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8화 〉대놓고 몰래 남친 희롱하기(1) (78/107)



〈 78화 〉대놓고 몰래 남친 희롱하기(1)

"으으읗-, 끙…."

제법 놀라는 반응이라 속으로 쾌재. 굳이 어렵게 빙빙 돌리기보단 능숙하지 않아서, 않기에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우리의 단계인가 싶었다.

"히힣-."

어리숙하다는 건 이런 것을 보고서 하는 말이겠지, 어른의 연애를 바랐어도 실상은 아직이었으니까.

"오빠…빨아줄까?"

지퍼를 열고 자지만 나오면 돼서, 고개를 돌려 삼키면 그만이었다.

"읗…끙-."

성욕 앞에선 식욕도 제힘을 발휘하긴 어려운 실정. 배가 고프긴 했어도, 행복감에 젖어 든든하단 착각 때문에 버틸 만했다. 점심도 늦게 먹어서 그런 것도 있었고.

"…먹고 하자. 급하게 오느라 콘돔도 못 챙겼으니까."
"아…."

치솟은 고양감 빠르게 낙하하여 땅바닥으로 철퍼덕.

"……."

기분의 급감이 이리 심할 줄은 몰랐기에 오빠의 말에 다시금 허리를 들어 소파에 앉았다. 몸은 돌리지 않아 등을 보인 상태.

"응…, 그럴까 오빠?"

확실히 위험한 날이긴 했다. 이번 주는 특히나. 그래서 콘돔을 사용한 건데,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멋을 추욱 처지게 해서 아예 구비해 둘까 싶은 마음. 그러면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걱정스러웠으나, 야설에서는 밥 먹듯이 섹스도 했으니까 괜찮아 보였다.

…아마?

"참, 그러면 차라리 편의점에 다녀올게. 도시락 사 오면서 겸사겸사 콘돔도 사 오지 뭐."

편의점에서 여러 가지 판다는  알았어도, 설마 콘돔까지  줄은 몰랐다. 오빠는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몰랐지만,  때문에 인터넷에서 공부도 많이 한다고 했으니까 이것도  일환이겠지.

"희진이는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배달 음식과 다르게 편의점은 갓 완성된 요리가 아니어서 맛은 떨어졌지만, 대신에 식당에서 팔지 않는 메뉴가 있었다. 밤새 한다는 장점도 있어서, 가끔 새벽에 깼을  소소하게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가서  올 수 있는 편리함. 단점은 역시 규모에 따른 다양성의 차이와 가격이 비싸다는 거였다.

"글쎄…."

워낙 종류가 다양하고 그걸 기억할 즈음엔 내용물이 바뀌는 것이 허다해서 뭐 사달라고 단정 짓긴 애매한 상황.

"같이 갈래…? 아니면, 음식만 배달하고…나머진 내가  올게."

갈피를 못 잡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나와 달리, 깜찍하게 놀라는 반응은 여전해도 어른스러운 침착한 대응에 왠지 나만 조급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도 그러했으니 착각은 아니었고.

"웅…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오빠."

갈팡질팡하는 마음 간간이 내보이면서도 갑갑한 본인의 미적지근함이 그저 분했다. 대체 난  이러는 걸까? 여자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서 헤아리기 어렵다더니, 이래서야 자신도 알  없는 깊이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이건 바다는커녕 주전자에 끓는 물과 비슷한 기복. 생리도 아닌데 다급한 듯 느긋하다가 성질이 날 거 같은 조울 증세에 스스로가 희한했다.

"에…, 오빠-?"

그러는 사이 뒤에서 인기척이 가까워지는 것을 알았을  이미 안겨져서, 가슴 위 쇄골에 교차하며 자리한 오빠의 손.

"괜찮아??"

귓가로 상냥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안정감이 화-악하고 불어와 얼굴부터 가슴까지 따뜻하게 퍼졌다.

"힘들면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본인이 이상하단 사실을 모를 리가 없겠지만, 이렇게 위로해줄 줄은 몰라서 정지해버린 사고.

"너무 들떠서 느닷없이 찾아온 내 잘못이니까."

그래서 그런 건 아닌데…오빠가 와서 좋은데….

무언의 열등감에 오해만 일으키고, 이렇게  마음 쓰게 해버렸다. 혼자 화내고 혼자 불안하고 혼자 좋아하다가 혼자 자책해버리는 추태.

"아니야, 오빠. 난…."

이마저도 들키기 싫어 주책머리 없이 굴다가 도무지 진정되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어도, 호흡할 시간조차 내주지 않은 채로 다시 벌리는 입안에서 나온 내용물은 확실히 과도했다.


소녀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관차처럼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이 야속해서 어쩔 줄 몰랐다. 생리는 분명 일주일 전이었어도, 마치 지금인 것처럼 짜증일 물밀 듯이 밀려왔으니. 또 그걸 잘못이 없는 소년에게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만 신경질을 내려고 감정이 변덕을 부렸다. 나쁠 리 없이 좋으면서도 자신조차 의중을 알 수 없는 성미. 그냥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다고 하기엔, 달가워도 그렇지 않은 만큼 감각이 이상했다. 너무 자기 편한 대로 흘러가기만 하는 이 상황을 자각하라고 경고하려는 어렴풋함.

