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 〉남자화장실에서(3)
"앟…!? 아…."
그러면서 은은히 자각하는 소름. 이대로 가면 거짓말처럼 손아귀에 놀아나는 것이 녀석이 아니라 내가 될 것 같아서, 괜스레 격렬한 움직임이 무서워졌다.
"잣…읗-!"
잠깐이라고 소리치려다, 그랬다간 완전히 항복을 선언하는 꼴이어서 미처 말을 잇지 못한 채로. 자지에 꼼짝 못 하는 몸을 겨우 지탱하는 건 버티느라 서 있는지도 모를 감각의 두 다리와, 박히면서 밀쳐질 것에 대비해 심히 의존하고 있는 두 팔이었다.
"으흫…."
그래선지, 그렇지 않아도 가냘픈 팔뚝이 겨우 버티며 충격에 살짝 느껴지는 겁. 그렇다고 우는소리를 할 수 없었기에 두려움마저 곱씹어야 했다.
"아-흫, 훟-…!"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미약하게 신음을 흘리는 것이 전부. 여자의 마음으로 남자가 주는 쾌감에 몸을 맡길지, 아니면 하던 대로 위압적으로 굴어서 계속 녀석을 이끌어갈지가 여전히 갈팡질팡하여 함부로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우-웋…! 흫."
녀석을 제멋대로 대하던 주제에 보이고 싶진 않아서, 나약해진 음성은 아무리 불가항력이래도 수긍할 수 없다 보니 이렇게나 모순으로 똘똘 뭉친 아집이 되어서 흡사 사상과 동일하여 바뀌기란 어려워 보이는 변화.
"…훛, 흫-!"
협박하는 위치라고 생각될 수 없도록 애처롭게 견디며 이빨로 입술을 깨물어도, 위로받는 구멍은 자지로 인해 고스란히 콧소리 내지 않고 버틸 수가 없었다. 거기다가 한껏 오른 쾌락을 감당하기엔 몸과 정신이 지쳐있어서, 녀석이 마음만 먹는다면 농락당할 수 있는 사정.
"읗! 읗…!"
부디 녀석이 이런 처지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요행을 바라면서, 무언가 기어오르기 위한 시도가 있을법한데 거칠게 허리를 흔들어 정사만을 집중하니까 이건 또 모르는 듯싶었다.
"흐-읗, 응-…."
그렇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보니, 보지 속을 맘대로 들쑤시는 녀석의 자지가 얼른 정액을 내뿜어 끝내주기를 희망. 그러려면 나나 녀석이나 만족한 만큼의 반복 운동을 해야 했다.
"하-앟!?"
차라리라고, 녀석도 나의 기분처럼 절정에 치닫기 위한 몸부림을 쳐주길 속으로 외치니까 절묘하게 강해진 충격. 얼핏 피 맛이 느껴지려던 착각에서 벗어나 작게 비명을 지르니까 기세가 오른 모양이었다.
"앟-! 핳…!"
이렇게 되자 더는 바깥 신경 쓸 겨를이 없어져 어느새 턱 끝으로 떨어지려고 뭉친 땀방울. 속전속결이란 생각이 통했는지, 갈수록 격해져서 볼깃살이나 허벅지의 살결 부닥치는 야릇한 소리가 경쾌하니 강하게 튕기며 공간을 울렸다.
"앙-갛!? 흫-…!"
명백히 좋은 쾌감에도 본능에 따라 좋아하기엔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자책해도 뒤늦은 후회. 애꿎은 녀석을 탓하기엔 말할 틈도 주지 않아서 참고 괴롭혔던 만큼 급하게 결과가 나올 거란 걸 알았다.
"아-흫, 읗."
박히느라 밀려나 걸음걸이가 사뿐사뿐과 은밀히란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간소하게…그리하여 거의 접힌 팔꿈치와 떨리는 오금, 바짝 닿을 듯한 타일과의 간격.
"으으…앟-!"
땅을 향한 시선에 정수리가 딱 벽에 닿지 않을 수준까지만 몸이 이동했다. 이런 나와 반대로 녀석에겐 공간의 여유가 많아졌음에도 계속 밀어내는 건 힘으로 마련한 자리까지 활용하여 자지를 쑤셔대느라…단지, 그래서였다.
"하-읗! 앟!"
그렇게 경계하던 격렬함에 저항도 못 하고 받아들이니까 공포심을 가졌던 사실도 잊고서 절정에 울부짖는 신음. 언제 들이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곳에서 조심하려던 움직임은 어디 갔는지, 사정을 위해 몸은 더욱 격해졌다.
"앙-갓, 흫…!"
이미 암컷의 울음소리와 마찬가지라 벌어진 입술 사이로 튀어나오는 타액의 실타래가 격동에 매달려 늘어지다가 끊어지기를 반복. 직립보행을 할 줄 아는 동물의 욕정이 싸기 위해 마련된 장소에서 내뿜는 건 같아도 의미가 다른 배출작업을 통해 소리를 채웠다.
