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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화 〉농밀해진 애정행각(2) (76/107)



〈 76화 〉농밀해진 애정행각(2)

"…어?"

생글생글하게 장난을 치다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오빠도 나와 마찬가지로 들뜬 기분이 멈칫했겠지. 내 표정까지 정색했다면 섬찟했을지도 몰랐다.

"그게…."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어려워서, 몹시 중요한 요소인 현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아냈는가에 대해서 출처 여부를 확인하기. 만에 하나 때려 맞췄다기엔 한 자리 숫자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고, 나나 언니의 생일 또한 아니었다.

"…그게?"

참고로 나는 알려준 적이 없으니까, 나 아니면 언니겠지.

"저, 저번 깜짝 생파 때…희민이가 가르쳐 줬어."

…역시나.

내가 언제와 어디서를 묻기도 전에 하는 구체적인 대답이라서 어떻게 알았는지 수긍이 갔다. 그렇다 하더라도…수상까진 어렵지만, 뭔가. 미묘한 점이 없잖아 있었다. 무어라 형용할  없더라도, 직감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언니가?"

왜? 굳이? 어째서? 겨우 생파 때문에? 그럴 거면 그냥 연락해서 열어주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것보다도…언제부터 언니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한 거야?

표현력이 부족하여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괜히 의심하게 한다.

"그…미안해. 아무리 보고 싶었다지만, 맘대로 남의  문을 함부로 여는 것은 역시나…기분 나쁘겠지."

한껏 따지려고 머리를 정리하려는 찰나, 머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오빠의 모습에 사고가 차곡차곡 정렬을 이루려다가 당황.

"신경 쓰이면 비밀번호 바꿔도 좋아. 오늘은 내가 너무 들떠서…무심코 실례를 저질렀네. 미안…."

그런, 빗속에서 애처롭게 쳐다보는 강아지 같은 꼴을 하고서 쳐다보는 건…반칙이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오빠…오빠가 알아도 상관없지만, 우움…."

화내기도 전에 사과부터 하니까 마음이 한풀 꺾여서, 왠지 화낼 생각도 슬그머니 잦아들었다. 그렇긴 해도,  비밀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내가 아니라 언니라는 점이 신경…거슬려.

"그리고, 미안해 희진아."

나는 오빠에게 장난을 쳐서 당황하며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울 뿐이지, 좋았던 기분 소멸하게 진중히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은 싫었다.

"아니야 오빠."

그러니까.

"일단, 들어가자."

아직 집에 들이지도 않은 채라, 바깥의 전등만 간간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해서 뒤로 물러나니 오빠가 따라 들어왔다.

"…실례할게."
"웅-…."

기껏 좋은 분위기를 스스로 망치니까 다그치고 싶어지는 자신.

"후-…."

나는 오빠를 믿는다. 오히려…오빠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면서도, 저지르고서 걱정하는 쪽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애초에 내가 좋아서 한 고백이 너무 느닷없었다지만, 그때의 직감을 믿었다. 그리고, 지금도 역시 그 감이라는 것이 내게 신호를 보내기에 가지는 의문.

"-……."

그러나  의혹을 정확히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이 안타깝고, 불만이었다. 적어도 무엇인지 알  있게끔 힌트라도 준다면, 형태라도…하다못해 윤곽이라도 연상할 수 있을 텐데. 그저, 답답하기만  자신의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니…희민이는?"

대체 언제부터 언니를 이름으로 부르게 된 거야?

복도로 뒤따라 걸으면서 언니의 방을 힐끔 보더니 하는 말.

"글쎄…집에 돌아오자마자 씻고 바로 잠든 거 같던데?"

뭔진 몰라도 어제오늘 나갔다 들어왔으니 피곤할 거다. 애당초 언닌 바깥에 나가지도 않던 몸이었으니까.

"근데, 오빠. 언제부터 언니를 이름으로 부르게  거야?"

생파때라고 들었지만, 그런 의도로 묻는 것이 아니라는 걸 오빠는 알아야 했다.

"……어?"

반응을 보아 얼핏 내 의도를 아는  같은 눈치. 친구랑 대화했다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을 에둘러 말해야 했는데, 오빠니까 괜한 비아냥을 상정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어서 편했다.

"응, 그게……."

이번에만 벌써 오빠 입으로 세 번째 듣는 단어. 나를 기쁘게 해주려는 변명이나 오해라던가 하등 비슷한 부류를 풀고자 말이 끊기는 변명이 이렇게나 다를 줄은 몰랐다.

"그게?"

껄끄럽고 께름칙해서 감각이 전해주는 경고….

"……."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희민이가, 네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 그러다 보니 희진이에 대해서. 내가 모르는  듣게 됐고."

깜짝 생파 때를 생각해보면, 애들이랑 노느라 조금 늦게 들어갔으니까 그사이 둘이서 이야기를 나눴다면 어느 정도 그러려니.

