코웃음 치는 모습이 딱 씨알도 안 먹히는 모습. 그야 녀석과 장난칠 정도로 친해지기에는 희진이에게 보여 준 모습이 전혀 없어서 설득력이 부족했다.

"그야, 친구이기도 하지만. 둘이 결혼하면 제부이기도  테니까."

언제부터 친구 하기로 했는지 나로선 어불성설이어도, 여기선 그렇다고 말하지 않으면 함께 곤란해지겠지.

"…제부?"

결혼 이야기 또한 염두하고는 있었으나, 여기선 친구란 단어에 한정하여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어머? 둘이 결혼 이야기는 아직 이른가?  상명이라면 믿고 희진이를 맡길  있다고 생각하는데."
"읏-…!"

의식의 흐름을 어디서부터 놓쳤는지 갑작스럽게 결혼 이야기가 나와 당황하는 희진이.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끙…."

결혼이야 진지하게 생각해도, 아직 어리니까 저런 반응은 어쩔 수 없기에 살짝 쓰라린 가슴. 나였다면 순순히 인정하고, 나아가 책임감에 대해서 열변을 펼쳤을 거라 다시 말문이 막힌 희진이에게 살짝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헿-."

그때, 생각지도 못한 발언으로 곤경에 빠진 줄만 알았더니 느닷없는 웃음이.

"뭐야아 언니-. 그런 의미로 오빠랑 친하게 지낸 거야?  또…진작 말을 해주지."

희진이는 희진이 나름대로 녀석을 단정 짓고 있었나 보다.

"오빠 성격에 언니한테 끌려다니기만 해서 약점이라도 잡힌  알았는데, 내가 너무 지나친 생각을 했었나 봐? 진짜로 둘이 친하게 지낼 줄은 몰랐어."
"쿠후훟…그래?"

희진이의 걱정에 녀석처럼 이 무슨 헤프닝이라고 웃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공교롭게도 지나치단 생각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근데, 베개피가 어딨는지 모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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