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화 〉농밀해진 애정행각(3)
어제처럼…끈적함의 여운을 상기하도록 유인했다. 그러면서 위를 쳐다보던 고개를 정면으로 향하니까 어쩔 수 없이 드러난 오빠지 고간.
"힣-…."
기특하게 발기된 볼록함을 보니까 대견함에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그런 사실을 알아채서인지, 부끄러움에 빨라진 속도로 억지로 앉는 오빠. 오후에 일어나서 오빠와 같은 생각에 슬쩍 소파를 만지니까 어제 그렇게 했음에도 청결했었다. 아마 오빠가 이거까지 정리하고 간 탓이겠지.
"읗-."
다급하게 움직이고선 이대로 입을 열지 않으니까 공기가 어색해졌다. 세심함에 고마움을 내색할까 싶다가 조금 떨어진 거리감에 살며시, 그러면서 당연하게 옆으로 앉아 밀착하는 가뿐함.
"우-훟!"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잡고 깍지 끼는 행동에 선뜻 가슴이 두근거려서,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해 잠을 설쳤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지금도 손을 맞잡고, 대화 없이 마주 보는 행위가 즐거워서 싫진 않았어도.
"후후훟-."
오늘로 약 두 달이 지난 거 같은데, 벌써 이렇게까지 발전하니까 어처구니없음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음, …응?"
당초 웃기만 하면서 설핏하고 할 듯 말듯 행동하니까 무척이나 의아한 기색.
"아니야 오빠. 단지…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해서."
어깨에 기댄 머리가 천연덕스럽게 허벅지로 이동하여 의도적으로 뒤통수를 다리 사이에 두었다. 거기다 얼굴을 배 쪽으로 가깝게 두니까 닿을 수밖에 없는 고간.
"…하하하, 나도."
미묘한 웃음소리로 무마하기엔 쫑긋해서, 귀에 닿은 따듯한 부근을 좀 더 의식하게끔 해주고 싶었다.
"오빠아-…."
한껏 응석을 부리며 파고드니까 아직 다 자라지 않았는지 더욱 커지는 자지의 감촉.
"응-?"
얼굴엔 당혹스러움이 묻어 있어도, 내가 알고 이러는 것을 오빠도 알기에 제법 늠름하게 받아주었다. 그렇다곤 해도 하자고 한다면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겠지. 물론 나도 어제의 아픔을 기억하기에 서두르지 않고 있었다.
"히히힣, 그냥 불러 봤어."
티브이는 그저 썰렁한 기류를 메꿔주던 소리에서 소음으로 전락. 이젠 굳이 이야기할 화제나 주제가 없더라도 말 없는 조용함이 껄끄럽지 않았다.
"후후, 응-."
예전에 비하면 많이 능글어진 오빠의 태도. 섹드립도 얼추 적응했는지, 가벼운 거로 타격을 주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슬슬 다른 시도가 필요해 보이는 시기.
"참, 희진아."
자지의 온기를 더욱 확인하고자 뺨으로 비벼보는데, 오빤 태연하게도 이름을 부른다.
"웅-? 왜에?"
이런 상황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면서도 손을 들어 오빠의 볼을 가지고 놀려 움직이는 어깨.
"아까, 해주겠다는 거 생각나?"
소리 없이 올라간 손가락이 턱으로 내뻗기 직전에 멈추면서 떠올렸다.
"…후훟, 내가 뭐라 했는데 오빠?"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알기에 물어보는 것. 입에 담기에 무척 창피한 단어를 내뱉는 것도 어디까지나 오빠의 반응이 귀여워서지, 나도 스스럼없이 행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진짜 오빠가 올 거라곤 발상조차 못 했기에 아무렇게나 했던 말을 이제 와서 해주기엔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 그래서 쑥스러웠지만, 그렇지 않은 척 되물었다.
"내가 오면 알몸으로 맞아주겠다고…했지."
진도가 빨랐던 만큼 성장도 급격한 걸까? 순진한 구석은 아직 남아 있어도, 이런 귀여운 얼굴로 야한 이야길 먼저 꺼내니까 이번엔 내가 당황스러웠다. 설마하니 그런 말을 웃으며 말할 줄은.
"웅-…, 구랬찌?"
민망함을 숨기려 어눌해진 발음은, 최근에서야 자각할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버릇이라 쉽게 고쳐지진 않지만.
"근데 괜찮겠어 오빠?"
"응? 뭐가?"
나는 티를 안 내려고 가슴속에 꾹꾹 담아두는데, 오빤 여유를 찾았는지 생글생글한 미소가 괘씸해서 뭐라도 반격하려고 열심히 구상하고 있었다.
"내가 벗으면…오빤 잠 못들 텐데-."