"그, 미안해…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그런 걸 들어서. 기분 나쁘지?"

다시 따지고 들기 전에 사과를 받아버렸다.

"아, 아니야 오빠. 별로 기분 나쁜 건 아니고, 웅…언니랑 그렇게 친하다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뭐랄까 그게, 언니가 나보다 먼저 태어났으니까 나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겠지마는…언니에 대해 자매면서 모르는 점이 더 많다 보니 미묘하달까…."

정말이지, 나는 오빠의 진심 어린 사과에 어째서 언성을 높일 수 없는 걸까….

걸고넘어질 거라면 한둘이 아닌데, 장난칠 때처럼 스스럼없이 지적하고 확답을 받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그보다, 가방 메고 왔어?"

오빠의 또 다른 점을 찾으려다 시야가 넓어져 보이는 묘하게 큰 가방. 안 그래도 남자치곤 귀여운 체구에 어깨까지 눌릴 만큼 무게가 있어 보였다.

"어, 어머니가 허락해주시면서 자고 온다면 바로 학교 가는 편이 나을 테니 아예 짐을 싸써 가라고 하셨어."

변명이 아니라 사유를 말할 때는 이렇게나 매끄럽게 대답하면서, 아까는 그러지 못했기에 재차 생기는 심술.

"아아-. 난 또, 오빠가 집에서 쫓겨난 줄 알았찌."

진지하게 따져야 할 것을 그러지 못해 내심 아쉬웠으나, 이런 장난이라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어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컼-…뭐?"

거실까지 와서는 소파에 앉지도 않고 놀라는 오빠.

"히힣, 그렇게 되면 오빠는 우리 집에 묵으면서 기둥서방이 되는 거네? 후힣!"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놀리면서 다시 즐거운 분위기를 되찾고자 하니까, 웃음은 조금 과장된 티가 났다.

"크-흙…그, 그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

장난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긴 해도, 재밌으니까 넘어가자.

"힛…! 그런가?"

오빠에게 장난스러이 타박하긴 했어도, 나 또한 장래에 뭐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본 적 없이 살았으니까. 대책 없이 웃기엔 위기감을 가지긴 해야 했다.

"일단 저기다 내려놔 오빠."

이런 식으로 대화를 지속했다간 끝까지 메고 있을 것만 같아서, 벽걸이시계 아래로는   벽 쪽으로 가리키는 손가락.

"응."

끄덕임과 동시에 팔을 들어 어깨에 걸친 가방을 내려놓는데, 그 모습을 구경하다 다시금 돋보이는 땀에 덥진 않았어도 에어컨을 켰다.

"우선 씻을 거야 오빠?"

겉으로 봐도 땀에 흥건한데 속은 어떨지 안 봐도 뻔해서, 욕실을 쓸 거냐고 물으면서 휴지를 건네자 대답 대신에 고맙다며 닦는 이마. 조심성 없이 바닥에 가방을 내려놓자, 퉁하고 작지 않은 소리가 나서 무안한 표정은 덤이었다.

"일단 세수만 할게."

우선 얼굴의 염분이라도 제거하려는 생각이겠지. 오빠가 뒤를 돌아 가방을 놓는 사이 은근슬쩍 다가가 체취를 맡아봤는데, 체육 시간이 끝나고 남자애들이 풍기던 냄새에 비한다면 괜찮은 향이었다. 나쁘게 생각하면 고작 땀이지만, 약간의 중독성과 그리 싫지는 않은 그런.

"킁킁, 훔-…."

살며시 감상까지 하는 건 애들과 연애 이야기를  때 민감한 페티시에 대해 신경이 쓰여서였다. 특히 듬직한 남친을 사귀었다며 자랑하던 채리가 남친 등에 얼굴을 파묻어 코를 킁킁거렸을 땐, 남친이 간지럽고 부끄럽다며 반격으로 자신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 서로 애정을 과시했다고 하니까. 그런 이야기가 겹쳐져 오빠가 등을 보였을 땐, 나도 와락 해볼까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야 했다. 끝내 저지르진 않았어도.

"웅-!"
"웃…?!"

갑자기 가까워진 탓인지, 어깨가 뒤로 물러난  원체 잘 놀라는 성격이라 이런 것을 알았다. 그나마 발까지 뒤로 물러나지 않아서 다행. 만약 뒷걸음까지 쳤다면, 내가 무서워서 그랬다던가 찔리는 구석이 있냔 등의 괜한 추궁으로 장난을 쳤을 거다. 좋아하는 상대인 만큼, 장난도  받아주리란 믿음 속에서.

"후-웅…."

그런 장난을 치려다가 말아서, 오빠가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눈으로 째려보기만 한 탓에 무언가 말하려 입술만 움찔거리다가 줄행랑을 친 것은 상황적으로 칭찬할만한 행동. 계속 주체 없이 굴었다면, 나도 폭주할 채로 오빠를 괴롭혔을 거다.

