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남자화장실에서(1) (67/107)



〈 67화 〉남자화장실에서(1)

"…어때? 갈 거 같아?"

자지를 위아래로 크게 흔들기는커녕 불알만 자꾸 괴롭혔으면서 일부로 묻는다.

"…그만, 그만해줘."

이번에도 질문과 밀접하나 예 아니오가 아닌 다른 대답이 나와서 기분이 나빠지려는데, 무심코 쳐다본 녀석에게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며 울먹이고 있어 떨리는 목소리를 다시 생각하니까 명백하게 울기 직전이었다.

아아, 그래….

"츕-…."

이런 꼴리는 얼굴을 보고 어떻게 참을  있으랴…. 눈물이 턱에서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볼에 입술을 가져다가 눈물을 핥아먹었다. 그리고는 녀석의 소원대로 거두는 오른손.

"화장실…."

아까 째려보던 눈망울은 어디 갔는지, 고분고분하게 변한 태도에 역시 사람은 고통을 겪은 후에 약해져서 괜히 고문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 괴롭힘을 옹호할 생각 없이 심했다고 생각했지만, 미안한 감정은 있어도 사과할 생각은 없었기에 끝나고 돈 좀 쥐여주면 그나마 위로가 되겠거니.

"응…? 아, 그래."

그런 생각에 가만있어도 지나갈 수 있는데 굳이 허리를 숙이며 일어나서, 지나가기 편하라고 길을 터줬다. 동시에 공손히 배꼽 아래로 모은 손은 막을 새도 없이 재빠르게 지퍼를 올리고선 골반을 털며 올리는 바지춤. 어차피 우리 뒤로 사람도 없었기에 앞에서 목을 돌리지 않는 한 들키지 않겠지만, 여러모로 조심성 있는 녀석이었다.

"쿻-…같이 가자, 자기야."

미리 파우치를 챙겨, 조용히 나가려던 녀석의 손목을 잡으니까 당황하여 멈칫거리는 몸.

"…너도? 화장실 가?"

아무리 억지로 하는 데이트라지만, 예의가 너무 없었다.

"자기도 차-암, 여자에게 그런 거 묻는  아니야."

뻔뻔하게 내가 할 말이 아니란 걸 자각하고 있지만.

"……."

녀석의 어이 없다는 눈초리조차 귀엽게 느껴지는 건 정말 내 취향이라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나도 진짜 희진이처럼 콩깍지가 씌인 걸까?

"화장실 가는 건 맞지만, 별로 용변이 급한  아니니까."

녀석이 거부해봤자 소용없게 이미 출구로 나와, 환한 빛에 아무도 없는 복도로 힘없이 딸려오는 녀석을 당겼다. 먼저 나가려고 한 건 녀석인데, 끌고 가는 게 나라는 점이 참으로 웃긴 상황.

"자기를 보니까, 마려워져서 그래…."

제 딴엔 홍조를 띠며 최대한 야한 표정을 짓는다고 지었다. 녀석의 눈엔 어떨지 몰랐어도.

"뭐, 가……?"

불길함을 직감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용기 내서 묻는 거 같았다.

"…섹스가."

줄일 것 없는 목소리라도 상영관보단 조용해서 충분히 들릴 음량.

"읕…!"

그제야 무슨 뜻인지 알고 조용해지는 녀석이라, 발걸음마저 멈추려고 해서  잡아당겼다.

"쿠후훟-."

이에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고개를 푹 숙이는 녀석. 풀이 죽었다기엔 다소 미묘해서, 내가 손을 끌어당긴 건 처음뿐이라 이후에는 제 발로 녀석이 걸어왔다.

"……훙-."

그러다 잠깐 멈춘 건, 어느 화장실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 각자 성별이 다르기에 따로 들어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우린 섹스하러 들어가는 거다. 그러니 누구 한 명이 다른 성별의 화장실로 들어가야 하겠지.

"진짜, 들어가게…?"

여전히 의심을 버리지 못한 눈으로 쳐다보는데, 되려 그런 태도가 호승심을 불러일으켰다.

"…헿-!"

초식동물처럼 불안에 떠는 녀석에게 일일이 대답해주는 것은 사치라, 기운 좋게 미소를 지으며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 당찬 발걸음. 녀석의 놀란 목소리 따위 소음 삼아 내부를 스캔하는데, 여자화장실처럼 칸막이가 설치된 반면에 소변기라 불리던 사진의 물건을 실제로 보니까 제법 흥미로웠다.

"미쳤어…!? 들키면 어쩌려…."

슬슬 정신을 차렸는지 울려던 모습이 완화되어 따지기 시작.

"앟!? 읗-!"

 정도야 애교로 넘기고는, 반론할 가치도 없이 칸막이 문을 열어 녀석을 밀어 넣었다.

"괜찮아 자기. 어차피 상영 시간에는 사람도 오지 않을 테고, 오더라도 소변만 보고 금방 나갈 테니까."

