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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화 〉농밀해진 애정행각(1) (75/107)



〈 75화 〉농밀해진 애정행각(1)

"…네."

다시 시작한 껴안는 행동이, 이젠 부끄럽지 않고 기특하며 굉장한 행위로 다가와서 스스럼없어졌다.

"엄마는 화난 게 아니야. 상명이 네가 이제 애는 아니지만,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기에 많이 염려하는 거란다."

등을 토닥여주면서 하시는 말씀이, 녀석 문제로 골치 아팠던 마음을 한결 덜어 내주는 신기함. 어머니의 말씀을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다. 알기에, 알면서 그에 보답할  없는 자신이라 죄책감이 가중된 거였다.

"네…고마워요 엄마."

키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도 머리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좋아 미소가 살며시.

"그래…알았으면 됐어."

살짝 왜소해도 당당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시지만, 상냥하실 땐 이렇게나 나긋나긋하셨다.

"음-…."

잠깐 안겼다가 떨어져서 볼일이 끝났으니 가겠다고 말씀하지 않으시고는 잠시. 무언가 고민하시는 눈치셨다.

"…?"

원래라면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지 말고, 어서 잠들라고 말씀하셨을 텐데.

"…하."

아직 하실 말씀이 남으셨나 보다.

"말해주는  하고 가고 싶은 건 다른 문제지."

턱에 손을 가져다가 괴고는, 무슨 생각을 하시나 싶더니 포기한 주제를 꺼내시는 듯한 발언. 희망을 져버렸는데, 오히려 미련이 남으신  어머니셨던 거 같았다.

"상명아, 대답해보렴."
"네."

어쩌다 생긴 기회로, 이렇게까지 내용이 흘렀는데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상황이 우스워져서 무를 수도 없는 상태. 질문에 대해 마음의 준빌 하면서, 자세를 고쳐 잡았다.

"가고 싶니? 아니면, 가야 하니?"

긴장한 내게 해주시는 말씀은 간략하고도 불분명한 내 상황에 대해서 핵심을 찌르는 듯한 질문. 정말이지, 연륜은 괜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놀랐다.

"……큼."

그러나 두 선택지를 통하여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대답으로 무엇을 알  있는지 헤아릴  없어서 순전히 내 의지대로 골라야 하는 판단.

"가고…싶어요."

녀석에 관련된 문제라면 중요하게 받아들여서 가야 한다고 할지 몰랐지만, 이번  순수하게 희진이가 보고 싶어서 벌어진 헤프닝이었다. 그렇기에, 어머니와 이런 장난기 없는 대화가 정말이지 얼떨결에….

"음-, 그래…?"

욕망에 치우친 대답이라 허락하지 않으실 것 같은…불길했지만, 뜻밖에 어머니의 얼굴에서 굳었던 표정이 풀어지셨다.

"그렇다면 엄마가 안심하고 보내줄 수 있겠구나."

안심?

이 대답에서 대체 무엇을 파악하신 걸까.

"훗, 잠시만 기다리렴."

아예 미소까지 지으시고는 나가셨다가, 손에 커다란 배낭을 들고 오셔서 받으라는  내미셨다.

"내일 학교에는 제대로 가는 거지?"
"…네!"

어디까지나 희진이를 보려고 집에 들르는 거뿐. 무탈하게 자고 나서 일어나면 아침도 해줄 거고, 학교는 달라도 출발은 같이 할 수 있을 거다.

"갈아입을 옷이랑, 내일 학교 갈 때 필요한 거 챙기렴."

아, 숙박을 염두에 둬서 말씀해 주시는 거구나.

"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해내자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뜨고 말았다.

"돈은? 있니?"

그에 서둘러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챙기려다가 여비까지 챙겨주시려는 말투.

"…괜찮아요."

안 그래도 가려는 목적이 불순한데, 돈까지 얻어 타면 양심이 버틸 수 없어서 거절했다.

"아니, 필요할 거야. 여기."

요구하지 않아도 굳이 주시려는 씀씀이. 주머니에서 지폐 두 장을 내게 주셨다.

"아…고마워요 엄마."

이렇게까지 해주시면 감동을 하지 않을  없는 상황. 어머니는 힘들 때나 괴로울 때나 이렇게 내게 언제나 힘이 돼주셔서,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최우선으로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는 분이셨다.

"그래…별일 없으면 괜찮다고 연락  하고."

무심코 다시 끌어안으니까 해주시는 조언을 깊이 새기고는.

"네…헤헤."

마음 따사로이 채워지는 감정에 벅차오름이 느껴졌다.

책상에 앉아 목록을 적고는, 빠진  없나 두어  살피고서 배낭을  채로 거실을 지나가다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이  중에 어딜 가는 거냐?"