멈췄던 손이 다시 움직여 오빠의 턱을 감싸다가 귓가로 손가락들이 갈라져서 쭈우욱. 새끼손가락이 오빠의 뒷덜미를 가로지른다면, 약지와 중지는 귓가를 뭉툭한 가위처럼 접었다 펴줬다. 중지는 그러면서 동시에 손끝으로 구레나룻을 매만져 까끌까끌한 머리카락의 감촉을 즐겼으며, 검지는 마디가 광대뼈에 닿아서 눈가를 늘어뜨리다가도 살포시. 엄지로는 한창 기세등등한 입술을 문질러서 사소한 복수를 했다.
"오빠는 어떠게 생각혜?"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실은 창피해서 부끄럽지만, 굳이 내 얼굴을 손뼉으로 가릴 필요 없이 오빠의 얼굴을 액괴처럼 만지며 대놓고 안 보이도록 눈을 가린다면 토마토처럼 빨개진 내 얼굴 볼 수 없겠지.
"히힣-."
그런 생각에 잔뜩 주무르는데, 생각 외로 재밌어서 손이 분주해진다.
"크-후-우움…부건 역시 공란하겟지?"
오빠답게 진지한 대답을 해도 찰흙처럼 볼때기를 문지르니까 우스꽝스러워진 발음. 하지만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출 수 있어서 손을 더 마구잡이로 놀렸다.
"그러까?"
남자 피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말랑말랑한 뺨. 앙증맞은 귓불은 촉감이 좋으면서 뒷머리는 잘 다듬어져 있었다.
"히힣-."
자꾸 엄지로 보이지도 않을 지문을 입술에다 남기는 건 혀에 닿긴 전 손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흔적. 즉, 물리적으로 의미 없는 자국을 미련하게 남겼다.
"후후훟…웅-히히히히히."
하염없이 주무르다 보니까 묘하게 중독돼서 좀처럼 놓을 수 없는 손. 혹여나 눈을 찌를까 조심하면서 장난스럽게 인중을 꼬집다가도, 유치하게 콧구멍을 살며시 건드렸다.
"헤헿, 헿-."
넣을까 말까 하는 손길에 하나 아쉬운 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 많이 가라앉았어도 붉어졌던 얼굴 들키지 않는 게 다행일지언정, 지금은 오로지 손만이 좋아할 법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귀여워-."
오빠에게 장난칠 때 만족스러워지면 내뱉는 말. 이런 행복함 이상으로 손짓을 끊지 않는 건 부가적인 즐거움이었다.
"…근데 오빠, 저녁 먹었어?"
뭔가 할 말이 없어져서 안부 겸 건네 본 말. 늦은 시간이지만, 저녁은 나도 아직 먹지 않았었다. 새벽에 깨어 잠이 오지 않아 아침까지 본 연애소설. 이후 자고 일어나니까 오후여서, 간단히 먹으며 오빠 생각에 연락 한 번 보냈었다. 그러다 침대에 누워 답장을 기다리며 쉬는데, 평소라면 다른 애들과 토-크로 대화하고 있었을 주말. 혹은 놀러 나가던가 했어도 현실은 회복에 전념하여 오빠의 연락을 기다리다 다시 잠들고는, 전화음에 깨버렸었다. 너무 늦었다는 불평과 함께 히죽거리며 목을 가다듬고 받았더니, 오빠의 갑작스러운 방문 선언. 불가능할 거로 생각하면서 괜히 헛바람을 불어넣었다는 자책감에 어떻게 될까 연락도 끊겨 조마조마하다 진짜로 오니까 내심 많이 놀랐다. 보고 싶다니까 찾아온 것에 감동은 받았어도, 그러기 위한 과정이 순탄치 않아서 쉽게 기뻐하기도 어려운 복잡함. 여러 상황과 감정 변화가 소강상태가 되자, 자신이 오늘 한 끼밖에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허기짐에 알 수 있었다.
"아니."
자신처럼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길래 혹시나 물었는데, 정답.
"그럼 머 시켜 먹을까?"
식사 상대가 생기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쁘게 물었다.
"…시켜?"
항상 배달 시켜 먹다 보니, 왜 되묻는지 처음엔 의아. 내게는 당연했던 터라, 딱히 의문을 가지지 않은 채로 미묘한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응…책자 가져다줄까?"
그렇지만, 조금 낌새가 이상하단 걸 느껴서 얼른 일어나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주방 탁자로 이동. 그러느라 벙찐 오빠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여기 오빠."
"고마워."
서둘러 가져와 냉큼 건네주는데, 아까의 미묘한 표정은 사라져 안심. 방금의 위화감은 착각이었나 싶었다.
"희진이는 먹고 싶은 거 있어?"
책을 펼치기 전에 선택권을 양보해주는 오빠.
"히히히, 이번에도 오빠가 골라줬으면 좋겠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배만 고팠지 구미가 당기는 건 없었다. 정확히는 아까 봤던 오빠의 의도가 혹시 돈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 싶은 걱정일까 싶어, 만약 싼 걸 고른다면 비용은 자신이 내주겠다며 의도를 넌지시 전해 줄 생각. 직접적으로 도와주면 아무래도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는 셈이라 번거로워도 이래야 했다. 어차피 언니랑 내가 시켜 먹는 배달용 식비 카드가 있어 그걸 주면 됐지만.