어제를 생각해서 계산한 현재. 굳이 봤던 영화를 고른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남자 화장실로 들어오면 대체…읍!?"

남자답지 못하고 칠칠찮은 주둥아리가 시끄러워 대뜸 까치발을 들고 입맞춤. 혹시라도 빗나갈까 봐 양손으로 목을 감싸기까지 했다.

"쯥, 쿠-훗…."

그러느라 파우치를 휘둘러 벽을 때릴 뻔했지만.

"웅-춥! 흐-릅."

녀석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더욱 끌어안고선, 입술만이 아니라 혀까지 동원하여 맹렬한 키스. 처음이라 그런지 서툴고 어색하여 성급한 기색이 있었어도, 순간의 기분을 여운까지 남기도록 깊고 진하게 움직여서 붙잡아버린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버렸다.

"파-하…! 후-…쿠-훟!"

최대한 숨이 막힐 때까지 하려다가, 발목이 아파져서 아쉽게도 금방 마치고 입가에 흔적을 남긴 침을 닦는 손등. 다소곳한 여운으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아서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타액으로 범벅이었다.

"이런 기분이구나? 키스라는 거…."

첫키스를 만끽하느라고 감았던 눈을 뜨니까, 녀석은 당황해서 커진 눈동자로 말문이 막힌 모양.

"키스는 이미 희진이랑 실컷 했잖아? 이제 와서 그거까지 선점하겠다는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었으니까."

가능하면 첫키스도 내가 먼저 빼앗으려 했는데, 역시 녀석이 먼저 해주는 것은 욕심이었나 보다.

"앞으로 내킬 때마다  테니 각오해."

대신 욕망을 채우겠다고 선언.

"…뭐? 읍-!?"

후에 말하는 것을 지키려고 바로 시도해버렸다.

"후-웅…츕-! 쯔-읍, 릅!"

키스를 하며 혀를 사용하는 것이 이렇게나 기분 좋은 것인지 새삼스레. 멈출 수 없이 달려들고는, 다시 꽈악 안아버려 이번엔 녀석이 내가 편하도록 허리를 숙이게끔 했다.

"흡…! 으읍…!"

다채롭게 핥고 빠는 나와 비교되게, 당하느라 제대로 소리 내지 못하고 놀라기만 해서 귀여워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듬뿍.

"흐-븝! 흡…르븝, 르릅-릅…."

그러나 소리가 바깥까지 샐까 봐 호흡마저 불편했어도, 흡입보단 혀의 움직임을 충실히 사용해주었다.  수 있다면 이대로 오랫동안 하고 싶었지만, 숨의 여유가 없어서 유감스럽게도 떨어질 시간.

"하우우-, 헿…!"

키스…, 키스…! 이게 입맞춤…! 혀를 사용해서 상대방의 입안을 뒤집어 놓으면서 나의 혓바닥까지 만족시키는 황홀한 맛! 아아…, 좋아…!

얄팍한 체력 탓에 길게 즐길  없었어도 유동적인 혀 놀림 덕분에 흡족하여 여운이 풍부했다.

"아-…."

하지만, 녀석은 여전히 멍해서, 정말 희진이랑 키스하여 경험 있는 것이 맞는지 의문. 그러나 연인과 섹스까지 했는데 키스를 넘겼다는 건 믿기 힘들어 그냥 이런 곳에서 해버린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이러는 거라고 판단했다.

"…, 핳-…!"

서서히 젖어서 채워주기만을 기다리는 터라 물밀 듯이 흥건하게 박아주기를 바라며 흠뻑. 눈앞에 자지가 있는데, 스스로 안달 나서 다리를 비벼 꼴 필요가 없었다.

"힣…."

녀석의 목을 감싼 팔을 풀며 파우치에서 꺼낸 것은 콘돔과 러브젤 샘플. 이럴 생각으로 챙겨와 잔뜩 웃음을 머금은 나와 다르게 녀석은 여전히 주저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쿠-훟."

그러고 있으니까 더욱 장난치고 싶어지는 기분.

"…?"

스스로 끼우라는 듯이 주니까 받기는 했어도 멀뚱멀뚱했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막상 저지르는 것에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보채지 않고 자리부터 바꾸려 녀석의 팔을 잡아 이동…혹여나 변기에 물건이 빠지지 않도록 뚜껑을 닫기까지.

"아-…!"

요란스레 통-! 소리를 내며 닫히니까, 곧 녀석이 정신 차렸다.

"진짜 하려고…?"

의식이 돌아왔다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닌지, 이런 곳에서 굳이 사리 분별을 할 필요가….

"겁먹었어?"

나는 준비 만전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떠먹여 주는데도 망설이니까 탓하고 싶어지는 기분.

"…맞아, 겁먹었어. 그러니 비웃어도 돼."

에로망가처럼 분위기 좋게 잘 나가다가 재미없게 순순히 인정하자, 기세 좋게 오르던 흥도 주춤한다.

"재미없는 소리 하지 마 자기. 이제부터가 본론인데…."

