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남자화장실에서(2)
"…아직이야 자기?"
조급한 건 아니었으나 비슷하게, 자주 도발한다면 녀석도 언젠가 격렬하게 박아줄 수 있을까? 바람은 희망으로, 녀석이 과감해졌으면 해서 성질 건드리는 말을 해주는 것도 어찌 보면 이기적인 생각이었다.
"있지, 얼른 자지에 박히고 싶어-."
그렇다고 녀석의 기분 따위 헤아려줄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했으니 조금쯤은 반항심에 거칠어진 손길을 기대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까부터 느껴지던 녀석의 숨결이 조용했던 것에 비해 지금은 기분이라도 나빠졌는지 성에 차서 콧김으로 뒤를 간지럽혔으니까.
"훟…!"
고대하던 차에 녀석의 손톱이 치마 아래로 들어가 엉밑살을 살짝 스쳐서 치맛자락을 등허리로 완전히 넘겨버렸다.
"…헿-."
그러면서 덥석 잡혀버린 엉덩이. 역시 신경을 살살 건드려주니까, 기꺼이 화답하여 움직여준다. 그런 흐름에 쉬지 않고 부끄럽게끔 살집이 드러나게 잡아 살살 움켜쥐면서 손끝이 향하는 곳은 원피스가 반쯤 뒤집어져 살과 마주한 경계. 박기 쉽도록 그러는 건지 살랑거리던 허리를 멈추니까 뒤에서 좀 더 가까워졌다는 것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자기, 나 지금 아랫입이 질질 침 흘리는 거 안 보여?"
말은 이렇게 해도 녀석에게로 완전히 개방된 볼기라 살짝 볼 빨개지는 감정. 그러나 뒤이어 맞이하게 될 쾌락을 생각하면 이 정돈 입맛을 돋우기 위한 애피타이저일 뿐이었다.
"훟, 어서…."
이런 감정 하나하나가 묘사를 위한 경험으로 바탕 삼아 필력에 도움이 된다면 필시 나쁜 것이 아니겠지. 물론 소설을 위한다는 것은 절반 정도, 나머지 절반은 오로지 순수하게 욕구를 위한 거였다.
"앟? 응-훟…."
이젠 자지를 보지로 꽂는 거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 단계에서 이성이라도 되찾았는지 침착하게 상체를 주무르는 녀석. 키스로 인해 그냥 넣어도 될 만큼 흥분했는데, 이런 건 또 성실해서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
"후-응…웅."
쥐어 잡듯이 힘껏 하진 않으면서 휘감고 매만져 부단한 온기에 좋기만 하여 새어 나오는 신음. 손이 만져주는 방향에 따라 상체를 흔들다 보니 싫어할 수가 없었다.
"응……아-."
넣을 거란 예감을 뒤엎고서 애무하니까 머리로는 뾰로통하게 불만을 가지려는데, 몸은 은은한 쾌감에 좋아하느라 쉽사리 표현할 수 없는 불평. 그저 이끌어줘야지 따라왔던 녀석의 경시했던 손재주를 음미하기로 했다.
"흐-응, 훟-훙…."
얼마나 이러려는지 몰라도, 기분이 좋으니까 잠깐 즐기기로. 그러나 달리 생각해야 할 것이, 녀석의 체온으로 덮일수록 아랫배가 강하게 욱신거려서 녀석에게 명령이 아닌 부탁으로 자지를 요구할 수 있었다. 녀석이 주도하여 섹스를 원해온다면 주객이 바뀌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이대로 애태우기만 하면 또 한 소리할 예정.
"아, 핳-…."
그렇긴 해도, 당장은 자지에 애원해야 할 정도로 급하지 않아서 탐구하는 듯한 손놀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훟…? 으-웅…."