복장이 이러한데 당연히 물으시는 질문. 어머니께도 비밀로 하고 나가는데, 아버지라고 다를 건 없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나간다네요 여보."

다행인  내가 변명하기도 전에 따라오셔서 대신 말씀 해주시는 어머니.

"중요한 일? 뭔데?"

어머니께선 수긍하셨다 해도, 아버지는 아니셨으니 궁금하실 거다.

"글쎄요,  나이에 하나쯤은 비밀이 있는  아닐까요?"

나를 보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와, 그런 나를 대신해 대답해주시는 어머니. 기분이 싱숭생숭해도 아버지께 마땅히 반론할 자신이 없어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밖에 없었다.

"당신도 참…그래,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고."

그래도 내가 아니라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니까 물러나시는 아버지.

"늦는데요, 내일 들어온다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발길을 옮기다가 어머니의 말씀에 다시 눈치를 봤다.

"뭐? 당신은 그걸 허락했어?"

정상적이라면 여기에 의문을 가지시는 것이 당연하겠지. 아버지의 반응에 초조해져서 어머니를 살펴보니까 되려 태연하셨다.

"그래요. 무려 상명이가 가고 싶다고 했으니까요."
"상명이가?"

어머니의 대답에 놀란 아버지의 시선에 놀란 나.

"크, 흠…."

무언가 언짢으셨는지 미간을 심히 구기셔서, 기껏 여기까지 와서 그르치게 되나 걱정스러웠다.

"무슨  생기면 전화하고. 바로 가마."

그러나 아버지도 허락해주시니까 한편으론 놀라서 커져 버린 눈동자.

"후훗-…가보렴. 아버지 말씀처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고."

어머니께서 멈춰버린 내 뒤로 어깨에 손가락을 얹으시고는 살며시 미셨다.

"…네."

한 분이 아니라 부모님 두 분께 허락받았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기쁜 일인 줄 몰랐는데, 내색이 잘 되지 않아서 떨떠름한 표정은 믿기지 않으니까. 그렇게 신발까지 신고 배웅을 받고서 어둠이 깔린 밤하늘 아래를 걸으니까, 그제야 이런 시간에 집에서 빠져나왔단 사실을 자각하고는 힘껏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하-…."

그러면서 내뱉는데, 낮에 비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한층 맑아지는 머리. 그런 사고로 파악하는 자신이 어처구니없어서, 마치 자지의 노예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미쳤지.

"이렇게까지 밀어주셨는데, 이유를 아시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까…."

우발적인 진행에 참으로 웃기지도 않았다.

"후-우…."

어쨌든, 칼이라도 뽑았으면 무라도 베야겠지. 시간도 시간이니까 택시를 타고 가고자 마음먹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 돈복이 있었는데, 아무렴….

녀석에게서 받았던 돈이 남았으니까, 그것부터 마저 써야지 마음이 놓일  같았다.

[오빠?]_오후 10:05

희진이랑 토-크하다 갑자기 끊겨서 마음이  좋지만,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니까 바로 집으로 찾아가면 좋아하겠지?

희진이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나도 희진이가 무척 보고 싶었다.

"아-…!"

그렇게 토-크방을 나오니까 하단에 있는 토-크방에 녀석의 존재를 깨닫고 아차 했어도. 준비도 안  상태에서 녀석이라고 할 수 있는  없을 거다.

아마….



"으우-…"

변함없는 화면을 보며 홀연히 앓는 소리. 갑작스럽게 연락이 끊겨 걱정하다가도, 하필이면   타이밍인가에 대해 고민스러웠다.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훙…!"

내가 괜히 부츠긴 탓에 부모님께 말씀드렸다가 혼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만일 전화했다가 오히려 더 난처한 상황을 만드는 건 아닐지….

꽁냥거리는 건 둘이서도 충분한데, 어쩌다 보니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친  같아 불안했다. 더욱이 오빠의 부모님이라서, 만나기도 전에 나쁜 인식을 주는 건 아닐까 싶은 두려움. 그렇지 않아도 이제 언니 말고는 마땅한 보호자도 없이 자랐는데,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하며 마음만 졸였다.

"아-!?"

정신 사납게 움직이다가도 허벅지가 비벼지는 화끈한 착각은 처녀 상실에 대한 껄끄러운 여운이 남아서.

"으…."

하반신이 조금 욱신거리긴 해도 느낌이 옅었다. 무거움은 많이 가라앉아서 돌아다니는 건 살짝 여유에서지만, 굳이 움직이지 않고 쉬다가 다시 다리를 움직인 건 조바심이 느껴졌기에.

"흐-응…!"