동정을 뗐다고 해도 원체 어리숙하던 성격은 쉽게 변하지 않아서 우유부단함에 답답한 심정.

"수컷이 발정 나서 세운 자지를, 엉덩이 내미는 암컷에게 박지 않는다면…보지를 흔드는
처지에서도 죽고 싶을 정도의 수치거든?"

자매지만, 희진이 정도 되는 저돌성이 돼야지 이런 녀석도 섹스하겠다고 하는구나 싶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의 경우엔 협박이란 수단을 강요해야 녀석이 움직인다는 소리…. 말도 안 되는 범죄란 것을 자각하고 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약점 잡힌 채로 끌려다니면서, 중요한 순간에 찬물 끼얹지 말고 움직이기나 해…!"

외관상 취향인데, 주도하는 것이 체질은 아니라서 억지를 부리니까 감출 수 없는 짜증.

"안 그러면 이보다 안 좋을 수가 있어 자기…."

협박당하는 입장에서 남자다운 박력을 기대하는 것이 모순이지만, 오히려 공격적인 자극을 받다 보니까 물리적인 거센 반항을 보여서 남져밤이처럼 섹스할 때만큼은 형용할  없는 쾌락으로 잠식하게 해줬음 하는 바람이었다.

"풀어주니까 잊은 모양인데, 얼른 주제 파악하고 희진이를 슬프게 하기 싫으면 좋은 말 할 때 내 말을 듣는 편이 좋을 거야."

이만큼 으름장을 줬으면 겁을 먹고 알아서 기겠지.

"끄-흫…!"

준비되어 있지 않은 공갈에 무리가 다분히 섞여 있지만, 내가 남자는 아니어도 이런 상황에 거부하는 녀석이 정말 남자답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객관적이라 생각한 주관적인 편견이어도.

"그러니까 어서, 자지 꺼내…."

자폭이나 다름없었지만, 희진이에게 피해를 주리란 협박을 설마하니 망각하진 않았을 거다.

"읗-…."

고민하면서도 끝내 수긍할 때 나오는 녀석의 버릇. 이제 벽에 손을 짚고는, 엉덩이를 올려 살랑살랑 흔들면 녀석이 알아서 치마도 들치고 벌어진 팬티 사이로 자지를 비집고 넣어주리라 믿었다. 이렇게까지 몰아붙였는데, 조금쯤은 거칠게 나와도 좋으련만….

"훙-…칫."

다시 물건을 주자 뜸 들이지 않고 가져간 것에 만족해야 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할걸.

우유부단하게 느껴지면서 때론 옹고집을 부려 애를 먹인다. 가벼운 반항이야 시키는 대로 하면 따분해서 재미 삼아 골려줄 수 있어도, 너무 완강하면 질려버리기에. 어디까지나 희진이 때문에  말을 따르는 거뿐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나 따윈 무시하면 그만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착잡해지는 기분….

"도망치면…희진이에게 바로 사진 보낼 거야."

수갑도 채우지 않은 상태라, 마음만 먹으면 그냥 갈 수 있어서 우선 이리 일러둔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녀석이 먼저 덤벼 올 일은 없을 걸 알기에 사족이라고 해야 할까.

"끙, …."

이후에 더는 뒤로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고, 손바닥이 다시 딱딱한 타일에 닿아 얌전히 기다리면서 자세를 고쳤다.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녀석이 언제 넣어줄지 몰라서 방금 정면으로 향한 주제에 또 보고 싶어지는 유혹.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란 생각에 숨을 길게 내뱉으면서 힘을 빼고 청각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이익-, 스-륵'

보지 않아서,   없기에 선명히 들리는 소리. 지퍼를 내리고서 바지춤도 따라 내려도 순식간에 들렸던 걸 보면 자지가 튀어나와 껄떡일 정도까지 내린듯했다.

"……헤헿-."

귀로 들리는 것으로 판별하며 상상하다니, 기대 이상의 흥분. 순서를 두어 지금 어느 지점에 왔는지 유추하는 것이 예상보다 훨씬 달아오르게 해줬다.

'부르뜲뜸-'

그러다 문득, 신기한 소리에 호기심이 짙어져 무의식적으로 고개 돌리려는  간신히 참았다. 얼핏 고무 만지는 소리 같았는데, 아마 콘돔 뜯는 소리였을지도.

'지-익'

다음으론 러브젤 샘플을 뜯어 윤활유 역할의 액체를 콘돔을 씌운 자지 위로 충분히 적시고…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원초적이자 궁극적인 원인을 시작할 거다.

"스…."

입맛을 다시고서 자지는 언제 들어오나 두근거림이 한참. 둘밖에 없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울려서 부스럭거림까지 확연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이 와중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점은 진심으로 다행. 영화도 막 시작한 참일 테고, 다른 상영관에서의 시간대야 염두에 두지 않아서 사실상 운에 맡겼다. 들키면 들키는 대로 뭐라 하면 그래서 어쩌라고 되려 따질 심산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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