녀석의 손바닥이 노출된 피부로만 이동하는 거 같길래 눈을 감았다가, 가려진 원피스 틈으로 밀고 들어와 가슴 만지느라 맞닿아버린 허벅지와 감은지 얼마나 됐다고 커져 버린 눈동자. 불끈거리며 뜨거운 자지를 보지 입구에서 건드리니까 질척이는 소리로 애액을 묻혀버렸다.
"으응, 흐-응…!"
이렇게 해도 넣을 생각은 없었는지 움찔거리기만 하길래 만족스럽지 않다는 어조로 신음했어도 꿋꿋하게 가슴을 만지는 녀석. 속으로는 전희보단 곧장 삽입으로 이어지길 소망했다.
"읕…, 훙-…!"
보고 있을지 몰라도, 고개까지 살짝 흔들어줬는데 집요하게 가슴을 주무르니까 괴롭히지 말라며 앙탈을 부리고 싶었어도 그럴 수 없기에 흥분되는 마음에 비해 서서히 가라앉은 눈썹.
"자지, 자기…."
자기 자기 부르는 것도 반쯤 놀리는 것에 의한 건데, 실제론 애원하는 투로 말해버릴 거 같아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
"핳…!? 앙-…."
자지만 넣지 않았지, 햄스트링에서 출발해 뒷덜미 아래 어깨까지…따스한 몸의 온도가 느껴져 바닥에 손을 짚고 엎드렸다면 짐승의 교미나 다름없는 자세.
"후-."
"웋…!"
이러느라 손은 분주하여 아까의 추행에 보답하듯 열심히 가슴을 희롱하더니, 이내 귓가에 입김을 불어서 살짝이긴 해도 부르르 떨게 했다.
"…흥-."
여태껏 내가 리드한 거 같은데, 내 밑에 깔려 울던 녀석이 맞는 걸까 헷갈릴 정도로 대담해져 성감대를 희롱당한다는 느낌이란 게 이런 걸까 하는 상상. 녀석과 그리 오래 몸을 섞은 건 아니었어도, 느껴지는 촉감이나 따른 몸집 등은 녀석이 맞았는데 행동이 달라지니까 공수가 뒤바뀌었다.
"앟-, 웋-…."
내겐 자지가 없다 보니 소설을 쓸 때 공보단 수에게 이입되었음에도, 녀석의 주저함은 내가 공이 되도록 부추겼으나 현재는 그랬었던 이전과 상반되는 기분. 같은 섹스면서 다른 관점이 된 거뿐인데…느끼는 것이 달라졌다. 여자로서 짐짓 바라던 양상이라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느껴지는 기분은 당혹감이 아닌 어쩌면 이란 기대에 마지않는 충족감.
"으응-,흫…!"
녀석의 자지처럼 딱딱하게 솟은 유두를 공략당하니까 크진 않아도 달아오르면서 자연스레 교성을 흘렸다.
희진이는 처음부터 녀석에게 이런 기분으로 애무를 받았겠지?
아무리 녀석의 동정을 빼앗고 협박을 한들 이런 상냥함을 뒤늦게 받으니까 맘속에 서린 질투가 일어났다.
"햐-앟-……!?"
그런 기분이 들려는 찰나에 느껴지는 갑작스러운 자지의 압박. 보지로 귀두를 문지르길래 살며시 넣을 줄 알았던 생각이 틀리자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하고 무너져버릴 뻔했다.
"흫-, 읕…?!"
전에 라면 도움닫기 비슷하게 전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조짐 없이 자지의 끄트머리에서 뿌리까지 박혀버리니까 당황스러울 수밖에. 차츰 유두에 집중하던 정신을 보지로 들쑤시고 박으며 존재감을 과시했기에 저절로 몸이 덜컹 흔들렸다.
"제법…이야, 자기히…."
이어 묵음으로 가빠지려는 호흡과 자세를 가다듬고 겨우 여유로운 척 말을 했으나, 저도 모르게 침이 새어 나와 입술을 적셔 실타래처럼 늘이다 바닥으로 뚝 떨어진 건 나만 아는 추태.