연락만 해줬더라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거란 사소한 짜증도 함께여서 복잡미묘했다.

자리에 앉지 못하고 복도를 어슬렁거릴 때, 현관문 쪽에서 들리는 기계음.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였다.

"웅? 언니가 그새 또 나갔었나?"

방을 아무리 이리저리 돌아다녔다지만, 스스로 집중하다 보니까 나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나 싶은 생각. 어쨌든 마침 복도에  있기도 했고, 돌아왔으니까 겸사겸사 오늘로써 두 번째 마중을 나가기로 했다. 그래봤자 고작  걸음뿐이었으니까.

"…머지?"

기왕 나가는  신발을 신어 코앞에서 놀라게 해주려고 슬리퍼를 신으니까 그대로 있는 언니의 신발들. 잠깐 편의점에 다녀왔나 싶어도 슬리퍼 역시 여전해서 어느 하나 나간 것 없어, 언니와 나 말고 누가 또 비밀번호를 알아서 들어오기엔 달리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제야 눈치채고 돌이키기엔 늦은 동작.

"우-왁!?"

경계하며 떨어져야겠다는 반사행동보다, 예상치 못했던 반가운 얼굴에 그만 눈동자만 동그랗게 뜨였다.

"…어? 오, 빠?"

다만, 문을  상대방은 되려 자신이 놀라서 소리쳤지만.

"어떻게…."

어떻게 왔냐고 묻고 싶은데, 기대 뒤의 강렬한 걱정 때문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마주하니까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보고 싶어서…왔어."

그러자  말이 끝난 건 줄 알고 착각하고서 멋들어진 대답을 하는 오빠. 연애 초기 생각을 길게 끌면서 말하는 것이 고쳐지더니, 요즘엔 생각하기도 전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는 듯한 기분이 있었다. 듣고 나서 회상해보면 오글거렸지만, 당장은 왠지 콩닥거리는 가슴을 주체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좋은 두근거림.

"…진짜?"

진짜라는 건, 그 말이 사실이냐는 의미였으나…삼중적이었다. 말에 대한 신뢰는 명확해서, 직면한 상황에 대해 놀라움과 여기 있는 오빠가 진짜냐는 것으로 은유와 비슷하게.

"응…!"

하염없이 귀엽게 생긴 주제에 확신이 찬 대답을 하더니, 남자다웠으면 하는 나의 소망이 이뤄진 것처럼 박력 또한 소소해도 항상 놀리고 싶어지는 오빠에게서 멋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헤-헿…."

한 박자 느리게 이해하고 헤아리다가 몸이 먼저 반응하여 무심코 흘린 미소 뒤늦게 감추고자 올리는 손뼉. 얼굴 빨개지는 것이 느껴져도, 이상하리만큼 부끄럽지는 않았다.

"…히히힣, 힣-…."

대신, 그걸 의식하니까 점점 창피하게 생각되어 왠지 쳐다보기 어려운 올곧은 눈동자. 그 속에 비친 것은 자신이라 더욱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소국쩌긴 것처럼 굴더니, 오빠도 남잔가 봐?"

이미 들켜버렸지만, 그런 수줍음을 무마하고자 평소 그랬던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성적인 농담을 담는 입. 이젠 아주 자연스러워서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오빠랑 통화할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기도 했었고.

"읗…!"

방금까진 나를 당황스럽게 하더니, 이번엔 본인이 대처하기 어려운 말이었는지 기껏 멋졌던 표정 금방 무너져버렸지만, 이런 오빠도 사랑스러웠다.

"그게…."

다급히 변명하려고 짓는 곤란한 표정. 갑자기 찾아온 오빠가 싫기는커녕 너무 좋아서 당장 끌어안고 싶었으나, 여전히 이런 관계가 괜찮은지 스스로 의구심을 가지면서도…저지르고 말았다.

"헿…괜찮아 오빠. 이따가 기대하지 머-."

그래서 불안정한 자신과 도가 지나친 장난…그런데도 받아주는, 상냥하고 다정한 나만의 남자.

내 꺼….

"…읗, 노력…해볼게."

여기서 수긍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 줘서, 더욱 각별해졌다. 얼마나 다급하게 달려왔는지 숨이 거칠어지진 않았어도, 내색하지 않으려  흔적이 역력하여 자세히 보면 이마에 훔친 땀 자국 사이로  흐르려는 땀방울. 대견하고도 딱한 오빠를 위해 여기다 대고 지나친 장난은 잠시 멈추기로 했다.

"…근데 오빠."
"응?"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고 들어온 거야?"

현실로 돌아와서, 오빠가 어떻게 문을 열고 들어올  있었는가에 대해 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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