"…힣-."

어차피 다녀오면 더욱 앵길 거지만.

"-…."

에어컨의 온도를 힐끔 확인하고는 티브이의 리모컨을 들어 전원을 눌렀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오는 예능은 한창 인기 있는 프로그램. 하기야, 주말의 저녁이니까 어느 곳을 틀어도 이목을 끄는 내용이 즐비한 것은 당연했다.

"하-암."

그렇다고 오빠랑 같이 보기엔 무언가 아쉬운 기분. 이래 보여도 아직 연애 초기라 생각해서, 순간순간이 각별했으면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 추억이 집에서만 발생한다면, 아무리 좋아한 데도 멀리도  가 질릴지도….

"…쩝."

나는 아닐 거라고 자신하곤 있어도 확신은 금물로, 연애할 땐 그렇게 자랑하던 애들이 헤어질 땐 어찌나 슬퍼하며 우려먹던지. 연애는 할 때도 헤어질 때도, 영양가 있는 부분은 백중에서 일도 겨우 수렴할 정도로 저조했다.

"희진이는 주로 뭐 봐?"

여기저기로 채널 옮기는 것을 포기하곤 적당한 프로를 보려 소파에 기대자마자 뒤에서 오빠의 목소리가.

"…나?"

저번에 분명 티브이는 다큐나 뉴스를 본다고 했었는데, 이참에 예능이나 개그 쪽을 보여줘서 티브이 보는 재미를 알려줄까?

"움-…."

취미…까진 아니어도 공유라는 즐거움을 이야기하려고 요새 뭐를 즐겨보나 했는데, 그렇게 빠졌던 드라마나 예능도 지금에 와선 백지상태. 이상하리만큼 기억에 남는 영상이나 장면이 없었다.

"…힣-!"

생각나지도 않는 거 대답하려고 애쓰기보단, 세수하느라 앞 머릿결이 살짝 젖은 오빠를 쳐다보며 옆자리에 앉으려는 것을 방해해 자리를 옮기니까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 그에 만족스럽게 싱긋 웃어 보이니까 익숙하다는 듯이 왼쪽으로 게걸음을 한다.

"땡-! 여긴 아니야 오빠."

마찬가지로 자리를 옮기기엔 탁자와 소파의 간격 탓에 쉽게 이동하기 어려워서, 오른편으로 팔을 뻗으니까 따라서 기울여지는 상체.

"그러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남은 자리라곤 팔걸이가 있는…우리가 정사를 나눴던 곳이었다. 일부로 의식하도록 해서 연상되게 유도하니까, 진짜 그런지 소파를 조심스레 훔쳐보는 눈치.

"혹시…어제 일 생각한 거야 오빠?"

노골적인 태도에 오히려 생각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어, 어!? 어-어…."

처음엔 기억에 집중하느라 방심하다가 놀란 목소리를 내서, 수긍하기 전에 얼떨결에 내뱉은 대답과 곧 인정하는 간결함. 어이없을 정도로 순수하고 솔직했다.

"히힣…."

거짓말을 못 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인 나만의 오빠. 성실함 때문에 안심하고 좋아할 수 있었다.

"변-태…."
"읏-…!"

내 취향에다가 이렇게 놀리는 맛도 있으니 이로 말할 수 없는 행복함은 정말이지…아까는 오빠가 순진하게 대뜸 우리 집에 오려 허락받는다고 해서 조마조마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나 노닥거리니까 신기한 기분.

"이히히히힣-."

이런 늦은 시간에 오빠랑 지내는 것이 처음이라 그런 걸지도 몰랐다.

"이찌, 오빠아-."

특히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지, 목적은 섹스였기에 간접적으로나마 순화하여 표현했으니까.

"오늘도…?"

민소매에 가까운 잠옷이라 브래지어도 차지 않아서, 몸놀림이 몹시 가벼울 만했다. 하복부의 욱신거리는 이질감만 아니었다면 더욱더 좋았을 테지만. 대신에 허리를 굽혀 가슴을 유난히 오빠에게 밀접 시키기 위해 넘어지듯 기대면서 몰캉하며 가슴이 눌리자, 맞닿은 복부의 단단함이 의외라 지지 않으려 풍만함으로 더욱 안아 들어 고개를 살며시 치켜올렸다.

"흫………!?"
"에-헿."

그러자 선명하게 보이는 매우 당황한 표정. 그런 주제에 피하지 않는  보면 오빠도 역시 남자였다. 그것을 어제 이미 증명했었지마는.

"조, 좋긴 좋은데…좋아!"

오빠도 많이 발전하여, 이젠 아예 좋다고 선언까지 할 수 있었다.

"헤헿, 히…."

이런 반응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손을 놓고는, 왼쪽 방석을 톡톡 치며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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