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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화 〉야밤의 초대(2) (74/107)



〈 74화 〉야밤의 초대(2)

알리바이를 요구하는 희진이에게서 뜻밖의 단어에 귀를 의심.

"응…, 응?"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찰나에 뜬금없이 섹드립을 친다. 왜 그런가에 대해서 어쩌다 보니 아무렇게나 대답을 흘리고 말아 안절부절했는데, 희진이쪽에서 장난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니까 옳거니 하고 흐름에 탑승하고자 두뇌를 회전. 구차한 구실보다 어떻게 해야 유쾌하게 넘길 수 있는지 어려워서, 뒤탈이 없어진 것은 좋았으나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상승했다.

"무, 물론-. 아, 배고파-. 또 먹고 싶어-."

그래서 나온 결과가 이 모양  꼴. 국어책 읽는 것도 아니고, 다시 듣기 민망할 정도로 연기를 못했다.

"푸히힣…모야 오빠. 나랑 하더니, 자신감이라도 붙은 거야?"

오히려 이런 어색한 말투가 웃겼는지, 진짜 흐지부지 넘어가니까 들리지 않게끔 안심.

"귀엽긴."

휴-.

대신 연상으로 취급하지 않는 듯한 기색이어도 원래 그랬으니 웃을 수 있었다.

"하하하, 하하…."

그러나 방심하고 있을 때 번번이 치고 들어와서, 마음 놓기엔 이른 기분. 무언가 다른 화제로 넘겨 대화를 이어가야지 나중에 꼬투리 잡히지 않을 것 같다고 경험이 말해주고 있었다.

"근데, 몸은 좀 괜찮아?"

녀석을 상대하느라 잠깐 잊었는데, 어제는 분명 희진이의 처음을 함께  기념적인 날. 그걸 내가 가져갔으니 가능한  수 있는 모든 대접을 해줬다고 생각했지만, 인터넷에서 그러길 여자는 사소한 것도 책장처럼 빼곡히 가지고 있다가 언제 그걸 꺼내 들어 공격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기 전에 원초에 차단하여 봉쇄하려는 노력.

"웅? 어, 히히. 나도 오빠 먹고 푹 자서 그런지 많이 나아졌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집중해서 들으니까 한결 가벼워진 목소리는 단지 기분 탓이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대신 알 수 있는 건 걱정하자마자 추가된 웃음소리. 만약 말하지 않았다면 훗날 이걸 걸고넘어졌을 거란 생각에 무서워졌다. 물론, 여태 사귀면서 희진이가 장난을 치면 쳤지 진심으로 그랬던 적은 없었어도.

"하하하…다행이네."

일단 그런 생각이야 희진이가 진짜 그러면 그때 대응하기로 하고, 우선은 웃어야 하는 타이밍 같아서 웃었다.

"난 또오, 체해서 다음엔  먹을까 봐 걱정했는데."

 며칠 사이에 내성이라도 생긴 걸까? 무심결에 내뱉어놓고도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오빠. 몸이 아주 허한가 봐? 아무래도 정력에 좋은 음식이라도 먹어야 회복하는 시간이 짧아질 거 같은데?"

그걸 또 지지 않고 받아치는 희진이. 더군다나 당황하지 않고 매끄럽게 말을 이으니까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다.

"하하, 그런가?"

성적인 농담은 이만하고 싶은 마음에, 더는 대답하기 힘들어서 그새 바닥  상상력. 애초에 목도 말랐다.

"목소리에 힘이 없네? 역시 장어라도 먹어야 하려나…."

간혹 희진이의 장난이 진담인지 모를 정도로 음성이 진지해서, 어떤 식으로 대답해야 할지 자주 고민스러울 정도. 생각 없이 대답했다간 영혼 없다며 지적받은 기억이 있어 말 하나하나가 순탄치 않았다.

"그것도 좋겠지만, 굳이 먹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먹을 수 있으니까."

오늘 녀석과 공용 화장실에서 한 번 한 거 가지고 근자감이라도 채워졌는지 걷잡을  없는 말의 수위. 너무 쉽게 말을 하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후-웅…그럼 지금 우리집으로 올 수 있어 오빠?"

여기서 희진이의 혹할만한 제안. 이틀 전에도, 어제도, 오늘마저 자지가 쉬지 않고 여자의 몸에 들락날락했다. 그런데도 질리지 않은 모양이라 희진이의 발언에 살짝 반응이 오는 자지. 발기되려고 고개를 들이밀어 기둥 중단이 살짝 아팠다.

"…우리 부모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아마?"

희진이의 집에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으니까 나만 가능하다면 자고 오는 것도 그렇게 무리가 아닌 이야기. 물론 내가 부모님께 승낙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만일 오빠가 와준다면, 먹기 좋게 벗은 채로 맞이해줄 게-."