"끟…!"
나만 알아야 해서 섣불리 스-릅 하고 입맛을 다시기도 어려웠다.
"으응 흥…."
대답 대신 늘어뜨리는 신음이라 시원찮은 반응에 이젠 구태여 자극할 필요가 없어졌기에 녀석이 알아서 해주기를 촉망. 더 떠들어봤자 쾌감에 가시지 않은 떨림을 그대로 알아차릴까 봐 일단 소리를 죽였다.
"작이…! 아-흫, 응…."
연기로 녀석을 들뜨게 해서 실컷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사용해봤지만, 이번엔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직감. 기대하며 박히는 여자의 기분을 느끼더라도, 불안정했던 전례가 있었기에 확신할 수 없어서 그랬다는 기분만 간직한 채 지켜보기로 했다.
"읗…앙-."
알 수 없는 녀석이라서 마냥 신나게 해줄 순 없어도, 너무 참는 건 좋지 않아 최대한 자연스럽게 흘리는 교성. 이미 의식하고 있는데 얼마나 자연스러울지 알 수 없었으나, 질 안을 채우는 자지의 채워짐이나 꾸준히 주무르는 가슴이 녀석의 노력을 증명해줬다.
"흐-읗…아-."
그래서 보답이라고 하기 어려워도 뱉을 수 있는 신음.
"흐-흥-."
그렇게 한참 즐기던 중, 바깥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외부인의 방문을 알렸다.
"-…!?"
마침 자지가 끝까지 밀고 들어와 밀착한 탓에 쉽사리 떨어질 수도 없는 상태. 아까 부스럭거린 소리마저 크게 들렸던 걸 보면, 작은 소리조차 내면 안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격렬하던 지점이 아니라서 잠깐 멈출 수 있는 이성.
"큼-."
…무슨!?
달아오른 몸을 안정시키며 소리 내지 않으려고 힘썼는데, 녀석이 그걸 망치는 바람에 헛기침이 나왔다.
"흐-…흠."
엄청난 두근거림….
녀석의 존재를 알아차렸는지 흥얼거림을 멈췄다. 이러다 들키면 어쩌려는지 조심성이 없어서 녀석을 나무라기엔 여의치 않아 묵묵히 참으며 이빨로 꾹 다무는 입술. 어차피 녀석은 남자라서 안에 있는 걸 들켜봤자 상관없었지만, 나는 달랐다.
아아, 떨려.
들켜도 뭐라 하면 어쩌라는 식으로 배 째려고 했는데, 막상 그럴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하니까 엄청난 고동에 터질 것 같은 심장. 쉽게 할 수 있는 망상과 직면해버린 사실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쪼르르르르르르…'
노골적으로 들리는 딴 남자의 오줌 소리. 무심코 냄새를 맡아보려 킁킁거려 봤자 연한 락스 향만이 반겨줬다.
"끛, -…!"
조용해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뒤에서 거슬리게 소리 내는 녀석. 다짜고짜 화내기보단 왜 그런지 궁금증이 생겨서 몸을 돌리니까 부스럭하고 옷자락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이 정도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여 아랑곳하지 않고서 녀석을 째려보자 질끈 감긴 눈.
"끄-흫…."
자세히 보니 미간 찌푸려가며 눈썹은 떨었고, 그런데도 무언가 의지를 표명하듯 굳게 이를 악무는 것이 보였다. 사뭇 상반되어 보이는 눈가와 입가의 움찔거림. 이럴 때 보면 박는 쪽에서 박히는 상대에게 신음을 흘리게 하려고 움직이던데, 녀석이나 나나 들키면 안 되는 처지라서 그런지 가만히 있으려고 힘을 썼다.
"…-!?"
그러나 녀석이 조용하게 있긴 어려운지 자지가 앞뒤로 흔들진 않더라도 힘을 주는 것이 느껴져 안에서 느릿하게 꼼지락.