"어?"
책자를 펼치자 알맞게 허벅지로 툭 떨어지는 카드, 두 쌍의 눈동자가 그리로 쏠렸다.
"계산은 이걸로 할 거야 오빠. 나랑 언니가 시켜 먹을 때면 항상 이걸 쓰거든."
어제는 언니가 집을 비워준다면서 가져갔지만, 오늘은 제대로 있어서 안도. 만약 이번에도 없었다면 귀찮게 또 현금을 써야 했다.
"응…그래?"
이걸로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오빠의 고민을 덜어 내줬다는 생각에 좋아했는데, 표정을 살펴보니까 별로 좋아하는 기색은 아니라 자각하는 착각. 그럼 대체 뭐가 문제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희진아, 혹시…반찬은 있어?"
여기서 뜬금없는 오빠의 반찬 질문에 머릿속에서 차차 맞춰지는 퍼즐. 어째서 의아한 태도였는지 이제야 알 거 같았다.
"반찬? 없는데…."
부모 없는 자식이란 시선에 오빠는 색안경을 끼지 않아서 괜찮았지만, 생활력 없는 여자 취급받기 싫어서 발언에 주의하던 것이 허사가 된 느낌. 더군다나 청소라던가 집안일에 대해선 언니가 도맡아 하고 있으니, 여성스럽다는 건 오로지 몸매 하나가 전부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선 볼품없을 수밖에.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되도록 알려지고 싶지 않았다.
"그래?"
심각하게 생각하는 나와 달리 그렇구나라고 잠시. 그러고는 카드를 자신의 옆 팔걸이에 두고서 책에 집중하길래, 어차피 혼자 불편해봤자라 다시 소파에 앉아 아까처럼 오빠에게 기대듯이 누웠다.
"훙-…."
이번엔 다리까지 올렸으니 팔걸이로 올리는 발목. 표정은 관리하고 있어서 오빠 얼굴을 보며 힐링하고 있으나, 괜스레 발가락만 꼼지락거리는 건 아직 언짢은 것이 풀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만을 쪼잔하게 드러냈다.
"있잖아 오빠."
그러다 뺨으로 느껴지는 온기와 감촉에 살짝 누그러지는 마음.
"…응?"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만 부자유스러워서 어수선하다가, 오빠도 티만 안 냈지 내용은 달라도 똑같이 숨기자는 마음을 알아채자 여유를 되찾아서 다시금 손을 뻗었다.
"이참에 말야, 오빠가 보내주던 사진 있지?"
자지를 빨딱 세우길래 좀 더 파고들어서 비비적. 그러면서 구태여 다른 이야기를 하는 태연함은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섹드립 치는 것과 다른 재미가 있었다.
"…응."
광대뼈와 관자놀이 부근으로 직접 자지의 윤곽이 느껴지니까, 이러한 자극에 오빠의 몸이 떨리는 것도 예상대로. 음성마저 살짝 떨어서 더욱 괴롭히고 싶어지는 마성이 있었다.
"그거 해조."
몸을 움직이느라 입은 별생각 없이 떠들긴 했지만, 오빠가 간혹 보내주던 수제 요리 사진에 먹고 싶단 감상도 있어서 막힘 없이 내보이는 본심. 성감대를 건드리면서 부탁하는 자신이 제법 악독해 보이긴 했다.
"지금…?"
자지랑 오빠가 미약하게 움찔거리는 것을 얼핏 진동으로 확인하며 당황스러운 대답이라, 확실히 그러기엔 너무 늦은 시간대.
"히히, 나중에…."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감추려는 것을 실패해서, 다른 곳으로 화제 돌리는 시도 또한 맥없이 막혔다.
"…."
오히려 이런저런 수단을 강구할수록 나락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어 잠깐 멈춘 입. 이런 곳에서 이상할 정도로 피해 의식을 심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니까, 손은 다시 오빠의 얼굴을 괴롭히는데 빨개진 전과 비교하면 눈매가 우울해지게 된다.
"압-써. 그럼 나주에 해주기로 하고."
말로는 우위를 점할 수 없자, 손으로 다시 주무르는 얼굴. 먹고 싶은 거 주문하라고 했으면서 실컷 방해하는 건 불현듯이 남은 괘씸함을 없애고 싶어서였다. 어디까지나 본인이 자초한 일이었어도.
"지금은…? 나부터 먹을래?"
그러나 오빠에게 말로 졌단 사실이 응당하지 않아서 당황하라고 또 염치없이 내뱉었다.
"쿠-훕! 뭑?"
어제처럼 둘만 있다고 생각하자 다시금 부풀어 오르는 여운. 무드 있게 은근히 그런 분위기를 만들려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 아예 직접적으로 말했다.
"히히…여기는 나부터 먹고 싶은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