급기야 대화가 희한한 방향으로 흘러서, 어차피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내지르고 보는 선언.

"…잠시만, 부모님께 말씀드려 보고."

그걸 또 진담으로 받아들여서, 스마트폰을 뺨에  상태로 이동하기 쉽게 벌떡 일어섰다.

"어…, 오빠?"

그제야 내가 아니라 희진이가 당혹스러워하는 기색. 아니면,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라서 잠깐 놀랐다던가.

"희진아, 이따 연락할게."

어쩌다 보니 목표가 생겨버려 끊으려는 통화.

"어, 응…알았어 오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 같았는데, 참는 듯한 목소리로 차마 수긍하는  같았다.

"기대할게-…."

그러고는 끊기 전의 마지막 목소리. 이래서야…못 가겠단 말은 할  없었다.

"안 돼."

희진이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들떠서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참혹.

"대체 이 밤중에 어딜 간다고 하는 거니?"

단순히 나갔다 오겠다고 말씀드리자 언성을 높이시며 안 된다고 하신다.

"그게…."

여자친구 만나러 간다고 하기엔, 솔직하게 말하기 껄끄러워서 이제야 차리는 제정신. 요즘 무턱대고 저지르곤 하는데, 보편적으로 허락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유 하나 제대로 말도 못 하면서 어딜 가려고 하는지…."

갑자기 친구랑 밤샘 파티라 하며 놀러 가기엔 내일 학교도 있으니까 씨알도  먹히는 명분. 혹여 그러자니 사실 부모님이 아실만한 친구도 없어서, 그럴듯한 이유가 친구란 단어와 관련되어 쌍그리 날아간 셈이었다.

"끄-응…."

마음만 앞선 탓에 보고만 낭패. 이래서는 의기양양했던 과거가 부끄러워 희진이에게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기 힘들어졌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 소리를 했지….

"후-우, 더 할 말 없으면 들어가렴."

대화에 소리를 키우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라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다시 목소리가 나긋해지셨다.

"네…."

더 추궁하지 않으시는 것을 위안 삼아 돌아가는 방. 그나마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이 정도로 끝났지, 아버지였으면 호되게 혼내셨을 거다.

"하아…."

대책 없이 군 게 꼭 바보 같다….

약간 허기진 배를 무시하며 침대로 다이빙. 바로 상황을 알리러 토-크를 했다.

[미안해 희진아]
1_오후 10:01_[역시 무리였나봐..]

"끄-응…."

보내놓고 별다른 노력 없이 무너졌다는 것에 창피해진 기분.  사실을 희진이가 알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스스로 상기하는 부끄러움이었다.

희진♥
[아니야 오빠]_오후 10:01

기다리고 있었는지 금방 온 답변. 철저하지 못했던 나를 위로해주려고 아니라는 걸까?

[사실 기대도 안 했어]_오후 10:01

"큿, …."

역시나 상냥함을 뺀 솔직함. 너무 직접적이라서 뼈아팠다.

[어차피 오빠야 기껏 몸을 달아오르게 해놓고 먹지 못한 적이 수두룩한데]_오후 10:01
[고작 섹스 한 번 했다고 그 성격이 어디 가겠어?]_오후 10:02

"크-윽…!!"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인지, 굉장한 파괴력에 그만 앞에 있는 것도 아닌데 침대로 박는 머리.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져서, 그나마 괜찮았던 상대에게 되레 공격받으니까 가벼이 치명상을 입는다.

아아…내가 미안해.

오후 10:02_[그러고 보니 오후에 토-크 했는데, 무슨 일로 한 거야?]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오후에 했던 연락에 관해 물었다.

희진♥
[그냥…오빠가 보고 싶어서]_오후 10:02

"헤헤…."

말에 가시를 함유해도, 마무리는 다정하게 감싸줘서 이런 희진이가 좋았다.

[근데  보게 됐네?]_오후 10:02

"흣-!?"

'푹-!'

독설을 하는 건 끝난다고 생각했다가 아픈 곳을 찔리자 다시 침대에 머리를 처박았다.

아아, 그건 나도 무척이나 가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희진이의 기분이 풀려 대화가 원활해질까 고민…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려는 도중, 인기척이 나서 문을 쳐다보자 어머니께서 서 계셨다.

"상명아."

부르고서 모습을 보이시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보이신 다음에 알아차려야 부르시는 어머니. 물론 방이 열려 있어서 이러신 거지, 닫혀 있으면 노크하셨다.

"네…."

무슨 일로 부르셨나 궁금해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혹시 아까 일로  추궁하시려나 하는 걱정부터 불쑥. 떳떳하지 못한 이유에, 그러신다면 할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 했다.

"-…."