"아-핳! 읓-?"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줄을 잡지 않아도 매달리다시피 서 있는 건 뒤로 박으면서 밀어대느라. 불가항력이었다.
"엫…!? 흐-읗!"
무엇보다 힘든 건 녀석이 곧 사정할 거 같은데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진다는 혼동. 체감상 길진 않았어도 몸을 앞뒤로 흔드는 것을 멈추고 부르르 떨릴 법도 하건만, 빨라지는 속도가 줄지 않고 의외로 길게 느껴졌다.
"아앟! 앟! 앟!"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증거. 침인지 땀인지 모를 물기가 굴곡을 따라 흘러서 떨어질 만큼 모이면 흔들리던 방향으로 튄다. 발끝은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선 잔뜩 힘을 주어 밀리지 않으려 애쓰는 현실. 팔은 이미 운동에 익숙하지 않아서, 무리라는 신호로 근육통처럼 근육이 아파지고 있었다.
"아-흫! 아아앟……! 아…, …-!"
제발이란 단어를 내뱉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몸의 얄팍함에 어쩔 수 없이. 까치발을 들었던 초기의 자세도 무너진 건지 고친 건지 변화가 있어서, 자신감에 쭈욱 폈던 많은 곳이 녀석의 몸부림에 굽히고 말았다. 이미 이곳이 남자 화장실이란 사실도 잊은 채 격렬히 한바탕은 마지막이 임박해서.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어깨에 걸친 원피스 끈이 팔뚝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핳-…아-……, -….""
순식간에 치솟아 퍼져버린 절정으로 오르가슴이 올라오려다 말았지만, 부족해서 소중한 여운을 간직하며 소망을 담은 숨결을 나지막이. 숨을 고르는 건 뒤이어서 폐가 처리할 일이었다.
"아아……! 아…!"
잠깐 하얘진 머리로 인해 멍하다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처음으로 감지한 건, 은근히 조용하던 녀석이 아직 사정을 끝내지 않았다는 듯 부르르. 뒤에서 밀고 오던 충격이 끊기자, 그대로 정수리를 타일에다가 쓰러지듯 기댔다.
"아-흐흫……, 읏…!"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서 쓰러지지 않도록 몰두하여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예 넋이 나갈 듯한 위기감에 총동원하여 응변. 목소리는 가냘프고 동작은 안쓰러웠어도, 녀석에게 얕보이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굳건함이 엿보였다.
"하-앟, 하…하-아…."
여기서 조금이라도 건들면 위험한 상태로 녀석의 거친 숨결조차 방심할 수 없어서 땀에 젖은 등허리에 열기가 닿자, 쓰러지지 않고 버티는 데에 온 힘을 다하지 않았다면 소스라치게 놀랐을 자극. 물질적인 접촉이 아니었음에도 거슬리다 못해 몇 번은 힘겨웠다.
"읗…, 흫-…!"
차분해지려고 해도 가쁜 숨을 연신 내뱉어서 고르기 어려워진 호흡. 금방 회복하기는 불가능이라, 아무쪼록 길게 내다봐야 할 거 같았다.
아…, 시원해.
힘들어도 잘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뺨에 맞닿은 차가움에 기분이 좋아져서 마음을 빼앗겼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정수리가 아니라 얼굴을 벽에 들이밀 정도로 붕괴하였다는 것을 깨달았어도 처신하지 못해서 이런 흐름이 대수롭지 않게.
"하아, 하…."
휴식을 취하면서 하나둘 재가동하는 감각에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바깥에 누군가 있나였다. 만약 여기서 섹스하는 것을 들켰다면 이후엔…. 들켰다 하더라도 어쩌라는 식으로 나가면 됐지만, 그거야 생각만 그런 거라 실제로는 어떻게 대처할지 구상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우-훙…."
걱정은 걱정이고, 점차 회복하면서 사고가 정리되니까 가라앉으려던 몸을 앞으로 이동하여 자지와 멀어지자 휘청거리며 뒤돌아서 닫힌 변기 뚜껑 위로 서둘러 앉은 볼기. 그새 작아진 탓에 보지에서 빠질 때 감흥은 거의 없었다.
"아-, 하…."
보지가 흥건하여 허벅지 사이로 범벅인 액체. 짧고 강렬해서, 평생 잊지 못할 쾌락을 선물 받아 힘없이 올라간 고개에 녀석의 얼굴이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다.
"…흥."
비록 대부분 특수한 장소와 스릴 때문이란 걸 알아 순식간에 치솟은 쾌감과 길지 않아서, 수준에 미치지 못한 오르가슴이 다르단 건 자각. 그만큼 흥분의 종류가 다양하단 것을 알 수 있어서 탐스러운 녀석의 입술을 맛보고 싶어 스스로 적시는 혓바닥.
"헿, 픕-."
아직 본능이 충실해서 그런지 생각하자마자 입맛을 다시고는, 녀석을 향해 안아달라는 듯이 팔을 뻗어 웃으니까 그제야 아까의 나처럼 두 다리로 겨우 지탱하며 서 있는 녀석이 보였다.