"츄-븝, 흡-…."

어쩌면, 소년이 소녀에게 숨기고 있던 사실을 짐짓 추궁하면 진솔한 대화 후에 서로 현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여자의 직감, 무서우리만치 예민해진 신경….

"릅-…으-흡!"

그러나 그걸 잠잠해지도록 해주는 건, 심경이 오묘해진 자신을 더욱 갈팡질팡하게 해버린 소년이었다.

"쯔-읍, 쯥-."

달래주러 오니까, 소년을 향한 소녀의 알듯 모르는 앙금까지 사르르. 아이 달래듯이 신중하고도 사랑스러운 손길이, 오히려 둘 사이를 위협할 씨앗이 트이도록 내버려 둔 걸지도 몰랐다.

"흡-, 하-읍!"

코가 맞닿지 않은 채로, 능숙하게 교차하는 고개. 공식으로 알려진 연애의 단계를 아무리 고속으로 밟았다 하더라도, 입술을 사용하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웅-훟, 응-…."

소녀는 사실 형체가 뚜렷하지 않은 울분이었으나, 애정을 확인했다고 확신한 탓에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잘해줄수록 만족하지 못하고 욕심이 넘어서 어디까지 어리광을 받아주는지 시험하고 싶은 잠깐의 허영심이라고 단정 지었으니까.

"오빠…웅, 흡-."

등을 보이며 우울해진 소녀를 알아채고 소년이 껴안았었다. 그런 소년의 씀씀이에 소녀는 불안함을 잊으려 상체를 돌렸고, 화답으로 전하는 키스. 소년도 마다하지 않다가, 너무 붙어서 곤란하지 않게끔 살짝 떨어진 덕분에 행위가 더욱 자유로워졌다.

"응-읍, 푸…."

자신도 상정하지 않은 달려듦이라 잠깐 돌리는 숨.

"흐-웁, 르븝. 릅-!"

입술을 타액으로 적시고 혀로 서로를 맛본다. 시선을 마주 보다가 눈이 감기는 건   미각에 집중하기 위해서.

"하-븝! 쯉, 흡-."

말할 수 없고, 말하기를 미루고 싶은 의중이 똑같아서 입술과 혀의 움직임에 열을 올렸다.

"흐-레릅. 흐브븝…."

요란하게 입술을 포개어서, 입의 벌어짐이 커질수록 진득하니 놀아나는 혓바닥. 누가누가 서로의 입안을 잘 조사하나 내기라도 하듯이 겨루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차례를 양보해가며 즐겼다.

"푸-흡, 하…으-흡!"

진득한 실타래가 늘어뜨려져 떨어지거나 끊기기도 전에 한 줄기의 흔적을 턱에다 탁. 여태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이면서 이러더니, 조금 잠잠해져 눈을 뜨니까 약간 떨어지면서 이번엔 얼굴을 오른쪽으로 기울였다.

"읍-, 응-훕!"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도만 바꾼 자세. 목 위로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까닭은 꼭 껴안기보단 아프지 않게 어깨를 잡으며 오로지 키스에만 몰두해서였다.

"릅릅릅, 흡-."

소녀가 바랐던 것처럼 박력 있게 어깨를 잡아버린 소년. 처음에는 팔뚝에 살집이 눌리도록 꽉 잡고 있었지만, 지금은 무의식적으로 들어간 손으로 인해서 소년이 얼마나 탐닉 중인지 보여주었다.

"쯔-읍, 훙…흫, 응-…."

소녀 역시 살짝 거슬리는 어깨였지만, 역설적으로 흥분감 또한 느껴져서 싫지만은 않은 상태. 이런 감정의 변화가 놀라워서, 아까의 불안정함 또한 지금과 비교하니까 더욱 수긍할  있게 되었다.

"하아…후-, 이제 좀 진정됐어?"

그렇게 슬슬 전희가 마무리된  같은데, 조심스럽게 물러나는 소년.

"…오빠라면 진정된 거 같아?"

소녀는 이제 시작이건만, 소년은 소녀와 다른 의미의 끝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끟-, 아니…."

여운이 남은 듯한 소녀의 눈빛 때문에 속내를 드러낼  없는 섬뜩함. 이미 어제오늘 기가 빨리고, 무엇 하나 제대로 먹지 않은 소년에게 솔직히 위기였다.

"후힣-, 히히히…."

그런 소년을 진심으로 덮치려다가, 이내 자신도 역시 기운이 부족하여 풀어지는 표정.

"봐줄 게 오빠, 하- 배고푸다-."

임전 태세 직전이던 소녀의 성욕보다 식욕이 이겨,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갔다.

"아, 응. 그러게."

소녀가 겨우 진정되자, 안도하면서 대답.