팔짱을 끼고서 노려보다시피 집중하는 눈동자. 농담 없이 진중하신 표정이셔서, 희진이랑 토-크하던 스마트폰도 놓고 어머니와 시선을 맞췄다.

"중요한 일이니?"

중요하다면 중요하겠지만, 남들이 듣기에는 수긍이 갈만한 내용이 아니라서 끄덕이기 곤란한 사정.

"끄-음…"

그렇다고 말하기엔 양심에 찔리는 내용이었다.

맨정신으로 여친이 불러서 섹스하러 걔네 집으로 간다고 어떻게 말은 하지? 그것도 부모님께…내가 미쳤지.

"있지, 엄마는 장소라던가. 친구랑 같이 논다면, 친구 부모님께 확인 전화라도  통 나누고 싶은데. 그것도 어려운 거니?"

나름 기회를 주려고 하시는 말씀 같은데, 죄송스럽게도 거기에 어떤 답변도 드리기 어려웠다.

"……죄송해요."

후우-…그냥 애초에 말씀드리지 말걸.

아까는 무슨 자신감으로 그랬는지 자신도 알  없었다.

"아니야…뭐, 갑자기 밤에 싸돌아다니고 싶은 기분이 들 수도 있었겠지."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너무 숙이고 있으니까 나름 편을 들어주시면서 나긋해진 목소리.

"아니면, 친구라던가 지인과 밤을 새운다 던가…."

잔소리가 고리타분해지지 않도록 내 관점에서 이해해주시려고 노력하신다. 항상 그러셨지,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그 이유를 수긍할 수 있게끔.

"상명아. 네가 지금 몇 살이지?"

갑자기 나이를 물으셔서 대답해드렸다.

"그래…그 정도면 성인이라고 생각할 나이네. 그렇다고 진짜 어른은 아니다만…."

어릴 적에도 마냥 어리다고 기를 죽이시던  아니라 충분한 대화로 설득시키곤 하셨다. 그건 지금이라도 달라진  없으신 모습. 본인의 입으로 꺼내는 단어처럼 어른으로서 충고를 새겨들었다.

"으-음…혹시 무슨 일 있는 거니?"

그러면서 내 이상 행동에 따른 걱정까지. 너무나 감사드리지만, 이랬던 사유를 말씀드리기 참으로 부끄러워 배운 대로 예의를 갖춘 것만 아니었다면 뵐 면목이 없어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을 거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솔직히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다. 섹스 문제를 떠나서, 희진이가 아니라 그 언니랑도 몸을 섞으며 지내고 있다는 것. 변변찮은 반항이라 거부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점이 날 괴롭게 했다.

아무것도 아니긴….

"……."

거기서 가장 크게  짓누르는 건, 흘러가는 대로 바보처럼  놓고 있다는 자신….

"…."

암만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미안함에 마음 아파도 단지 그거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스로한테 화를 내봤자, 바뀌는 것은 없었다. 어디에 호소하고 누구에게 조언받으며 해결할 수 있을지…. 이런 해답 없는 망설임이 제일 싫었다.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닌데…?"
"끟…."

희진이 집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제를 생각하다 보니 심각해진 표정을 보여서 짚고 가시려는 어머니.

"정말 엄마한테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걸까?"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패턴은 알고 있어서, 이번이 마지막으로 묻는 걸 거다.

"끄-음…네."

그러나 이걸 말씀드리기엔 내겐 너무나도 부족한 결단력.

"후-…그래. 알겠다."

누구에게나 비밀이 있다. 친구와의 비밀, 가족과의 약속, 개인적인 치부…. 이건 단순히 치부의 문제가 아니라서 말씀드리기엔 형용하기 어려운 복잡함이 있었다.

"엄마는 상명이를 믿어. 감추고 싶은 것 정도야 하나쯤은 있겠지. 너무 괘념치 않아 줬으면 하는구나. 엄마는 단지 걱정돼서 그런 거라고…알지?"

어쩌면이 아니라…확실히 가벼운 마음으로 허락을 구하러 갔다가, 괜히 무거운 분위기가 되었는데도 그걸 감싸고선 누그러뜨리시는 포용력.

"네, 알고 있어요 엄마."

나이를 먹어도, 머리가 커도 어머니는 어머니셨다. 뱃속에서부터 나를 보호해주시고 키워주신 그런 평생의 고마우신 존재. 그걸 잘 알고 있어서…더욱 비밀을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그래…이리 오렴."

팔짱 끼던 손을 빼시더니, 내게  팔을 벌리시는 어머니의 언제나처럼 해주시던 포옹. 어린 시절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면 이렇게 해주셨다. 그러다 괴롭힘을 당하고 걱정해주시는 부모님께 적반하장으로 성질을 냈을 때, 잠시 멀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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