"읕…!?"
그게 힘들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다 보니, 서서히 모이고 있는 힘을 또 소모하여 녀석의 옷자락을 끌어당기자 허무하게 다가와 콘돔이 씌워졌어도 흥건한 자지가 먼저 원피스에 닿고선 허벅지로 강한 충격과 무게감에 눌려 떠-억 벌어진 눈동자.
"후-웅…!"
자초한 일이라지만, 가벼워 보이는 주제에 왜 이렇게 무겁냐며 한 번 째려보고는.
"츕-…."
키스, 해버렸다.
"흡-…, 릅…."
기운차게 저지른 주제에 힘이 부족해서 무언가 모자라디 모자란 입맞춤. 혀를 내미는 것은 고사하고 어영부영 문대기 벅찼다.
"…읍-! 흫-……."
머리로는 계속 잠잠해지면, 일어설 수 있다면 이라고 되뇄으나 본능이 부추겨서…미약해진 모습 감추고자 억지 부리는 모습. 발버둥이나 똑같아서 허공에 발을 젓는 기분이었다. 현실은 바닥을 향해 의미 없이 발을 누르고 있었지만.
"흡! 으-븧!"
이런다고 형태만 남은 체력이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본능에 그저 입안을 빨아들이고 있어서 만화처럼 흡입으로 회복되는 망상을 하며 망연히 자신의 침만 삼켰다.
"흐-븝…, 릅…!"
껴안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녀석에게 기대버려 자칫 잘못하면 녀석에게로 쓰러지는 건 아닐까 싶은 염려. 심신이 저조해지다 보니 망상이 심해졌다. 과연 서서 하는 섹스라, 원체 움직이지 않던 몸이다 보니 남들보다 부담이 심할 수밖에.
"흫, 으…. 하-………."
더는 강렬하지 못해서, 녀석이 떨어지자 한 박자 늦어진 반응에 잡지 못하고 멍하니…입을 다물고 싶어도 이어지는 깊은 한숨에 할 말이 사라졌다.
'터-억 터-억'
때마침 들려오는 발소리에 서로 말하지 않아도 침묵을 유지하고 눈을 마주치자, 약간 흐리멍덩함이 남아 있어 나도 그런 걸까 동공을 자세히 보아도 보이지 않는 내 표정. 그래서 지친 녀석이 나의 거울이라 생각하고는, 여유를 가지라던 머리의 충고를 늦게나마 받아들여서 들리지 않게 심호흡했다.
'지이익, 쪼르르르르…'
아까처럼 들리는 물소리에 돌연히 배를 내려다 보니까 콘돔을 썼어도 불끈거려서 원피스 앞부분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이런 추태를 들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가 궁금해 다시 녀석을 쳐다보자 곤란해 보이긴 해도 썩.
"…."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
바깥의 사람이 들리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벌려 최대한 내미는 혀.
"…!?"
그제야 녀석이 당황해 살짝 뒤로 얼굴을 물러날 만큼 놀라 흡족해졌다.
'…지이익! 터-억 턱-, 쏴아아아-…'
그러나 겨우 이걸로 끝낼 생각은 없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녀석에게 양손의 검지로 가리키는 혓바닥. 혀도 살살 움직여 잡아먹어 보라는 듯이 굴리니까, 드디어 알아들었는지 곤혹스러운 눈빛을 냈다. 가능하다면 헤베벱베하고 노골적인 소리도 내고 싶었지만, 그건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갔을 때를 기약. 어차피 곧이라 나가기 전에 딥키스를 해준다면 기특하다고 칭찬할 생각이었다.
'터-억 터-억 턱-, 터-억…'
그런 바람은 욕심이었는지, 인기척이 사라져 발걸음이 멀어질 때까지 주저하기만 하는 녀석.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으나, 망설이는 거야말로 약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추욱 손을 떨어뜨리고는 구태여 사악하게 미소를 지었다.
"난 한 번 더해도 괜찮은데…."
거짓말….
말은 강하게 내뱉었지만, 실상은 똑같이 이 짓거리를 했다간 다리가 못 버텨서 풀리고는 풀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았을 게 틀림없었다. 지금도 후들거리려는 거 막으려고 추락한 손으로 허벅지를 짓누르는 중. 나도 참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였다.
"아까처럼, 하고 싶으면 화장실 가야 할 거 같아…아니면, 노래방이라도 갈까…?"
부르고 싶은 노래는 딱히 없었어도, 그걸 목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기에. 걷다 보면 다리도 좀 회복할 테고, 아직은 더 할 수 있는 기분이었다. 체력은 아니라고 몸소 불만을 토로했어도.
"……진심이야?"
밑도 끝도 없는 허풍을 사뭇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이라 귀엽게 느껴졌다. 이래서 희진이가 녀석을 자주 놀리는지 거듭 이해.
"저, 미안한데…난 지금 무척 힘들거든…."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재미없을지 몰라도, 때론 웃음기 없이 밀고 나가야 할 때가 있어서 녀석에겐 지금이 바로 그때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