"읍…."
미칠 것 같은 쾌락에 심적 여유가 없어져서 최저로 유지해보려는 발악 같았는데, 그것만으로 방심하면 소리를 내버릴 거 같아 녀석을 보느라 벽에서 멀어진 왼쪽 손으로 착-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대체…언제 나가!?
"흐, 흥-흥-."
오줌 싸는 시간이 길어야 일 분을 넘기지 않을 텐데, 영화 볼 거면 적당히 마시지 벌써 음료수 한 통을 다 마시고 온 모양. 그렇게 마음 졸여가며 속으로 쫓아내는데, 나가는 듯한 발걸음이 들리자 안심하려니까 물 쏟아지는 소리가 이어져 손을 씻으니 곧 나갈 거란 안일한 생각으로 느슨해졌던 여유가 급하게 소모됐다.
"-…, …!!"
한계에 봉착해서 소리가 새어 나오기 일보 직전. 그건 녀석도 마찬가지라 계속 눈을 감은 채로 있길래 나도 따라서 눈을 감는 행위로 흩어져버린 인내심을 한 올 한 올 끌어모았다.
'퉁-!'
제발 나가달라던 발소리가 저 멀리…기어이 불청객이 사라지자, 타일이 아닌 칸막이벽을 주먹으로 치며 한계까지 쌓였던 형용할 수 없는 것을 발산하여 추욱 처지는 어깨가 안쓰러이. 용케 쓰러지지 않고서 다시 벽을 기대다시피 밀었다.
"하-앝!? 앟…!"
안심하고 자세를 고쳐잡으려다 예고 없이 크게 변하는 녀석 탓에 부주의하게 튀어나와 버린 창피한 목소리.
"앙, 앟…."
말 그대로 천연히 본연의 신음이라 꾸밈 하나 없어서 내자마자 의식하기 싫어도 얼굴이 새빨개졌다.
"읗-…!"
그런 표정이야 사실 보이지 않으니까 부끄러움을 숨길 수 있었다지만, 애초에 녀석은 나의 부끄러움 따위 안중에도 없이 본격적으로 섹스하려고 했기에 움켜쥐었던 손을 가슴에서 쭈욱하고 아래로 쓸어내리며 마지막에 잡힌 옆구린 심도 있는 움직임을 위해서. 이틀 전에 엎드려서 했던 건 동물의 교미일지 몰라도, 이번엔 진짜 인간의 체위로서 시도해보는 후배위였다.
"훟-, …!"
허리를 굽혀도 두 발은 땅을 딛고 서 있기에 인간다운 형태. 거기서 박히기 쉽도록 허리를 굽힌 건 자지가 얼른 들어오라고.
"…웅-."
자지가 보지 안을 휘저어서, 흥분에 겨워 맘껏 교성을 내고 싶어졌다. 그런 생각이야 어찌 됐든, 너무 공상에 빠져있다간 현실을 즐기지도 못할 테니 영양가 없는 상상은 그만. 우선 누군지 모를 사람이 찾아왔다가 갔음에도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아 쿵쾅거리는 심장부터 호흡으로 달래야 했다.
"자-자기…, 아핳-!?"
머리로 냉철함을 되뇐 주제에 입으로는 재촉하니까 슬쩍 뒤로 빠지는 녀석의 움직임. 어쩌면 다시 없을 극도의 긴장이 풀리니까 텅 비어버린 마음 빈틈 돼서 가라앉았다고 단정 지었던 쾌감이 경각에 척추를 타고 정수리까지 올라와 신경을 때렸다.
"흐-앙…읋-!"
눈 깜빡한 사이에 두 번이나 추태를 보인 탓에 스스로 다그치며 서둘러 감추려 해도 이런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내가 자지를 먹은 것이 아니라 진짜로 녀석에게 따먹혀 여자로서 소리를 지르는 걸까 싶어 가슴 깊이 떨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