"뭐 먹고 싶은 건…내가 알아서 사 올게."

그러나 다시 성욕에 빠지지 않으란 법은 없어서, 얼른 나갔다 오고자 했다.

"히힣, 부탁할 게 오빠."

기진한 모습이 아예 거짓은 아니라서, 별다른 치기 없이 동조하는 소녀. 우습게도, 여기까지 걸렸던 시간은 고작 오 분이었다.

"응-."

아까 자신을 괜히 심란하게 만든 허울도 이유 없이 일어난  아니라서, 짐작은 가도 물증이 없는 아연한 심증이 구체적이지 않아 싫증이 난 거뿐.

"아, 배웅해 주께 오빠."

이전의 기색이 거짓말처럼 지워져서, 소녀는 흥얼거리며 소년의 뒤를 따라나섰다.



아무거나란 대답에, 반복해서  사 올까? 라는 오빠에게 끝까지 괜찮다고 대답하니까 뭔가 심심했다.

"있지 오빠, 올 때 진짜 알몸으로 반겨줄까?"
"푸-훕!?"

그래서 놀려주자마자  머금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마치 머금던 물을 뱉듯이 놀라 떨구는 고개…아니, 상체 전부.

"커-흡! 허-흡!"

숨이 멎을 듯한 오빠의 표정이 볼만했다.

"후히히히, 오빠가 기대하고 있던 거 아니야?"

말해놓고도 진짜 그래야 하나 싶은 걱정은 항상 저지르고  뒤에.

"어…, 음-…."

무척 망설이는 것을 보니까 싫은 건 아닌 눈치였다. 그러나 이것마저 전화로 대화했던 것처럼 쉽사리 치지 못하는 섹드립. 이걸 보아 대면하지 않으면 오빠의 입이 기세 높아진다는 걸  수 있었다.

"보고 싶다고 하면, 올-마든지 해줄깽-."

말하면서도 쑥스러움에 괜스레 굴리는 발음.

"…응. 보고, 싶어…."

반응보다 쥐꼬리만 한 목소리로 도망치는 오빠를 키득거리며 보내주었다.

"헤헤헤헿-…기대해."

어차피 들리지도 않겠지만, 이미 결심이 서서 쿵쾅거리는 심장.

"알몸, 훙…."

누군가 두들기듯 고동이 커져서, 부끄러우면서도 짜릿한 설렘이 공존했다.

"…알몸?"
"힉!?"

그렇게 주섬주섬 준비하려는데, 전신거울에 비친 귀신보다 훨씬 무섭게 들리는 목소리. 오빠랑 노닥거리느라 한참을 까먹었던 언니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언니…?"

허락받아야 하는 사람이 오빠에게 부모님이라면, 내게는 언니. 평소 쥐죽은 듯이 지내다 요새 저녁도 자주 같이 먹고 하니 긍정적이었지만, 이럴 땐 방해밖에 되지 않았다.

"…쟨 또 왜 여깄어?"

막 일어난 듯 반쯤 감긴 눈. 나와 마찬가지로 비치는 잠옷이라 오빠와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야 속옷은 입었지만, 언니는 팬티만 입다 보니 더더욱.

"어…그게, 내가 불렀어."

둘이 서로 보는  둘째 치고, 지금은 상황에 대하여 변명할 때였다. 어제는 언니의 아량으로 집을 비워 둘이 있기를 허락해줬다지만, 이건 스스로 생각해도 도를 지나친 느낌.

"하-!  내가 안 보이나 보다."

아무리 남친이라지만, 혼자도 아닌 언니랑 둘이 사는데 야밤에 외간 남자를 불러들이는 건 심했다. 거기다 아무런 언질조차 없었으니 화를 내더라도 감내해야지. 이래서야 누가 누구보고 무례하다느니 말할 처지가 되지 못했다.

"그, 미안해 언니…."

한때의 행복은 잠깐.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도 언니는 엄연히 내 보호자다. 그게 어쩌다 간섭하는 경우로 다가오는 것이 태반이긴 했어도.

"아니, 흠-…야단을 쳐야 하긴 하는데, 그 태도를 보면 너도  잘못한 건지 알지?"

최근 묘하게 내 편의를 자주 봐주던 터라, 누그러진 모습에 애교를 부리면 쉽게 넘어갈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히히…언니 미안!"

바로 실행에 옮겨 언니보다 키가 작아지도록 허리를 숙여 비비는 손. 아까 느낀 짜증은 얼핏 언니에게도 미쳤지만, 이건 심리적인 거부감과 다른 문제였다.

"아니, 뭐…발정 난 원숭이처럼 너무 자주 하진 말고."

겨우 어제 두  한 거뿐인데, 너무해.

"읏-, 언니이!"

언니나 나나 직설적이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까운 상대에게 한해서 하는 말이다. 그렇게 치면 나한테 이런  하는 것도 당연하다 싶지만, 오빠와 처음 봤을  실례를 저지르진 않았는지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떠올랐기에.

애초에 언니의 인간관계는 괜찮은 걸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